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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도 장사를 합니다-107화 (107/225)

제 107 화

“로이스요?”

마주 보고 있는 경쟁 업체다. 장민웅은 스스로 생각해도 불편할 수 있다고 여겼는지 나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원래는 상무지구에서는 여기 단독으로 하려고 했는데 알아보니까 올해 개업을 하셨더라고요.”

“네, 맞습니다. 올해 4월에 했습니다.”

2월에 로이스를 그만두고 준비를 한 다음에 바로 가게를 오픈했다. 그게 올해 4월이었다.

그동안 빠른 성장을 해 오고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가게를 운영한 지는 6개월 정도 밖에 되지 신생 업체였다.

“저희가 원래는 최소 5년 이상 맛집으로 알려진 가게들을 주로 탐방 했었는데 이번에 새롭게 떠오르는 맛집을 알리는 기획이라고 해도 6개월은 너무 짧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로이스는 돈카츠로는 이름이 좀 알려진 프랜차이즈니까 어떤 차이점이 있는 지 고객들에게 설명하면 알로하가 맛집이라는 이미지에 신빙성을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장민웅의 말을 듣고 나자 그의 마음이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되었다. 반짝하고 사라지는 가게들이 너무 많은 요식업이니까. 맛집이라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장민웅으로서 짧은 영업 기간은 고민이 되었을 것이다.

‘시청률도 중요하겠지.’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시청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 돈카츠와 새롭게 떠오르는 돈카츠 맛집의 대결 구도는 사람들의 흥미를 끌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굳이?’

로이스와의 맛 대결에서는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굳이 대결을 해야 하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미 매출은 차이가 나게 우리가 이기고 있었고 최지연은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이 자멸의 길로 들어서고 있었다.

오히려 방송에 나와서 좋은 이미지를 얻게 되면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것은 나에게 좋지 않은 일이었다.

“마음에 들지 않으십니까?”

내가 대답을 하지 않고 고민에 잠기자 장민웅이 조용히 물었다.

‘거절을 할까?’

이건 어디까지나 장민웅의 제안이었다. 내가 거절을 해도 상관없다. 장민웅이 시청률이 나오지 않을 것 같아서 촬영을 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그래도 상관없었다. 우리는 장사가 잘 되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때 좋은 생각이 떠 올랐다.

“아무래도 그렇게 하시는 건 시청률 때문이시겠죠?”

“네, 솔직히 말씀드려서 그렇습니다.”

최근 들어서 시청률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었고 예능국장의 압박도 있었다. 그래서 작가들이 프로그램의 방향을 바꾸는 기획도 오케이 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곳에 와 보니 시청률을 올릴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운을 띄어 보았다.

“경쟁이 필요하시면 스케일을 키우시는 건 어떠십니까?”

“스케일을 키워요?”

“굳이 프랜차이즈 회사를 끼는 것이 아니라 광주 최강의 돈카츠 가게를 가리는 겁니다.”

“최강의 돈카츠?”

“네, 돈카츠는 일반 시민들에게 사랑을 많이 받는 음식입니다. 광주에도 맛있다고 알려진 돈카츠 가게들이 많이 있는데 그 가게들 중에서 가장 맛있는 가게를 선정하는 거죠.”

나의 말에 장민웅은 머리를 굴리는 것 같았다. 아마 그도 혹할 것이다. 광주의 최고의 돈카츠 가게를 가린다. 지방 방송국에서 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나쁘지 않은 기획이었다.

물론 나로서도 리스크는 있다. 출전했는데 꼴찌를 하거나 하는 대참사가 일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우리 가게의 맛을 믿어 보기로 했다.

“좋은 생각이십니다. 그런데 다른 맛집들이 참석을 하려고 할까요? 리스크가 있는데…”

기획은 좋다. 하지만 참석하려는 가게들이 없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장민웅은 그것이 걱정되었는데 나의 생각은 좀 달랐다.

지금은 평범하지 않은 코로나 시국이니까 말이다.

“물론 리스크가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코로나 시국입니다. 인원 제한, 영업시간 제한, 배달료 인상, 인건비 상승 등등 자영업자로서 너무 힘든 일이 많습니다. 아마 맛집으로 알려진 가게들도 다들 이런 어려움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가게를 홍보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하면 맛에 자신있는 맛집들은 아마 참석을 할 것입니다.”

잠시 고민하던 장민웅도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로서는 처음 그가 제시했던 방식보다 이것이 더 많은 시청률을 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더군다나 이건 한 회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최소 몇 주에 걸쳐서 방송할 수 있으니 당분간 프로그램에 대한 고민을 덜 수 있었다.

