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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도 장사를 합니다-136화 (136/225)

제 136 화

“개선이요?”

“네, 기본적으로 저희는 가맹점을 여기 있는 메뉴얼북처럼 관리를 할 생각입니다.”

어제 만났던 점장들에게는 이런 것들은 따로 말하지 않았다. 그들은 이런 프랜차이즈 시스템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가맹점 제의를 했던 이유도 유경험자라는 메리트가 컸다.

하지만 이들은 영세 자영업자.

가맹점을 오픈을 하더라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잘 따라 오지 못 할 수도 있다.

‘에이, 왜 그러세요. 사장님. 다음부터 잘하겠습니다.’

이런 사람 좋은 웃음으로 때워 넘길 수도 있다. 나는 이것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한다. 프랜차이즈의 특성 상 단 한 곳 지점의 실수로 전체가 욕을 먹을 수 있다.

그럼 막대한 손해가 나타나게 된다.

로이스는 이것을 없애려고 가맹점을 받지 않고 직영점 위주로만 운영하려고 했다.

물론 뒤에 프레쉬푸드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지만 말이다.

나의 말에 남자 사장님은 메뉴얼북을 넘기면서 읽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책을 덮더니 말했다.

“이걸 하면 장사가 잘 될 수 있나요?”

“이건 기본입니다.”

“기본이요?”

“네, 남들과 출발선이 뒤에 있는데 그들과 같은 수익을 올리려고 하시면 저는 그건 욕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말에 사장님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하긴 하루 만에 준비를 하라고 하니 무리한 요구일 수도 있었다.

그때 옆에 있던 사모님이 말했다.

“여보, 우리 해봐요.”

“당신…”

“이거 당신이 평생 동안 일한 피와 땀이잖아요. 이렇게 문 닫을 수는 없어요. 내가 도와줄게요.”

나는 사모님의 말에 퇴직금을 떠올렸다.

의외로 평생을 일해서 모은 돈으로 장사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나는 이것이 잘 못 되었다고 생각한다.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직장 생활을 오래 하신 분들은 상사들에게 욕먹으면서 일하는 것보다 편한 마음으로 사장이 되어서 장사를 하는 것이 더 쉽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그런데 이것은 매우 안 좋은 생각이다.

직장 생활은 상사 몇 명의 비위만 맞춰주면 되지만 장사는 가게를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의 비위를 맞춰줘야 한다.

매일, 매 순간. 상사가 바뀌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맛있다. 이건 너무 싱겁다. 맛에 대한 기준. 서비스에 대한 기준. 사람마다 가치관과 입맛이 다르기 때문에 전부를 만족 시킨다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물론 이러한 것들이 경험치가 쌓여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요리가 나오는 것이다. 요리 장인이나 맛집들은 그런 경험들을 자신의 능력으로 승화시킨 사람들이고 말이다.

그리고 내가 하려는 것은 그 경험들을 전수해주는 일이다.

사모님의 말에 사장님은 잠시 고민을 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해보겠습니다.”

****

“엄마, 저 왔어요.”

고하은은 엄마를 돕기 위해 가게로 나왔다.

“벌써 공부 끝난 거야?”

“어, 방금 집에서 온라인 수업 다 듣고 왔어. 그 결과는 어떻게 됐어?”

그녀는 잔뜩 기대하고 물어봤는데 엄마인 함정희는 애매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직 모르겠어. 내일 다시 오신다고 하더라.”

사실 그녀가 가게로 온 이유는 오늘 알로하 본사에서 온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학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멀리 광주에 있는 광전대학교에 재학중인데 우연히 간 알로하라는 돈카츠를 맛보고 빠져버렸다.

SNS로 보면 맛집으로 알려지고 있었고 방송에서도 1등을 한 것을 보면 괜찮은 가게라고 생각했다.

요즘 장사가 잘 안 된다는 아빠의 말에 그녀는 업종을 변경하는 게 좋겠다고 말씀드리고 직접 SNS로 연락을 하였다.

“그래? 다시 온다는 것 보면 어느 정도는 희망이 있는 거 아니야?”

“그렇지. 그것 때문에 지금 좀 바빠.”

“그래? 아빠는?”

“안에서 정리하고 계셔.”

“정리? 무슨 정리?”

“아, 그 알로하 사장이라는 사람이 숙제를 주고 갔거든.”

“숙제?”

