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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도 장사를 합니다-110화 (110/225)

제 110 화

“친구들하고 인사는 잘했어?”

“응, 그런데 다들 누구셔?”

단비는 테이블을 돌아보면서 궁금해 했는데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아, 내 대학교 친구들이야. 성민이랑도 다 아는 사이.”

“아, 그렇구나. 안녕하세요. 정훈이 오빠 여자친구 현단비라고 합니다.”

단비는 친구들에게 자신을 소개했는데 친구들은 많이 놀란 표정이었다. SNS를 통해서 단비를 본 적이 있는 친구들이었지만 단비가 많이 예뻐서 그런 것 같았다.

“정훈이를 솔로의 구렁텅이에서 구해 준 현자가 어떤 분이신가 궁금했었는데 엄청난 미인이셨군요. 안녕하십니까. 저는 정훈의 베스트프랜드 민현호라고 합니다.”

현호가 먼저 자신을 소개하자 호영이와 은기도 자신을 소개했는데 어정쩡하게 앉아 있던 창식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그가 이곳에서 관심이 있다고 말한 여자가 하필 단비였기 때문일 것이다. 하긴 예전 일도 그렇고 사주 상 상극인 것인 지 이런 식으로 엮이는 일이 많았다.

“우창식이라고 합니다.”

창식도 자신을 소개했는데 솔직히 말해서 그는 우리와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었다. 단비를 향해서 설레발 친 것도 있고 해서 쪽팔리면 자리를 일어날 갈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하긴 그의 성격 상 바로 도망가는 것이 자존심이 상할 것이다. 나는 그런 그를 보면서 말했다.

“창식아, 새로운 인연 찾는다고 하지 않았냐? 여기 이렇게 있어도 되는 거야?”

나의 말에 친구들은 웃음을 빵 터뜨렸다. 창식의 얼굴도 붉어지면서 나를 노려봤는데 그는 불쾌함을 드러내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 그래도 갈려고 했어. 그래도 학과 회장이었는데 선배님들에게 인사를 해야지.”

끝까지 잘난 척을 하면서 떠나갔는데 그가 떠나자 친구들이 한마디씩 하기 시작했다.

“저놈은 변한 게 없네.”

“그러게 말이야. 아까 표정 변한 것 봤지? 내 속이 다 시원하더라. 정훈아. 잘했다.”

단비는 귀를 쫑긋하면서 나와 친구들의 말을 듣고 있었는데 그녀가 나에게 조용히 물었다.

“저분이랑 사이가 별로 안 좋은가 보네?”

“어, 학교 다닐 때 잘난 척이 좀 심하거든.”

“그렇구나.”

뭐, 사이가 안 좋아진 가장 큰 이유는 지현이 때문이기는 하지만 그것을 굳이 단비에게 말할 생각은 없었다. 그녀가 별로 좋아할만한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맞아요. 잘난 척 심해서 저희 모두 안 좋아하기는 하는데 특히 정훈이랑은 완전 앙숙이죠.”

현호가 나의 말을 거들었는데 나는 친구의 말에 묘한 위기감을 느꼈다.

“아, 그래요?”

“네, 정훈이 예전 여자친구를 창식이가 좋아 했었거든요. 그래서 정훈이 볼 때마다 으르렁거립니다.”

“아, 그런 일이 있었군요.”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평소에도 눈치가 없어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사는 현호였는데 여기서 전 여자친구 지현이의 이야기를 꺼낼 줄은 몰랐다.

나는 당황해서 지현이의 눈치를 봤고 다른 친구들 역시 현호에게 눈치를 주었는데 현호도 이상한 분위기를 느꼈는지 조심스럽게 말했다.

“나 실수 한 거야?”

****

결혼식은 생각보다 금방 끝났다.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를 끼고 사진을 찍는 등 이색적인 풍경도 있었지만 그래도 결혼식을 하는 성민과 유진의 얼굴은 행복해 보였다.

사진을 찍은 밥을 먹은 후 배웅을 하기 위해 우리는 주차장으로 모였다.

“바로 신혼여행 가는 거야?”

“어, 집에서 짐만 풀어 넣고 바로 가려고.”

“제주도 간다고 했지?”

“응, 지금 해외 나가는 건 무리잖아.”

코로나가 전세계적으로 퍼져서 해외에 나갔다 들어오면 2주 간의 자가 격리가 필요했다.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성민으로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친구들과 돌아가면서 성민의 행복한 미래를 축하해 주고 있었는데 우리 일행이 있는 근처로 차 한 대가 멈춰 섰다.

