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8 화
< 알로하 신입 사원 모집 >
나는 SNS와 직원 구인 사이트에 대대적으로 직원을 모집한다는 글을 올렸다.
그동안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충원하기는 했는데 매출이 오르는 성장 속도가 빨라서 만성적인 인원 부족에 시달렸다.
나는 좀 더 장기적으로 바라보기로 했다. 직원들을 많이 뽑아서 교육 시킨 후 인력에 안정성을 꾀할 계획이었다.
그러기 위해서 초봉을 동종업계 대비 20% 정도 높게 설정하였다. 그것 때문에 비교적 최근에 입사한 선영이, 시환이, 소미의 월급을 올려주었다.
기존에 일하고 있는 직원들이 신규 직원들 보다 적게 받으면 안 되니깐 말이다.
사실 이것 때문에 고민을 좀 했다. 원래 인건비는 요식업에서 가장 많은 비용을 차지하는 부분이다.
로이스에 있을 때 ‘매장관리는 인권비를 관리하는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었다.
식당이라는 특성 상 손님이 많을 때는 많고 적을 때는 적다.
하루에도 점심, 저녁이 다르고 일주일로 따지면 주중, 주말이 다르다. 년으로 따지면 또 성수기, 비수기에 따라서 매출이 천차만별이다.
바쁠 때를 기준으로 인원을 맞출 수 없고 또 너무 한가할 때를 기준으로 인원을 맞추면 손님들이 불편함을 겪게 된다.
이것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인원관리고 스케줄링인데 최근에는 코로나로 더 어려움이 많다.
이런 스케줄링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그동안 매장들을 좀 타이트하게 운영했었다. 딱 필요한 인원들만 맞춰서 뽑았는데 이제는 공격적인 투자를 해야 할 때가 온 것 같았다.
강철왕후 방송 이후로 가맹점을 문의 하는 사람들이 엄청 많아졌다.
지금 매장이 있는 광주와 부산은 물론 경기도와 서울. 저 멀리 강릉에서도 문의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가장 중요한 내가 그 곳까지 찾아갈 시간이 없었다.
현재 뉴월드광주점의 영업이 너무 바빴고 쉬는 시간에도 부산과 창원에 있는 3개 지점에서 연락이 많이 왔다.
화정점은 솔직히 말해서 매출이 이제는 안정된 단계에 왔다. 아니 오히려 조금씩 상승하는 추세였다.
반면에 최근에 오픈한 3개 지점에서는 궁금한 것이 많은지 개인적으로 연락이 많이 왔다.
양혜원 점장은 직원으로 들어왔기 때문에 나에게 보고할 것이 많이 있어서 당연한 것이었지만 다른 두 곳에서도 어떤 식으로 하면 좋을지 연락이 많이 왔다.
특히 통닭집을 하던 남천점의 사장님은 사소한 것도 물어봤는데 조금 귀찮기는 해도 열정적으로 일하는 모습에 오히려 안심이 되었다.
사장인 내가 일을 하면서 매장들 관리까지 도움을 주고 있으니 손이 10개여도 부족할 판이었는데 그래서 빨리 직원을 뽑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일전에 직원으로 말한 근무 시 가맹점 오픈할 때 혜택도 주기로 했다.
소프트베이커리처럼 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서 2년 근무 후 가맹점 오픈을 희망할 때 교육비는 따로 받지 않고 2년 동안 가맹비와 로얄티를 면제해주는 것으로 결정했다.
거기에 더해 신입들은 딱 주 40시간만 일을 시킬 생각이었다.
요식업 특성상 하루에 근무하는 시간이 길다. 한승이와 하연이를 보더라도 주에 50시간 정도는 일하고 있다.
신입들의 경우, 매장 환경과 업무에 적응이 잘 안 되었는데 긴 근무시간은 오히려 능률을 떨어뜨릴 것 같았다.
높은 급여, 낮은 근무시간, 그리고 비전까지 어떻게 하면 좋은 회사로 만들 수 있을까 고민을 했다. 조금은 꼰대 같지만 내가 처음에 로이스에 입사했을 때와 비교하면 많이 후한 조건들이다.
‘일만 열심히 해준다고 하면 아깝지 않아.’
지금 현재 매장에 있는 직원들은 진짜 잘 모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성실하고 열정적이고 군말 없이 자기가 맡은 일들만 열심히 하고 있다.
구하기 힘든 인재들이었다. 그동안 알바생으로 입사한 친구들도 많이 있었는데 힘들어서 그만둔 아이들도 많이 있었다.
