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4 화
“알로하를 사고 싶다는 말씀이세요?”
“네, 알로하를 사고 싶습니다.”
명함을 받았을 때부터 평범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가게를 인수하고 싶다는 말을 할 줄은 몰랐다.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내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죄송합니다. 알로하는 팔 생각이 없습니다.”
솔직히 예전에 조그맣게 장사할 때였으면 모르겠다. 그런데 지금은 돈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나는 알로하로 로이스를 넘어서고 싶어.’
목표가 있었다. 이 목표를 위해서는 알로하가 꼭 필요했고 지금까지 목표를 위해서 잘 해 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굳이 지금 팔 필요가 없었다.
“그렇군요. 인수 자금으로 10억 정도 생각하는데 그래도 안 될까요?”
김장춘이 구체적인 인수 자금을 제시하였다. 생각보다 큰 금액에 나는 놀랐는데 역시나 거절했다.
“죄송합니다. 그래도 팔 생각은 없습니다.”
10억, 적은 돈은 아니다. 솔직히 로또에 당첨되기 전 이었다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넘겼을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나의 CMA 통장에 있는 돈이 저것보다 많았다.
그리고 지금 나오고 있는 상무점과 화정점의 매출이 3년 정도만 꾸준히 나온다면 10억 정도는 거뜬히 모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단호하게 대답하자 제안을 한 김장춘이 오히려 놀라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나의 눈빛에서 절대로 팔지 않겠다는 마음을 느꼈는지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말했다.
“인수자금을 더 높여줄 생각도 있으니 혹시나 마음이 변하면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는 가게를 나가려고 했는데 나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는 불고기로 전국적인 체인점을 만든 대단하다면 대단한 사람이었다. 내가 걸어야 할 길을 먼저 걸은 선배라고 할 수 있었는데 그와 친분을 쌓아두어서 나쁠 것은 없어 보였다.
“잠시만요. 혹시 저녁에 시간 괜찮으십니까?”
****
“원래부터 광주에서 시작하셨다니 몰랐습니다.”
나는 그에게 정중히 부탁을 했는데 그도 나에게 어느 정도 호기심이 있었는지 저녁에 식사 자리를 만들 수 있었다.
직원들과 자주 갔던 소고기 집에서 그와 만났는데 알고 보니 그도 처음에 광주에서 장사를 시작했었다고 한다.
“20년 전에 저기 문흥동 먹자골목에서 본점을 시작했었지. 그래서 지금도 집은 문흥동이야.”
식사와 함께 술을 마셨는데 어느 정도 마시자 그와 조금은 친해질 수 있었다.
“그러시군요. 그런데 왜 갑자기 저희 브랜드를 인수하시려고 하시는 겁니까? 뚝불도 장사 잘 되고 있지 않나요?”
뚝불이라고 불리는 가게는 고정층이 탄탄한 맛집이었다. 코로나 때문에 힘든 것은 다 마찬가지겠지만 그래도 장사는 잘 되고 있을 것이다.
“나쁘지 않지. 그런데 나도 이제 나이도 있고 외식 기업을 만들어야 겠다는 욕심이 생기더군.”
“아…”
“코로나 때문에 장사가 안 되는 가게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오히려 좋은 브랜드를 싼 사격에 인수할 수 있으니 괜찮을 것 같아서 적합한 가게를 알아보고 있었어.”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단일 브랜드로 계속해서 점포를 늘릴 수 있으면 좋겠지만 결국에서 자기들끼리의 경쟁이 된다.
그래서 브랜드를 다각화 시켜서 사업 규모를 키울 생각인 것 같았다.
“그런데 왜 갑자기 돈카츠에 관심이 생기셨습니까?”
“아, 원래는 무등산돈까스에 관심이 있었거든 거기는 본점 밖에 없잖아. 나 처음에 장사 시작할 때부터 알려진 가게라 흥미가 있었는데 문제가 좀 있더군.”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방송을 보고 나서 출연하는 다른 가게들 나름 조사를 했는데 알로하가 좀 괜찮아 보이더군. 사실 이 근처에서 며칠 지켜보면서 매출이랑 파악했는데 나름 세게 부른다고 부른 건데 안 넘어오다니 신념이 대단한 친구야.”
