제 155 화
“집 값이 10억 정도고…”
코인을 매도한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돈이 얼마나 되는지 계산을 해보기 시작했다.
일단은 현재 집의 시세를 검색했는데 10억 정도 선에서 거래가 되고 있었다. 대출이 없이 집을 샀으니 이건 온전히 나의 자산이었다.
그리고 나는 로또 당첨금을 모아둔 계좌를 확인하였다.
2,000,000,000
얼마 전에 깔끔하게 20억을 맞춰 두었다. 숫자 0이 나란히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무언가 희열이 느껴졌는데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았다.
CMA통장이어서 그런지 이자가 발생했는데 그럴 때마다 돈을 빼내서 항상 20억을 유지하였다.
다음은 주식과 코인이었다
처음에 주식의 시드는 총 5억이 들어가 있었고 그동안 매 월 버는 돈을 꾸준히 인출했다. 그래서 예수금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코인은 계산을 해봤는데 내가 넣은 5억을 빼고도 105억 정도가 있었다. 치리즈로 100억,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으로 4억 정도 벌었고 거기에 다른 잡코인 2개로도 1억 정도의 수익을 올렸다.
‘105억.’
나는 코인 계좌를 볼 때마다 놀라운 숫자를 세어 보았다. 믿기지 않은 현실이었다.
- 수익률 9천 퍼센트 실화인가요?
- 이거 사진 조작한거죠?
- 대박 평단가 10원이야;; 미쳤다.
- 그러게 이걸 어떻게 버텼지? 딱 1,000원에 팔았네;;
내가 올린 치리즈 코인의 인증글은 코인 게시판에서 성지가 되어 가고 있었다. 하긴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코인으로 돈을 벌었다고 글을 남겼지만 나 같은 미친놈은 없었다.
사람들이 남기는 댓글을 보니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 시기와 질투.
마치 내가 특별한 사람이 된 거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로또에 당첨되었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로또 당첨금 37억.
지금 생각하면 이것도 엄청나게 큰 금액은 분명했다. 하지만 처음에 건방지게 서울의 집값을 생각하면서 인생을 바꿀만한 돈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래서 알뜰하게 나누어서 오래 쓸 생각을 하였다.
남은 인생을 큰 고민 없이 편하게 살 수 있겠다라는 느낌이랄까?
하긴 인생에 대한 고민 없이 장사에만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성공을 할 수 있었는 지도 모르겠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로또가 나의 인생을 바꿔준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100억이 넘는 돈이 생겼다. 커뮤니티에 남긴 글처럼 인생 졸업이라고 해도 될 정도였다.
거기에다가 나에게는 알로하도 있었다.
상무본점이 나에게 가져다주는 수익이 2천만 원이 넘었고 뉴월드 광주점도 그 정도 수익이 나올 것 같았다.
거기에 가맹점에서 들어오는 로얄티 내가 직접 운영하는 광안리점까지 합치면 한 달에 최소 5천만 원에서 6천만 원은 넘는 수익이 발생한다.
매달 이 돈이 월급처럼 꾸준히 들어오고 있었다.
아니,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늘어나고 있었다.
로이스에 다닐 때 월급통장을 그대로 입출금계좌로 쓰고 있는데 거기에도 벌써 3억 정도의 돈이 모여 있었다.
예전에는 월급날이 25일이어서 항상 그 날만 기다렸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카드값, 보험금, 적금 등 여러 가지 비용이 나가는 날 역시 25일로 설정해 두었는데 월급을 들어오기 무섭게 빠져 나갔다.
직원들과 같이 있을 때 우스겟소리로 월급은 잠깐 스쳐 지나가는 바람과 같다고 이야기 했었다.
웃픈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솔직히 이제는 통장을 잘 확인하지 않는다. 돈이 들어왔다는 문자만 확인하고 넘기는 편인데 어쩌다가 이체할 일이 있어서 어플을 확인하면 돈이 말도 안 되게 불어나고 있었다.
가만히 있어도 돈이 벌린다는 것이 이런 느낌일까? 행복한 기분이 절로 들었다. 그리고 자그마한 욕심이 생기기도 했다.
