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54 화
“사장님, 안녕하세요.”
나는 건물주 홍학성과 만남을 가졌다. 저번에 가게 확장에 관한 계약을 할 때 이후로 처음 보는 것 같았다.
“그래요, 반가워요.”
“제가 보니까 지금 2층에 학원이 나갔더라고요. 혹시 거기에 들어온다고 하는 사람 있었나요?”
“일단 부동산에 내놓기는 했는데 아직 없었어요.”
“그래요? 그럼 제가 임대해서 쓰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거기를? 왜 창고로 쓰려고요?”
“아, 아닙니다. 제가 프랜차이즈 회사를 만들었는데 거기를 본사 사무실로 쓰면 좋을 것 같아서 그럽니다.”
“그래요?”
내가 2층을 임대한다는 이야기에 홍학성의 표정이 밝아졌다. 하긴 요즘 같은 시대에 이렇게 바로바로 임차인을 구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니깐 말이다.
“가능합니다.”
“그럼 가격은 얼마 정도 할까요?”
“원래 그 자리가 보증금 3,500만 원에 월세 220만 원 받았는데? 내가 돈까스 사장님이 한다고 하면 보증금 3,000만 원에 200까지 낮춰줄게요.”
학원이 넓어서 꽤 비쌀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2층이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비싸지는 않았다.
“만약 들어오면 인테리어 공사도 좀 해야할 것 같은데 해도 되죠?”
“저번처럼 벽 허물고 그런 거는 아니죠?”
“네, 아닙니다.”
“그럼 가능하지.”
가능성은 확인했다.
여기가 본점과 가까워서 좋기는 했지만 다른 곳에도 더 좋은 조건에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있을 수도 있었다.
“네, 알겠습니다. 며칠 생각을 해보고 말씀 드릴게요.”
“그래요, 나는 언제든지 시간 되니까 마음 정하면 바로 알려주세요.”
홍학성은 상당히 적극적인 모습이었는데 공실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 모양이었다.
“요새, 들어오겠다고 하는 가게들 많이 없죠? 동성이 형님 가게도 계속 비어 있던데…”
나는 살짝 운을 띄우면서 물어봤는데 그가 말했다.
“그렇지, 부동산 통해서 열심히 임차인 구하고 있기는 한데 코로나가 심해져서 그런지 관심있는 사람들이 없네.”
생각해보면 이곳은 상무지구에서 제법 유동인구가 있는 지역이었다.
장사를 하다 보면 권리금 많이 줄 테니까 가게 빼줄 생각이 있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는데 최근에는 도통 그런 사람이 없었다.
“빨리 코로나가 끝나야 할텐데 저도 장사가 잘 되고 있기는 한데 걱정이네요.”
“그러니까 그래야 장사하고 싶은 사람들도 생기고 공실도 채우고 나도 건물도 팔 수 있을 텐데 말이야.”
나는 홍학성의 이야기를 듣다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가 건물을 팔려고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건물 파시게요?”
“사실 내 놓은지 좀 됐어. 그런데 보러 오는 사람이 없네.”
공실이 좀 있다고 해도 이 건물은 7층짜리였다. 월에 들어오는 임대료가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런 건물을 판다고 하니 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갑자기 왜 파시려고 하세요?”
“그게 나도 이제 나이를 많이 먹어서 관리하기도 힘들고 더 늙기 전에 정리 좀 해서 자식들 나눠주려고…”
“그렇군요. 저번에 2남 2녀라고 하셨죠?”
“맞아. 괜히 나 죽은 다음에 이거 놔두면 싸울 것 같아서 살아있을 때 내 것 노후자금 놔두고 나머지는 똑같이 나눠주는 게 좋을 것 같아.”
나는 홍학성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더 오를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지금 파는 것이 아까울 수도 있겠지만 자식들을 생각하면 미리 정리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돈 때문에 형제끼리 싸웠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다. 우리 집만 해도 지금은 화해 했지만 아버지와 고모가 다투었으니까 말이다.
“잘 생각 하셨네요.”
“그렇지? 근데 빨리 다른 주인이 나타나야 넘기고 쉴 텐데 그게 쉽지가 않네. 자네가 2층 임대한다고 하면 나타날 것도 같으니까 긍정적으로 생각해줘.”
“네, 그런데 이거 건물은 얼마에 내 놓으셨어요?”
“왜, 자네가 사려고?”
“아니요, 그냥 이런 건물을 얼마나 할까 궁금해서요.”
