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또 1등도 장사를 합니다-140화 (140/225)

제 140 화

“여기 포장 다 되었습니다. 고객님.”

“감사합니다. 결제는 어떻게 해드릴까요?”

조금 고민을 했지만 단비를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샀다. 내가 고민해서 골랐으니 그녀도 좋아할 것 같았다.

“카드로 하겠습니다.”

나는 직원에게 카드를 건냈는데 계산을 마친 직원이 조금 놀라더니 나에게 말했다.

“고객님, 올해 실적으로 VIP 신청이 가능하신데 아직 안하셨네요.”

“VIP요?”

“네. 지금 VIP 신청이 가능하신 것으로 나와 있으세요.”

VIP. 예전에 아울렛에서 일할 때는 조금 불편한 존재들이었다. 뭐랄까? 신경이 쓰인다고 해야 할까?

영화나 드라마에 보면 VIP가 다 진상으로 나오지만 실제로는 안 그런 경우가 많았다. 극히 일부의 사례들이 전체를 욕 먹이는 것은 어디에나 있는 일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 일부의 사람들이 자신이 VIP라는 것에 강한 프라이버시를 가지고 있다 보니 일반인들보다 일이 커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니 사람들의 입에 더 오르내리는 거겠지.’

그런데 내가 VIP의 자격이 되었다니 느낌이 새로웠다. 아마 부산에서 쇼핑을 많이 한 것 때문인 것 같았다.

“어디에서 신청하면 되죠?”

“5층에 있는 VIP라운지로 가시면 신청이 가능하세요.”

“감사합니다.”

“네, 고객님. 즐거운 크리스마스되세요.”

매장을 나온 나는 바로 5층에 있는 VIP라운지로 올라갔다. 예전에 고객들이 어디에 있는지 물어보면 항상 설명을 해주던 곳이 바로 라운지였다.

그런데 이제는 내가 백화점 VIP가 되어서 이곳을 찾아오다니 감회가 새로웠다.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무슨 일로 오셨을까요?”

라운지 안으로 들어가니 기다리고 있던 직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맞이해 주었다.

“VIP 신청하려고 왔습니다.”

“성함을 말씀해주시겠어요?”

“김정훈이라고합니다.”

“저희 카드 한 번만 주시겠어요. 저희가 VIP 신청 도와드리곘습니다.”

“네, 여기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카드를 건네 주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다른 직원이 다가와 나에게 물었다.

“음료 한 잔 드릴까요?”

“네.”

“어떤 걸로 준비해 드릴까요?”

“아이스 아메리카노 부탁드릴게요.”

“네, 알겠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주위를 둘러보았는데 라운지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예전에 상현이가 대한민국에 진짜 돈 많은 사람 많다고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별로 공감하지 못했다.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경기가 어렵다고 하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VIP라고 하니 조금은 놀라웠다.

로또 당첨자인 나도 부산에서 결제를 할 때는 나름 큰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여기 있는 사람들은 백화점에 나랑 비슷하거나 그 이상 돈을 쓴 사람들일 것이다.

“고객님, 확인 끝났습니다. 보니까 실적이 좋으셔서 블랙 등급으로 가능하신데 바로 신청해드리겠습니다.”

“등급의 종류가 많이 있나요?”

“네, 레드, 블랙, 골드, 플래티넘, 다이아, 티파니, 이렇게 6개 등급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티파니가 제일 높은 건가요?”

“네, 맞습니다.”

VIP에도 등급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이 나뉘어져 있다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

자신은 이제 겨우 아래에서 두 번째라고 하니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티파니 등급은 실적이 어느 정도 되어야 하나요?”

“티파니는 딱히 기준 실적이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다만 실적이 좋으신 분들 중에서 최상위 999명을 티파니 등급으로 대우해 드리고 있습니다.”

“아, 그렇군요.”

최상위라고 하니 1등은 백화점에 얼마나 돈을 썼을지 계산이 안 되었다.

‘일반인들은 아니겠지.’

“블랙등급 베네핏 설명해 드릴까요?”

“네, 알려주세요.”

“일단 패션과 잡화 등 세일이 안 들어간 정상상품 최대 7% 할인이 가능하세요.”

사실 이것 때문에 VIP 신청을 하려고 왔다.