“만약에 그런 방식으로 기획한다면 알로하는 참석하실 의향이 있으신 거죠?”

“네, 저희는 참석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이거 기획을 다시 해야겠군요. 일단은 다른 맛집들을 찾아서 섭외해야겠습니다.”

기획을 다시 한다는 말에 옆에 있는 작가들의 표정이 안 좋아졌다. 오늘부터 야근이 확정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로서는 오히려 가게 이름을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오히려 PD와 작가들이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

“저희 방송국 출연 확정 된 거에요?”

한승이와 하연이, 그리고 선영이까지 다들 관심없는 척 하고 있었지만 나와 PD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PD와 작가들이 매장을 나가자마자 나에게 다가와서 물었다.

“어, 나가야지. 너희들 월급 계속 주려면 가게 더 알려야지.”

“오, 제 얼굴도 방송에 나갈까요?”

“너도 일하고 있으면 잠깐 정도는 아마 나가지 않을까? 인터뷰를 할 수도 있고…”

“오마이 갓. 사장님 저 오늘부터 아침에 피부과 다녀와도 될까요?”

방송에 얼굴이 보일 수도 있는 말에 이하연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렇게까지 안 해도 돼.”

“힝. 못난이처럼 나오면 어떻게 해요…”

“괜찮아. 너 정도면 예쁜 편이야.”

본래 귀여운 얼굴을 하고 있던 하연이다. 최근에 일을 많이 하고 피곤해서 다크서클이 좀 내려왔지만 그녀 정도면 화면에도 예쁘게 나올 것이 분명했다.

“아까 들으니까 대결하는 것 같은데…지면 어떻게 해요?”

얼굴이 나오는 것을 걱정하고 있는 하연과는 달리 아무래도 주방을 담당하고 있어서 그런지 한승이는 대결을 걱정하고 있었다.

“안 지게 잘 해야지. 나중에 업체들 정해지면 분석도 해보고 다른 집에 더 맛있는 것 같으면 우리도 실장님이랑 메뉴 업그레이드 해야지.”

최근에 신메뉴를 시작하고 이제야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또 메뉴 업그레이드를 해야 할 수도 있다는 나의 말에 한승이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네…”

대답하는 목소리에 힘이 없었는데 나는 녀석이 좋아하는 말을 했다.

“그래, 앞으로 파이팅 하자는 의미에서 오늘 회식을 하려고 하는데 다들 어때?”

회식이라는 말에 방금 전까지 기운이 없던 한승이의 고개가 바로 올라갔다.

“회식이요?”

“어, 생각해보니까 선영이 오고 나서 환영회도 못 해줬네.”

“네, 당연히 가능합니다.”

****

저녁이 되고 영업을 마친 우리는 자주 먹는 소고기 가게로 갔다. 처음에 여기서 회식을 한 이후로 일이 있으면 이곳으로 자주 왔는데 다들 좋아했다.

“빨리 먹어야 해.”

영업시간이 10시로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에 고기를 먹을 시간이 많이 부족했다. 한승이는 초조한 마음에 소고기가 익기 바쁘게 입으로 집어 넣었는데 그것을 보고 하연이가 한 마디 했다.

“오빠, 오늘은 선영이 환영회잖아요. 천천히 좀 먹어요.”

“아, 그렇지. 자 우리 선영이를 위해서 건배를 할까요?”

이제는 같이 일한 지 좀 돼서 그런지 한승이와 하연이도 많이 친해져서 서스름없이 말을 했다.

그렇게 술과 고기를 먹으면서 회식을 하고 있었는데 테이블로 누군가 다가왔다.

“저도 껴도 될까요?”

등 뒤에서 갑작스럽게 들리는 말에 놀라서 쳐다보았는데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인물이 서 있었다.

“어, 선우야.”

며칠 전 통화에서 좀 있다가 온다고 했었는데 갑작스러운 그의 등장에 나는 놀랐다.

“너, 무슨 일이야. 여기 어떻게 알고 왔어.”

“아, 오늘 광주 내려왔는데 하연이가 회식한다고 알려줘서 인사 드리려고 왔어요.”

“그래? 잘 왔다. 몸은 괜찮고?”

“네, 괜찮습니다.”

“밥 안 먹었지? 고기 많이 먹어라. 술은 아직 못 먹지?”

“네, 아직 술은 못 마실 것 같아요. 의사가 자제하라고 해서…”

“그래, 그럼 너는 음료수 먹어라.”

나는 자리에 앉은 선우의 얼굴을 자세히 봤다. 아무래도 수술을 받아서 그런지 한창 가게에서 돈카츠를 먹을 때보다는 수척해진 모습이었지만 나쁘지 않았다.

