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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도 장사를 합니다-141화 (141/225)

제 141 화

<< 규원 축산 >>

뉴월드푸드와 이야기를 나눈 다음날 나는 바로 박규원을 찾아갔다. 물류에 관해서 여러 가지 이야기 나눌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어서와, 오랜만이네.”

박규원은 나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는데 온다고 이야기를 해서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네, 잘 지내셨죠?”

“나야. 자네 때문에 정신 없이 보냈지. 장사가 진짜 잘 되나 봐. 주문 물량이 계속 늘어나.”

“네, 잘 되고 있습니다. 바쁘면 형님도 돈 많이 벌고 좋죠.”

나는 형님과 같이 사무실로 들어가 앉았는데 형님이 말했다.

“그래, 부산 쪽으로도 가맹점 3개 더 늘리기로 했다고?”

“네,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상의 드릴 것이 있어서 왔습니다.”

“고기 물량 때문에 그래? 걱정 하지 마. 안 그래도 직원 더 뽑았고 곧 있으면 동성이도 이 쪽으로 올 거니까 작업은 충분히 감당 될 거야.”

아까 들어오면서 잠깐 둘러봤는데 확실히 이 전보다 직원이 많아진 것 같았다. 거기에 동성이 형님까지 와서 일하면 물량 확보는 그렇게 걱정 되지 않았다.

“네, 그건 별로 걱정 안 합니다. 사실 이번에 뉴월드푸드라고 유통 회사가 있는데 그곳이랑 계약을 진행할까 합니다.”

“뉴월드푸드?”

“네, 부산 쪽으로 저희 물건 보내려면 물류회사 하나 끼고 있는 게 편할 것 같아서요.”

“그렇기는 하지. 고기를 택배로 보낼 수는 없잖아. 뉴월드푸드면 뉴월드그룹 자회사 아니야?”

“네, 맞습니다.”

“그러면 배송 걱정은 크게 안 해도 되겠네.”

“네, 만약에 계약하게 되면 광주 지역도 여기서 직접 배달할 필요 없이 뉴월드푸드 창고에 물건 보관해 두고 거기서 대신 배달해 주는 방식으로 하려고 생각합니다.”

“오, 그거 괜찮은데?”

우리 가게 같은 경우 일주일에 3번 정도 고기를 받고 있다. 규원축산에서 차로 물건을 실어서 와주고 있는데 아마 직접 배달을 하지 않으면 편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문제? 무슨 문제?”

“그 쪽에서 고기는 냉동으로 달라고 했는데 혹시 가능할까요?”

이 부분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을 해봤는데 나도 냉동으로 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냉장으로 보관하는 경우 작업을 하고 나면 2일에서 3일 안에 사용하는 것이 가장 신선하고 좋았다.

그것 때문에 우리도 필요한 만큼 주문해서 사용하고 있기도 하고 말이다.

냉동으로 한다고 하면 유통기한이 길어지기 때문에 한 번에 많은 물량을 보관할 수 있을 것 같았고 그러면 물건을 멀리 보내도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음…하긴 타지역으로 물건 보내려면 냉동으로 보내는 게 좋긴 하지.”

“어떻게 가능할까요?”

“내가 한번도 그렇게 작업은 해본 적이 없어서 어떤 식으로 포장할 생각인지 알려줄 수 있을까?”

“네, 잠시만요.”

박규원도 냉동포장은 많이 해본 적이 없는지 나에게 방법을 물었는데 나는 로이스에 있었을 때 경험을 바탕으로 설명을 드렸다.

“일단 지금처럼 작업한 고기를 1인분 분량으로 커팅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커팅된 고기를 5개 단위로 진공포장하여 급속냉동시키고 그것을 종이 박스에 넣어서 포장하면 될 것 같습니다.”

예전에 점장회의를 할 때 호기심이 많은 점장이 있었다. 그가 회의중에 이것 저것 많이 물어봤고 그것 때문에 교육시간이 길어져 다른 점장님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그때 들었던 것이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은 몰랐다.

“커팅에 진공포장, 그리고 냉동이구만.”

“네.”

나는 옆에 메모지를 놓고 그림으로 설명을 해주었는데 잘 못 그린 그림이었지만 그래도 박규원은 이해한 듯 했다.

“일단 이렇게 하면 손이 더 많이 간다는 건 알고 있겠지?”

“네, 당연히 그러겠죠.”

기존 작업에서 커팅이 추가되었다. 거기에 일일이 포장지에 고기를 정돈해서 담은 다음 진공포장을 하는 과정까지 더한다면 아마 손이 더 많이 필요할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진공포장까지는 우리가 작업을 해줄 수 있는데 문제는 냉동이야. 급속냉동을 시켜야 할 것 같은데 우리는 급속 냉동기가 없거든.”

