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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도 장사를 합니다-133화 (133/225)

제 133 화

‘너무 많이 샀나?’

호텔로 돌아온 나는 백화점에서 산 영수증을 전부 계산해 보았다.

천만 원이 넘는 금액이었는데 꼭 필요한 것만 산다고 생각했는데도 생각보다 돈을 많이 썼다.

정장을 사고 나니 구두가 필요했고 구두를 사고 나니 벨트가 그 다음에는 시계까지 사게 되었다.

예전에 돈이 없을 때는 관심조차 가지지 않았던 것들인데 돈이 많아지니 예쁜 것들이 많이 보였다.

그래서 하나, 둘 사다 보니 많아지게 되었다.

‘뭐, 앞으로 많이 입고 다니면 되지.’

쇼핑백의 양만 해도 상당했는데 몇 개는 차에 놔두고 내일 입을 옷만 일단은 가지고 올라왔다.

하나, 둘 펼쳐보면서 옷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호텔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룸 서비스입니다.”

“네, 잠시만요.”

단순히 쇼핑만 비싸게 한 것이 아니라 호텔도 해운대가 바로 보이는 좋은 방으로 구했다.

이제 곧 연말이었다. 코로나 때문에 예전 같은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혼자서 밥 먹기는 좀 그래서 룸서비스를 주문하였다.

“주문하신 양갈비구이와 오르조파스타입니다. 맛있게 드십시오.”

호텔 직원은 테이블에 음식을 세팅해주고 나갔는데 조금 양이 많은 것 같았지만 바다를 보면서 먹으면 충분히 다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정리하던 짐을 놔두고 나는 일단 테이블에 앉아 양갈비를 하나 들고 뜯기 시작했다.

“음…맛있는데?”

사실 이번에 처음 먹어보는 것이었다. 예전에 양갈비가 냄새가 좀 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전혀 그런 느낌이 안 들었다. 돼지고기 소고기와는 또 다른 맛이었는데 엄청 맛있었다.

‘비싼 값을 하는데?’

호캉스라고 해야할까? 원래는 단비와 오붓하게 보내기 위해서 예약했던 호텔이었다.

밤바다와 야경이 훤히 보여서 분위기가 너무 좋았는데 그녀도 같이 왔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고 싶었는데 아까 도착하고 연락을 했을 때 오늘도 야근을 한다는 말이 떠올랐다.

괜히 보내서 열심히 일하는 그녀의 마음을 신숭생숭하게 할 수도 있으니 일단 지금은 나혼자 즐기기로 했다.

거의 3시간 넘게 운전을 하느라 좀 피곤했는데 맛있는 음식을 먹으니 피곤이 조금은 풀리는 것 같았다.

‘그래, 이 정도 사치 정도는 괜찮잖아.’

장사도 잘되고 있고 주식으로도 꾸준히 돈을 벌고 있었다. 쇼핑과 호캉스 돈을 많이 쓰고도 충분히 감당할 만한 능력이 되었다.

‘거기에 이제는 코인도 있어.’

밥을 다 먹고 침대에 누운 나는 코인 거래소에 들어가 보았다. 저번에 상현이와의 통화 이후로 코인에 관심이 생겼다.

거래소에서는 많은 코인들이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주중에만 거래가 가능한 주식과는 다르게 코인은 주말까지 거래가 가능했다.

더군다나 24시간 거래가 가능했는데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물론 주식처럼 코인도 거래가 왕성하게 일어나는 시간이 있는 것 같았는데 코인에 빠진 사람들이 왜 계속 코인창만 쳐다보고 있는지 이해가 되었다.

비트코인 3,031,345 (+15.1%)

그냥 보기만 하는 것은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어서 나는 일단 가장 유명하다고 알려진 비트코인에 2천만 원 정도로 소액을 투자하였다.

그리고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3백만 원 정도의 수익을 올렸으니 말이다.

‘역시 코인도 오르는 추세인가?’

몇 년 전인가? 코인이 많이 올랐다고 시끌벅적 했을 때가 있었다.

그때 방송국이며 사람들이며 다들 코인에 관한 이야기로 난리도 아니었는데 그때가 고점이었다.

그 뒤로 많이 떨어져서 사람들의 관심이 줄어들었는데 상현이의 이야기로 듣고 확인해본 결과 지금 코인 가격이 몇년 전 그때와 비슷해져 있었다.

고점이라고 볼 수도 있었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전에는 코로나가 없었어.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서 전 세계가 돈을 푸는 시기야. 주식이나 부동산에 돈이 몰리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어. 그런데 코인이 여기서 고점이다?’

그동안 공부한 여러 가지 생각을 종합했을 때 나는 코인이 전고점을 돌파하면서 계속해서 상승의 추세로 들어갈 것 같았다.

코인은 실물이 없기 때문에 주식보다 더 광기가 지배되는 시장이다.

