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또 1등도 장사를 합니다-121화 (121/225)

제 121 화

‘무등산 돈까스?’

리얼맛집탐방에 같이 출연하는 가게였기 때문에 당연히 어디인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곳에서 거기 사장님을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사장? 생각보다 어린데?’

배병호라는 남자는 나보다 조금 나이가 어려 보였는데 내가 알기로 무등산돈까스는 만들어진 지 20년이 넘는 상당히 오래된 맛집이었다.

‘아들인가?’

본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맛집들은 세월이 흘러오면서 그 경영이 자식들의 세대로 전해지는 경우가 많다.

아마 무등산 돈까스도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 안녕하세요.”

“이번에 리얼맛집탐방 출연하신 거 맞죠?”

“네, 맞습니다.”

역시나 배병호도 우리 가게를 알고 있었다.

“저희는 최근에 촬영 끝났는데 거기도 촬영 끝났나요?”

“네, 저희는 첫 촬영으로 들어가서 끝난 지 좀 됐어요.”

“그렇군요. 그동안 맛집 프로그램에 몇 번 출연한 적은 있었는데 이렇게 최강자를 뽑는다고 하니까 좀 기대가 되네요. 촬영 어떠셨어요?”

“아, 저희는 맛집 프로그램 촬영이 처음이라 조금 떨리던데요?”

“그러셨군요. 아마 가게 이름 알리시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거에요. 저희도 그렇게 가게 이름 알렸거든요.”

“네, 저희도 무등산 돈까스처럼 유명해졌으면 좋겠네요.”

“광주에서 돈까스 하면 저희 가게가 유명하기는 하죠. 자,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안에 들어가서 이야기 나누시죠.”

내가 유명하다가 치켜세워줘서 그럴까? 배병호는 기분이 좋아 보였는데 카페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은기가 조용히 나에게 말했다.

“원래 말이 좀 많아.”

“아, 그래?”

“어, 나서고 자랑하는 거 좋아하거든…”

“그럼 보통 사람들이 싫어하지 않나?”

“그렇기는 한데…모임은 또 저렇게 앞장서서 나서는 사람이 있어야 운영이 좀 된다고 하더라고 다들 낯가리면 안 되잖아.”

“그렇기는 하네.”

뭐, 자기가 돈 벌고 자랑한다는데 나는 나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먼저 다가와서 이렇게 인사해주니 편한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

“안녕하세요. 상무지구에서 알로하라고 돈까츠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김정훈이라고 합니다.”

모임에 모인 사람은 나와 은기를 포함해서 총 6명이었다. 본래 모임의 멤버는 10명이 넘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10인 이하의 만남이 제한되었기 때문에 일단은 낮에 시간이 되는 인원들만 모이기로 하였다.

“안녕하세요. 은기씨도 잘생겼다고 생각했는데 친구분도 완전 훈남이네요.”

카페 사장 박다정이 나의 인사를 받더니 칭찬을 해주었다. 그녀는 실질적인 모임을 처음 만든 회장이었기 때문에 만남은 자연스럽게 이곳에서 하고 있다고 들었다.

“감사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자동차 튜닝 전문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남광준이라고 합니다. 랩핑, 도색, 썬팅 등 차에 관해서 꾸미는 거는 거의 다 하고 있으니까 혹시 관심 있으시면 언제든지 연락 주십시오.”

박다정의 옆에 있는 남자가 자신의 명함을 꺼내면서 나에게 건네주었는데 나도 내 명함을 꺼내서 그에게 주었다.

“네, 만나서 반갑습니다.”

남광준의 설명이 끝나자 이번에는 그 옆에 있던 여자가 자신을 소개했는데 솔직히 아까부터 눈에 띄었었다.

‘이게 모델 포스라는 건가?’

얼굴도 예쁘고 키도 커서 몸매가 확 눈에 들어왔는데 커피를 주문하면서 커피를 주문하면서 은기에게 물어봤는데 유명한 쇼핑몰 사장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자신이 직접 모델로도 뛴다고 했는데 매출이 어마어마하다고 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쇼핑몰 메종드유의 대표를 맡고 있는 유초롱이라고 합니다.”

“초롱?”

그녀가 이름을 말했는데 상당히 특이한 이름이어서 나도 모르게 다시 물었다.

“네, 초롱입니다. 특이한 이름이죠.”

“아, 아닙니다. 아주 예쁜 이름이네요.”

