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또 1등도 장사를 합니다-106화 (106/225)

제 106 화

냉정한 나의 말에 그는 고개를 떨구었다.

“어떻게…한 번만 다시 믿어주시면 안 될까요?”

한영 축산 사장은 다시 간절한 목소리로 부탁 했지만 이제는 나와 거래하고 있는 다른 업체들도 있었기 때문에 되돌릴 수 없었다.

“그렇게는 힘들 것 같습니다.”

“네…알겠습니다.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내가 다시 한번 거절하자 그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카페를 나갔다. 저벅저벅 걷는 뒷모습이 힘이 없어 보였지만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건 그렇고 어떻게 감당하려고 배달비를 0원으로 하는 거지?”

카페에 홀로 남은 나는 다시 배달 어플을 쳐다보았다. 역시나 로이스의 배달비가 0원으로 설정되어 있었다.

인건비가 높아지고 배달기사들의 수요가 많아지면서 당연하게도 배달비도 증가하였다. 최근에 업체로부터 기본 배달비가 3천 원으로 증가한다는 연락을 받았는데 상당히 부담되는 금액이었다.

식당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나는 마진율을 30%로 잡고 있다. 만 원짜리 돈카츠 한 개를 팔면 3천 원이 수익인데 배달비를 받지 않으면 이것이 고스란히 배달비로 나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지금은 배달비 2천 원을 받고 있었다.

물론 다른 가게들을 보면 가게 홍보를 위해 한시적으로 배달비를 낮추거나 참치와 같이 최소 주문금액 자체가 높은 음식들은 배달비를 받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돈카츠는 혼자서 먹기에도 좋은 메뉴라 한 개짜리 주문도 많이 들어오는 경우가 많았다.

로이스는 최소 주문 금액도 높게 설정하지 않은 것 같은데 실질적으로 배달을 보냈을 때 손해가 발생할 확률이 높았다.

“그래서 떠 넘기기를 한 건가…”

한영 축산의 경우처럼 고통을 분담하거나 아니면 프렌차이즈 회사이기 때문에 본사가 어느 정도 지원이 있을 수는 있었다. 그렇지만 결코 오래 써먹을 방법은 아니었다.

‘지연아…무리수를 두었구나.’

아무래도 우리와의 매출 경쟁에서 밀리자 초조함을 느낀 지연이 단기적인 매출 향상을 위해 배달에 올인한 것처럼 보였다.

그런 생각이 들자 오히려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매장으로 돌아온 나는 노트북을 켰다.

배달앱 사장님 사이트에 들어간 나는 배달에 관한 설정들을 바꾸기 시작했다. 일전에 리뷰 같은 경우는 크게 신경을 쓰기 않았다.

우리도 리뷰를 시작하면 좋겠지만 그에 따라서 신경 써야 할 것도 많아져서이다. 하지만 이것은 다르다. 단순히 배달비를 낮추는 것만으로도 로이스를 견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천 원 정도만 낮출까?’

기존에도 다른 곳에 비해서 배달비를 저렴하게 받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여기서 더욱 낮춘다고 하면 배달로 가져가는 수익이 줄어들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지연이에게 압박을 주기 위해서라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뭐, 화정점. 매출이 있으니 괜찮겠지. 지연이가 다음에는 무엇을 할지 궁금하네.’

****

아침에 일어난 나는 창가에 앉아 커피를 마셨다. 새롭게 산 커피머신으로 내려 먹었는데 맛이 괜찮았다.

“하, 좋다.”

창가에 앉아서 밖에 보이는 강을 바라보면서 커피를 마시는 기분이 절로 좋아졌다. 조금 더 이렇게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곧 주식 시장이 시작 되는 9시였기 때문이다.

노트북으로 주식거래 프로그램에 들어간 나는 내가 가진 종목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이거 이제 팔아야겠는데…흐름이 안 좋아졌어.’

주식을 한 지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면서 이제는 매매에 대한 원칙이 많이 생겼다. 특히 손절과 같은 경우에는 칼 같이 지키고 있었다.

내가 주로 하는 농사 매매법의 경우 꾸준히 종목들을 바꾸는데 어쩔 수 없이 손절해야 하는 경우도 나온다.

손절을 하기 전에 물타기를 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기도 했지만 예전에 로또 당첨자들이 주식으로 망했다는 이야기를 떠올리면서 마음을 다 잡았다.

