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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도 장사를 합니다-123화 (123/225)

제 123 화

‘이런 기분 진짜 오랜만이군.’

예전에 로이스에서 일할 때 가장 싫어했던 날이 어린이날과 크리스마스였다.

손님들에게는 너무나 즐거운 날이지만 1년 중 매출이 가장 많이 찍히는 날이기 때문에 그날은 모든 직원과 알바들이 출동해서 일을 해야 했다.

직원들 밥먹을 시간이 없는 것은 물론 끝임없이 밀려오는 고객들 때문에 잠시 숨돌릴 시간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이 바로 그때와 같은 기분이었다.

리얼맛집탐방 첫 방송이 나가고 프로그램이 이슈화 되면서 가게를 찾는 손님들이 늘었다.

거기에 그 다음주 방송에는 우리 가게가 첫 타자로 얼굴을 비췄는데 사람들이 시그니처 메뉴인 체다모짜카츠에 큰 관심을 보였다.

‘하긴 비쥬얼로는 압도적이지.’

확실히 프로그램의 영향력 때문인지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가게를 찾아왔는데 손님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광주를 넘어서 여수, 순천, 목포 등 멀리서 왔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보통은 낮 1시까지 거의 만석을 유지하고 다음에는 손님이 조금씩 빠지는 편이었는데 지금은 브레이크 타임인 3시까지 손님들이 거의 만석을 유지하고 있었다.

몸이 조금 힘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다 나의 주머니를 풍족하게 해주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고생하셨습니다.”

“어, 그래, 고생했다.”

엄청 밝은 성격인 한승이와 하연이도 하루종일 움직여서 그런지 많이 피곤해 보이는 눈치였다.

매출이 늘어나면서 알바생도 많이 늘렸다. 주방에 알바를 3명을 충원했고 홀에 있는 알바는 7명이 넘었다.

물론 다 같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분배해서 스케줄을 짰는데 그래도 조금 부족한 느낌이었다.

11월 30일. 모두 퇴근한 후 나는 오랜만에 가게에 홀로 앉아 매출 마감을 진행해 보았다.

‘1억을 넘겼어.’

총 매출이 1억을 넘겼다. 평일에도 평균적으로 200만 원을 넘는 매출이 나왔고 주말에는 거의 500만 원이 넘는 매출이 나왔다.

잘하면 이번 달에 1억을 넘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진짜로 1억을 넘겼다.

‘여기에…인건비랑 재료비, 홍보비를 빼면…’

나는 거래명세표를 살펴보면서 이번 달에 들어간 매출에서 이번 달에 들어간 비용을 빼기 시작했는데 그렇게 이번 달 발생한 순이익을 창출할 수 있었다.

‘2천 5백만 원.’

마진율로 따지면 25% 정도였다. 본래 나는 가게 마진을 30%로 잡았는데 알바도 늘어나고 신메뉴를 시작하면서 재료비도 늘어나고 거기에 여러 가지 홍보비용이 겹치면서 이번 달에는 나가는 비용이 조금 많았다.

그때 신상원에게서 문자가 왔다.

< 이번 달 매출 보내드릴게요. >

나는 화정점에도 매출이랑 나간 비용을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화정점 순이익은 천만 원이네.’

화정점은 아파트가 많아서 그런지 맘카페 홍보 효과를 똑똑히 봤다. 특히 배달 주문하는 사람도 많이 늘어서 총 매출 5천만 원을 달성할 수 있었다.

마진율을 생각하면 천만 원 이상 남아야 하지만 일전에 인테리어로 들어간 비용을 매월 조금씩 나눠서 분산처리하고 있었기 때문에 마진율은 20% 정도로 상무본점 보다는 낮았다.

< 고생하셨습니다. >

< 네, 고생하셨습니다. 사장님. >

나는 그에게 답을 했는데 신상원의 마음이 복잡할 것도 같았다. 자신이 매장을 운영할 때는 매출이 천만 원을 조금 넘었었다. 그런데 지금은 순이익이 천만 원이다.

물론 내가 제안하기는 했지만 그가 처음부터 나에게 가게를 양도하는 것이 아닌 다른 조건을 내세워 알로하의 가맹점으로 가게를 직접 운영했더라면 지금 나온 수익이 그의 순수익일 수도 있었다.

‘이게 자본주의 구나.’

나는 허준석 대표의 자본주의에 대한 개념이 이제는 무엇인지 확실히 알 것 같았다.

자신의 돈을 투자하여 리스크를 감당하는 것. 아마 신상원은 그동안 장사가 잘 안됐기 때문에 선뜻 그런 도전을 하는 것에 확신이 없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평범한 직장인일 때는 투자하고 하는 것은 은행에 적금을 넣는 것 밖에 업섰다.

