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5 화
“작업하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아.”
조형우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보니 그랬다.
기존에는 고기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망치로 두들기면 됐었다. 하지만 고기를 이렇게 썰어 내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았다.
더군다나 칼을 잘 다루는 기술도 필요해 보였는데 아무나 할 수 없는 작업이었다.
기존처럼 망치로 두들기고 안에 치즈를 넣을 수도 있었지만 이미 더 맛있는 것을 확인했는데 되돌리기에는 아까운 마음에 들었다.
그때 조형우가 말했다.
“혹시, 고기 업체에 연락해서 이렇게 만들어 달라고 하면 안 될까?”
“규원 축산이요?”
조형우의 말에 나는 우리 가게에 고기를 납품해주고 있는 규원 축산을 떠올렸다. 한영에서 규원으로 납품 업체를 교체한 후 나는 매우 만족하고 있었다.
동성이 형님의 지인이라고 가격도 저렴하게 해주셨는데 거기에 더해 고기의 품질도 상당히 좋게 보내주시고 있었다.
힘줄 제거 등 손이 많이 들어가는 재료도 시간이 좀 지났는데 처음과 똑같이 작업해서 보내주고 있었다.
“그래, 우리보다 거기에 물어보면 잘하면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
“그래요? 한번 물어 보겠습니다.”
****
“되실 것 같다고요?”
나는 규원 축산에 전화를 걸어서 확인을 했는데 긍정적인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 그래, 어떤 식으로 원하는 지는 알 것 같아. 매장으로 오면 작업해서 보여 줄게 ]
예전에 계약을 마치고 동성이 형님과 같이 술을 마셨는데 그 이후로 꽤 친해져서 형님으로 모시기로 했었다.
“네, 그럼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나는 바로 규원 축산으로 향했는데 어느새 작업을 끝냈는지 형님은 작업 된 고기를 나에게 보여주었다.
“이렇게 원하는 거 맞지?”
얇게 썰 린 고기가 여러 겹으로 포개져 있었는데 내가 원하는 모양이 맞았다. 바로 치즈를 가져와 싸면 될 정도의 크기였는데 기대 이상으로 생각보다 너무 마음에 들었다.
“네, 맞아요. 어떻게 아셨어요?”
“원래 매장에서 대패 삼겹살이나 목살을 만들 때 기계를 이용해서 이렇게 판매하고 있거든 아까 말하는 거 듣고 이거 원하는 것 같았어.”
확실히 오랫동안 고기를 다룬 전문가여서 그런지 내가 원하는 바를 찰떡같이 알아 들으신 것 같았다.
“그렇군요. 딱 저희가 원하는 모양이에요.”
“그런데 이게 어디에 필요한 거야?”
“이 가운데에 치즈를 올려서 돈카츠를 만들려고요.”
“그래? 그런데 괜찮을지 모르겠네.”
나의 말에 박규원은 걱정이 된다는 듯이 말했다.
“무슨 문제가 있을까요?”
“아무래도 이렇게 고기를 썰어 내려면 냉동을 한 번 시킬 수 밖에 없거든. 그런데 여기에 치즈를 다시 싼다고 하면 해동을 해야 하는 거 아니야?”
박규원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조형우도 비슷한 방법으로 고기 작업을 하였다.
“네,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너도 알겠지만 고기를 한 번 얼렸다가 다시 녹이면 육즙이 많이 손상돼 그거는 감안해야 할 거야. 그래서 원래 저렴한 목살이나 대패를 이런 식으로 작업하거든.”
박규원의 말에 나는 공감했다. 확실히 지금처럼 냉장으로 된 고기를 쓸 때보다 단점은 있었다.
그냥 모짜렐라치즈만 사용했다면 이런 단점은 부각되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아까 맛을 보았을 때 체다치즈와 같이 사용하니 풍미가 살아 있어서 단점보다 장점이 많아 보였다.
“대신 냉동으로 유통하는 장점도 있지 않을까요?”
“물론 오래 보관할 수 있으니 좋기는 하지.”
로이스에 있을 때 대부분의 고기는 냉동으로 작업 되어 들어왔다. 유통의 편리함과 보관의 용이함을 위해서였다.
프랜차이즈 회사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소스를 만드는 것 뿐만 아니라 전국에 있는 매장에 고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로이스처럼 냉동으로 만들 필요도 있었다.
‘이번 기회에 초석을 다지는 것도 나쁘지 않지.’
“네, 혹시 이렇게 작업해서 매장에 보내주실 수 있을까요?”