그렇게 한 번씩 자신을 소개를 마치고 나자 배병호가 나섰다.

“소개는 어느 정도 된 것 같은데 다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

****

이런 것을 번개라고 해야 하나?

처음 보는 사람들이 갑작스럽게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이 어색할 것 같았다. 처음에 붙임성이 좋은 편인 나지만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고 나서 생각이 조금은 바뀌었다. 내성적인 은기가 어떻게 모임에 적응할 수 있었는지 알 수 있었는데 기본적으로 모임에 있는 사람들이 말이 많고 친절한 편이었다.

“정훈씨는 SNS 시작한 지 얼마 안 됐구나 그런데 벌써 10만 명이 넘다니 부럽다. 나는 진짜 매일 저녁에 눈물 흘리면서 좋반하고 맞팔하러 다녔는데…”

좋반. 예전 같았으면 몰랐을 단어였다. 좋아요 반사라는 뜻인데 내가 올린 글이나 사진을 좋아요 눌러준 사람의 SNS로 찾아가 반대로 눌러주는 것을 말한다.

좋아요를 누르면 자신과 팔로우가 된 사람들에게 노출이 가능했는데 초창기에 팔로워를 누르기 위해서 서로 품앗이로 이런 것을 많이 한다고 들었다.

“저도 은기가 알려줘서 처음에 진짜 많이 했습니다.”

“그래요? 이래서 친구가 좋은가 봐. 나는 알려주는 사람 하나도 없었는데 두 사람 서로 도와주는 모습이 보기 좋은 것 같아요.”

박다정은 계속해서 은기와 나를 칭찬했는데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그때 가만히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던 유초롱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이거 인테리어 혹시 어디서 하신 거에요?”

그녀는 나에게 우리 가게 사진을 보여주면서 말했다. 말수가 적다고 생각했는데 인제 보니 우리 가게를 찾아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로원디자인이라는 곳에서 디자인해줬고 시공은 저희 매제가 했습니다.”

“그렇군요. 왠지 비슷한 것 같더라고요. 저희 가게도 미희 언니가 디자인해줬었거든요.”

“아, 그랬군요.”

익숙한 이름이 나오자 나는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네, 원래 쇼핑몰 하기 전에 구시청에 자그마한 옷가게로 시작했거든요. 지금도 매장은 남아 있어요. 그때 인테리어 디자인을 미희 언니가 해줬는데 그때부터 친하게 지냈습니다.”

“그러시군요. 저도 몇 개월 전에 가게 확장공사를 했는데 그때 디자인을 도와주셨습니다.”

“사람들이 광주가 좁다고 했을 때 별로 실감하지 못했는데 이렇게 인연이 되네요.”

“그러게요. 어쩌면 제가 초롱 씨 가게를 보고 영감을 받았는지도 모르겠네요. 처음에 미희 씨가 자기가 작업한 결과들 보여주면서 저에게 마음에 드는 것 고르라고 하셨거든요.”

“그래요?”

그녀는 처음부터 약간 도도하게 앉아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다른 사람들보다 거리가 있게 느껴졌었다.

그런데 이렇게 아는 사람과 친하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반가운 생각이 들었다.

“네, 다음에 미희씨랑 시간 내서 저희 가게 한번 오세요. 제가 맛있는 돈카츠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미희 언니 만난 지도 오래됐는데 한 번 시간 내서 가야겠네요.”

한번 이야기의 물꼬를 튼 덕분일까? 그녀와 옷가게 오픈하고 돈을 벌고 쇼핑몰 오픈한 이야기 등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그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우리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던 배병호가 끼어들었다.

“초롱 씨, 조금 섭섭하네요. 저희가 안 시간이 꽤 되는데 저희 가게는 한 번도 안 오셨잖아요.”

“아, 거기는 혼자서 가기에 좀 그래서…”

“그러지 말고 오십시오. 혼자서 오셔도 제가 같이 먹어 드리겠습니다.”

“네네, 다음에 시간이 되면 갈게요.”

나는 조용히 배병호를 살펴보았는데 이제 보니 그는 유초롱에게 관심이 있었던 모양이다. 나랑 유초롱이 친해지는 분위기를 보이자 견제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뭐, 젊을 때니까. 안심해라. 나는 여자친구 있으니까.’

****

그렇게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를 알아가고 있을 때 갑자기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는데 배병호가 호주머니에서 핸드폰과 지갑을 꺼내서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소리였다.

“어, 동생. 차 키가 바뀌었네?”

