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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도 장사를 합니다-103화 (103/225)

제 103 화

“아, 어머니는 저보다 좀 더 입원하셔야 할 것 같아서 경과도 지켜보고 개인적으로 할 일도 좀 있어서 그것 좀 해결 하려고요.”

“그래? 그럼 그때 출근하는 것으로 해.”

“네, 감사합니다. 사장님.”

전화를 끊은 선우는 마음이 불편했다. 어머니를 위해서 수술비를 대준 사장님에게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더 입원해야 한다는 것은 사실이 맞았다. 병원에서 장기가 몸에 잘 맞는 지 경과를 지켜봐야 했기 때문이다.

본래는 그는 어머니는 병원에 입원시키고 광주로 내려와 일을 하면서 쉬는 날에 왔다 갔다 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이곳에 입원해 있는 동안 병문안을 온 친구에게 한 가지 소식을 듣게 되었다.

“야, 선우야. 감독님이 이번에 신작 들어가시는데 너 찾으시던데?”

“나를?”

“어, 오디션 볼 생각 있으면 한 번 오라고 하시더라.”

연기,..포기했었다. 지금 하고 있는 일도 어느 정도 적성에 맞았고 무엇보다 주변에 사람들이 좋았다.

정훈도 그렇고 한승이 형도 모두 처음 일하는 자신에게 친절히 알려 주었다. 어머니가 아프다는 소식을 처음 듣고 연기에 대한 마음을 접었었는데 이제 수술이 어느 정도 성공해서일까? 마음이 흔들렸다.

처음에는 이러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이 일하기는 했지만 고작 몇 개월 뿐이었다. 그런 자신을 믿고 거금을 빌려준 사장님에게 갚아야 할 빚이 있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인정받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자신은 그동안 재능이 없던 것이 아니라 기회가 없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었다.

연기를 꿈꾸면 노력했던 지난 세월이 허튼 세월이 아니었다는 것을 말이다. 그것을 확인하고 나면 마음이 후련해 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오디션을 봐보기로 했다. 진짜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말이다.

****

광주 매월동에 있는 중고차 매매단지, 예전에 포르테를 처음 살 때 이곳에 왔었다. 호영이가 말한 구매대행 업체가 이곳에 있다고 해서 와봤는데 예전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처음 운전면허를 땄을 때는 군대에서 막 제대한 후였다. 그 후로 차를 구매할 때까지 한 4년 정도 운전을 하지 않았는데 처음에 중고차를 구매하고 나에게 차 키를 주면서 가져가라고 했을 때 정말로 당황했다.

구매한다는 생각만 했지 바로 가져가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동안 잡지 않은 핸들을 붙잡고 이거는 내가 끌고 집까지 갈 수 있을까? 몇 번 고민을 했었다.

본래는 친구들에게 몇 번 연수를 받고 나서 끌고 다닐 생각이었는데 이왕 이렇게 된 거 도전해보자 하는 생각으로 차를 끌고 집으로 향했다.

느릿한 속도로 끼어들기를 못해서 광주 시내를 몇 번 돌기는 했지만 집까지 도착할 수 있었고 그렇게 몇 번 타고 다니자 운전이 어렵지는 않았다.

그렇게 추억을 회상하면서 자동차 매매단지를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호영이가 말한 업체를 찾을 수 있었다.

<< 차바라기 >>

딸랑딸랑

겉으로 봤을 때는 그렇게 큰 줄 몰랐는데 문을 열고 들어가자 생각보다 큰 사무실이 있었다. 가로로 길죽한 모양이 인상적이었는데 그 끝에 의자에 앉아 있던 사람이 일어났다.

“네, 어서오세요. 차 보러 오셨어요?”

사장님인 것 같았는데 나는 찾아온 용무를 말했다.

“안녕하세요. 친구 소개로 왔습니다.”

“아, 친구 이름이 어떻게 될까요?”

“주호영이라고 합니다.”

“아, 주 실장, 친구 분 이시구나. 안 그래도 연락 받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잘 오셨습니다. 이쪽으로 앉으시겠어요?”

