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6 화
“PPL이요?”
“네, 생각 있으시면 저희 쪽에서 제작사를 연결해드리겠습니다.”
처음에는 사기꾼인줄 알았다.
갑자기 전화가 와서 PPL 광고를 넣으라고 하니깐 말이다. 하지만 선우의 매니저란 이야기를 듣고 생각을 바꾸었다.
‘PPL이라…’
확실히 지방방송이라고는 하지만 돈가스 최강자전에서 우승한 이후에 가맹점 문의도 많이 들어오고 사람들도 많이 늘어났다.
예전에는 SNS와 너튜브를 통해서 젊은층에게 인기가 있었던 가게라고 하면 이제는 전 연령층에서 골고루 매장을 방문하고 있었다.
이런데 만약 전국적으로 방영되는 드라마에 나오면 매출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가격은 어느 정도 할까요?”
“어…제작사와 이야기를 해봐야 하는데 만약에 하신다고 하면 저희가 최대한 부담 안 되는 선으로 조정해보겠습니다.”
“그게 가능할까요?”
“네, 이것 때문에 선우 이미지 좋아지고 드라마에 대해서도 좋은 소문이 퍼지면 시청률도 올라 갈테니 제작사도 무리한 광고비는 요구하지 않을 겁니다.”
나도 선우가 나왔던 ‘연예가 좋다.’를 시청하였다. 처음에는 별 생각없이 봤는데 방송이 끝나고 나서 나의 SNS로 연락이 많이 왔다.
어머니를 위해서 신장을 기증한 효자 아들.
그런 아들을 위해 생면부지 남인 알바생에게 수술비를 지원해 준 사장님.
관련된 기사와 영상들이 엄청 많이 만들어지고 SNS와 너튜브를 통해서 퍼지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선우가 출연하고 있는 드라마에 우리 알로하가 광고로 들어가게 된다면 홍보효과를 톡톡히 노려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네, 하겠습니다.”
“진짜요?”
“네, 저희 가게에도 도움이 될 것 같네요. PPL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혹시 시간내서 서울 한 번 와주실 수 있을까요? 광고계약이랑 진행하시려면 서울 오시는 게 편할 것 같은데…”
“스케줄을 짜야해서 시간 내서 연락드리겠습니다.”
“네네, 알겠습니다. 그럼 연락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이 일로 선우의 이미지도 좋아질 것 같았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도움을 받아 버렸다.
예전에 2천만 원을 그에게 줄 때 진짜 많은 고민을 했었는제 지금 와서 생각하니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
며칠 후 시간을 낸 나는 서울로 향했다.
선우의 소속사 도움으로 광고계약을 진행할 수 있었는데 편의를 많이 봐주었다.
1회 PPL 천만 원.
나는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말을 들어보니 이건 엄청 저렴한 편이라고 했다.
보통 상품을 비치하는 정도의 PPL이 천5백만 원에서 2천만 원 정도의 광고비를 받고 있고 여기에 제품에 대한 설명까지 추가하면 4천만 원에서 5천만 원으로 늘어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알로하라는 명칭이 외국어라 구체적인 상품 설명은 어렵겠지만 그래도 드라마 종료 후 회사 로고를 엔딩에 넣어주는 등 최대한 신경을 써준다고 이야기했다.
계약이 끝나고 나서는 바로 선우와 함께 소속사 건물로 와서 여러 가지 인터뷰를 했다. 그 전까지 기사화된 내용들은 단편적인 이야기들이 많이 있었는데 구체적인 사연을 듣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이야기 듣기로 처음에 선우 씨가 알바로 오셨다고 했는데 맞으세요?”
“네, 맞습니다. 제가 알바를 뽑는다는 글을 올렸는데 선우가 찾아왔었죠.”
“선우 씨 첫 인상이 어떠셨어요?”
“사실 선우가 요식업은 한 번도 안해봐서 걱정을 좀 했었는데 엄청 성실히 일 잘했어요.”
“그러셨군요.”
인터뷰를 몇 번 해보고 방송도 출연했는데 인터뷰의 내용이 내 자랑하는 느낌이어서 조금은 민망한 기분도 들었다.
“2천만 원이 적은 돈은 아닌데 어떻게 도움을 주시게 되었어요?”
리포터의 말처럼 적은 돈은 아니다. 사실 그런 돈을 빌려주었다는 이야기가 퍼진이후로 착하나는 의견도 있었지만 또 다른 한 편으로는 사장이 호구다라는 사람들도 있었다.
알바생 무엇을 믿고 2천만 원을 빌려주냐고 말이다.
