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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도 장사를 합니다-135화 (135/225)

제 135 화

“저는 이만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조용히 바비큐장으로 들어간 나는 양해원에게 작별의 인사를 했다.

“벌써 가시게요? 좀 더 드시지.”

“내일 또 미팅이 있어서 가야할 것 같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또 초대해주세요.”

“그럼 제가 대리 불러 드릴게요.”

양혜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대리를 부르러 전화기를 들고 나갔고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인사를 했다.

“혹시 가게에 관해서 더 궁금하신 것이 있으면 포트폴리오에 나와 있는 번호로 연락해주세요.”

“네.”

“오늘 만나서 반가웠어요.”

그렇게 바비큐장을 나와서 차를 주차한 곳으로 걸어갔는데 양혜원이 따라 나왔다.

“대리 오는데 10분 정도 걸린다고 하네요. 제가 같이 기다려 드릴게요.”

“밖에 날씨가 추운데 그냥 들어가세요.”

“아니에요. 시원하니 술 깨고 좋은데요. 뭐.”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웃었는데 사실 그녀를 안 지 오래 되었지만 이런 인간적인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았다.

항상 로이스와 관계된 일로만 연락을 했었다.

“아까 우영이 말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네?”

“솔직히 우영이가 말한 거 다 들으셨죠? 그래서 가시는 거 아니에요? 제가 밖에 있으니까 안에서 하는 말 다 들리더라고요.”

대리 기사를 부르러 갔을 때 그녀도 바비큐장에서 하는 이야기를 들었던 모양이다.

“아, 듣기는 했는데 그렇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진짜 내일 미팅이 있습니다.”

“그럼 다행이네요. 괜히 여기 데리고 왔나 생각했었거든요.”

그녀는 괜히 자신이 권유해서 내가 욕을 먹게 만들었다고 걱정을 했었던 모양이다. 근데 뒷담화를 한 것이 그녀도 아닌데 그녀가 미안해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다.

“괜찮습니다. 저는 양 점장님이 가게 긍정적으로 생각해 주신다고 하니 만족합니다.”

“네, 퇴사는 결정했는데 장사는 좀 고민이 되네요. 제가 금방 결심하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어떤 마음인 지 이해가 되었다.

나 역시 한 때 그랬고 말이다. 처음 로이스를 그만두고 장사를 하는 것이 맞나 하는 고민이 있었다.

잘할 수 있을까? 망하면 어떻게 하나하는 걱정도 되었고 말이다.

직장인.

매달 안정적으로 월급을 받는 사람이었다. 어떻게 보면 이런 모험과 도전에 익숙하지 않은 부류들이다.

나도 로또에 당첨되지 않았다면 지금쯤은 코로나 때문에 많이 줄어든 매출을 보면서 똥줄을 타고 있을 수도 있다.

나는 직장인들의 그런 마음을 이해해서 새로운 방식을 제안했지만 그녀도 자신의 인생에 시간을 투자하는 일이기 때문에 신중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네, 연락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난 나는 호텔 조식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내려왔다.

본래 아침을 잘 먹지 않는 나였지만 이 호텔의 조식이 제법 괜찮게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신청을 해두었다.

뷔페식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생각보다 먹을만한 것이 많이 있었다.

‘이거 아침부터 푸지게 먹을 수 있겠는데?’

그렇게 혼자 자리를 잡고 앉은 나는 음식을 먹으면서 핸드폰을 보기 시작했다.

나는 SNS를 열어서 메시지를 찾기 시작했는데 사실 부산에 온 다른 이유는 양혜원 말고도 만날 사람들이 또 있었기 때문이다.

SNS의 팔로워가 많아지면서 좋은 점이 하나 더 있었는데 DM으로 전국적으로 매장에 관한 문의가 많이 들어왔다.

얼마 버세요? 같은 원초적인 질문도 있었고 가맹점을 열고 싶은데 혹시 계획이 있는 지 같은 연락도 많이 왔다.

각자의 사연을 이야기하면서 가맹점을 내주기를 원했는데 나는 부산에 오는 김에 근처에서 가게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들을 만나볼 생각이었다.

‘일단은 가까운 곳부터.’

첫 번째 가게는 바로 해운대 근처에 있는 돈가스 가게였다.

지금 현재 돈가스를 판매하고 있는데 올 여름 해운대에 손님이 줄면서 장사를 말아 먹었고 매출을 늘리기 위해서 우리의 영업 노하우와 비법은 전수 받고 싶다고 DM이 왔다.

옷을 갈아입고 준비를 마친 다음 가게를 찾아갔는데 입구부터 사장님이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와, 사장님. 엄청 잘생기셨네요. 차도 삐까 번쩍 하시고…”

“아, 예. 감사합니다.”