김장춘도 리얼맛집탐방을 보고 우리 가게에 관심이 생겼던 모양이다. 다른 가게들보다 우리를 좋게 봐주셨다니 감사한마음이 들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내 생각에 10억이 적은 돈은 아닌데 거절한 이유가 뭔가?”
“저는 알로하를 돈카츠 브랜드로 1등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그렇군. 쉽지 않은 길이야. 지금 제일 잘 나가고 있는게 로이스 아닌가?”
“네, 맞습니다.”
“내가 알기로 로이스는 프레쉬푸드 계열 쪽 외식브랜드로 알고 있는데 맞나?”
“어…원래는 그랬는데 지금은 나와서 따로 회사로 만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프레쉬푸드와 긴밀한 연관이 있겠지 거기도 가족 회사잖아.”
“네, 그렇죠.”
“1등이 되려면 고생을 좀 해야겠는데?”
“네, 열심히 해야죠.”
“사실 내가 브랜드를 늘리려는 이유도 대기업들을 상대하기 위해서야.”
“대기업이요?”
“나는 대기업들과 상대하기 위해서는 물류가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거든….”
“물류…”
“자네 지금 야채 같은 거 어떻게 구매하나.”
“음…예전에 점포가 한 개 일 때는 제가 직접 차를 타고 식자재 마트로 가서 구매했습니다.”
처음에 상무점을 오픈했을 때는 야채가 싸다고 하는 식자재 마트를 옮겨 다니면서 자동차에 싣고 다녔었다.
덕분에 가뜩이나 안 좋은 차의 상태가 흙이 묻어서 그런지 더 지저분해 보였었다.
하지만 화정점이 생기고 차를 바꾼이후로는 그냥 식자재 전문 쇼핑몰에서 택배로 주문을 하고 있는 편이었다.
“지금은 그냥 쇼핑몰에서 구매해서 택배로 받고 있습니다.”
“그렇군. 나도 처음에 그것 때문에 애를 먹었지. 전국으로 매장을 넓히는데 가맹점에 물류를 넣어 주어야 하잖아. 그런데 거기에 투자하는 돈이 상당히 많이 들어가더군.”
“그럴 것 같습니다.”
“그렇게 힘들게 만들어 놨는데 기본적으로 물류는 대량구매해서 저렴하게 받는 것이 포인트잖아. 그런데 뚝불 하나만 가지고는 모든 물량을 소화하는게 어렵더라고 그렇다고 이미 늘어날대로 늘어난 뚝불을 오픈하고 싶다고 하는 사람들도 요즘에는 없고 말이야.”
“그래서 다른 브랜드를 생각하셨군요.”
“그래, 괜찮은 브랜드 몇 곳을 인수하고 가맹점을 늘린 다음에 우리 물류를 같이 쓰게 하는 거지.”
나는 김장춘의 말이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되었다.
예전에 대기업은 영업이익이 아니라 물류비로 돈을 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전국 가맹점으로 물건을 납품하고 받는 돈이 상당할 것 같았다.
그렇게 벌어 들인 돈으로 또 저렴하게 물건을 구매하고 결론적으로 가맹점에도 저렴하게 납품한다면 이득일 것 같았다.
“괜찮은 생각이네요.”
“자네도 국내 프랜차이즈를 생각하고 있다면 어느 정도 물류에 대해서 고민을 해두는 것이 좋을 것이야.”
“네, 조언 감사드립니다.”
사실 어느 정도 생각하고는 있었다. 처음에 고기 납품도 그렇고 소스 제작도 그렇고 지금보다 규모가 커질 때를 생각하고 계약하고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하지만 야채와 소모품도 같은 것도 물류이니 나중에 점포가 늘어났을 때 이것을 어떻게 처리 해야할 지 생각하는 것도 필요했다.
“아, 혹시 생각있다면 우리 물류 쓰는 건 어때?”
“뚝불에서요?”
“그래, 아마 쇼핑몰에서 구매하는 것보다는 저렴하게 받을 수 있을거야.”
당장은 편하게 가게를 운영할 수 있는 나쁘지 않은 생각이었다. 물류를 직접 구성하는데 돈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이용하면 좋기는 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생각하면 나만의 물류를 가지는 것이 좋기는 했다.