더군다나 안 좋은 점이 또 있었는데 SNS를 통해서 돈을 빌려달라는 이야기가 또 많이 왔다.
자신의 안타까운 사정들을 이야기하면서 제발 도와달라고 메시지를 보냈는데 전혀 생각지도 못한 부작용이었다.
“어, 처음에는 저도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그냥 간단하게 생각했어요. 그때 당시 저는 빌려줄 돈이 있었고 만약에 빌려주지 않고 선우의 어머님이 잘못 되면 후회할 것 같았어요.”
“그러셨군요. 찾아보니까 여러 가지 좋은 일을 많이 하셨던데 선우 씨가 진짜 좋은 사장님을 만나셨네요.”
“네, 제 인생에 은인이시죠. 아마 사장님이 아니었으면 강철왕후에도 출연하지 못했을 겁니다.”
“이번에 강철왕후에 광고로 들어가시게 되었다고 들었는데 맞나요?”
“네, 맞습니다. 제 이야기를 들으시고 제작사랑 감독님, 그리고 작가님이 도움을 많이 주셨어요.”
“코로나 때문에 안 좋은 소식들이 많이 들리고 있는데 가슴 따뜻한 이야기에 다들 감동하셨나보네요.”
“네,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럼 두 분의 브로맨스 영원하기를 바라면서 이만 인터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인터뷰는 즉각적으로 기사로 제작되었고 포털사이트에 올라갔다.
실시간 검색어는 사라져서 얼마나 반응이 있는지 알기는 어려웠지만 나의 SNS에 팔로워가 늘어나는 것을 보니 좋은 반응이 있는 것 같았다.
팔로워 21.3K
15만 명을 넘은 이후로 잠시 주춤했던 팔로워였는데 이번 일로 단숨에 5만 명이 더 늘어났다.
물론 선우는 나보다 팔로워가 훨씬 많이 늘어나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5만 명 정도였는데 녀석도 지금은 20만 명을 넘어서고 있었다. 신인 배우라고는 하기 힘든 숫자였는데 이번 일로 SNS 광고도 몇 개 들어왔다는 이야기 들었다.
‘사장님, 좀 만 기다리세요. 남은 돈 바로 갚겠습니다.’
일전에 계약금을 받았다고 하면서 빌린 돈을 조금 갚고 남아 있었는데 금방 갚을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선우는 좋아했다.
어떻게 보면 그가 성공의 길로 달려가고 있는 것 같아서 나도 기분이 좋았다.
기분 좋은 일이 또 하나 있었는데 바로 강철왕후의 드라마 촬영장에 갈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드라마와 영화를 엄청 좋아한다.
좋아하는 대사는 외우고 예전에 유명했던 사극같은 경우는 몇 번이고 돌려보았다.
명작은 그 시작과 끝을 알고 있어도 또 찾게 된다고 해야 하나? 볼 때마다 새로운 맛이 있었다.
시간이 나면 어김없이 드라마와 영화를 봤는데 항상 드라마가 어떻게 촬영하는 지 궁금했었다.
그리고 내 인생 최초로 촬영장에 갈 수 있게 되었다.
***
알로하 돈카츠 촬영이 진행되는 날.
나는 촬영장에 있는 스태프들 식사차에서 돈카츠를 직접 만들었다. 원래 사용하던 공간이 아니어서 조금 불편했지만 그래도 생각보다는 매장에서 먹는 것과 비슷하게 만들 수 있었다.
거기에 촬영스태프들이 먹을 도시락도 준비하였다. 그렇게 까지는 안 해도 되지만 도움을 주셔서 고마운 것도 있고 연예인과 방송관계자들이 많이 있었으니 잘 보이기 위한 것도 있었다.
“이거 하나 가져가도 되나요?”
‘문별 씨다.’
한참 도시락을 준비하고 있을 때 누군가 말을 걸었는데 강철왕후의 여자 주인공인 문별이었다.
예전에 그녀가 출연했던 드라마 중에서 좋아했던 작품이 있었는데 실제로 보니 엄청 떨렸다.
“네, 가져가셔도 됩니다.”
“감사합니다.”
그녀를 필두로 주연배우와 조연배우 들 그리고 감독님과 조연출 등 스태프들도 도시락을 가져갔는데 다들 맛있다고 칭찬을 해주었다.
“사장님, 도와드릴까요?”
작은 푸드트럭 안에서 도시락을 만들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선우가 찾아왔다. 호위무사라는 직책에 맞게 옷을 입고 있었는데 많이 불편해보였다.