“어, 자세한 거는 아빠한테 물어봐. 아빠가 지금 보고 있어.”

함정희 말에 고하은은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녀의 아빠. 고광택은 그녀가 들어오는 것도 모르고 무언가를 열심히 적고 있었는데 궁금해서 물었다.

“아빠. 뭐하세요?”

“어, 우리 딸 왔어? 이게 가게에 있어야 한다고 해서…만들고 있었어.”

“제조일자?”

“소스 만들면 이거 적혀 있어야 한다고 하더라.”

“그거 일일이 손으로 다 쓰고 있었던 거야?”

“어, 잘 쓰지 않았어?”

사실 이런 건 자기한테 부탁하면 되는데 자신이 공부를 하고 있으니 따로 말을 안 했던 것 같았다.

“으이구, 그냥 쓰지 말고 기다려 내가 이따가 집에 가서 프린터로 뽑아 줄게.”

“그럼 그렇게 해줄래?”

“근데 그거 보고 있는 건 뭐야?”

“아 이거 알로하 사장님이 주고 간 메뉴얼북이라는 건데 내일까지 이렇게 바꿔 달라고 하네.”

“그래?”

그녀는 아빠의 말에 메뉴얼북을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분량에 조금 놀랐다.

“이걸 내일까지 하라고 했다고?”

“어. 내일 오면 확인한다고 하던데;”

“아이, 그 사장님 그렇게 안 봤는데 완전 또라이네.”

아빠의 말을 들은 그녀는 화가 났다. 생각보다 너무나 많은 양이었기 때문이다.

“왜?”

“이걸 어떻게 하루 만에 다 바꿔. 그냥 마음에 안 들면 안 든다고 하면 되지. 내일까지 못 하면 무슨 꼬투리 잡으려고 그러는 거 아니야?”

그녀는 가맹점 주기 싫은데 거절한 명분을 만들려고 무리한 일을 주문한 것은 아닌 지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고광택은 그녀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그런 사람으로는 안 보이던데…”

“그래?”

하긴 그녀가 부모님에게 알로하를 하라고 권유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사장인 김정훈 때문이었다.

지금은 개인적으로 옛날 통닭집을 하고 있지만 만약에 업종을 바꾼다고 하면 가장 걱정되는 것은 프랜차이즈 회사의 갑질이었다.

그런데 인터넷에 검색해서 나온 알로하의 사장은 착한 사람으로 보였다.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고 가성비 높은 음식에 투철한 신고정신까지 말이다. 물론 겉과 속이 다른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그래도 아예 이런 저런 다른 이야기들이 나오는 가게들보다는 믿음이 갔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보는 사람인가?’

하루 만에 전부다 수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대신 얼마나 노력했는가를 보는 사람일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이런 미션을 준 것이 이해가 되었다.

“나도 도와줄게.”

“너 공부해야 하는 거 아니야? 기말고사 기간이잖아.”

“괜찮아. 원격수업은 오늘 끝났고 시험은 레포트 대체라 다음주부터 준비해도 돼.”

“그래? 그럼 아빠 좀 도와주라. 사실 오늘은 그냥 문 닫고 이것만 하려고 생각했거든.”

“잠깐만, 일단 이것 좀 한 번 자세히 봐볼게.”

그녀는 김정훈이 두고 간 알로하의 메뉴얼북을 자세히 읽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금 이상한 것을 발견 할 수 있었다.

‘잠깐만 이걸 보려고 하는 거 아니야?’

****

‘휴, 생각보다 마음에 드는 곳이 없네.’

어제 하루 종일 돌아다니면서 여러 사장님을 만났는데 생각보다 포트폴리오를 꺼낼 만큼 마음에 드는 곳이 없었다.

마지막에 들린 곳은 어린 나이에 아이를 낳은 고등학생 부부가 운영하는 분식집이었는데 열심히 하려는 의지가 보여서 가맹점을 맡겨볼까 고민도 했지만 둘째를 임신했다는 이야기에 꺼내려던 포트폴리오를 도로 집어 넣었다.

부부에게는 미안하지만 전혀 계획이 없이 인생을 살아가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이를 좀 먹었더니 꼰대가 된 것 같다.

하긴 직장 생활도 그렇지만 사람과 사람의 마음이 딱 맞기가 어렵다. 그동안 내가 운이 좋아서 괜찮은 사람들하고 일을 했던 것 같았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지. 어제 말한 통닭집 사장님만 만나보고 광주로 돌아가자.’