‘건물주 가능하지 않을까?’
10년만 에 30억을 벌었다는 건물주의 이야기를 들어서 그럴까? 나도 사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100억이 넘는 돈이 생겼으니 이제는 큰 부담감도 없었다.
어차피 사무실도 필요하니 겸사겸사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주변의 시세를 알아보자.’
건물주가 60억에 팔고 싶다고 했는데 그건 그의 마음이었다. 돈이 많지만 달라는 대로 다 줄 수는 없었다.
***
건물을 주로 매매하는 공인중개사를 찾아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는데 이게 생각보다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아파트를 매매한 것처럼 쉽게 생각했는데 많은 상가들이 들어가 있어서 그런지 생각 해야 될 것이 한 두 개가 아니었다.
건물에 대출이 있는 경우 승계를 할 것인지 아닌지 생각해야 했고 개인으로 살건지 법인으로 살건지 또 불법으로 용도변경이나 개조가 된 곳이 있는지도 파악해야 했다.
하긴 건물 가격이 수십억이 되는데 간단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 나의 잘못이었다.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변호사님하고 이야기를 좀 나누어 봐야겠다.’
상무지구를 돌아다니면서 대략적으로 나온 건물 매물들을 확인한 나는 상무본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곳에 온 김에 얼굴을 비출 생각이었다.
“사장님, 몸은 괜찮으세요?”
코인 때문에 며칠 아프다고 핑계를 대면서 깨톡방에 글을 남겼는데 나를 본 선영이가 걱정해주었다.
“어, 괜찮아. 코로나는 아니고 그냥 몸살이었던 걱 같아.”
“그거 다행이네요.”
“신입들은 일 잘 해?”
이곳에는 4명의 신입들이 있었다. 저번에 한 차례 면담을 하기는 했는데 그동안 다른 일은 없었는지 궁금했다.
“네, 다들 일 잘 하고 있어요.”
생각보다 신입들이 일을 잘한다는 말에 나는 안심이 되었다. 그동안 빠듯하게 매장이 운영되었는데 이제는 한 숨 돌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거 다행이네. 나 없는 동안 특별한 일은 없었지?”
“아! 사장님 만나고 싶다는 사람이 있었어요.”
“나를?”
“네, 가맹점 관련된 일로 이야기 나누고 싶다고 하던데요?”
“가맹점?”
“잠시만요. 제가 명함을 받았는데 찾아볼게요.”
최근 들어 가맹점에 대한 문의가 엄청 많이 들어오고 있었다. 일단은 다 보류해두고 있었는데 이유가 있었다.
프랜차이즈에 대해서 공부하면서 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우리나라에 프랜차이즈 사업은 그동안 문어발식 확장을 많이 했다. 개인들에게 투자금을 끌어모아서 전국에 체인점을 마구잡이로 늘리는 방식 말이다.
이것은 회사의 규모를 키우고 빠르게 성장하는 방법으로는 좋을 수 있겠지만 대체로 이렇게 성장한 프랜차이즈들이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무너지는 경우를 많이 봤다.
한 때 전국에 매장이 가장 많다던 커피 전문점이 망하는데 채 2년이 걸리지 않았다.
가맹점이 천 개가 넘어서 커피왕이라는 말도 있었는데 내실이 없이 돈으로 가맹점 늘리기에만 집중한 결과로 무너져 내렸다.
그래서인지 최근에 트렌드는 매장 수는 좀 적더라도 알짜배기 매장들을 차근차근 늘려가는 방식으로 바뀌었는데 내가 가맹점 사장들에게 내실을 중요하게 말했던 것과 비슷했다.
상무본점과 뉴월드광주점의 매출만 하더라도 다른 매장 2개, 3개 가지고 있는 것 만큼 올리고 있다.
굳이 매장을 우후죽순 늘리지 않더라도 규모를 키울 수 있는 것이다.
지금 나에게 들어오고 있는 가맹점들도 우후죽순 그냥 다 내어줄 수 있다. 그러면 나는 가맹비 받고 로얄티 받으면서 돈을 벌 수 있다.
하지만 그러다 보면 나의 컨트롤을 넘어서는 매장들도 나올 것이고 연쇄적으로 다른 매장들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다.