최고가를 경신하기 시작하면 어디까지 올라갈지 알 수가 없다.

‘돈이 더 필요하긴 해…’

꾸준히 수익을 벌고 있고 로또 당첨금도 많이 남아 있었지만 앞으로 지점을 늘리고 돈 들어갈 일을 생각하면 돈은 많이 있을수록 좋았다.

‘시드를 더 늘려서 투자해볼까?’

지금처럼 돈을 벌어도 괜찮을 것 같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린다. 나는 그 시간을 단축시키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빨리 돈을 벌고 로이스를 무너뜨린 다음에 남은 인생은 즐기면서 살고 싶었다. 상승하는 코인 시장에서 제대로 돛을 펼칠 수만 있다면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 한 번 해보자.’

마음을 먹은 나는 코인계좌에 5억 원을 입금하였다.

주식과 똑같은 시드. 그동안 관심을 둔 코인이 몇 가지 있었는데 주식처럼 분산해서 투자할 계획이었다.

‘이거는 묻어둔다는 생각으로 가자.’

주식은 적정 수익이 나는 순간 꾸준히 챙겨나가는 방법을 썼지만 코인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생각이었다.

분산 투자 후 존버. 코인은 터지기만 하면 수천 배까지 상승할 수 있기 때문에 작은 수익을 노리기 보다는 큰 한방을 노렸다.

나눠서 산 코인 중에 단 하나만 크게 터져준다면 엄청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았다.

‘뭐, 안 되면 어쩔 수 없고.’

나는 핸드폰을 끄고 샤워를 하기 위해서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생각해보니 어이가 없었다. 무려 5억이 넘는 돈을 입금했다.

예전에는 단돈 100만 원만 오고 가는 일에도 벌벌했었는데 지금은 생각보다 마음이 평온했다.

‘나의 그릇이 더 커졌구나.’

주식에서 배운 것인데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맞는 그릇이 있다는 것이다. 내가 100만원 짜리 그릇인데 1,000만 원을 가지고 투자하면 불안하고 초조할 수밖에 없다.

나는 그동안 장사와 여러 가지 계약들을 하면서 꽤 많은 돈이 들어가는 일들을 벌였다.

그 결과 이제는 이 정도는 아무렇지 않을 정도로 마음이 커진 것 같았다.

‘앞으로 더욱 더 커져야지. 그러기 위해서 부산에 온 거고 말이야.’

****

“점장님, 안녕하세요.”

다음날 오후에 나는 해운대 근처에 있는 한 카페에서 양혜원 점장을 만날 수 있었다.

그녀와는 몇 번 만나지 않았지만 입사 때부터 서로 연락을 하면서 업무에 도움을 주었고 로이스에 관련된 것들에서도 그녀에게 도움을 많이 받아서 오히려 퇴사후에 더 친해진 느낌이었다.

“오시느라 고생하셨어요. 오랜만에 뵙네요.”

“그러게요. 작년에 점장회의 할 때 보고 처음보니까 1년이 넘었네요.”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잘 못 지내고 있어요.”

잘 지내냐는 나의 말에 그녀는 울상을 지었는데 생각해보니 이곳에 온 이유가 그녀의 퇴사 때문이었다.

“아, 퇴사하신다고 하셨죠.”

“네, 이번에 확실히 마음을 먹었어요.”

“혹시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요?”

나는 강훈의 괴롭힘 때문에 퇴사를 결심했었다. 강훈이 그녀에게는 그러지 않았을 것 같은데 일을 그만 두는 이유가 궁금했다.

“요새 업무량이 완전 살인적이에요. 이대로 가다가는 쓰러질 것 같아서 그냥 그만두려고요.”

“업무량이요?”

“네, 코로나로 인해서 매일 같이 확진자 발생 동향이랑 매장 관리 현황을 보고 해야하는데 진짜 쉬는날도 매장에 나와야 할 정도에요.”

“그렇군요.”

“더욱 미치겠는 건 단톡방이에요.”

“단톡방이요?”

“강훈 본부장이 자기 궁금한 것 지역장들에게 보고하라고 시키는데 이게 시와 때를 가리지 않아요. 잠깐 안 보면 몇십 개씩 와 있는데 정신병 걸릴 것 같다니까요.”

나도 당했던 일이다. 강훈이 나를 괴롭힐 때 깨톡으로 여러 가지를 보고하라고 시켰는데 이게 진짜 사람 피를 말리게 했다.

“뭐, 지역장님들도 시키니까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겠지만 대답이 좀 만 늦어도 닦달하니까 진짜 스트레스 많이 받아요.”

예전에 퇴근 후 깨톡으로 업무지시를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글을 본 적이 있었다.

직접 당해본 입장으로서 공감했다. 특히 요식업은 직원들의 휴무가 다 다르기 때문에 이런 깨톡으로 인한 업무 보고가 거의 일상화 되다시피했다.