한 잔, 두 잔

오랜만에 회식이어서 그럴까? 아니면 시간이 촉박해서 그럴까? 다들 술을 잘 마시는 편이었지만 급하게 달려서 그런지 하나 둘씩 취하기 시작했다.

“사장님, 저 열심히 일 할게요. 다음에도 소고기 사주세요.”

“그래, 조심히 가고 집에 들어가면 깨톡 남겨줘.”

“네, 안녕히 계세요.”

평소에는 조용한 편인 선영이도 술을 많이 마셔서 그런지 말이 많아졌는데 그렇게 한 명씩 택시에 태워 보내고 나니 선우와 단 둘이 남게 되었다.

“사장님은 대리 부르실 거죠?”

“아니야, 나도 그냥 택시 타고 가야겠다.”

아직 직원들에게 차를 샀다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출퇴근 길에 파나메라를 타고 다녔다. 나도 조심조심 타고 있는데 대리기사에게 운전을 맡기는 게 솔직히 좀 불안했다.

그래서 그냥 택시를 타고 집에 가기로 했다.

“너는 술 안 마셔서 괜찮지? 나는 택시 잡고 갈거니까 먼저 들어가라.”

선우는 집이 근처였기 때문에 들어가라고 했는데 무슨 일인지 그는 가질 않고 망설이고 있었다.

“왜? 할 말 있어?”

“저…드릴 말씀이 있는데…시간 괜찮으세요?”

“나한테?”

“네, 원래는 내일 가게에서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지금 그냥 드리려고요.”

“그래? 그럼 저 쪽으로 가자.”

나는 선우와 같이 근처에 있는 편의점으로 향했다. 캔커피를 사서 밖에 있는 테이블에 자리를 잡은 나는 그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야?”

나의 물음에 잠시 고민을 하던 선우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저…일을 좀 쉬어도 될까요?”

“일을? 어머니 때문이야?”

신장이식이라는 큰 수술이었다. 상태가 괜찮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입원을 하신 어머니가 걱정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기 때문에 그런 이유라면 이해는 되었다.

“사실…서울에 있을 때 예전에 알게 된 감독님에게 연락을 받았어요. 자기 작품 조연 오디션을 보라고 하셔서…참석했는데 다행히 마음에 들어 하셨어요.”

“진짜?”

“네, 원래는 그냥 제가 재능이 있었는지만 확인하고 싶었는데 감독님이 좋다고 하셔서 마음이 흔들리는 것 같아요.”

“그래서? 다시 배우일 시작하려고?”

“솔직히 완전히 포기했었는데 감독님이 그렇게 말씀해주시니까…욕심이 생긴 것 같아요.”

“그렇구나.”

“그런데 아직 감독님에게 출연한다고 말씀드리지는 않았어요.”

“왜? 너 배우 되고 싶어했잖아.”

“사장님, 허락을 맡으려고요. 저 믿고 큰돈 빌려주셨고 일하면서 갚는다고 말씀드렸는데 갑자기 가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제가 빌려주신 돈은 꼭 갚겠습니다. 진짜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몇 개월만 도전 해보고 싶은데…저 일 쉬어도 될까요?”

“내가 안 된다고 하면 안 갈 거야?”

“네, 사장님이 여기서 일하면서 돈 갚으시라고 하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저희 어머니 살려주셨잖아요.”

2천만 원 선우를 믿고 빌려주었지만 작은 돈은 아니었다. 혹시 그가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때 병실에 앉아 있는 선우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 모습을 보고 돈을 빌려 주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믿어 보기로 했다.

“예전에 어디에서 봤는데 기회에도 자격이 있다고 하더라. 아마 조상님들이 어머님을 살리려는 너의 효심에 감동에서 기회를 주신 것 같다. 이 기회 꼭 잡도록 해.”

나의 말에 선우가 눈이 동그랗게 떠지면서 내 얼굴을 쳐다보았다.

“허락해 주시는 거에요?”

“어, 대신에 너 배우로 성공하면 우리 가게 모델은 평생 무료로 해주는 거다. 알겠지?”

“감사합니다.”

“그리고 오늘부터 알로하 직원으로 진급시켜 줄 테니까. 서울에서 일 잘 안 되면 언제든지 다시 내려와.”

처음에 알바로 입사한 선우였다. 선영이를 직원으로 채용하면서 그도 데려올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이제는 떠나가는 그였지만 그동안 가게를 위해서 열심히 일한 선우를 위해 힘들면 돌아올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사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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