“일단 60억에 질러놨는데 마음에 드는 사람 있다고 하면 조정 좀 해줘야지.”
60억.
비쌀 것이라고 생각을 하기는 했는데 말도 안 되게 비쌌다. 그런데 또 서울에 있는 건물들 가격 생각하면 7층짜리 건물이 이 정도라면 조금 싼 것 도 같았다.
“비싸네요. 예전에 얼마에 사셨어요?”
“예전에? 내가 10년 전에 대출 끼고 25억에 샀으니까 많이 올랐지.”
10년 전에 25억에 산 건물이 60억이 되었다.
언뜻 계산해도 1년에 3억 이상의 수익을 올린 것이다. 나도 아파트로 돈을 벌면서 부동산이 매력적인 시장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직접 들으니 와닿는 느낌이 달랐다.
“돈 많이 버셨네요.”
“그렇지. 그때는 대출이 너무 많아서 잘하면 망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내 인생 최고의 선택인 것 같아.”
아저씨의 말에 나도 동의했다.
나만 하더라도 오늘 코인에 투자해서 제대로 돈을 벌었다. 처음에는 리스크가 큰 코인을 하는 것이 맞나 고민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크게 성공했다.
그리고 문득 코인으로 번 돈을 생각하자 건물을 사는 것도 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번에 남현성 변호사가 법인으로 건물을 사면 대출이 잘 나온다고 했던 것도 같은데…’
예전에 법인을 만들 때 그런 설명을 들었던 기억이 났다. 임대료만 잘 나오면 은행에서 80%이상도 빌려준다고 했는데 그러면 내가 가지고 내야 하는 건물 초기 투자금이 작아진다.
만약에 진짜로 80%까지 대출을 해준다고 하면 12억 정도만 있으면 되니깐 말이다.
오늘 코인으로 번 돈에 절반 정도만 투자하면 되는 것이다.
‘나쁘지 않은데?’
만약 건물을 산다고 한다면 굳이 2층 사무실을 임대할 필요도 없다. 어차피 내 건물이니까 말이다.
그냥 임대만 알아보려고 했는데 갑자기 스케일이 너무 커져 버렸다.
‘좀 더 생각해보자.’
***
21년 3월 9일 화요일 저녁
나는 떨리는 다음으로 코인거래소 차트를 보고 있었다. 칠리즈의 주가가 더욱 올라서 380에서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치리즈
현재가 381
수익률 +3,700%
손익 3,697,805,809
무려 3,700 퍼센트의 수익률 그리고 자산은 37억 가까이 늘어났다. 단 하루를 버텼을 뿐인데 10억을 벌었다.
‘미친 시장이야.’
나는 사람들이 왜 코인에 열광하는 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고점이 없었다. 미친 듯이 올라가고 있었다. 나 역시 이성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
‘팔아?’
올랐는데도 또 걱정이 되었다.
여기서 멈추냐 계속 가냐의 정신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주식이었으면 멈췄을 것이다. 하지만 코인은 단 하루를 버틴 것으로 상상도 하지 못할 수익을 챙겨주었다.
‘하루를 더 참으면 어떻게 될까?’
또 10억이 오를까? 아니다 복리로 계산하니 더 많이 오를 수도 있었다.
잘하면 홍학성의 건물을 현찰박치기로 살 수도 있었다.
‘좀 더 기다려 보자.’
한참을 고민한 나는 지켜보는 것을 선택했다. 로또에 당첨되고 일생일대의 기회를 얻었다. 어쩌면 이것이 내 인생의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3월 12일 새벽이 되자 저절로 눈이 떠졌다. 코인 때문에 다른 일을 도저히 할 수가 없었다.
사람들에게는 몸이 안 좋아서 조금 쉰다고 이야기를 했다.
‘오빠, 코로나 걸린 거 아니야?’
단비가 코로나 검사를 받아 보라고 걱정했는데 나는 혹시 모르니 그녀에게도 집에 오지 말라고 했다.
그렇게 집에 있으면서 하루종일 코인창만 쳐다보고 있었는데 지난 이틀 간의 흐름이 나쁘지 않았다.
하루 조정, 하루 상승
조정이 나오는 날. 하마터면 참지 못하고 팔뻔 했다. 하지만 나는 야수의 심장으로 버텼고 어제 상승이 나오면서 이제는 410원을 넘어서고 있었다.
‘언제까지 이 짓을 해야하지?’
집에서 있으면서 코인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다. 너튜브에서 소름 돋는 영상도 봤는데 떡락빔이라고 하여 매도 반응도 하지 못하고 떨어지는 차트를 봤다.