그리고 차 문이 열리면서 한 사람이 내렸는데 우창식이었다. 아까 그렇게 간 이후로 보이지 않아서 집에 간 줄 알았는데 아직도 여기 있었던 모양이다.

“창식이, 아직 안 갔냐?”

“어, 학과 선배들하고 근처에서 커피 한 잔 했다. 이제 결혼식 완전 끝난 거야?”

“응, 와줘서 고맙다.”

성민은 창식이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는데 창식은 뒤쪽에 있는 차를 보더니 한 마디 했다.

“뭐야, 웨딩카 따로 준비 안 했나 보네.”

성민은 어차피 바로 집에 들린 후 바로 신혼여행을 떠날 생각이었기 때문에 따로 웨딩카를 준비하지 않았었다.

내가 그 말을 듣고 아침에 태워 준 다고도 이야기 했었는데 굳이 그럴 필요 없다고 거절 했었다.

“어, 짐만 내려 놓고 바로 신혼여행 갈 생각이라 따로 준비 안 했어.”

“에이, 그래도 분위기라는 게 있는데 나한테 미리 말하지. 그럼 내가 해줬을 텐데.”

“아니야, 정훈이가 해준다고 했었는데 괜찮다고 했어.”

성민의 말에 창식이는 나를 쳐다보았다. 아까 일이 있어서 그런지 여전히 나를 쳐다보는 눈빛이 곱지는 않았다.

“그래도 결혼은 새로운 출발은 알리는 건데 정훈이 차랑 내 차는 느낌이 다르지.”

창식이는 자신의 벤츠에 손을 올리면서 자랑스럽게 말했는데 나는 어이가 없었다. 녀석은 내 차를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네가 내 차 본 적 있냐?”

“있지, 저번에 민석 선배 결혼식에서 봤어.”

3년 전인가? 기억도 나지 않았다. 결혼식장에서 잠깐 스쳐 지나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 예전 자동차를 타고 다닌 것을 보았던 모양이다.

“그렇구나. 이렇게 보니까 다르기는 하네.”

“그렇지?”

내가 호응해 주자 녀석은 신이 난다는 듯 목소리 톤이 높아졌다.

“그런데 이제 가야 될 것 같은데 길 막고 있지 말고 차 좀 빼줄래?”

“이 옆으로 지나가면 되잖아.”

녀석의 차는 주차장의 나가는 길 한 쪽을 막고 있었는데 반대편으로 차가 지나다닐 공간은 있었다.

하지만 내가 말한 것은 그쪽이 아니었다. 운명의 장난인 지 녀석이 하늘의 계시인 지 녀석은 내 차의 앞 부분을 막고 있었다.

“아니, 지금 네가 막고 있는 포르쉐가 내 차거든.”

“이거?”

나의 말에 창식은 놀란 것 같았다.

“어, 그거 내 차야.”

내가 당당히 내 차라고 말했는데 녀석은 부정하기 시작했다.

“에이, 구라 치지 마. 나 놀리려고 하는 거지? 이런 저급한 농담 재미 없다.”

창식이는 현실을 부정하기 시작했는데 나는 차 키를 꺼내서 버튼을 눌렀다.

띠릭

소리와 함께 포르쉐의 문이 열리고 부르릉 소리와 함께 차에 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차에 시동이 걸리자 창식이는 놀랐는데 나는 그런 그를 보면서 말했다.

“이제 좀 비켜줄래?”

“어…그래.”

진짜로 내 차인 것을 확인한 창식은 그대로 입을 꾹 닫아버렸고 곧이어 차를 빼서 사라져 버렸다.

다시 한번 도망가는 녀석을 보고 있으니 속이 시원해 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런 우리를 보고 단비가 옆에서 조용히 말했다.

“진짜로 예전에 사이가 안 좋았나 봐요. 두 사람 기 싸움이 장난 아닌데요.”

“그런 거 아니야. 저 놈이 맨날 나한테 먼저 시비 거는 거야.”

“그렇군요. 그런데 저렇게 까지 하는 거 보니까. 저 사람 오빠 예전 여자친구 진짜 많이 좋아했었나 보네요.”

아까, 현호가 눈치 없이 꺼내기는 했지만 여자친구 이야기는 웃으면서 얼렁뚱땅 넘어갔었다. 그녀도 같이 웃었기 때문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다시 이야기를 꺼낸 것을 보니 그게 아닌 것 같다.