이자라고 해봐야 1%가 조금 넘지만 투자라고 한다면 그것도 투자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든든한 로또 당첨금이 있었기 때문에 다른 투자를 망설이지 않았다.

그 결과 알로하를 운영해서 얻은 수익이 3천 5백만 원 정도 되었고 11월 돼서 조금 주춤하기는 했지만 주식에 넣어서 번 돈만 천 5백만 원이 넘었다.

일전에 사둔 아파트 가격이 11월 들어서 한 차례 더 점프를 하더니 결국 10억을 달성하였다. 집값이 올랐다고 욕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11월에만 집값이 5천만 원이 오른 나에게는 오히려 감사한 일이었다.

30억에 가까운 돈을 은행에 넣어둔 예금이자도 상당했는데 다 합치면 1억은 그냥 넘길 것 같았다.

예전에 직장생활할 때 100만 원 짜리 적금을 10년을 넣어야 벌 수 있었던 돈을 단 한 달 만에 벌어 버렸다.

‘몇 달 지나면 다시 30억 만들 수 있겠는데?’

집을 사면서 로또 당첨금으로 남겨둔 30억을 조금 깼다. 거기에 차를 사면서 27억 아래로 떨어졌는데 지금처럼 수익이 발생하면 금방 다시 30억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집도 사고, 차도 사고 다음에는 건물인가?’

건물주, 사실 처음에 로또에 당첨되면서 욕심이 생겼던 일이다. 가게 다 정리하고 커다란 건물을 사서 임대료를 받으면서 사는 꿈 말이다.

하지만 참았다. 결과적으로 알로하가 잘 되고 있으니 잘 된 선택 같았다. 그렇다고 건물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었다.

‘로이스 같은 본사 건물을 가지고 싶어.’

로이스는 서울에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강남에 자신들의 본사 건물을 가지고 있었다. 나 역시 신입사원 연수나 점장회의가 있을 때면 그 건물로 가서 교육을 받곤 했었다.

가능할 지는 모르겠지만 이왕 건물을 산다고 하면 그런 건물을 가지고 싶었다.

예전에 강남역 4번 출구에서 느꼈던 그 감정 이제는 직원이 아닌 사장으로 느껴보고 싶었다.

‘얼마나 있어야 할까?’

한번도 알아보지는 않았지만 엄청나게 많은 돈이 필요할 것 같았다. 물론 자그마한 건물을 사서 집값이 오른 것처럼 점점 수익이 발생하길 기다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알로하로 점포를 늘리려면 돈이 상당히 들어갈 것 같았다.

‘조금 더 분발하자. 백화점 일만 잘 풀리면 멀지 않은 일이야.’

1차를 통과하고 나서 백화점에서 연락을 받을 수 있었다. 12월 5일에 업체 선정을 위해 백화점에서 시식회를 열 예정인데 준비를 해달라는 이야기였다.

시식회.

내가 알기로 백화점이나 아울렛에서 업체를 선정할 때 시식회까지 가는 경우가 흔하지는 않았다. 대부분 서류상 여러 가지를 확인하고 회의를 통해서 업체를 선정한다.

물론 업체가 입점하고 난 후 백화점 본사 직원들에게 잘 부탁드린다는 의미로 시식회를 진행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렇게 입점하기 전부터 진행하지는 않았다.

‘진짜로 맛으로 평가한다는 건가?’

지역 맛집 프리미엄 식품관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일단은 맛으로 제대로 평가할 생각인 모양이었다.

‘오히려 좋지. 직원을 더 뽑아야 할 것 같네.’

매장 매출도 하고 시식회도 준비하고 만약에 3호점이 오픈한다고 하면 한승이와 하연이는 그 쪽으로 가야한다.

지금 있는 직원으로는 어림도 없다. 그동안 알바들을 꾸준히 채용해서 어찌어찌 굴리고 있지만 이제는 정식으로 직원이 더 필요한 시점이었다.

****

사실 직원을 구한다는 공고는 그동안 꾸준히 올렸었고 실제로 면접을 보러 온 사람들도 많았다.

특히 요식업에 경력이 4년에서 5년이 넘는 사람들의 연락도 많이 왔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호텔이나 레스토랑과 같은 대형 프렌차이즈에서 근무하다가 이번 코로나를 계기로 권고사직을 당한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찾아와서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이 사람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하긴 선우도 처음에 그랬지.’