나는 사장님과 악수를 나누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잠깐 주변을 돌아 봤는데 경양식 돈가스를 주로 판매하고 있는 것 같았다.

“먼 길인데 여기까지 와주셔서 진짜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저도 일이 있어서 부산 온 김에 올 수 있었습니다. 가맹점을 열고 싶으시다고요.”

“네, 여기가 원래 유동인구가 좀 많은 지역이어서 장사가 좀 됐었는데 하필 망할 놈의 전염병이 터지는 바람에 지금은 매출이 완전히 나락으로 갔습니다.”

“얼마나 떨어지셨어요?”

“작년에 절반도 안 됩니다. 그동안 벌어 놓은 돈도 다 날리고 신용 대출 받아서 버티고 있는데 제발 도와주십시오.”

“그러시군요.”

나이는 35살 정도 되었을까?

덩치가 좀 있는 사장님이었는데 그래도 전에는 좀 장사가 되었던 모양인데 많이 억울해 보였다.

“잠깐, 가게를 살펴봐도 되겠습니까?”

“가게요?”

“네, 구경을 좀 하고 싶은데…”

솔직히 가맹점을 그냥 막 늘리려고 마음 먹으면 내가 이렇게 돌아 다닐 필요는 없다.

그냥 사업계획서 돌리고 가맹비, 인테리어비 받는 형식으로 가게를 늘리면 점포를 더 빨리 늘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처음에 화정점을 오픈할 때 직접 눈으로 보고 판단했다. 사장님들의 성향, 매장의 상태 등을 말이다.

그리고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을 내렸고 그것은 적중했다. 화정점의 매출은 많이 올라왔는데 신상원은 지금이라도 인수를 하고 싶은 눈치였다.

단순히 가맹점을 늘리는 것만 아닌 품질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나는 점주 후보들을 다 직접 만나 볼 생각이었다.

그런 마음으로 돈가스 가게를 둘러보고 있었는데 눈에 거슬리는 것들이 많이 보였다. 주방 오더용지가 나오는 프린터기 위에는 먼지가 잔뜩 껴 있었고 바닥 청소는 언제 하였는 지 검은색 곰팡이가 군데 군데 보였다.

장사가 안 된다고 했다. 시간이 많을 것이다. 예전에 신상원이 장사가 안 되었을 때 매장의 상태와 너무나 비교가 되었다.

“냉장고 열어봐도 될까요?”

“네…”

내가 주변을 계속 살펴보면서 표정이 어두워지자 사장님도 무언가 싸한 기분을 느꼈는지 말 수가 적어졌다.

냉장고를 열자 상태는 더 심각했다.

음식물 냄새가 확 올라왔는데 대체로 음식을 보관하는 통들의 뚜껑이 잘 닫혀 있지 않았다.

‘심각하네.’

당연히 유통기한은 물론 표시사항은 보이지 않았고 언제 만들었는지 모를 소스들이 냉장고를 가득 차지하고 있었다.

더 이상 볼 필요도 없었다.

“다 봤습니다.”

나는 말을 하고 밖으로 나왔는데 사장님이 자신의 잘못을 아는 지 나에게 말했다.

“제가 원래 다른 일을 하다가 이 일을 시작해서 많이 모릅니다. 알려주시면 시키는 것은 뭐든지 하겠습니다.”

“아, 그러시군요. 어쩐지 미흡한 점이 많이 보였습니다.”

나는 웃으면서 남자에게 이야기 했는데 내가 밝은 표정을 보이자 그도 조금은 안심하는 것 같았다.

“네, 죄송합니다. 그럼 가맹점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일단은 저도 생각을 좀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앞으로 사장님이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좀 되네요.”

“진짜 잘 할 수 있습니다. 믿어주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제가 고민을 좀 해보고 따로 연락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남자에게 인사를 하고 가게를 나왔다.

그리고 핸드폰 메모장을 열어 표시를 하기 시작했다.

해운대돈가스 X

여기는 탈락이었다. 단순히 매장의 상태가 마음에 안든 것도 있었지만 나는 그것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안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보통 가게에 애착이 있고 장사가 열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장사가 안 되면 청소라도 열심히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었다.

유리창을 닦고 테이블을 정리하고 바닥을 청소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주방에 먼지가 오래 쌓여있었다. 기본적으로 천성이 게으른 사람이었다.

물론 내가 일부를 보고 잘못 생각 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 내가 온다고까지 미리 알렸는데도 저러고 있는 것을 보면 아무런 생각이 없이 살아가는 사람 같았다.

그런데 여기서 가맹점을 열고 장사가 잘 된다고 하면 바빠서 더 청소를 안 할 것이다.

차라리 내가 봤을 때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서 저런 사람들은 망하는 것이 더 좋아 보였다.

‘다음은…남천동이네’

****

나는 이번에는 차를 타고 남천동으로 이동했다.