“그렇군요. 일반 냉동으로 하면 맛의 차이가 심할까요?”

“아마 지금 매장에 들어가는 물건하고 비교하면 심할거야. 해동을 잘한다면 어느 정도 커버가 가능하겠지만 가맹점들이 그렇게 관리할까? 아마 맛의 차이가 날 수밖에 없을 거야.”

“그렇군요.”

냉동으로 했을 때 맛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염두에 두었다. 소스를 만들때도 느꼈지만 참 이것이 어려운 문제였다.

맛을 생각하자니 작업의 편이성과 효율성이 문제고 그렇다고 능률만 따지자고 하니 맛이 문제였다.

그냥 개인 가게를 한다고 하면 맛만 생각하면 됐었는데 프랜차이즈로 거듭나려고 하니 고민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박규원이 말했다.

“급속냉동을 할 수만 있다면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어서 맛의 차이가 심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아까 말씀하신 급속냉동기가 많이 비싼가요?”

“음…예전에 들은 이야기로는 용량에 따라서 최소 천만 원에서 3천만 원까지 있었던 것 같은데…”

비싸다.

지금 가게에 있는 업소용 냉장고는 100만 원 정도 구매를 했던 것 같다. 그 정도 가격이면 그냥 내가 도와준다고 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비쌌다.

내가 생각에 잠기자 박규원도 잠시 고민을 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고민을 하던 박규원이 책상을 한 번 내리치고 나에게 말했다.

“그래, 까짓것 이번 기회에 나도 투자 한번 하지.”

“네?”

“내가 급속냉동기 준비해 놓을게. 고기 냉동 포장으로 준비해보자고.”

규원축산은 그의 개인사업체였다. 나를 위해서 따로 투자를 한다는 것이 쉬운 결정을 아니었을 것이다.

“어려운 결정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야, 자네 말 듣고 직원 뽑아서 지금 잘 되고 있고 하는 거 보니까 앞으로도 잘할 것 같아. 그러니까 우리 계속해서 같이 가는 거야 알겠지?”

“네, 제가 앞으로 고기 더 많이 주문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식자재 중에 고기가 가장 큰 걱정이었는데 규원이 이렇게 나서주니 고민이 줄었다.

“그런데 이거 작업 다 하려면 앞으로 동성이 자식 엄청 굴려야 되겠는걸?”

“술 한잔 생각나시면 저에게 연락주십시오. 제가 잘 굴러가게 기름칠 해드리겠습니다.”

“그거 좋지.”

몇 개월이지만 꽤 많은 신뢰가 쌓인 것 같았다. 그라면 강훈이 예전처럼 허튼 짓을 해도 넘어가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조용하네.’

백화점 입찰 경쟁에서 우리가 이겼다. 그의 성격상 무슨 일을 벌일 것 같았는데 최지연을 해고 시킨 것 빼고는 너무나 조용했다.

하긴 무슨 짓을 하더라도 이제는 별로 두렵지도 않았다.

‘조금만 기다려라.’

***

“오빠, 여기 분위기 너무 좋다.”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많은 연인들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지금 나도 단비와 같이 있었다.

그녀와 약속한 대로 크리스마스를 같이 보내기 위해서 호텔을 잡고 식당을 예약했다.

오랜만에 단둘이 보내는 오붓한 저녁 식사였는데 단비는 정말 행복해 보였다.

“그래? 네가 좋아하니까 나도 좋다.”

“오늘 쉬려고 야근 계속할 때는 미치게 힘들었는데 이렇게 편안하게 쉬니까 정말 좋은 것 같아.”

“그래, 그동안 고생했어.”

그녀는 맛있는 음식과 분위기를 즐기면서 힐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는데 갑자기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어서 나에게 주었다.

“자, 이거 크리스마스 선물.”

“선물?”

내가 그녀의 선물을 준비한 것처럼 그녀도 나에게 선물을 준비했던 모양이다.

“어, 열어봐.”

그녀의 말에 나는 가만히 선물이 담긴 자그마한 쇼핑백을 열어보았는데 선물은 바로 향수였다.

“향수네?”

“어, 내가 좋아하는 향기야. 나 만날 때는 항상 뿌리고 다녀야 돼. 알았지?”

“어, 알았어. 고마워.”

향수와는 별로 친하지 않았다. 원래도 잘 뿌리고 다니지 않았지만 예전에 주방 일을 처음 배울 때 음식에 냄새가 배면 안 된다고 선배가 못 뿌리게 했었다.