신입사원들도 최대한 기존의 직원들과 성향이 비슷한 친구들로 뽑을 생각이었는데 아무리 내가 보는 눈이 있다고 하더라도 아닌 경우가 있을 수도 있었다.
‘인턴은 해야 될 것 같아.’
나도 로이스에 입사할 때는 인턴으로 들어갔다. 그때는 이 인턴이라는 제도에 대해서 불만이 많았다.
하지만 막상 내가 사장이 되어보니 왜 이런 제도가 생겨났는지 이해가 되었다.
결혼만 하더라도 다섯 커플이 결혼을 하면 두 커플은 이혼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무리 서로 죽고 못 살아서 결혼을 하더라도 40% 정도는 남남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직장은 철저히 남과 남이 갑과 을로 이루어진 관계다.
신입사원을 뽑는다고 해도 절반이나 마음이 맞으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몇 개월 동안 인턴으로 정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내가 했던 6개월 인턴을 생각했는데 너무 긴 것 같아서 3개월로 줄였다. 물론 인턴이라고 해서 급여를 차별할 생각은 아니었다.
인턴 근무 후 다른 직원들과 같이 우리와 함께 갈 수 있을지 없을지를 선택하는 것이다. 내가 내세운 좋은 조건들이면 이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잠시 쉬는 시간. 메일함을 열어보니 꽤 많은 입사 지원 메일이 와 있었다.
우리 알로하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직원들이 많은 것 같았는데 알아보니 여기에는 나의 이미지가 잘 먹힌 것 같았다.
갑질하지 않는 착한 사장님.
아이들을 도와준 일도 그렇고 선우에게 병원비를 빌려준 것도 그렇고 대외적으로 나의 이미지는 착하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나 강철왕후 인터뷰 이후에 그런 이미지와 관련된 기사도 많이 나가서 좋은 가게라는 것이 사람들 인식에 각인이 되었다.
예전에 친구들과 이야기하면서 군대가 왜 힘든가?에 대해서 술자리에서 말한 적이 있었다.
억지로 끌려와서, 훈련이 힘들어서, 여러 가지 의견들이 있었는데 나는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긴 시간을 함께 보내야 한다는 것을 뽑았다.
자대는 내가 고를 수가 없다. 나라에서 정해주는 곳으로 가야 하는데 거기서 이상한 선임병이라도 만나게 된다면 말 그대로 군생활 꼬이게 되는 것이다.
사회에 있으면 퇴근이라도 하지 군대에서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종일 같이 생활 해야 한다.
이것만큼 지옥도 없을 것이다. 선임병이 제대하면 좀 편해지지 않나요? 하는데 후임병으로 고문관이 들어오기라도 한다면 이것 역시 지옥의 연장이다.
이렇듯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사람들에게 주는 영향이 어마어마한데 직장 역시 마찬가지다.
동준이가 저번에 회식 자리에서도 말했듯이 깐깐한 주방장, 갑질하는 사장님, 텃세부리는 이모님. 다 일이 힘들어서라기보다 사람 사이의 관계 때문에 발생하는 스트레스다.
그런데 우리 알로하는 나로 인해서 신입 사원들이 이런 부분에 대한 걱정이 많이 줄어들었다.
하긴 전국으로 따지고 봤을 때 알바생에게 2천만 원 빌려주는 호구 사장이 어디에 있을까?
그것 때문인지 직원으로 근무하고 싶다는 지원서가 메일로 많이 오고 있었는데 적극적인 사람들은 SNS로 물어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개업이나,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은 직원 근무 후 가맹점 전환에 대한 문의가 엄청 많이 왔다.
SNS 팔로워가 많아지면서 연락해오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문의도 다양해 지고 있었다. 내가 일일이 답변해주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는데 문득 그런 생각도 들었다.
‘이제 홈페이지가 필요하나?’
사실 강철왕후와 인터뷰를 하면서 홈페이지를 알려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 알로하를 알릴 홈페이지가 없었다.
이번에 신입사원 모집도 그렇고 SNS를 거의 홈페이지로 활용하고 있기는 했는데 나의 개인 SNS이기 때문에 조금은 무리가 있는 것도 같았다.
가맹점도 늘어났고 이제는 프랜차이즈로 발돋음 하고 있었다.
홈페이지도 만들어서 브랜드를 홍보하면 좋을 것 같았다.
‘본사도 있어야 할 것 같아.’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더군다나 신입사원이 입사하게 되면 직원들 수가 많아져 지금처럼 내가 모든 것을 관리하기는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았다.
인사를 담당하는 직원도 있어야 할 것 같았고 나를 대신해 가맹점을 관리할 직원도 있어야 할 것 같았다.
