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53 화
상현의 말에 나는 코인을 떠올렸다. 그의 말처럼 작년 말 정도부터 코인을 하고 있었다. 근데 이게 하고 있다고 말하기가 조금은 애매했다.
주식 같은 경우에는 매일 아침에 잠깐씩 확인하면서 매수와 매도를 하고 종목도 자주 바꾸었다.
그 결과 수익이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코인은 주식처럼 열심히 하지는 않았다.
사실 종목을 고른다는 것이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다. 어떤 놈이 오를까? 이것은 떨어지지 않을까?
한 종목을 선택할 때마다 분석하고 판단하는 것이 많은 정신력을 소모한다. 주식으로도 이렇게 머리가 아픈데 코인까지 종목을 선택하려고 하니까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그래서 코인은 주식과 다르게 존버하기로 했다.
사실 코인 종목을 분석하려고 해봤는데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 나의 결론이었다. 주식도 도박판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는데 코인은 더 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매수 후 존버하는 전략을 취했다.
그냥 하지 말까도 고민했는데 소액으로 시작한 코인 투자의 결과가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이것은 내가 잘했다기 보다 그냥 시장의 상황이 좋은 결과였다.
비트코인을 필두로 코인은 작년 10월부터 전체적으로 오르기 시작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몇 년 전 왔던 역사적 신고가까지 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나도 거기에 어느 정도는 동의했다.
지금은 그때보다 시장에 풀리고 있는 돈이 엄청나게 많았다. 몇 년 전에는 관심이 없던 상현이나 나도 코인을 시작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코인에 들어가는 투자금도 5억까지 늘렸다.
주식은 어느 정도 확신을 가지고 움직였다면 이것은 도박에 가까웠다. 50% 정도의 손실은 각오를 하고 들어갔다.
‘집 값 올랐으니까 혹시 떨어지면 그것으로 퉁치자.’
이런 마음으로 몇 가지 코인을 매수하였다.
가장 유명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그리고 가격이 저렴한 잡코인까지 총 5억을 나누어서 1억 씩 매수했는데 올해 초반에 많이 올라서 꽤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1월 중순에 들어서면서 주식과 코인을 확인할 시간이 별로 없었다.
가맹점들과 뉴월드광주점이 오픈하면서 아침 일찍 출근하고 하루 종일 장사에 집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주식과 코인을 보는 시간이 줄어들게 되었고 어플이나 거래소에 들어가 본 지도 꽤 되었다.
간혹 인터넷에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시세만 검색하면서 꾸준히 오르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고 있었다.
“코인 하고 있지. 그런데 요즘에 바빠서 그냥 매수하고 존버하고 있다.”
[ 그래? 뭐뭐 샀는데? ]
“비트코인이랑 이더리움 그리고 잡코인 몇 개 샀어.”
[ 비트코인랑 이더리움 샀으면 돈 좀 벌었겠는데? ]
상현의 말이 맞았다.
작년 말에 비트코인은 2천만 원, 이더리움은 70만 원에 매수하였다. 그랬던 코인이 지금은 각각 6천만 원, 200만 원이 되어 있으니 이 두 종목으로 올린 수익이 4억 정도 되었다.
내가 마음 편하게 존버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였다.
주식 같았으면 진작에 수익을 실현 했겠지만 비트코인은 1억까지도 갈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고 시장 상황이 나쁘지 않은 것 같아서 조금 더 기다려 보기로 했다.
“어, 좀 벌었지.”
[ 그래서 네가 산다고 했구나. 그럼 마음 편하게 얻어 먹어야지. ]
“그래, 먹고 싶은 거 다 골라라. 내가 크게 한 턱 쏠게.”
[ 아씨, 나도 빨리 코인으로 대박이 나야 하는데 진득하게 가지고 있기가 쉽지 않다. 나에게는 어쩔 수 없는 개미의 피가 흐르고 있나봐. ]
“그냥 매수하고 어플 삭제하는 게 좋다는 말도 있잖아. 나 최근에 일 바빠서 많이 못 봤는데 그래도 잘만 오르더라.”
[ 그러니까 나도 그럴 걸 그랬다. 내가 가장 후회되는게 뭔지 아냐? ]
“뭔데?”