떨어지는 종목에 한 없이 물타기를 하다가 지옥까지 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추세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코로나 크게 하락한 이후로 한국 주식시장은 많이 오르고 있었다. 내가 가진 많은 종목들도 빨간불이 대다수인 것을 보면 맞는 말 같았다.

슬슬 이제 고점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내가 보기에는 아직 괜찮아 보였다.

‘일성전자도 결국 올라오기는 하는 구나…’

처음 샀던 주식 일성전자도 5만 원 선에서 참지 못하고 매도 했던 기억이 있었는데 어느새 이 녀석도 7만 원에 도달해 있었다.

‘10만 원 찍을 것 같은데…조금만 사둬 볼까?’

올라가는 추세가 나쁘지 않은 것 같아서 일성전자에 천만 원 매수를 넣었다. 그리고 많이 수익을 보고 있는 종목 하나를 팔았다.

‘오케이, 오늘도 150만 원 벌었네.’

아침에 일어나서 15분, 잠깐 사이에 벌어 들인 돈치고는 아주 훌륭했다. 물론 로또 당첨으로 인해 주식 시드가 커졌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조금 더 시드를 늘리면 더 벌 수 있겠지만 아직 그 정도의 자신감은 없었다.

‘최소 1년은 공부를 해야 된다고 했어.’

너튜브에서 보면 많은 전문가들이 최소 1년 정도는 소액으로 돈을 굴려보고 주식을 하는 것을 추천했다. 경험을 쌓을 시간을 강조한 것이다.

경험만 있다면 돈을 쌓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하면서 말이다. 물론 지금 시드가 작은 편은 아니었지만 그 경험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었다.

‘욕심만 버리면 돼.’

오늘은 일성전자를 샀으니 만족하고 주식 시장의 특이점을 살펴보고 있었는데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비엔트, 상원기술투자…이거 전부 코인 관련주들이잖아.’

눈에 익지 않는 종목들이 많이 보여서 확인해 보았더니 코인에 관련된 종목들이었다. 하긴 주식들이 많이 오른 만큼 코인들도 많이 올랐다는 기사를 봤었다.

한번 해볼까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주식과 장사를 하기에도 시간이 바빴고 왠지 끌리지 않아서 보류했었다.

하지만 이렇게 주식 시장에도 관련이 있는 종목들이 있는 것을 보면 코인에 대해서 공부를 해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래, 좀 공부해보고 재미 삼아 해볼까?’

****

아침에 주식을 본 나는 상무점으로 출근을 하였다. 출근하는 길에 커피를 사기 위해서 벅스 커피로 향했다.

주방에 있는 조형우 실장님은 벅스커피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자신들이 맥다방을 할 때 망하게 한 커피라고 말이다. 그래서 그가 있을 때는 잘 마시지 않았다.

하지만 직원들은 달랐다. 아무래도 최고 인기 프렌차이즈 커피이기 때문에 다들 좋아했는데 오늘은 조형우가 쉬는 날이어서 직원들에게 벅스커피를 사다 줄 생각이었다.

그렇게 주문한 커피를 받아들고 가게를 나왔는데 익숙한 얼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최지연이었다.

그녀는 가게 앞에서 유리창을 닦고 있었는데 나를 발견하고 인상을 썼다.

“와, 천하의 최지연이 스스로 유리창을 닦는 것을 보다니 신기한데?”

예전에 같이 일하던 로이스 수완점은 입구 쪽에 완전히 통유리로 되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유리창에 아울렛을 지나가는 손님들의 지문이라던 지 먼지가 많이 묻을 수 밖에 없었는데 오픈 전, 후로 항상 닦아 주었다.

내가 지연이에게 일을 시키면 자신은 키가 잘 닿지 않는다고 불평불만을 하면서 유리창을 닦았는데 이렇게 혼자 나와서 닦고 있는 모습을 보니 놀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아저씨, 신경쓰지 말고 가시던 길 가세요.”

최지연은 짜증이 난다는 말투로 나에게 쏘아붙였는데 그것을 보니 더욱 하고 싶어졌다.

“어차피 매장에 손님도 안 오고 배달로 다 하는 것 같은데 그렇게 열심히 닦을 필요 있어? 쉬엄쉬엄해라. 그러다가 허리 나간다.”

나의 말이 그녀의 아픈 곳을 찔렀는 지 그녀는 걸레를 집어 던질 기세였는데 나는 얼른 자리를 피했다.

“조금만 기다려. 매출은 금방 역전 해줄테니까.”