그렇게 나는 다시 남천동으로 향했는데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사장님 부부가 나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안녕하십니까! 어서오세요.”

여자 사장님은 어제보다 밝은 미소를 나를 맞이해 주었는데 왠지 매뉴얼북에 나와있는 서비스 부분을 보고 그러시는 것 같았다.

‘매장 관리 부분만 수정해 달라고 한 건데…’

어떻게 되었든 바뀌려고 노력을 했다는 것이니 나는 마음에는 들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게 아니었다.

곧이어 남자 사장님이 주방에서 나오면서 나에게 인사를 했다.

“오셨습니까?”

“네, 준비는 잘 하셨어요?”

“메뉴얼북 보면서 최대한 바꿔봤는데 잘 했는지 모르겠네요.”

“그럼 지금부터 제가 살펴봐도 될까요?”

“네, 편하게 보십시오.”

나는 사장님의 허락에 홀과 주방을 돌아 다니면서 점검을 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어제보다 더 정리되고 깔끔한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오, 표시사항 따로 보관해두셨네요.”

“네, 미 보관시 영업정지 사유라고 해서 파일로 만들어 봤습니다.”

어제 가게에 왔을 때는 많은 표시사항들이 선반 위에 대충 모아져 있었다. 다 있다고 하면 문제가 안 되겠지만 그렇게 보관하면 분실의 우려가 크다.

없어지면 영업정지에 해당하는 사안이니 만큼 철저한 관리가 필요한데 하루 만에 개선된 모습이었다.

“잘하셨습니다. 그런데 혹시 영업정지 사유에 해당하는 게 어떤 건지 알고 계세요?”

“네, 알고 있습니다.”

나의 말에 사장님은 영업정지 및 과징금에 해당하는 관리요소들을 하나 씩 말하기 시작했다. 나는 사장님의 행동에 많이 놀랐는데 사실 이런 모습이 보고 싶었다.

관리는 잘하면 잘할수록 좋지만 이것도 나라가 정한 기준이 있다.

식품위생법이라는 이름으로 ‘장사를 하면 이건 꼭 해주세요.’ 라고 정해두고 있다. 안 하면 영업정지나, 과징금과 같은 처벌이 나오는데 이건 큰 타격이다.

단순히 한 매장이 잠시 문을 닫는 것이면 개인 사장의 손해겠지만 언론에 알려져서 소문이라도 나면 전체 프랜차이즈의 손해로 번진다.

우리 메뉴얼북에도 이런 부분들을 자세히 적어 두었다. 이것들은 제외한 다른 것들은 솔직히 권고 사항이다.

이렇게 관리하면 좋다. 이런 것 말이다.

하지만 내가 어제 여기 봤을 때는 기본적인 법적인 부분 관리가 미흡했다. 아마 구청이나 시청에서 이런 곳 까지 점검을 나오지 않기 때문에 그랬겠지만 프랜차이즈는 그러면 안 된다.

언제 타겟이 될지 모르니까 말이다.

하루 만에 모든 것을 수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나는 그가 이런 업무의 중요도를 파악해서 수정하기를 바랐는데 외우기 까지 한 것을 보니 내가 원하는 바를 제대로 파악한 모양이다.

“다 외우셨네요.”

“네, 어제는 몰랐는데 장사를 하면서 이런 것도 모르고 있었다니 많이 부끄럽습니다.”

“모르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닙니다. 배우지 않으려고 하는 자세가 부끄러운 거죠. 외우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사실…딸이 알려줬습니다.”

“따님이요?”

“네, 어제 딸이 매뉴얼 북을 보더니 중요한 부분들을 알려 주더군요. 그래서 그 부분들 우선으로 바꿔봤습니다.”

“그랬군요. 똑똑한 따님을 두셨네요.”

“저희 부부에게 축복같은 아이죠.”

“나가시죠. 주방은 이 정도만 봐도 될 것 같습니다.”

밖으로 나온 나는 테이블에 앉았는데 사장님이 긴장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그런 사장님에게 한 번 웃어준 후 가방에서 포트폴리오를 꺼냈다.

“저희 회사 포트폴리오입니다. 자세히 보시고 궁금하신 점 있으시면 물어보십시오.”

“그 말씀은?”

“네, 가맹점 내어드리고 싶네요. 앞으로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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