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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도 장사를 합니다-114화 (114/225)

제 114 화

“실장님, 혹시 치즈카츠를 더 맛있게 만들 방법이 있을까요?”

지금 우리 가게에서 만들고 있는 치즈카츠는 내가 알로하를 처음 오픈할 때 너튜브에 있는 레시피를 보고서 따라 만든 메뉴이다.

등심을 망치로 두들겨 얇게 핀 다음 소금과 후추로 양념을 한다. 그 가운데 적당한 크기로 자른 모짜렐라치즈를 두고 고기로 감싼 다음에 밀가루와 계란 그리고 빵가루를 묻힌 다음에 기름에 튀겨낸다.

실제로 조리 과정을 따지면 망치로 두들겨서 고기를 피는 시간이 가장 오래 걸린다고 할 정도로 그렇게 어렵지 않다.

아마 대부분의 일본식 돈카츠 전문점에서는 이렇게 치즈카츠를 만들 것이다. 조리가 어렵지 않기 때문에 좋은 치즈와 고기를 사용하고 튀기기만 잘한다면 솔직히 맛이 없기가 힘든 것이 바로 또 치즈카츠다.

간혹 고기 냄새가 나거나 맛이 없는 치즈카츠를 판매하는 집들이 있는데 이것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모짜렐라치즈와 고기를 사용하거나 아니면 고기를 감싼 상태에서 너무 오래 보관 두어서 그런 경우가 많다.

어쨌든 기본만 지키면 가장 맛있는 메뉴가 치즈카즈였는데 나는 왠지 이 메뉴로 방송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것을 전문으로 하는 가게가 방송에 안 나온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치즈카츠는 아이들도 그렇고 어른까지 찾는 고객이 많은 음식이다.

맛있다고 알려지면 가게를 찾는 손님들이 더 많아 질 것 같았고 이것은 매출을 좀 더 끌어 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거기에 쭉쭉 늘어나는 치즈카츠는 비주얼적으로 합격이었다. SNS와 블로그에 홍보를 하기에 아주 적합한 메뉴인 것이다. 방송을 넘어서 백화점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좀 더 가게를 알릴만한 수단이 많은 것이 좋았다.

“더 맛있게…일단 지금 생각나는 것은 치즈를 바꾸는 것 밖에 없는데…같은 모짜렐라치즈도 회사마다 맛이 조금씩 다르잖아.”

“그렇죠.”

조형우의 말에 동의했다. 지금 우리 가게에서 사용하는 치즈는 시중에서 판매하는 제일 좋은 모짜렐라치즈라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처음에 가게를 만들 때 가성비가 좋은 식당을 목표로 만들었기 때문에 비싼 치즈를 사용할 수 없었다.

물론 고기를 좋은 고기로 바꾸면서 맛 역시 올라간 느낌이 있었지만 치즈는 초창기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의 말처럼 더욱 좋은 치즈로 바꾼다면 맛을 더 끌어 올릴 수는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것 가지고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희는 좋은 치즈랑 좋은 고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방송에서 이렇게 말하기에는 맛집으로서의 품위가 없어 보였다. 대부분의 맛집에서는 가게만의 특별한 비법과 독창성이 있는데 그게 떨어지는 것 같았다.

나는 조형우에게 이것을 말했는데 그도 동의했다.

“그 말도 맞네. 다른 방법을 한 번 생각해볼게.”

“네, 저도 생각해 보겠습니다.”

****

“네, 그럼 그때로 알고 있겠습니다.”

[ 사장님. 그럼 저희가 촬영 가기 며칠 전에 또 연락 드리겠습니다. ]

다음날 방송 촬영 일자가 11월 6일로 잡혔다는 말을 작가에게 들었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빨리 잡혀서 놀랐는데 우리 가게부터 촬영을 시작하고 다른 가게들은 촬영과 편집이 동시에 들어가기 위해서 일정이 빨라졌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빨리 결정을 해야겠네.”

어떻게 보면 이제는 더 이상 고민할 시간이 없었다. 바로 쵤영이 바로 코앞까지 다가왔기 때문이다. 바꾸더라도 새롭게 변경한 메뉴를 홍보할 시간도 필요했다.

나는 급한 마음에 인터넷을 뒤지면서 치즈카츠로 제법 이름이 알려진 가게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역시 황돈은 유명하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황돈이라고 하는 돈카츠 가게였다. 공중파에서 제작하는 TV 프로그램에서 이름을 알린 가게였는데 좋은 재료와 엄청난 정성을 쏟은 돈카츠로 황제 돈카츠, 줄여서 황돈이라고 불렸다.