신호등을 건너는 나에게 그녀는 뒤에서 소리를 쳤는데 그녀의 속을 긁었더니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 열심히 따라와라. 따라오지 못하게 도망 갈테니까.’

****

“사장님, 오셨어요.”

“어, 그래. 선영아. 이거 마셔라.”

“네, 감사합니다. 그런데 무슨 좋은 일 있으세요?”

선영이게 커피를 건내 준 나는 웃고 있었는데 아침부터 주식으로 돈도 벌었고 최지연을 놀리기 까지 했다. 기분이 좋은 것이 당연했다.

“어, 좋은 일이 있었거든. 음료수 냉장고 청소 어제 했지?”

“네, 말씀하신 거 다했어요.”

“그래, 고생했다. 오늘 사전 인터뷰 온다고 했으니까, 혹시 일하다가 지저분한 곳 보이면 바로바로 치우고.”

“네, 알겠습니다.”

사실 오늘 이곳으로 온 이유가 있었는데 방송국에서 사전 현장조사와 인터뷰를 하기 위해서 온다고 알려 왔기 때문이다.

너튜브에 나올 때는 음식만 촬영했었고 뉴스에 나올 때는 가게 밖에서 나만 촬영했기 때문에 특별히 내부를 보여줄 일이 별로 없었는데 이번에는 조리과정을 비롯해서 음식까지 디테일하게 촬영이 들어간다고 했기 때문에 신경이 쓰였다.

****

“안녕하세요. 리얼맛집탐방을 연출하고 있는 장민웅이라고 합니다.”

“네, 안녕하세요. 알로하 사장 김정훈이라고 합니다.”

“이쪽은 메인 작가를 맡고 있는 황효진이라고 하고 이 쪽은 서브 작가를 맡고 있는 허보람입니다.”

“네, 반갑습니다.”

오후가 되자 PD 1명과 작가 2명이 매장으로 찾아왔다. 간단한 인사를 나눈 후 그들은 가게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사장님이 관리를 잘하시는 것 같네요. 매장이 엄청 깨끗합니다.”

“네, 저희가 몇 달 전에 확장공사 하면서 매장을 좀 바꿨습니다. 그래서 보시기에 깔끔하실 겁니다.”

“확장공사 하신 이유는 가게가 당연히 잘 되셔서겠죠?”

“네, 맞습니다.”

“안 그래도 여기 사전 조사 하면서 사장님에 대해서 조금 찾아왔습니다. 좋은 일을 하셨더라고요.”

“저 말고 다른 분들도 그렇게 하셨을 겁니다.”

“관련된 내용으로 나중에 방송에 같이 내보낼 건데 그거는 괜찮으시죠? 가게 홍보하는데 도움이 되실 겁니다.”

“네, 상관없습니다.”

“매장은 이 정도만 봐도 될 것 같습니다.”

PD와 작가는 매장을 꼼꼼히 체크 했는데 방송에 직접 보여지다 보니 위생적인 부분이 불량하면 가게에 피해가 갈 수도 있다고 각별히 신경을 써달라고 강조하였다.

자리에 앉은 나에게 그는 이제 프로그램의 촬영 방식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었다.

“저희가 원래는 한 화에 두 개의 맛집을 찾아서 방송을 하는 편입니다. 원래 이곳하고 다른 곳을 촬영해서 내보낼 생각이었습니다.”

“네, 그러시군요.”

“그런데 이곳에 와보고 나서 조금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PD는 그 다음 말을 선뜻 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는데 나는 왜 그런지 의문이 들었다. 그때 떠오르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로이스에서 일할 때 다른 가게 사장님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맛집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위해서는 담당 PD에게 얼마씩 찔러 줘야 한다고 말이다.

물론 정확히 확인된 내용은 아니었지만 왠지 그럴 것 같기도 했다.

“혹시…촬영비를 달라는 건가요?”

나는 조용히 물어봤는데 담당 PD가 놀라서 소리쳤다.

“에이, 그런거 아닙니다. 요즘은 그렇게 하면 바로 잡혀갑니다.”

“그렇죠? 그런 거 아니면 편하게 말씀하십시오.”

“그럼 말씀드리겠습니다. 여기 반대편에 큰 돈카츠가게가 하나 더 있지 않습니까? 거기도 맛집으로 알려진 프렌차이즈 매장으로 알고 있는데…거기도 촬영을 요청해서 약간 두 가게를 비교하는 형식으로 방송을 해도 괜찮을까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