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3 화
알로하 뉴월드광주점은 오픈 매출 3백만 원을 달성하였다. 원래는 고생한 한승이 하연이와 같이 맥주 한잔 하면서 보내야겠지만 오늘은 그럴 시간이 없었다.
아이들에게 마감을 부탁하고 조금 일찍 퇴근한 나는 바로 두레푸드로 향했다.
중간 중간 계속해서 김현태에게 전화를 했는데 아직까지 통화가 되지 않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혹시 강훈이 무슨 수작을 부렸나?’
일전에 강훈이 한영 축산을 통해서 수작을 부린 일이 떠올랐다.
가맹점이 늘어나고 있는 시점이었기 때문에 만약에 그렇다고 한다면 큰 문제였다.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조급한 마음에 속도를 내었는데 다행히 광주점에서 그리 멀지 않았기 때문에 빨리 도착할 수 있었다.
차를 주차한 나는 바로 사무실로 향했다.
사무실에는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는데 안에 사람 없었다.
‘어디 있지?’
사무실을 나온 나는 뒤 편에 있는 공장으로 향했다. 공장에도 불이 켜져 있었는데 가까이 갈수록 자그마한 말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 누나 거기다 두면 안 된다니까!”
김현태의 목소리였다.
나는 조심스럽게 소리가 들려오는 공장문을 열었는데 김현태와 어떤 여자가 열심히 일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장님!”
김현태는 나를 보고 무척 놀라는 눈치였는데 나는 그에게 말했다.
“왜 전화를 안 받으세요!”
***
나는 사무실에서 김현태를 기다렸는데 작업을 마친 그가 나를 찾아왔다.
그와 연락이 안 된 이유는 단순했는데 위생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작업장에는 핸드폰을 안 가지고 들어간다고 말했다.
그런 이유라면 이해가 되었는데 내가 이곳에 찾아온 것은 다른 것 때문이었다.
“우동소스는 어떻게 된 겁니까? 뉴월드푸드에 물어보니까 오늘까지 입고 해주기로 했다고 하던데…”
“죄송합니다. 사실 그거 작업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전화를 확인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방금 작업 다 끝났는데 물류센터로 입고시켜 놓도록 하겠습니다.”
“작업이 늦어졌나요?”
“네, 약속을 못 지켜서 죄송합니다.”
두레푸드는 매주 월요일 아침에 뉴월드 물류센터에 물량을 입고해 주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우동소스가 입고되지 않았기 때문에 뉴월드푸드에서 발주를 하지 못하도록 코드를 막아 놓은 것이었다.
“물량을 소화하기 힘드세요?”
처음에 두레푸드와 계약을 할 때 이 점을 염려하기는 했었다. 매장이 적을 때는 상관없지만 늘어나면 감당하기 힘들 것도 같았는데 생각보다 그 시점이 빨리 왔다.
3호점은 이제 오픈을 했고 창원에 있는 매장까지 오픈하면 주문 물량은 더욱 올라갈 것이다. 나는 걱정이 되어서 물었는데 그가 말했다.
“사실 주말에 일이 좀 있었습니다.”
“일이요?”
“네, 어머니가 갑자기 코로나에 걸리셔서 작업에 조금 차질이 생겼습니다.”
코로나에 걸리는 사람들이 전국적으로 많이 늘어나고 있었지만 아직 우리 직원이나 알바 중에 코로나에 걸리는 사람은 없었다.
참 다행인 일이었다.
혹시나 걸리면 매장 운영에 큰 타격이 생기기 때문에 방역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었는데 두레푸드에서 확진자가 발생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
“그러셨군요. 어머님은 괜찮으세요?”
“네, 기침을 좀 하시는데 열은 없어서 그렇게 심한 편은 아닙니다.”
내가 알기로 그는 공장 운영을 어머니와 누나랑 같이 했었다.
아까 같이 있던 여자가 누나인 것 같았는데 어머니가 코로나에 걸리셨다고 하면 김현태도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장님은 괜찮으세요?”
“네, 저도 혹시나 해서 검사를 받았는데 다행히 저는 음성이라고 하더군요.”