“도와주기는커녕 너 움직이는 것도 힘들어 보인다.”
“헤헤, 이거 10Kg 넘어요. 입고만 있어도 땀이 난다니까요.”
“우리 돈카츠, 점심 먹고 촬영 들어가는 거지?”
“네, 아마도 그럴 거에요.”
내가 만든 돈카츠가 드라마에 나온다. 처음에는 크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막상 촬영이 다가오니 긴장이 되었다.
다행히 도시락을 먹은 이곳 스태프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는데 시청자들은 맛이 아닌 영상으로만 접하니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알로하의 돈카츠 촬영이 시작되었다.
정순왕후가 입맛이 없다고 말하는 대비마마에게 현대의 음식을 만들어 보여주는 씬이었는데 내가 아까 튀긴 돈카츠가 상에 올라가 있었다.
“오늘은 내가 입맛이 없다고 하지 않았느냐.”
“중전마마께서 직접 조리하신 음식이옵니다.”
“중전이 요리를?”
“네, 그렇사옵니다.”
“이게 대체 무엇으로 만든 것이냐?”
“돼지고기와 밀가루를 이용해서 만든 음식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나는 뒤에서 조용히 촬영이 진행되는 모습을 지켜봤는데 이렇게 가까이서 볼 수 있다니 완전 재미가 있었다.
대비마마라고 불리는 조연배우는 내가 만든 돈카츠를 가볍게 한 입 베어 먹었는데 바삭 거리는 소리가 대전을 울려 퍼졌다.
“오호, 내가 그동안 산해진미를 많이 먹어보았지만 이런 음식은 처음이군요. 이것 음식의 이름이 무엇이라고 하더냐.”
“네, 소신이 이름을 전해 듣기로 돼지고기에 밀가루를 더해서 뛰어난 음식이 나왔다고 하여 돈가수(逐加秀)라 한답니다.”
“그것 참 신기한 이름이로구나.”
“네, 중전마마께서 말씀하시기를 저 멀리 서역에서 들어온 음식인데 그곳에서는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는 하는 말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것이 어떤 말이냐?”
“알!로!하!”
“알?로?하?”
나는 대본을 볼 수 없었지만 선우가 가게를 홍보할 수 있게 작가님이 신경을 써주셨다고 했다.
방법이 궁금했는데 코믹퓨전사극이라는 것에 맞게 재미있게 대본을 쓴 것 같았다.
광고 계약할 때 가게 이름 홍보까지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드라마에 내가 만든 가게 이름이 나오자 기분이 좋았다.
***
- ㅋㅋㅋㅋ이번주 강철왕후 봤음??
- ㅇㅇ 완전 꿀잼이었음 ㅋㅋㅋ
- 이야기 들어보니까 알로하라는 돈카츠가 선우에게 돈 빌려줬던 사장님 가게라고 하던데?
- 진짜? 맛있어 보이던데? 매장 어디에 있음? 배달 가능함?
- 서울에는 아직 매장 없고 광주랑 부산에는 있던데 설날이 지나고 강철왕후 돈가수편이 방송되자 생각보다 반응이 뜨거웠다. 그동안 시청률이 꾸준히 오르고 있었는데 돈가수편에서 화룡정점을 찍어서 20프로를 넘길 수 있었다.
동 시간대에 대단한 경쟁작품이 없는 것도 이유였지만 선우와 나의 훈훈한 사정이 여러 사이트를 통해서 알려지면서 강철왕후를 제대로 홍보해주었다.
그 결과 선우도 좋은 이미지를 얻는데 성공하였고 나 역시 대박이 터졌다.
뉴월드광주점의 매출이 수직상승하기 시작한 것이다. 본래 본점은 상무점이지만 선우가 SNS에 뉴월드광주점을 올린 것 때문인지 강철왕후를 본 사람들은 뉴월드 광주점으로 오기 시작했다.
기존에도 3명이서 정신없게 일했는데 이제는 쉬는 시간도 없이 밀려오고 있었다.
신규오픈 때문에 다른 가게들도 사람들이 많이 있는 편이었지만 특히 우리 가게에는 기다란 줄이 형성되어 있었다.
“여기가 강철왕후 나온 곳 맞나요?”
사람들의 물음에 이하연은 정신없이 응대했는데 바빠서 기분이 좋기는 하면서도 그동안 어찌 어찌 매장끼리 도움을 주면서 운영했는데 이제는 인력에 한계가 온 것 같았다.
‘안 되겠다. 직원을 더 뽑아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