배병호가 올려놓은 지갑 옆에는 차키가 놓여 있었는데 그것을 알아보고 남광준이 말했다.

“네, 이번에 바꿨습니다.”

“그래? 뭐로 바꿨어?”

“형님, 말씀 듣고 G 바겐으로 바꿨어요.”

“그래? 잘했어. 자네는 덩치가 있어서 그런 거 타줘야지 차는 어디에 있어?”

“저기 밖에 두었습니다.”

배병호는 자신의 차를 손으로 가리켰는데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의 차로 향하자 기분이 좋았다. 사실 이것을 자랑하고 싶어서 오늘 모임에 참석했다.

“오, 확실히 블랙이 멋이 살아있네.”

남광준이 칭찬을 하자 배병호는 어깨가 올라갔는데 그는 유초롱의 눈치를 살폈다. 사실 차에 관심이 있는 것 같은 그녀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무리하게 차를 바꿨다.

덕분에 부모님에게 잔소리를 듣기는 했지만 그녀가 호감을 느낀다면 상관없었다. 그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서 쳐다보았는데 그녀의 입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말이 나왔다.

“어, 저거 포르쉐 파나메라 아니에요?”

“네, 맞습니다.”

“정훈 씨, 차에요?”

“네, 제 차입니다.”

“대박, 저 얼마 전에 빨간색으로 주문했거든요. 6개월 이상 걸린다고 해서 지금 출고 기다리고 있거든요.”

“아, 그러세요?”

“나중에 드라이브시켜주시면 안 돼요? 출고 되기 전에 어떤 느낌인 지 한 번 타보고 싶은데…”

유초롱의 말을 듣고 있던 배병호는 기분이 나빠졌다. 자신의 계획에서 틀어졌기 때문이다. 본래는 그녀가 자신의 차에 관심을 보이면 같이 드라이브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놈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배병호는 처음에 인사하고 정훈을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같은 동종 업계에 일하고 있지만, 맛집으로 알려진 경력이 달랐다.

더군다나 이번에 열린 돈카츠 최강자 전에서 자신이 손을 썼기 때문에 승리는 거의 확정적이었다. 곧 자신의 가게에 큰일이 날 예정인데 그것을 모르고 여기서 하하 호호하고 있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하, 정훈 씨는 드라이브 다닐 여유가 없을 겁니다. 곧 가게에 큰일이 날 예정이거든요.”

차를 타고 싶다는 유초롱의 말에 배병호가 또 끼어들었다. 아무래도 그녀와 단둘이 드라이브하는 것은 조금 부담스러워서 어떻게 거절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던 정훈은 배병호의 말에 관심이 생겼다.

“큰일이요?”

“네, 저희 최강자전하고 있지 않습니까? 1등 못하면 가게 이미지에 손해가 좀 있을 것 같은데 더 바쁘게 움직여야 하지 않을까요?”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마치 자기가 1등을 할 것처럼 이야기하는 병호가 정훈은 어이가 없었다.

‘패기인가?’

“누가 1등이 될지는 지켜봐야 알겠죠.”

“저희가 1등 할 겁니다.”

맛에 자신 있는 정훈도 1등을 할 것이라고 장담하지는 못했다.

‘자기 브랜드에 대한 믿음이 상당하는구나.’

정훈은 저런 마인드는 배워겠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그의 전화가 울렸다.

“잠시만요.”

정훈은 전화를 받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켰고 병호는 자신의 가게가 1등을 해서 정훈의 가게를 눌러줄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빨리 첫 방송이 시작했으면 좋겠군.’

“이거 다들 젊어서 그런지 혈기가 왕성하네요. 이만 자리 옮기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다들 식사하러 가시죠.”

젊은이들의 기싸움을 느낀 것인지 박다정이 자리 이동을 제안했고 다들 동의했다. 밥을 먹기 위해서 다들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그때 통화를 마친 정훈이 돌아왔다.

“정훈씨, 우리 이제 밥 먹으러 갈까 하는데 괜찮죠?”

“네, 괜찮습니다. 제가 오늘 사드리기로 했는데 빠지면 안 되죠. 그런데 병호 씨는 이렇게 있으셔도 괜찮으세요?”

뜬금없는 정훈의 말에 배병호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는데 그것을 보고 정훈이 실소를 머금으면서 말했다.

“방금 방송국에서 연락 받았는데 큰일은 그쪽이 나신 것 같은데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