이 가게의 메인 음식도 치즈카츠였는데 처음에는 영세한 업장으로 시작했지만 요식업계의 마이다스의 손이라고 알려진 배원종이 맛집이라고 극찬을 하면서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고 지금은 돈카츠 하면 사람들의 입에서 빠질 수가 없는 가게가 되었다.

“그래 여기도 치즈카즈가 메인이었어.”

확실히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린 돈카츠 프렌차이즈들은 치즈카츠를 놓고는 이야기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인터넷을 뒤지면서 정보를 얻고 있었는데 색다른 가게를 발견했다.

“여기는 모짜렐라치즈를 안 쓰네?”

경기도에서 제법 이름이 알려진 돈카츠 가게였는데 여기는 특이하게 모짜렐라가 아닌 체다지츠를 사용해서 돈카츠를 만들고 있었다.

“이것도 맛있어 보이네.”

보통 모짜렐라를 사용하면 하얀색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체다치즈는 노란색 느낌을 주었는데 왠지 더 맛있어 보였다.

하긴 그러고 보니 음식은 보는 것 까지 맛이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었다. 빨간색 병에 담긴 캐첩과 파란색 병에 담긴 캐첩의 판매량을 비교한 실험이었는데 빨간색 병에 담긴 캐첩의 판매량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일단 캐찹은 빨갛다라는 인식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설문조사 결과 파란색은 맛이 없어 보인다라는 의견이 많았다.

라면만 해도 그렇다. 파란 국물에 담긴 라면을 상상해보면 절로 식욕이 떨어질 것이다. 그렇든 음식에는 어울리는 색깔이 있었는데 체다치즈의 노란색은 돈카츠와 상당히 잘 어울렸다.

“체다치즈가 모짜렐라보다 더 고소한 맛이 나는 구나…”

솔직히 두 치즈의 차이점은 잘 몰랐다. 그냥 레시피에서 모짜렐라를 사용했기 때문에 나도 그렇게 사용한 것인데 맛에 차이가 있었다.

그때 의구심이 들었다. 체다치즈가 더 맛있다고 하면 왜 다른 가게들은 체다치즈를 사용하지 않는 건지 하는 생각 말이다.

그 이유도 찾아 보았는데 생각보다 단순했다.

체다치즈는 온도가 높으면 빨리 녹아서 흐물흐물해진다. 보통 치즈라면에 들어가는 치즈가 이 체다치즈를 사용하는데 조금만 온도가 높아져도 국물과 섞여서 형태를 알아볼 수 없어진다.

치즈카츠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쭉 늘어나는 식감을 체다치즈로는 살리기 힘든 것이다. 그럼에도 이 체다치즈를 사용하는 가게는 식감을 포기하더라도 고소함을 극대로 끌어올린 것이다.

가게마다 선택이기는 하지만 장단점이 있어 보였다.

그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잠깐만, 두 개를 조금씩 섞으면 어떨까?”

두 가지 치즈의 장단점이 있으니 서로 합치면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은 살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상황에 따라서 장점은 사라지고 단점만 부각 될 수도 있었다.

“이런 건 직접 해보면 되지.”

*****

나는 가까운 식자재 마트로 향해서 체다지츠를 구매하고 가게로 향했다.

갑작스러운 나의 방문에 조형우는 놀랐는데 나는 그에게 나의 아이디어를 말해주었다. 그는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괜찮은데? 생각해보니까 예전에 일본에서 그냥 돈카츠 위에 토핑으로 체다치즈를 녹여서 올린 건 본 적이 있어.”

“그래요? 지금 바로 만들어 볼게요.”

조형우의 말에 자신감이 생긴 나는 바로 장갑을 끼고 새로운 치즈돈카츠 제작에 들어갔다. 만드는 방법은 똑같았다. 등심을 망치로 두들기고 치즈를 고기로 감싼다.

여기에 들어가는 치즈를 기존 모짜렐라 양을 절반으로 줄이고 나머지 절반을 체다치즈로 넣었다.

정확히 반반을 넣은 것이다.

빵가루를 묻히고 치즈를 튀기기 시작했는데 그때 조형우가 말했다.

“근데 체다치즈를 튀기려면 고기를 잘 감싸야 될 것 같은데? 체다는 잘 녹으니까 잘못하면 고기 밖으로 다 새어 나올 것 같아.”

“그러네요.”