만약에 그도 확진되었다고 한다면 진짜로 큰일이 날뻔했다. 다행이라는 생각에 안도하고 있었는데 그가 말했다.
“오늘 하루 종일 작업을 해서 겨우 입고 물량을 채웠습니다. 진작에 연락을 드렸어야 했는데 저도 이것저것 정신이 없어서 못 드렸네요.”
그는 나에게 계속 사과를 했는데 나름 최선을 다한 것 같았다.
“다음에는 이런 일이 생길 것 같으면 미리 말씀해 주세요. 그래야 저희도 대비를 할 수 있으니까요.”
“네, 알겠습니다.”
그가 강훈에게 넘어갔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잠시 했는데 그런 게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또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혹시 직원을 더 뽑으실 생각은 없습니까?”
“네, 안 그래도 저번에 가맹점 늘리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직원을 구인하고 있었습니다.”
“잘하셨습니다.”
“그런데 제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아직은 가족들끼리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신중히 선택하고 있었는데 이런 일이 발생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규원 축산에 직원을 늘리기를 권유할 때 김현태에게도 비슷한 말을 했었다. 그도 나름 준비를 했던 것 같은데 코로나 발생은 예상하기 어려운 일이기는 했다.
“네, 지금 생각보다 가맹점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빠른 시일 안에 주문 물량이 더 늘어날 것 같은데 감당이 가능하시겠습니까?”
처음에 그가 어느 정도는 가능하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니 그가 소화가 어렵다고 한다면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 할 것도 같았다.
‘하긴 계획한대로만 흘러가면 사업이 어려울 건 없겠지.’
“아닙니다. 사장님. 충분히 감당 가능합니다.”
“괜찮으시겠어요?”
“네, 직원만 뽑는다면 예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는 나의 눈치를 살피면서 말했는데 그래도 나는 걱정이 되었다. 나의 마음을 어느 정도 눈치챘는지 그가 말을 보탰다.
“사실 아버지 돌아가시고 직원들 다 나간 이후로 가족들끼리 열심히 해보려고 했는데 너무 힘들었습니다. 아마 사장님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쯤 공장을 접었을 수도 있겠네요.”
나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직원을 뽑으려고 그동안 노력은 했었는데 한 번 그런 일을 당해서 그런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말씀하신 것처럼 이제 한계가 온 것 같네요. 빠르게 직원을 뽑아서 안정을 시키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하긴 이해가 될 것도 같았다.
믿었던 직원들이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배신을 당했으니 다시 사람을 들인다는 것이 어려울 것이다.
“이해합니다. 그래도 빠르게 준비를 해주십시오. 앞으로 더 바빠질 겁니다.
“네, 알겠습니다. 가뜩이나 지원자가 적은데 제가 너무 눈을 높게 잡은 것 같네요.”
“지원자가 많이 없나요?”
“네, 구인공고는 계속해서 올리고 있는데 공장에서 일하려는 사람이 많이 없네요.”
하긴 생각해보면 나도 직원 공고를 올리고 뽑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아니 뽑지 못하고 결국 알바생인 소미와 시환을 직원으로 올렸다.
원래부터 요식업은 사람 구하기가 힘들었는데 코로나 이후에 더 힘들어진 느낌이었다.
그런데 이곳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알바생을 쓰시는 건 어떤가요?”
일단 급한대로 알바생을 쓰는 것을 추천했는데 그는 고개를 저었다.
“저도 그 생각을 해봤는데 식재를 다루려면 그래도 어느 정도 책임감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할 것 같아서…”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 보니 이곳은 식품 공장이었다. 혹시나 아르바이트가 설렁설렁 일하다가 이물질이라도 들어간다면 큰 사고가 날 수도 있었다.
어렵기는 하더라도 확실하게 일을 맡아줄 사람을 구하는 것이 맞는 것 같았다.
“생각해보니 그러네요. 저도 혹시 주변에 일할만한 사람이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다음날 뉴월드푸드로부터 우동소스 정상 발주가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김현태가 우동소스 입고를 완료해 놓은 모양이다. 일단 정상화되어서 다행이지만 언제든지 또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었다.