나는 단비에게 전 여자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한 현호를 노려보았고 내 시선을 느낀 현호가 나를 쳐다보면서 조용히 말했다.

“쏘리.”

****

“생일 축하 합니다. 생일 축하 합니다.”

성민의 결혼식 다음날 바로 아버지의 환갑 잔치가 있었다. 본래는 사촌들까지 모두 모아서 크게 하고 싶었는데 코로나로 인한 인원 제한이 10인으로 한정되어 있어서 우리 가족과 고모들만 모시고 환갑 잔치를 진행하였다.

사람이 적어서 잔치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는데 그래도 광주에서 제일 좋은 호텔의 중식당을 예약해서 분위기는 나쁘지는 않았다.

생일 케이크에 촛불을 불고 아버지에게 선물을 드렸는데 처음에는 이렇게 까지 할 것 없다고 이야기했던 아버지도 막상 좋은 곳에서 축하를 받으니 기분이 좋아 보이셨다.

거기에 더해 좋은 소식은 또 있었다.

“아빠, 저 임신했어요.”

드디어 은정이가 임신한 사실을 말한 것이다. 솔직히 내가 선물을 주었을 때보다 더 기뻐하셨다.

자그마한 상자에 들어가 있는 은정이의 초음파 사진을 쳐다보면서 눈물을 보이셨는데 살면서 처음 보는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아빠, 기분 좋지?”

“어, 너무 행복하다.”

“오빠, 축하 드려요.”

고모들 역시 할아버지가 된 아버지를 축하해 주었는데 저번에 화해를 한 이후로 사이가 많이 좋아졌다.

그렇게 모두 아버지의 환갑을 축하해주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은정이의 임신 사실 때문일까 이상한 곳으로 불똥이 튀었다. 고모들의 잔소리가 시작된 것이다.

“은정이도 결혼하고 아이도 생겼는데 정훈이 너도 빨리 결혼 해야 하는 거 아니냐?”

“그러게, 고모가 아는 사람 있는데 소개 시켜줄까?”

고모들은 나의 결혼을 위해서 머리를 모으기 시작했는데 이대로 가다가는 선을 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나도 여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저 여자친구 있습니다.”

“그래? 왜 엄마한테 말 안 했어.”

여자친구가 있다는 말에 엄마가 관심을 보이셨다. 아버지에게 말하기는 했는데 아버지가 엄마에게 비밀로 하셨던 모양이다.

“아직 사귄 지 얼마 안 되었어요. 다음에 소개 시켜 드릴게요.”

사실 단비는 오늘 아버지 환갑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오고 싶다고 말하기는 했었다. 하지만 고모들까지 있는 자리가 부담이 될까봐 다음에 부모님만 뵙자고 말씀드리고 혼자 왔다.

“그래? 뭐 하는 사람이니?”

여자친구가 있다는 말에 고모들은 이번에 호구 조사를 하기 시작했다. 이름과 나이, 직업 등 무슨 관심이 그렇게 많은지 꼬치꼬치 캐묻기 시작했는데 아버지와 엄마 그리고 은정이까지 관심이 가는지 그런 고모들을 굳이 말리지 않으셨다.

“저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고모들의 관심이 부담스러웠던 나에게 쏠린 관심을 돌리기 위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

‘하, 그래도 좋아하시니 다행이다.’

화장실에서 손을 씻은 나는 행복해 하는 아버지의 얼굴을 떠올리니 기분이 좋았다. 아버지도 아버지지만 엄마도 행복해 하셨다.

살면서 이런 곳에서 밥 먹어 본 적이 없다고 말씀하시면서 좋아하셨는데 그 소리를 들으니 조금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자식은 사업과 좋은 집, 차를 살면서 승승장구 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자주 모시고 와야겠어.’

알로하가 점포가 조금 더 늘어나면 부모님에게도 돈을 많이 벌었다고 말씀드리고 더 잘해드릴 생각이었다.

그렇게 다짐하면서 화장실을 나왔다. 이번에는 고모들의 관심을 어떻게 돌려야 하나 고민을 하면서 우리 가족들이 방으로 향하고 있었는데 식당의 한편에서 웅성웅성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나도 무슨 일인지 궁금하여 그곳으로 가 보았는데 사람들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여기 사람이 쓰러졌어요.”

나는 사람이 쓰러졌다는 이야기에 놀라서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는데 앞으로 엎드린 채 쓰러진 여자를 볼 수 있었다.

그때 내 옆에 있던 여자가 말했다.

“제가 봤는데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비틀거리더니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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