[ 치리즈 들어가서 백퍼센트 먹고 나온 거 ]
“치리즈?”
[ 어, 치리즈 오늘 엄청나게 많이 올랐거든 그거를 상승 초기에 못 버티고 팔았다니까. ]
“진짜? 존나게 아깝네.”
나도 주식을 하면서 그런 경험이 많이 있었다. 내가 팔고 난 후에 천장을 뚫어 올리는 종목들 말이다.
항상 마음을 다스리면서 잊어버리려고 노력하지만 사람인 이상 그것이 쉽지 않다.
상현과 이야기를 하다가 나는 갑자기 드는 생각이 있었다. 내가 산 잡코인들 중에서 치리즈가 있었던 것 같았기 때문이다.
[ 아무튼 너가 광주에 있는 애들이랑 연락해서 약속 만들어봐라. 나는 인수인계 준비 좀 해야겠다. ]
“어, 알았어.”
***
전화를 끊은 나는 오랜만에 코인 거래소로 들어갔다.
‘치리즈’
내가 처음에 매수했던 코인 종목이었다. 치즈카츠와 이름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매수를 했었는데 나쁘지 않은 수익을 올리고 팔았다.
그리고 작년 말 코인을 존버하기로 할 때 이 종목에 1억을 더 넣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많이 오르고 있어서 다른 코인에는 별로 신경을 안 썼는데 많이 올랐다는 상현의 이야기에 나는 기대가 되었다.
‘얼마나 올랐을까?’
내가 매수했을 때 가격이 10원 정도였다. 상현이 100% 먹고 나왔다고 했으니까 최소 그것보다는 수익이 높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나의 잔고를 열어 보았는데 놀랄 수밖에 없었다.
치리즈
현재가 273
수익률 +2,620%
손익 2,619,955,984
26억.
나의 코인 잔고창에는 26억이라는 금액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무려 2천6백 퍼센트가 뻥튀기 된 것이다.
나는 차트를 가만히 살펴보았는데 3월 8일인 오늘에만 100% 가까이 오르면서 큰 상승이 있었다.
왜 상현이가 아까워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씨발, 이게 말이 돼?’
나는 지금 이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돈으로 돈을 버는 시대라고 하지만 이것은 말 그대로 돈 복사였다. 거의 로또당첨금에 버금가는 코인 대박이 터진 것인데 나는 손이 떨려왔다.
‘팔아야 하나?’
말도 안 되는 돈이 었다. 지금 팔아도 어마어마한 수익이었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더 가지 않을까?’
마음속에 욕망이 생기기 시작했다. 최근에 알로하를 생각하면서 돈 들어갈 곳이 많다고 느끼고 있었다.
프랜차이즈 본사를 만들려면 로또당첨금을 사용해야 할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는데 갑자기 큰 돈이 생겼다.
그리고 코인 시장이 계속해서 오르면 치리즈는 더 오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000원까지 갈 수 있나?’
나의 머릿속에서 갈 수 있다는 생각과 없다는 생각이 치열하게 다툼을 하기 시작했다. 무엇을 하나 선택하기 어려웠는데 일단 지금의 흐름은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일단은 보류 하기로 했다.
코인은 주식과 다르다. 내가 반응도 하지 못하고 떡락 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하지만 오늘 100%가 올랐다.
내일도 오르고 모래도 오른다고 하면 단 하루를 참는 것으로 수익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환상이 나의 머릿속을 지배했다.
‘며칠 더 지켜보다가 아닐 것 같으면 바로 던지자.’
***
나는 차를 타고 상무본점으로 향했다.
사실 오늘 그냥 쉴까도 생각했다. 코인이 신경 쓰여서 도저히 일에 집중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거래소만 계속해서 쳐다보고 있었는데 문득 머리가 아파왔다.
신경을 너무 쓴 탓이었다.
다행히 치리즈는 270원 근처에서 가격을 지켜주면서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오히려 변동이 없는 것에 감사했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코인창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는 것 만큼 곤혹인 것도 없었다.