백화점에 오픈하는 3호점 초창기에는 내가 어느 정도 가게를 돌볼 생각이었다.

하연이가 일을 잘하기는 하지만 백화점에서 근무한 경험이 없다. VIP 같은 고객은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교육도 하면서 지낼 생각이었는데 아무래도 백화점에서 돈 쓸 일도 많을 것 같았다.

“또 1일 1회, 회원님 포함 3인까지 라운드바 이용이 가능하시고요, 혹시 차량 가지고 있으시면 3시간 무료 주차 서비스가 가능합니다.”

“혹시 발렛은 안 되나요?”

“네, 죄송합니다. 주차 공간이 부족해서 발렛서비스는 골드 등급 이상 회원들에게만 적용해드리고 있습니다.”

이것은 좀 아쉬웠다. 백화점에 들어오려면 기다란 줄과 주차와의 싸움이 심한데 발렛서비스는 이런 것들을 편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돈을 좀 더 써?’

마음속에 골드 등급으로 가자는 욕망이 일어났는데 한 편으로는 내가 이런 생각을 하다니 좀 어이가 없었다.

‘이것이 백화점의 상술인가?’

“그리고 생일이나 명절 때 저희가 자택으로 증정품 보내드리고 있거든요. 혹시 주소가 쌍암동에 있는 스테이트힐 맞으세요?”

“네, 맞습니다.”

“VIP등급은 당년 실적이 다음 해에 적용되는 것이라. 내년 2월부터 이용이 가능하다는 것 참고해주시면 되시고 혹시 기준이나 상세 내용이 더 궁금하시면 백화점 홈페이지나 저희 VIP라운지로 전화주시면 되세요.”

“네, 감사합니다.”

신청을 마친 나는 설명을 듣고 라운지를 나왔다. 약간은 들뜬 기분으로 있었는데 갑자기 전화기가 울렸다.

처음 보는 전화번호였는데 나는 일단 받아보았다.

“여보세요.”

[ 안녕하십니까. 저는 뉴월드푸드 광주지역 담당자 권효준이라고 합니다. 혹시 지금 통화 가능하세요? ]

***

“여기 제 명함입니다.”

< 뉴월드푸드 광주지점장 권효준 >

수아에게 부탁한 뉴월드푸드에서 온 전화였는데 안 그래도 물류에 관해 궁금한 것들이 많아서 바로 만남을 가졌다.

“네, 이건 제 명합입니다.”

< 알로하 대표 김정훈 >

예전에 법인을 만들면서 명함도 새로 만들었다. 대표라는 단어가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이번에 부산에서 가맹점들에게 소개를 하면서 돌아다녔다니 이제는 좀 익숙해졌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저희 뉴월드푸드와 계약을 하고 싶다고 하셨던데.”

“네, 맞습니다. 뉴월드푸드의 물류센터와 배송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습니다. 뉴월드 자사가 아니어도 가능하다고 들었는데 맞나요?”

“네, 가능합니다.”

“혹시 배송해야 하는 지역이 어디일까요? 광주만 하시는 건가요?”

“지금은 광주만 하는데 1~2개월 안에 부산이나 다른 지역에도 가맹점을 넓힐 계획이어서 전국적으로 배송이 가능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시군요.”

“아, 저희가 자체적으로 고기와 소스를 제조하고 있는데 이거는 저희 제품을 보내고 나머지 야채나 부자재들은 그냥 뉴월드푸드 것을 이용하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지금 우리 가게에서 사용하는 재료는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규원축산에서 받고 있는 고기류, 두레푸드에서 주문 제작하고 있는 소스류,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근 야채전문쇼핑몰에서 주문하고 받고 있는 양배추와 같은 야채류가 있었다.

야채 같은 경우에는 내가 처음에 오픈할 때 인근 식자재마트를 돌아다니면서 그냥 싼 값이 구입하고 차에 싣고 다녔다.

그런데 매출이 많아지고 화정점을 오픈하면서부터는 그것에 한계가 있어서 쇼핑몰을 이용해서 주문을 하고 있었다.

“네, 가능합니다.”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다. 예전에 로이스에 있을 때도 프레쉬푸드의 배송 시스템을 사용했기 때문에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말씀하신 제품들은 자체 제작하신 식자재일까요?”