선우도 처음에는 염색을 해서 그런지 외모만 봐서는 마음에 드는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막상 일을 시켜보니 누구보다 성실히 일을 했었다.

이곳을 그만두고 서울로 간후에도 자신은 잘 지내고 있다면서 연락은 해오고 있었다.

“고생하셨습니다. 나중에 연락을 드릴게요.”

“네, 감사합니다.”

찾아오는 대로 면접을 끝내고 돌려보냈는데 하연이가 나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마음에 안 드세요?”

사실 직원이 뽑히기를 누구보다 바라는 사람이 바로 하연이었다. 아무리 긍정에너지가 가득한 그녀일지라도 계속해서 지금과 같은 매출을 유지하고 몸을 움직인다는 것은 진짜로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다들 경력은 괜찮은데 딱 끌리는 사람은 없네.”

“그렇죠? 제가 보기에도 그래요. 그래도 이제는 슬슬 구해야 하지 않을까요? 막상 시켜보면 또 잘하는 사람 있잖아요.”

“네가 많이 힘든가 보구나? 하긴 선우도 처음에는 별로 였는데 일 잘했지.”

“네, 아 맞다. 선우 너튜브에 나왔는데 혹시 보셨어요?”

“너튜브에?”

“네, 저번에 드라마 들어간다고 한 거 대본리빙 편집해서 올라왔던데요?”

“그래? 나도 보여줄래?”

드라마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드라마에 관련된 영상도 많이 찾아보는 편이었다. 특히 대본리딩이나 시사회, 종방연 등 드라마 시작 전이나 이후에 관한 영상들도 좋아했는데 최근에 일이 바빠서 선우에 관한 것들을 놓치고 있었다.

핸드폰 너튜브에 보이는 선우는 많은 배우들 사이에서 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여기 있을 때는 그냥 순수한 청년인 줄 알았는데 저렇게 앉아 있으니 제법 배우 포스가 나는 것 같았다.

“오, 분위기 엄청 좋은데요?”

선우가 대사를 말할 때마다 주변이 집중되는 분위기였는데 사극톤의 드라마 대사도 잘 소화하고 있었다.

“그러게 잘 지내고 있는 것 같네.”

최근에 소속사도 구했다고 이야기 들었다. 계약금으로 얼마를 받았는데 나에게 돈을 갚겠 다면서 계좌로 보내왔다.

나는 괜찮다고 이야기했지만 자신은 돈 쓸 일이 별로 없으니 빨리 사장님 돈을 갚고 싶다고 해서 그렇게 하라고 했다.

물론 그래도 아직 나에게 빌려 간 돈이 조금 남아 있는데 생각보다 연기를 잘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이번 기회에 좋은 배우가 될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그렇게 하연이와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선우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문이 열리면서 가게로 누군가 들어왔다.

나이가 좀 있어 보이는 중년 아저씨였는데 나는 그에게 양해를 구했다.

“저희가 원래 4시까지가 브레이크 타임이라 직원들이 쉬고 있는데 잠시만 기다리시겠어요?”

시간을 보니 벌써 3시 50분이었다. 나는 직원과 알바들에게 한 시간 브레이크 타임에 대한 자유시간은 철저히 챙겨 주었다.

밥을 먹고 밖에 나가서 커피도 마시면서 충분히 쉬라고 이야기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저녁까지 체력이 버텨주질 못했다.

나의 말에 아저씨는 자리에 앉아 나를 쳐다보더니 말했다.

“혹시 가게 사장님이세요?”

“네, 제가 사장입니다.”

“사실 저는 밥을 먹으로 온 것이 아니라 사장님과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왔습니다.”

“저하고요?”

“네, 잠시만 시간 내주실 수 있을까요?”

“네, 괜찮습니다.”

남자의 말에 나는 반대편 의자를 빼서 자리에 앉았다. 내가 자리에 앉자 그가 자신의 명함을 꺼내서 나에게 보여주었다.

< 뚝배기불고기 대표 김장춘 >

명함을 본 나는 조금 놀랄 수 밖에 없었는데 나도 먹어본 적이 있는 꽤 유명한 브랜드의 대표였기 때문이다.

“저는 뚝배기불고기라고 하는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대표 김장춘이라고 합니다.”

“아…네. 들어본 적 있습니다.”

내가 알기로 뚝불이라고 해서 전국에 꽤 많은 점포를 가지고 있었다. 광주에도 차를 타고 지나가면 심심치 않게 매장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제가 이곳에 온 이유는 사장님에게 제안 드릴 것이 있어서입니다.”

“제안이요?

“네, 혹시 알로하라고 하는 돈카츠 브랜드 저에게 파실 생각은 없으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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