“다른 여자 만날 때 뿌리면 안돼! 알았지?”

“다른 여자?”

“어, 우리 지점장님!”

뜬금없는 수아의 이야기에 나는 영문을 알 수가 없었는데 그녀가 말했다.

“지금 회사에 오빠가 남자친구가 아니냐고 소문이 퍼지고 있어. 내가 말도 못하고 얼마나 신경쓰이는 지 알아?”

“진짜?”

소문이라는 것이 이렇게 무섭다. 처음에는 지인이라고 알려졌다는 것이 어느새 남자친구라고 변형된 모양이다.

아마 같은 회사에 있는 그녀로서는 엄청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을 것 같았다.

“어, 내 남자친구라고 공개해버릴까 하다가 겨우 참았어.”

그녀는 약간 질투를 하는 것 같았는데 그녀의 이런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았다.

“더 소문 안 나게 내가 잘할게. 걱정 하지 마.”

“진짜?”

“어, 자, 이건 내 크리스마스 선물.”

그녀를 달래 준 나는 내가 준비한 크리스 마스 선물을 그녀에게 건 냈다.

“아, 왜 샀어. 내가 선물은 안 사도 된다고 했잖아.”

호텔비와 식당을 내가 계산하기로 했다. 그래서 선물은 필요없다고 그녀가 말했는데 내가 선물을 준비하자 놀란 모양이다.

“그래도 크리스마스잖아. 자그마한 선물은 괜찮은 것 같아서 준비했어.”

“진짜 필요 없다니까…”

그녀는 나에게 뭐라고 하면서도 기대는 되었는지 조용히 선물 포장지를 열어보기 시작했다.

포장지를 까자 작은 케이스가 나왔는데 그녀는 갑자기 볼이 발그레 지면서 나에게 물었다.

“오빠…이거 혹시..”

“너무 기대는 하지 마. 그냥 내가 예뻐 보이는 것으로 샀는데 잘 어울렸으면 좋겠다…”

그녀는 케이스를 들고 손을 떨면서 열었는데 그렇게 까지 긴장되는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귀걸이네…”

“어, 직원은 반지를 추천했는데 귀걸이가 더 좋은 것 같더라고 마음에 들어?”

“응…마음에 들어 예쁘네…근데 반지도 괜찮았을 것 같은데?”

왠지 그녀의 표정이 별로 좋지 않았는데 반지를 기대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래? 근데 반지는 좀 신중하게 고르는 게 좋을 것 같아서…반지는 다음에 같이 가서 커플링으로 맞추자.”

“커플링?”

“왜, 싫어?”

“아니, 너무 좋아.”

“그래? 이제 밥 먹자.”

그녀의 표정은 다시 밝아졌는데 그녀의 웃는 모습은 언제 봐도 기분이 좋았다. 다시 식사에 집중하려고 하는데 그녀가 갑자기 식기를 내려놓더니 나에게 물었다.

“그런데 오빠, 나 예전부터 궁금했는데…솔직히 부담 될까 봐. 안 물어봤거든? 오빠는 돈이 자꾸 어디서 그렇게 나오는 거야?”

“응?”

“아니, 아무리 생각해도 좀 이상해서 집도 사고, 차도 사고, 거기에 백화점 공사에 들어가는 돈도 장난 아니잖아. 그래서 선물도 필요 없다고 한 건데…아무리 장사가 잘 되고 있다고 해도 한계가 있을 거 같아서 말이야.”

“내가 말했잖아.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고…”

예전에 그녀와 집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주식으로 돈을 좀 벌었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얼렁뚱땅 넘겼었는데 다시 궁금해진 모양이다.

“그래? 무리하게 막 이상한 곳에서 대출 끌어 쓰는 거 아니지?”

“어, 그런 거 아니야. 직장 다니면서 주식으로 돈 좀 벌었어. 그러니까 쿨하게 회사 그만 뒀었지.”

“응, 그런 거면 상관없어. 나는 혹시 오빠가 막 무리하는 건 아닐지 걱정이 돼서…”

“걱정하지마. 나 그렇게 생각없는 사람 아닌 거 알잖아.”

“응, 그거면 됐어. 우리 밥 먹자.”

갑작스러운 돈 이야기에 긴장했는데 다행히 그녀가 이해한 것 같았다. 그녀의 웃는 표정을 보니 거짓말을 한 것이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언젠가 단비에게 로또에 당첨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평생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왠지 그녀와 결혼을 하게 된다면 말할 수 있을 것도 같았다.

‘그때가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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