생각하니 끝이 없었는데 빨리 직원들을 뽑아서 내가 이런 일들을 추진할 수 있게끔 매장들을 안정화 시킬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면접은 어디서 보지?’
예전에 면접같은 경우는 그냥 상무본점으로 불러서 빈 테이블에서 면접을 진행하였다.
소소한 감성이 흐르는 면접이었는데 어떻게 보면 이번 면접이 알로화 신입사원 1기라는 느낌이 강했다.
그래서 제대로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렇다고 하면 매장에서 진행하기에는 좀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았는데 어디 사무실을 빌리자니 마땅히 떠오르는 곳이 없었다.
혼자 주방 한 쪽에 앉아서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누군가 나를 불렀다.
“정훈아.”
홀 쪽을 바라보니 수아가 서 있었다. 매장을 오픈한 이후로 그녀는 매장에 자주 찾아왔다.
지하에 있는 매장 중에서 우리 가게가 장사가 제일 잘 된다고 할 수 있었는데 그것 때문인지 몰라도 알로하를 상당히 좋아했다.
“어, 수아야.”
“시간 돼? 커피 한잔 할까?”
그녀는 카운터 쪽에서 나를 바라보고 말을 걸었다.
나는 그녀의 말에 시간을 봤는데 밥을 먹고 쉬러 간 하연이가 곧 있으면 올 시간이 되었다.
“어, 좀만 기다려 줄래? 곧 있으면 우리 직원 올 시간 됐거든.”
“그러지 뭐.”
나의 말에 그녀는 매장 안으로 들어왔는데 몇 번 찾아와서 그런지 너무 자연스러웠다.
“오늘도 바빴어?”
“응, 엄청 바빴어. 우리 가게가 매출 1등이잖아.”
“알고 있지. 매일 보고 받고 있는 걸.”
하긴 백화점에 있는 모든 매장의 매출을 아침에 보고 받는다고 들었다. 사실 그녀 덕분에 내가 지하에서 1등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바빠서 어떻게 해? 밥 먹을 시간도 없겠다.”
“그러니깐 안 그래도 직원 더 뽑으려고 공고 올려놨어.”
“그래?”
“어, 이번에는 좀 많이 뽑으려고 내가 너무 힘들어서 안 되겠어.”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이야기 하려고 했는데 잘됐네.”
“뭐? 직원?”
“아니, 우리가 프리미엄 식품관이 대박이 났잖아. 지금 식당가로 운영하는 다른 지점들도 우리처럼 바꾸자고 이야기가 나왔거든.”
“오, 진짜?”
“어, 아마 알로하 지금처럼 매출 유지하고 있으면 그대로 다른 지점 들어가기 좋을 거야.”
프리미엄 식품관이 오픈한 지 한 달. 그녀의 말처럼 대박이 났다. 코로나 때문에 요식업이 하락추세라고 하지만 여기서는 그런 것을 느낄 수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끼고 줄을 서서 기다렸는데 그 덕분에 우리 가게에 손님들이 더 몰리는 것도 있었다.
“그거 좋은 소식이네.”
“다, 좋은 친구를 둔 덕분인 거 알지?”
그녀가 웃으면서 말했는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우리 매장을 좋게 봐주지 않았다면 애초에 식품관에 들어올 수 없었을 수도 있었다.
“그래, 고맙다.”
“그럼 커피는 네가 사는 걸로.”
그녀는 재벌이었다. 하지만 만날 때마다 이상하게 나에게 커피를 사달라고 했는데 이제는 그러려니 했다.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하연이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아, 저기 아이마트 지하에 있는 회의실 있잖아. 거기 우리 빌려줄 수 있어?”
“회의실 거기는 왜?”
“신입 직원들 면접 볼만한 곳을 찾고 있었거든 거기 사용안할 때 우리가 잠깐 쓰면 안 될까?”
뉴월드광주점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백화점이 제시하는 서비스 교육을 통과해야 한다. 2시간 정도의 짧은 기본 교육인데 우리 모두 거기서 교육을 받았다.
상당히 넒은 회의실이었는데 거기서 면접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별다른 일정 없을 때는 사용해도 될 것 같기는 한데…”
“진짜? 그럼 우리 좀 빌려주라.”
“하, 이렇게 특혜를 주면 안 되는데…”
“이건 특혜가 아니야. 우리가 빨리 직원을 뽑아야 여기가 안정이 돼지. 원활한 영업을 위한 협업이라고 하자.”
나의 말에 그녀가 웃었다.
“그래, 알았어. 내가 담당자에게 말해 놓을게.”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