‘일단은 부산지역을 좀 더 안정 시키자.’
올해 부산지역을 오픈하면서 알로하의 규모가 커졌다. 매장 수로 따지면 기존의 2배가 된 것이다.
물류를 비롯해서 늘어난 가맹점 수에 알로하는 적응중이라고 할 수 있었는데 현재까지의 페이스는 나쁘지 않았다.
매출도 하루가 다르게 점점 늘어나고 있었고 단골 고객들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였다.
만약 부산지역에 있는 매장들도 본점까지는 아니겠지만 그것과 비슷하게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하면 나는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의 목표는 로이스를 뛰어넘어서 돈카츠 1등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사실 이것 때문에 조금은 조급한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지금은 또 코인 때문인지 마음이 바뀌었다. 100억이 넘는 돈이 든든히 나를 뒤에서 받쳐주고 있었다.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일을 진행할 원동력이 생긴 것이다.
‘가맹점은 본사를 설립하고 나서 늘리자. 그래도 이야기는 해줘야겠지.’
선영이는 명함을 찾아서 나에게 가져다 주었는데 나는 가맹점은 좀 나중에 받을 계획이라고 알려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명함이 조금은 특이했다.
< 가맹거래사 기건일 >
“가맹거래사?”
***
명함에 적힌 것을 보니 무슨 직업 같았는데 가맹거래사라는 것은 처음 들어보았다. 그래서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기 시작했다.
“국가자격이네?”
검색을 해보니 시험도 있고 국가에서 인정을 해주는 직업이었다.
가맹사업 전반에 대해서 도움을 준다고 적혀 있었는데 거기에는 정보공개서와 관련된 내용도 있었다.
프랜차이즈 사업을 등록하기 위해서는 정보공개서가 필수다.
가맹본부가 가맹희망자에게 회사에 관한 내용을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하는 것인데 가맹희망자는 이것을 보고 가맹을 선택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갑인 가맹본부가 정보를 제공해주지 않으면 을인 가맹점 입장에서는 불공정한 거래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것을 막기 위해 나타난 제도라고 할 수 있겠다.
남현성과 함께 이것을 신청했었는데 그도 자신이 전문적으로 했던 분야는 아니라고 하면서 조금은 난감해 했었다.
그동안 꾸준히 같이 일했던 내가 아니면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는데 어찌어찌 힘들게 처리하였다.
그런데 가맹거래사라는 직업은 이런 정보공개서 등록 대행업무도 담당해 주는 것 같았다. 관심이 생긴 나는 바로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가맹거래사 기건일입니다. ]
“안녕하세요. 저는 돈카츠전문점 알로하 사장 김정훈이라고 합니다.”
[ 아, 안녕하세요. 안 그래도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네, 무슨 일 때문에 저를 찾으셨을까요?”
[ 최근에 강철왕후보다가 알로하를 알게 되어서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었는데 혹시 가맹점 문의 많이 들어오고 계시지 않습니까? ]
“네, 많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 저는 그런 가맹점에 관련된 영업 전반을 대행해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프랜차이즈를 시작하는 사장님들에 장사에만 집중하셔서 이런 것들이 부족한 경우가 많은데 저희한테 일을 맡기시면 좀 더 편하게 프랜차이즈를 운영할 수 있습니다. ]
“정확히 어떤 일을 대행해주시는 거죠?”
[ 프랜차이즈 시작하려고 하시는 사장님들에게 컨설팅부터, 홈페이지 제작, 가맹점 모집, 가맹 계약, 정보공개서 등록까지 가맹에 관해서 필요한 업무는 거의 다 저희가 해드린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
나는 기건일이 하는 말을 가만히 들었는데 그가 하는 말이 전부 사실이라고 한다면 일이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맹점 모집 같은 경우 마구잡이로 할 생각은 없었지만 홈페이지 제작 같은 경우는 끌렸다.
안 그래도 본사를 설립하면서 알로하를 홍보할 홈페이지가 있다는 생각을 최근에 계속해서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 자세한 이야기는 만나서 드리고 싶은데 혹시 시간 언제가 괜찮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