“어, 저희가 주문 제작 맡긴 것들입니다.”

“네, 보통은 저희 물류센터에 일정분량의 수량을 보관해 두시고 점포에서 저희 발주시스템으로 주문을 넣어주시면 저희가 해당 물건을 배송해드리는 방식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지금은 각 업체에서 직접 배송해주거나 택배로 보내주고 있었다. 한 번에 보관하면 된다고 하면 일일이 점포를 돌아다닐 필요가 없으니 규원축산이나 두레푸드 사장님들도 좋아할 것 같았다.

“야채 같은 부자재들은 저희 제품으로 쓰시는 것 맞나요?”

“네, 맞습니다.”

“보통 그렇게 많이 하십니다. 다만 저희가 대량으로 물건을 구입해서 대부분 시중보다 저렴하기는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시장가보다 비쌀 경우도 있다는 점은 양해 해 주셔야 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혹시 물류센터에 보관하는 제품들은 어떤 것일까요?”

“고기하고 소스류입니다.”

“혹시 고기는 냉장인가요?”

“네, 냉장입니다.”

나의 말에 담당자는 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흠…혹시 냉동으로는 어려울까요? 광주지역은 크게 상관이 없을 것 같은데 부산과 같은 멀리 있는 타지역으로 보내려면 저희가 냉동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냉동이요?”

“네, 어렵다고 하시면 알로하 브랜드만 단독 배송이 가능은 합니다. 그런데 물류비가 조금 더 올라가실 것 같습니다.”

“음…그렇군요.”

예전에 이 문제로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로이스에 있을 때도 고기는 다 냉동으로 받았는데 배송이나 저장이 편리해서 그런 것 같았다.

이건 나 혼자 정할 문제가 아니다. 규원축산과도 이야기를 해봐야 할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을 좀 해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네, 그렇게 하십시오. 혹시 발주 시스템 이용해 보셨나요?”

“네, 사용해 봤습니다.”

“어디 시스템 이용하셨나요?”

“그, 예전에 푸레쉬푸드의 발주 시스템을 사용해봤습니다.”

“그러셨군요. 기본적으로 저희 발주시스템도 푸레쉬푸드와 비슷합니다. 냉동 제품을 D-2 전에 주문 넣고 야채와 냉장 제품은 D-1 전에 주문 넣으시면 바로 배송 됩니다. 명절과 같은 물류에 특이성이 있는 날에는 미리 고지해 드리고 있고요.”

“네, 푸레쉬 푸드와 비슷한 것 같네요. 그러면 소모품과 같은 것도 배송이 가능할까요?”

“소모품이라면 어떤 것을 말씀하시는지?”

“어, 매장에서 사용하는 포장용기나 나무젓가락, 비닐 봉지 같은 것을 말합니다.”

“어…저희 위탁 업체 중에 비품만 배송을 해주는 곳이 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소모품 배송이 필요한 업체들은 그곳을 이용하는데 이게 저희 물류비에 포함되는 것이 아니라 별도로 계약을 하셔야 하는 사항이라 그냥 택배로 계속 하시는 사장님들도 있으시더군요.”

“그렇군요.”

“그럼 간단히 계약서 보면서 물류비랑 설명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권효준은 계약서를 보면서 물류비를 설명해 주었는데 생각보다 금액이 컸다.

‘이렇게 보니 조금 아까운데?’

만약 자체적인 물류 라인을 가지고 있었으면 이 돈은 다 나의 수익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당장은 큰 돈이 들어가고 시간이 많이 들어서 물류비를 뉴월드로 이관하기는 했지만 나중에 점포가 늘어나면 자체 물류를 가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그전까지는 대기업의 노하우를 배운다는 마음으로 하자.’

수아에게 투자금을 받는 방법도 있지만 아직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내가 지금까지 여러 가지 투자를 하면서도 안정감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로또 당첨금 때문이었다.

부산 지역에 점포를 늘리면 좀 줄어들겠지만 그래도 많은 돈이 나를 받쳐주고 있었다.

그런데 투자금을 받아서 사업을 확장하면 감당 해야 할 위험이 훨씬 늘어난다.

주식을 해왔기 때문에 이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는 잘 알고 있다.

‘지금처럼 가자. 충분히 잘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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