‘빨리 사람을 구해야 할 텐데…’
코로나로 인해서 구인구직 시장이 많이 변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었다.
일단 기업에서 일할 사람을 뽑는 것도 많이 줄었지만 코로나로 인하여 실업급여, 지원금 등을 받고 쉬는 사람들도 많이 늘어났다는 기사였다.
특히나 코로나로 때문에 작업 환경이 복잡해지고 어려워진 요식업, 공장 등은 더욱 구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어려운 일이네…’
규원축산은 동성이 형님이 들어간 이후로 안정이 되었다. 그래서 큰 걱정이 없었는데 두레푸드도 어서 직원을 뽑고 안정이 되어야지 걱정이 좀 덜 될 것 같았다.
이런 저런 고민을 하면서 오픈 이틀째 영업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매장 뒷문이 열리면서 누군가 들어왔다.
“어, 사장님. 왜 또 오셨어요?”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바로 신상원이었다. 그는 어제 우리 일을 도와주고 갔는데 오늘 또 왔다.
“하하, 새로 뽑은 직원이 실수를 해서 양배추를 안 시켰더라고요. 아까 한승씨에게 이야기 들으니 여기에 많이 있는 것 같아서 좀 빌리러 왔습니다.”
처음 일하다 보면 발주 누락과 같은 실수를 많이 한다. 그런 일이 있으면 지점끼리 편하게 연락해서 도움을 받으라고 했는데 한승이와 연락을 한 모양이다.
“잘하셨습니다. 어제 알았으면 집에 갈 때 가지고 가셨을 텐데 아쉽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얼마나 필요하세요?”
“15kg 정도면 될 것 같습니다.”
“잠시만요. 제가 챙겨드릴게요.”
한승이가 잠시 쓰레기를 버리러 갔기 때문에 나는 직접 양배추를 챙기기 시작했다. 몇 덩어리를 봉지에 담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무거웠다.
“이거 무거운데 괜찮으시겠어요?”
“차 여기 지하에 주차해서 거기까지만 들고 가면 됩니다.”
그에게 양배추를 챙겨줬는데 그를 보고 있으니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아, 예전에 수진 씨, 영양사로 일했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네, 맞습니다. 결혼 전에 학교에서 영양사로 일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왜 그러세요?”
“그럼 혹시 예전에 학교에서 급식소에서 근무하셨던 분들하고 연락하고 지낼까요?”
“급식소요?”
“네, 사실 이번에 두레푸드라고 저희 소스 제조해주는 식품공장에서 근무할 직원들을 뽑고 있는데 급식소에서 일했던 분들이면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으니 괜찮을 것 같아서요.”
급식소는 아이들이 먹는 음식을 다루기 때문에 엄청 깐깐하게 관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급식소와 식품 공장 똑같이 식자재를 다루는 일이니 거기서 일했던 사람들이라면 공장에서도 쉽게 적응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와이프가 문제가 있어서 퇴직한 게 아니라 결혼하고 아이가 생겨서 그만뒀기 때문에 아마 연락은 하고 지낼 겁니다. 한번 물어보라고 할까요?”
“네, 그럼 부탁 좀 드려보십시오.”
코로나 때문에 학교들이 많이 쉬고 있다.
어쩔 수 없는 일지만 학교가 쉬면 당연히 급식소는 운영을 하지 않는다.
일을 하지 않는데 임금을 지급하는 곳은 아마 없을 것이다. 급식소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당연히 수입이 줄어들고 이것에 불만이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았는데 잘하면 그 직원들을 연결해줄 수 있을 것도 같았다.
더군다나 이런 급식조리원 중에서도 확진자가 나오면서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이 있다고 들었다.
“잠시만요. 일단은 와이프에게 아는 사람 있는지 물어보겠습니다.”
나의 말에 신상원은 핸드폰을 꺼내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어, 여보. 자기 예전에 영양사로 일할 때 같이 일하던 급식조리원이라고 그러나? 그 사람들이랑 연락하고 지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