본래 오늘은 상무본점에서 일하는 신입 사원들이 일을 잘하고 있는지 확인을 할 생각이었다. 가만히 있는 것보다 머리를 식히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잠깐 나왔다.
차를 타고 움직였지만 그래도 나의 관심은 코인에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신경을 쓰지 않고 존버하기로 했는데 막상 이렇게 떡상하니 신경을 안 쓸수가 없었다.
‘26억.’
차를 타고 움직이면서 수익을 생각하니 자연스럽게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처음에 로또에 당첨되었을 때가 떠올랐다.
그때도 지금처럼 실실거리면서 웃었다. 이번 설에 내려갔을 때 조상님들에게 잘 되게 해달라고 기원했는데 아무래도 나의 소원을 들어주신 모양이다.
그렇게 기분 좋은 마음으로 가게에 도착했는데 선영이가 나를 반겨 주었다.
“사장님 오셨어요?”
“그래, 선영이 하이!”
“네, 무슨 좋은 일 있으세요? 기분이 엄청 좋아 보이세요.”
돈을 많이 벌어서 그런지 자연스럽게 기분이 좋아졌다. 선영이도 그런 나의 분위기를 느낀 모양이다.
“어, 좋은 일이 있었어. 가게에는 별일 없었지?”
“네, 특별한 일은 없었어요. 아, 여기 2층에 있잖아요. 학원 폐업한다고 하던데요?”
“학원?”
상무점이 있는 건물 2층에는 꽤 큰 보습학원이 있었다. 국어, 영어, 수학 등 과목이 많아서 2층 전체를 사용할 정도로 컸는데 다니는 원생도 꽤 많았다.
학원을 가기전 이나 후에 우리 가게로 오는 학생들도 있었다. 가게에 자주 오는 단골들 말이다.
그런데 그랬던 학원이 문을 닫았다고 하니 조금은 놀라웠다.
“네, 운영이 어려워서 문을 닫는다고 적혀 있던데요?”
꽤 많은 학생이 있어서 잘 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하긴 생각해보면 학원 운영도 어려울 것 같았다.
코로나로 인해서 확진자가 많이 발생하고 학교를 잘 가지 않고 있었다. 학원에서 보충수업을 하는 것 같았는데 최근에 학원에서도 확진자가 많이 나오고 있었다.
정부에서는 이것 때문에 학원에도 인원제한 등의 규제를 강화했는데 그 때문에 학생들이 학원에도 가기 어려워졌다.
원생들이 학원을 잘 나오지 않으니 학원비 받기 어려워졌을 것이고 그러면 강사들도 데리고 있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자세한 것은 내가 학원장이 아니기 때문에 알기 어렵지만 고정고객을 보내주고 있던 학원이 문을 닫았다고 하니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고 보니 형님의 가게가 있던 곳도 아직 공실이네.’
생각해보니 동성이 형님의 분식집이 있던 곳도 올해 1월부터 비어 있었는데 아직도 다른 가게가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상무지구에 보면 1층에 비어 있는 가게들이 많이 보였는데 잘되고 있는 우리 알로하와 다르게 자영업자들이 많이 어려운 것 같았다.
‘건물주도 스트레스 많이 받겠네.’
우리 가게가 있는 건물에만 1층에 2개가 공실이었다. 거기에 2층을 차지하고 있던 학원까지 폐업을 한다고 한다.
1층은 어떻게 나간다고 해도 2층은 임차인을 구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잠깐만, 여기 2층이면 본사 사무실로 쓰기에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최근에 프랜차이즈 인프라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고 있었다.
그 첫 번째로 프랜차이즈 본사와 본사에서 일할 직원들을 구하는 것이었는데 본사 사무실은 상무지구에서 구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상징적인 의미에서 1호점에 가까운 곳에 본사 사무실이 있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바로 2층으로 올라갔다.
다행히 문은 잠기지 않아서 안을 볼 수 있었는데 학원으로 사용했던 흔적들이 많이 남아 있었지만 리모델링을 하면 사무실로 사용하기 무리는 없을 것 같았다.
마음을 어느 정도 정한 나는 건물주와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
“사장님, 저 알로하 사장 김정훈입니다. 혹시 오늘 시간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