‘내가 이곳을 올 줄은 몰랐네.’

내가 좋아하는 영화에서 나오는 유명한 대사에 등장하는 지역이었다. 많이 듣기는 했는데 실제로 이곳에 오다니 사람 일은 진짜 모르는 것 같았다.

나는 잠시 이곳 사장님이 보낸 메시지를 떠올렸다. 정확히는 사장님의 딸이 보낸 메시지였다.

< 안녕하세요. 사장님. 저는 광전대학교 2학년에 재학중인 학생입니다. 저희 부모님은 부산에서 옛날 통닭집을 운영하고 계시는데 주변에 경쟁 치킨 업체가 많이 생겨서 매출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

광전대학교는 나와 친구들이 졸업한 대학교였다. 그래서 더 관심이 갔는데 어차피 치킨집은 튀김기를 가지고 있으니 경쟁이 많은 치킨보다 돈가스로 업종을 변경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가게 크기랑 규모만 괜찮으면 나쁘지 않은 생각 같아서 오늘 만나기로 했는데 가게에 도착하자 사장님 부부가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알로하에서 오신 분 맞으세요?”

“네, 제가 알로하의 사장 김정훈입니다.”

“안 그래도 딸에게 연락을 받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날씨가 추운데 빨리 안으로 들어오십시오.”

나는 사장님의 안내를 받아 들어가 테이블에 앉았다.

“따님이 저희 브랜드로 업종 변경을 하고 싶다고 신청을 하셨던데 혹시 맞습니까?”

“네, 맞습니다. 저희가 SNS 같은 것을 잘 못해서 딸이 대신 해주었습니다.”

언뜻 봐도 나이가 좀 되어 보였는데 느낌이 왠지 퇴직금으로 치킨집을 차린 것 같았다.

잠깐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 후 나는 그 전에 봤던 해운대처럼 매장 상태를 보기로 했다.

자리에서 일어나 홀과 주방을 돌아보기 시작했는데 사장님 부부가 불안한 눈빛으로 나의 뒤를 졸졸 따라왔다.

“청소는 잘 되어 있으시네요?”

“감사합니다. 요즘에는 손님이 없는 경우가 많아서 청소로 시간을 때우고 있습니다.”

“그러시군요. 주방도 좀 봐도 될까요?”

“네, 편하게 보세요.”

아까 워낙 안 좋은 집을 봐서 그런 지 청소상태는 마음에 들었다. 다음은 주방이었는데 주방은 조금 실망을 했다.

“야채는 고기와 이렇게 같이 두시면 안 됩니다. 변질될 위험이 있거든요.”

“아, 그렇군요. 제가 퇴직하고 가게를 오픈한 거여서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그러시군요.”

나의 예상이 맞아서 조금 놀랐는데 계속해서 돌아본 주방의 관리 상태는 별로 좋지 못했다. 청소는 깔끔하게 잘 되어 있지만 위생에 대한 기본 개념은 많이 부족한 것 같았다.

‘고민이 되는 군.’

주방을 다 돌아보고 다시 테이블에 앉은 나는 고민이 되었다. 원래 마음에 들면 포트폴리오를 보여주고 가맹점에 대해서 설명을 해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 집 애매했다.

고칠 부분이 많아 보였다.

‘알려준 대로 잘 따라올 수 있을까?’

청소를 잘한 것으로 보아서 성실한 것 같았는데 기본적으로 나이가 있는 사람들은 고지식하다. 자신들의 스타일을 잘 바꾸지 못한다.

아울렛에 있을 때 위생담당직원들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주방 이모들을 너무 많이 봤다.

이런 저런 고민하고 있을 때 남자 사장님이 나에게 말했다.

“혹시 무슨 문제가 있을까요?”

“음…솔직히 말씀드려서 청소는 열심히 하셨는데 위생 관리가 법적인 부분과 차이가 많습니다. 가맹점을 하신다고 하면 저희가 알려드린 지침대로 관리를 하셔야 하는데 잘 하실 수 있을지 걱정이 되네요.”

“아까 말씀 드렸듯이 처음 하는 일이라 잘 몰라서 그렇습니다. 알려만 주신다면 진짜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사장님은 말하면서 나의 손을 잡았는데 혹시나 내가 그냥 가버릴까 봐 걱정이 되었는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간절함.

너튜브에서 본 적이 있는데 토스트로 유명한 프랜차이즈 회장님은 가맹점을 뽑을 때 기준으로 간절함을 봤다고 말했다.

진심으로 간절하다면 사람은 바뀔 수 있다고 자신은 믿는 다고 했다.

잠시 고민을 한 나는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서 사장님에게 건넸다.

< 알로하 매뉴얼북 >

“이건 저희 가게 매뉴얼 북입니다. 혹시 이걸 보시고 내일까지 매장 환경을 개선해 주실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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