“그런데 이거 이렇게 차곡차곡 정돈해서 보내줘야 하는 거 아니야?”
박규원은 썰어 놓은 고기를 한 겹 씩 겹치기 시작했다. 마치 탑처럼 고기를 쌓기 시작했는데 저런 모양으로 되어 있으면 한 장씩 치즈카츠를 작업할 수 있으니 오히려 망치를 두드리는 직금보다 훨씬 작업 속도가 빠를 수 있을 것 같았다.
“오, 맞아요. 그렇게 보내주시면 좋을 것 같은데.”
나는 그가 보여준 방식이 마음에 들었는데 그는 난색을 표했다.
“이렇게 차곡차곡 쌓는 거는 우리가 가진 인력으로는 좀 힘들 것 같아…안 그래도 지금 거기 고기 작업량 늘어서 힘들게 작업하고 있거든….”
규원의 말이 나는 이해가 되었다. 안 그래도 다른 업체들보다 고기를 작업하는데 손이 많이 들어간다.
그런데 기존보다 장사가 잘 되고 2호 점으로 늘리면서 주문하는 고기의 양도 늘어났다. 그도 지금도 거의 모든 직원들을 동원해서 작업에 나서고 있었다.
“그렇군요.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요?”
“직원을 늘리면 가능할 것 같기는 한데…김 사장도 알다시피 요즘 같은 시국에는 직원 늘리는 게 좀 부담이 돼.”
“그렇죠.”
생각해보니 예전에 한영 축산 사장도 고기를 납품하고 있는 가게들이 폐업으로 줄어들어서 힘들어 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물론 규원 축산은 기존에 입지를 잘 다져두어서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우리들을 위해서 직원을 새롭게 뽑을 정도는 아닌 것이다.
“어떻게 하지? 조금씩이라면 가능할 것 같은데 그거라도 보내줄까?”
뭐, 사장님의 말처럼 일단은 조금씩 받아서 써도 상관은 없다. 부족 분은 망치로 두들기면서 말이다. 그런데 나는 앞으로 매장을 더 늘릴 계획이었다. 그러면 필요한 고기의 양도 더 많아질 것이다.
잠시 고민을 한 나는 내 생각을 말씀드렸다.
“사장님, 혹시 직원을 늘리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직원을?”
“네, 저는 저번에 말씀드렸듯이 알로하를 프랜차이즈 회사로 키울 생각입니다. 3호 점을 만들 계획도 하고 있고요. 앞으로 필요한 고기의 양도 더 많아질 것 같은데 지금 직원을 늘리셔서 저희에게 지속적으로 고기를 납품하시면 사장님도 돈을 더 버실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매장을 벌써 늘린다고?”
“네, 그럴 계획입니다.”
프랜차이즈 계획은 예전에도 말했기 때문에 그도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단기간에 팍팍 늘어날 것이라고는 그도 생각지 못했던 것 같다.
“음…”
나의 말에 그도 고민이 되는 것 같았다. 하긴 계획만 가지고 그도 새로운 도전을 하기에는 부담이 될 것 이다.
다른 업체를 찾는 방법도 있겠지만 나는 지금 규원에서 들어오는 고기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사장님에게 확신을 주기로 했다.
“만약에 사장님이 직원을 늘리신다고 하면 저희가 매월 일정 분량의 고기를 반드시 입고 하겠습니다.”
“그렇게 까지?”
내 말에 사장님은 좀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은 필요한 분량을 발주해서 고기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일정 분량의 고기를 항상 받는다고 하면 만약 장사가 잘 되지 않았을 때 그냥 버리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물론 지금처럼 장사가 계속 잘 된다고 한다면 그런 일이 발생하는 경우는 없겠지만 리스크가 있는 일은 분명했다.
그렇지만 나는 자신이 있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이야기하자 사장님도 마음을 정했는지 나에게 말했다.
“오케이, 알았어. 나도 자네 믿고 일을 벌여보지.”
“믿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야, 오히려 이런 불황기에 돈 벌 수 있다면 나야 좋은 거지. 대신 잘해야 해. 내 손으로 새로 뽑은 직원들 짜르는 일 없게 말이야.”
“네, 알겠습니다.”
****
“잘한 일 맞나?”
일단 사장님과 상의하여 일 년 동안 최소 주문 고기량을 결정하였다. 당장 방송이 잘 안 풀린다고 하면 매출이 떨어질 수도 있었는데 나는 우리 가게를 믿어보기로 했다.