한순간에 수익률이 ?99% 되는 악몽같은 차트였는데 그런 것을 보고나니 슬슬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이만 팔까?’
수익이 40억을 넘겼다. 로또 당첨금을 뛰어넘는 금액이었다.
고민이 많이 되었는데 오늘은 금요일로 나는 오늘 하루만 더 지켜보기로 했다.
코인은 24시간 동안 거래가 계속가능하지만 그래도 주식처럼 가장 많이 거래가 일어나는 시간이 있다.
보통 일봉이 바뀌는 아침 9시부터 ~ 10시까지가 가장 거래량도 많이 터지고 활발했는데 나는 이때의 상황을 보고 결정하기로 생각했다.
그리고 약속의 9시가 되었다.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거래소 차트를 지켜보았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9시가 시작하자마자 10% 이상 빠르게 치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코인 가격이 440이 되었는데 나의 자산은 더욱 늘어나게 되었다.
“나이스!”
나는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멈출 줄 모르고 오르기 시작한 치리즈는 그대로 커다란 장대양봉을 만들기 시작했다.
‘미쳤다.’
23%
35%
60%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돈이 복사되고 있었다. 나는 혹시 이게 꿈이 아닐까 볼을 꼬집어 보았다.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나는 놀라서 다시 꼬집었는데 이번에는 감각이 있었다. 아까 잠시 어안이 벙벙해서 그랬던 모양이다.
그렇게 올라가는 차트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70%가 넘어가자 기대가 되기 시작했다.
‘오늘 잘하면 1,000원 찍는 거 아니야?’
처음에 기다리려고 생각할 때 치리즈가 1,000원을 가는 상상을 했었다. 상승장이니 좀 기다리면 충분히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순간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
‘그래, 1,000원에 다 팔자.’
이미 말도 안 되는 장대 양봉을 그리고 있었다.
오늘 하루만 수익률이 100%을 넘고 있었고 내가 번 돈은 80억을 넘어가고 있었다. 보통 이 정도면 거래량이 줄어들면서 힘이 줄어들기 마련인데 치리즈 코인은 그 반대였다.
많이 오른 것을 보고 인생역전을 꿈꾸는 개미들이 달려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나는 코인과 관련된 커뮤니티를 돌아봤는데 일찌감치 치리즈를 매수한 사람들은 모두 축제 분위기였다.
- 치리즈 1,000원 가즈아!
- 오늘 아침에 들어왔는데 ㅋㅋㅋ 하루만에 50% 벌었음 인생 존나 쉽네
- 치리즈 못 먹은 흑우 없지??
- 와, 이거 예전에 20원에 못 버티고 팔았는데 좆같네 진짜 광기의 현장.
나는 마음 속으로 그들과 같이 치리즈를 응원하면서 1,000원이 되기를 기도했다. 그리고 끊임없이 오르던 치리즈가 드디어 1,000원을 달성하였다.
< 매도 되었습니다. >
치리즈
현재가 381
수익률 +9,875.48%
손익 9,875,475,124
98억.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다른 코인까지 합치면 100억이 넘는 돈을 벌었다.
절반만 팔고 기다려 볼까? 하는 생각도 있었는데 그냥 전량을 매도했다. 단기 고점을 알려주는 여러 가지 신호들이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서 잠시 쉬었다가 더 갈 수도 있었다. 그러면 진짜로 우주까지 날아갈 수도 있었는데 나는 여기서 만족하기로 했다.
나의 그릇이 딱 여기까지였기 때문이었다.
내 생각이 어느 정도 맞았던 건지 1,000원을 달성한 치리즈 코인은 조금씩 하락하면서 조정을 주고 있었다.
코인 가격은 잠깐 사이에 920까지 떨어졌는데 하마터면 8억을 그냥 날려버릴 뻔 했다.
‘다행이군.’
나는 안도하면서 다시 코인커뮤니티에 들어가보았다.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 곳에는 치리즈로 돈을 번 사람들이 자신의 수익률을 인증하면서 축제를 벌이고 있었다.
몇몇 사람들의 인증을 봤는데 나보다 높은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왠지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로또에 당첨되고 항상 숨기면서 살았는데 생각해보니 인터넷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익명성이 보장된 곳이니까 말이다.
나는 나의 치리즈 코인 거래 내역을 캡쳐해서 커뮤니티에 글을 남겼다.
< 오늘 인생 졸업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