고민이 되었다.
“네, 한 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래. 서로 윈윈할 수 있으면 좋은 일이지.”
“아, 보니까 가맹점 엄청 빨리 늘리셨던데 비법이 있으실까요?”
나는 이왕 그를 만난 김에 궁금한 것을 작정하고 다 물어 보았다.
“가맹점?”
“네, 사실 저희도 지금 가맹점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거든요.”
지금은 하정점에서 점장으로 일을 하고 있는 신상원도 처음에는 가맹점으로 문의 했었다.
리얼맛집탐방에 출연한 이후로 가맹점에 대한 문의도 들어오고 있는데 아직 가맹점을 받을 만큼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아서 일단은 보류하고 있는 상태였다.
“흠흠…그거는 나의 영업 노하우라 조금 더 친해지면 알려주도록 하지.”
그는 약간 곤란한 표정이었는데 나는 이해했다. 수십 년 동안 쌓아온 자신만의 영업 비밀이다.
그래도 내가 어느 정도 마음에 들었는지 그는 여러 가지를 알려주었는데 그것만 하더라도 큰 도움이 되었다.
“네, 그럼 제가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자네를 보고 있으니까 옛날에 나를 보는 것 같군. 요즘 젊은 친구들은 싹싹한 맛이 없는데 말이야.”
“그런가요? 앞으로도 좋게 봐주십시오.”
나는 그에게 술을 따랐는데 생각지도 않게 좋은 인연이 생긴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
“현 대리, 지하 1층에 있는 공유주방 다 정리 되었나?”
“네, 사용하고 있는 브랜드에 연락해서 5일만 비워 달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아마 4일 저녁까지는 다 정리가 될 것 같아요.”
“그래, 잘했어. 이번에도 지점장님이 직접 참석하셔서 심사한다고 하셨으니까 각별히 신경을 써야 돼.”
“네. 알겠습니다.”
단비는 최근에 정신이 없었다. 본래는 내년 초 식품관 목표로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 아직 브랜드 선정도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많은 브랜드가 신청해서 선정하느라 어려움이 있었는데 브랜드 선정하고 인테리어 기획 공사까지 들어가려면 상당히 빠듯한 일정이었다.
‘그래도 열심히 해야지.’
하지만 단비는 힘을 냈다. 12월 5일은 돈카츠 브랜드 시식회가 있을 예정인데 여기서 최종 2 개의 업체가 선정된다.
코다리 냉면이나 전주비빔밥 같은 경우 경쟁하는 브랜드가 적어서 이미 선정을 맞춘 곳도 있었다. 하지만 돈카츠는 의견이 다양하여 결국 시식회까지 진행을 하게 되었다.
“아, 이야기 들었지?”
“무슨 이야기요?”
“이번에 모야돈까스 입찰 포기했잖아. 몰랐어?”
“네, 전혀 못 들었습니다.”
“아, 규철이, 이 자식 전달 해놓고 휴가 가라니까 그냥 갔나보네.”
“모야 돈까스가 입점 포기했나요?”
“어, 자체 내부 사정으로 입점을 포기했어.”
“그러면 시식회는 3개 업체만 준비하면 되는 건가요?”
평상시 같으면 업무를 전달해주지 않고 간 선배를 원망했을 것이다. 하지만 단비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경쟁하던 업체가 빠지면 알로하에 더 유리하게 진행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잘됐네.’
그때 표주환 팀장의 입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이 나왔다.
“아니, 시식회는 4개 브랜드가 참석할 거야.”
“아, 그럼 기존에 예선에서 떨어진 업체 중 한 곳이 올라오는 건가요?”
“아니, 본사에서 자체적으로 심사에서 브랜드 한 곳 임의로 집어 넣기로 했어.”
“본사에서요?”
“이거 저희 광주점에서 독자적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 아니었나요?”
“그렇기는 한데…우리가 힘이 있나. 하라고 하면 하는 거지.”
3개만 경쟁하는 줄 알고 좋아했던 단비는 다른 곳이 들어온다는 이야기에 조금 힘이 빠졌다.
“참석하는 브랜드가 어디인가요?”
“현 대리도 들어는 봤을 걸? 로이스라고 지금 현재 돈카츠 브랜드 랭킹 1등이라고 하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