“새로운 모짜체다카츠도 있으니 잘 되겠지.”
새롭게 개발한 모짜체다카츠를 바로 판매에 들어가기 위해 나는 일을 서둘렀다. 별도의 메뉴판 속지를 주문하고 거기에 홍보를 위해 사람들에게 연락을 돌렸다.
미희 씨를 비롯한 블로거들과 최근에 친해진 SNS 인플루언서들에게 개인적으로 홍보를 해달라고 부탁을 하였다.
필요하다면 홍보비를 지불할 생각도 있었다.
원래 이런 부탁을 한 번도 하지 않은 나였지만 방송 출연 전에 새롭게 개발한 모짜체다카츠를 최대한 알리고 싶었다.
맘카페에 하고 있는 광고도 연장하기로 했다. 기존의 우동, 소바에 관련된 글도 엄마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덕분에 화정점 매출이 많이 올랐는데 운영진에게 새로운 모짜체다카츠도 홍보를 넣어 달라고 이야기했다.
“이번 달에는 지출이 좀 나가려나?”
메뉴도 업그레이드하고 기존과 다르게 일을 많이 벌였다. 당연히 나가는 돈이 많아졌는데 그렇게 걱정되지는 않았다.
매장 수익 말고도 벌고 있는 돈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주식이다.
“이번 달에는 5천만 원 번 건가?”
새롭게 배운 농사 매매법에 깨달음을 얻은 것인지 사고 싶은 종목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주식에 들어가 있는 시드를 5억까지 늘렸는데 결과는 성공이었다.
은행이자 이상만 벌어도 성공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수익과 손해를 종합한 결과 10%에 해당하는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당초 5%만 벌어도 성공이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생각보다 수익이 컸다. 내가 종목을 잘 고른 이유도 있었지만 시장의 도움이 컸다.
주식시장이 호황이어서 그동안 꾸준히 올라 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걱정 되는 점도 있었다.
계속해서 오르던 주가지수가 10월에 들어서면서 횡보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가끔씩 급락이 나오는 경우도 있어서 이제는 머리에 도달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었다.
하긴 그동안 계속 올랐으니 조정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시장이었다.
“그동안 많이 벌었으니 떨어지면 비중 좀 줄이지 뭐…”
처음에 주식을 시작할 때는 걱정이 많았다. 잘 모르는 시장이었기 때문에 그랬던 것도 같다. 하지만 마음을 편안하게 먹으니 또 재미있는 것이 바로 주식인 것도 같다.
자고 일어나면 빨간색으로 변해있는 종목을 보는 것이 쏠쏠한 맛이 있었기 때문이다.
“상현이는 잘하고 있으려나?”
나는 처음에 주식을 추천해준 상현이를 떠올렸다. 원래 단둘이 주식에 관한 이야기를 깨톡으로 많이 했었는데 요즘에는 이상하리 만큼 조용했다.
“일이 많이 바쁜가?”
그러고 보니 성민의 결혼식에도 녀석은 오질 못했다. 나는 오랜만에 근황이 궁금하여 녀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어, 상현아. 통화 가능하냐?”
[ 어, 가능해? 무슨 일이야? ]
“그냥, 너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서 전화했지.”
[ 요새 힘들어 죽겠다. 새로운 부장이 왔는데 완전 꼰대야. ]
“그래?”
[ 미친놈이 금요일 저녁에 업무 준다니까? 다음 주 월요일까지 해놓으라고. ]
“그래서 결혼식 못 왔냐?”
[ 어, 내가 결혼식 있다고 다른 사람에게 넘기면 안 되냐고 하니까. 자기는 소신 있는 사람이 좋다고 소신껏 하라고 하더라. 완전 싸이코패스인 것 같아. ]
“크크, 재미있네. 그냥 소신껏 넘기고 오지 그랬어.”
[ 그러려고 했는데 올해까지만 참기로 했다. 진급심사 있거든…이렇게 했는데 인사점수 잘 주겠지. ]
“그래, 그래서 바빠서 요새 조용했구만 이제 종목 추천 안 해주냐?”
[ 종목? 주식 말하냐? ]
“응, 요새는 왜 깨톡에서 조용하냐.”
[ 나 요즘에 주식 잘 안 한다. ]
“왜? 돈 다 잃고 접었냐?”
[ 아니, 나는 이제 새로운 판에서 놀고 있다. ]
“새로운 판?”
[ 어, 형은 코인으로 부자 될 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