“저도 그것 때문에 그만 뒀는데 공감이 되네요.”

“그래서 이번 기회에 그만두고 더 나이 먹기 전에 새로운 일 시작해보려고 마음 먹었어요.”

“잘하셨습니다.”

“정훈 씨는 어떻게 지내셨어요? 장사는 잘 되시는 것 같은데…”

“요새 장사도 잘 되고 있고 곧 뉴월드 백화점에 3호점을 오픈할 예정입니다.”

“뉴월드 백화점에요?”

“네, 광주에 프리미엄 식품관이라고 생기는데 최근에 거기에 입점하기로 결정 되었어요.”

“우와, 축하드려요. 얼굴도 좋아 보이시고…분위기도 좀 달라지신 것 같았는데 일이 잘 되셔서 그런 거군요.”

어제 산 옷들을 신경써서 입고 나왔다. 더군다나 헤어스타일부터 안경까지 예전에 점장일을 할 때 와는 비교도 안 되게 좋은 얼굴이었다.

아침에 나오면서 전신 거울에 나를 살짝 비춰보았는데 잘하면 은기나 이제는 배우가 된 선우에게 비벼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감사합니다. 퇴사하고 스트레스가 줄어서 그런 것 같아요. 근데 저희 브랜드에 관심 있다고 하셨죠? 가게 오픈하실 생각이세요?”

“네, 그렇게 마음 먹고 있어요. 처음에는 제가 직접 브랜드 만들고 싶었는데 정훈 씨 SNS 들어가 보고 조금 생각이 바뀌었어요.”

“제 SNS요?”

“네, 보니까 팔로워도 엄청 많으시고 고객님들 반응도 엄청 좋던데요?”

SNS 팔로워는 10만 명을 넘어섰고 거기에 리얼맛집탐방에서 1등을 하면서 지금은 15만 명을 넘고 있었다.

가게에 온 많은 사람들은 SNS에 글을 남겨주고 있었는데 그 반응이 대체로 좋았다.

- 너무 맛있어요. 내 최애 돈카츠!

- 사장님, 이렇게 훌륭한 돈카츠를 저렴하게 제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여기 사장님, 직원들 전부 다 훈남, 훈녀임 얼굴보고 뽑는 듯

- 리얼맛집탐방 보고 다녀왔습니다. 방송이 돈카츠를 맛을 다 담지 못했네요. 꼭 직접 다녀오세요.

“그러셨군요. 아시는 것처럼 지금 고객들 반응이 나쁘지 않습니다. 직접 가게를 하신다고 하면 괜찮으실 겁니다. 이것을 보시겠어요.”

나는 그녀에게 미리 준비한 포트폴리오를 보여주었다. 선영이와 며칠을 작업한 결과물이었는데 우리 브랜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홍보를 하기 위해 특별히 제작을 하였다.

그녀는 포트폴리오를 유심히 보더니 나에게 물었다.

“이건 어떻게 보면 가맹점이 아니네요?”

“맞습니다. 직영점과 가맹점의 중간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되겠네요. 2호점으로 운영하고 있는 화정점이 이런 식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만약에 저희 브랜드를 하시고 싶다고 하시면 같은 방식으로 제안드리고 싶네요.”

나는 그녀에게도 신상원과 같은 방식을 제안했다. 처음에는 직영점의 직원으로 도움을 주다가 나중에 확신이 들면 인수하는 방식 말이다.

“저는 오히려 이게 마음에 드네요.”

“그러세요?”

“네, 사실 시국이 시국인지라. 장사를 하는 게 맞나 하는 고민도 좀 있거든요. 이거는 제가 일단 직원으로 일하다가 나중에 결정하면 되는 거잖아요.”

“네, 맞습니다.”

나는 화정점과 계약했던 샘플을 보여주면서 그녀와 자세히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녀는 이 방식이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았다.

하긴 코로나 때문에 망하고 있는 가게가 많았다. 나는 로또 때문에 부담없이 할 수 있었지만 본래 직장인이었던 그녀는 투자에 신중할 수 밖에 없다.

“더 궁금하신 것은 없으세요?”

“아, 혹시 오늘 저녁에 시간 되세요?”

“저녁에요?”

“사실 저 말고도 부산, 경남 지역에 퇴사하고 싶어 하는 점장님들이 좀 더 있거든요. 모처럼 시간이 다 맞아서 이야기 좀 하기로 했는데 이런 가맹 방식이라면 관심이 있어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아서…”

생각해보니 그녀는 부산 지역에서 짬이 좀 있는 점장이었다. 성격도 좋아서 직원들 사이에서는 마당발로 통해 있었는데 직원들끼리 퇴사에 관한 이야기를 했던 모양이다.

“그런 거라면 당연히 가야죠. 제가 맛있는 거 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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