그의 말에 튀김기를 살펴보았는데 체다치즈가 조금씩 새어 나오고 있었다. 그래도 그렇게 많이 흘러 나오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돈카츠를 다 튀긴 후 튀김 망에 올려 놓고 잠시 기다렸다. 기름이 어느 정도 빠진 후에 돈카츠를 커팅 했는데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하얀색 모짜렐라치즈 절반, 노란색 체다치즈 절반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쁜데?”

본래 사진을 찍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였지만 절로 카메라가 나오는 작품이었다.

“맛이 중요하죠.”

모양은 합격이다. 이 정도 비주얼이면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맛이었다.

나는 젓가락으로 돈카츠 한 조각을 들어 올린 후 입으로 가져갔다. 물컹 씹히는 느낌과 함께 입안에서 고소함이 퍼지기 시작했는데 엄청 맛있었다.

‘이게 체다치즈 맛이구나.’

그냥 모짜렐라만 먹었을 때는 담백함이 강하기 때문에 소스에 찍어 먹어야 맛이 있었다. 하지만 체다지츠를 넣으니 따로 돈카츠 소스를 찍지 않아도 될 정도로 맛이 났고 풍미도 느껴졌다.

“꼭 치즈 퐁듀에 돈카츠 찍어 먹는 것 같아요.”

내 말에 조형우도 젓가락을 들고 맛을 보기 시작했다.

“오, 진짜네? 이 전에 치즈카츠보다 훨씬 맛있는 것 같아.”

나는 다시 한번 돈카츠를 만들어서 튀겼다. 다시 먹어 보았는데 역시나 맛있었다. 거기에 더해 식감도 줄어들지 않았다.

기존에 모짜렐라에서 양이 절반으로 줄였지만 여전히 쭉쭉 늘어나고 있었고 오히려 늘어나는 치즈를 타고 노란색 체다치즈가 흘러 내려서 더욱 맛있어 보였다.

“이거 시그니처 메뉴로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요?”

“그러네, 잠깐만 기다려봐.”

반했다고 해야 하나? 솔직히 큰 기대하지 않고 만들었는데 맛이 너무 훌륭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조형우가 냉동고에서 무언가를 꺼내기 시작했다.

그가 냉동고에서 꺼낸 것은 등심이었다. 본래 우리 가게에서 고기는 냉장으로 보관한다. 나는 왜 냉동고에서 고기가 나왔는지 궁금했는데 그가 말했다.

“사실 나도 조금 방법을 생각해봤는데 지금 우리 가게는 고기를 망치로 두들겨서 펴고 있잖아. 근데 아무래도 두들겨서 고기를 펴면 두께가 제각각인 경우가 많잖아.”

“네, 그렇죠.”

사람의 힘으로 망치를 가지고 고기를 두들긴다. 그래서 힘이 많이 들어간 부위는 얇아지고 다른 부분은 두꺼워지는 등 고기의 전체적인 두께가 다르게 변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고기를 살짝 얼려서 얇게 칼로 썰어내면 고기를 얇은 모양으로 만들 수 있으니 열전도도 골고루 돼서 훨씬 맛있을 것 같더라고…”

그는 직접 고기를 썰어서 나에게 보여주었는데 대패삼겹살 같은 모양으로 얇게 펴진 등심으로 확실히 망치로 두들기는 것보다 얇았다.

“맛도 보셨어요?”

“당연히 봤지. 기존의 방식보다 확실히 맛은 있어.”

“잠시만요. 저도 먹어 볼게요.”

나는 그가 썰어 놓은 고기에다가 모짜렐라와 체다를 넣어서 다시 한번 튀겨 보았다.

고기가 얇아져서 그럴까? 생각보다 돈카츠를 튀기는 시간이 더 빨라졌다. 다 튀긴 돈카츠를 잘라서 먹어 보았는데 조형우의 말처럼 확실히 맛이 있었다.

“실장님, 아까보다 더 맛있어 진 것 같아요.”

“그래?”

생각지도 못한 발견이었다. 예전에는 고기 따로 치즈 따로 인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조화를 이루었다.

물론 고기가 줄어들어서 그런지 크기가 좀 작아졌지만 기존보다 치즈를 더 넣어서 모양을 크게 만든다면 더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거 너무 마음에 들어요. 우리 시그니처 메뉴로 이걸로 결정하시죠.”

맛을 보고 나니 확신이 들었다. 이 정도면 다른 가게들에 밀리지 않고 심사하는 사람들을 만족 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내 말에 조형우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근데 문제가 있어.”

“문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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