나는 사장님이 안내해주는 테이블에 앉았다. 자리에 앉자 사장님은 자신의 명함을 꺼내서 나에게 건내주었다.

<< 차바라기 대표 정동우 >>

<< 중고차, 직수입, 구매대행 전문 >>

“명함 보시면 아시겠지만 여기 중고차 단지에 있는 차들 중고로 매매하기도 하고 해외 직수입, 아니면 신차나 다른 지역에 있는 중고차 구매대행도 다 하고 있는데 차에 대해서 할 수 있는 것들은 다 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아, 그러시군요.”

“전화로 들으니까 구매대행을 알아보신다고 하시던데?”

“네, 제가 사고 싶은 차가 있는데 한국 매장에서 사려고 하니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포기했었거든요. 친구 말 들으니까 여기서는 조금 더 빠르게 살 수 있다고 해서 찾아왔습니다.”

“잘오셨습니다. 안 그래도 요새 국내 물량이 많이 딸려서 그런지 저희에게 문의하시는 고개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혹시 제조사 어디로 생각하고 계실까요?”

“예전에 포르쉐로 알아봤습니다.”

“그러시군요. 혹시 차종이?”

“혹시 파나메라도 가능할까요?”

“파나메라요?”

나의 말에 정동우가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마 내가 고급차를 살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네, 그것으로 사려고 생각 중입니다.”

“생각보다 통이 크신 분이셨네요. 파나메라로 하시면 직수입으로 하시는 게 좋습니다. 해외 매장에서 구매해서 국내로 들어오는 건데 가격도 20% 정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고 기간도 넉넉잡아 한 달 정도면 받아 볼 수 있을 겁니다.”

“한 달이요?”

예전에 포르쉐 지점에 문의해 봤을 때는 6개월에서 1년 정도 걸린다고 했었는데 한 달이라고 하니 엄청 빠르게 느껴졌다.

“네, 그 정도면 차량 등록하고 점검까지 충분합니다. 혹시 차 시승은 해보셨을까요?”

“아, 아직 안 해봤습니다.”

“그러시군요. 보통은 저기 광주 포르쉐 지점에 시승 신청하고 운전해보시고 저희에게 문의 많이 하시는데 아무래도 고급차니까 생각했을 때랑 시승했을 때 느낌이 많이 다르거든요.”

“예전에 시승 신청 했었는데 너무 오래 걸린다는 이야기에 그냥 취소했었습니다.”

“그러셨군요. 혹시 파나메라로 하실거면 저희 매장에 한 대가 있긴 한데 시승은 안 되지만 보여드릴 수는 있습니다.”

“아, 지금 이곳에 파나메라가 있나요?”

“네, 있습니다.”

“그럼 보고 싶습니다.”

나의 말에 정동우는 차가 있는 곳으로 나를 안내했다. 다른 중고차와 다르게 깊은 곳에 보관 되어 있는 지 꽤 안쪽까지 들어 갔다.

“이쪽에 있는 것들은 고가의 차들이라 따로 보관해 두고 있거든요. 이게 찾으시는 파나메라입니다.”

차는 천으로 덮여 있었는데 천을 걷어내자 하얀색 차량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

나는 주위를 둘러보면서 차를 구경했는데 확실히 사진으로 볼 때와는 큰 차이가 있었다. 너무나 마음에 들었는데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하얀색 이라는 것이었다.

물론 지금 이 모습도 나쁘지는 않고 나름 멋이 있었지만 처음에 블랙으로 생각하고 있었고 지금 이 모습은 너무 시선을 끌 것 같았다.

“어떠세요? 괜찮죠? 차는 진짜 예쁘게 잘 나왔습니다.”

“그러네요. 그런데 하얀색이네요.”

“하얀색은 별로세요?”

“네, 처음에 차 생각할 때 블랙으로 고민했었거든요. 하얀색은 너무 눈에 띄는 것 같아서…”

“그러시군요. 블랙도 무난하기는 한데 하얀색이 제일 인기가 많습니다. 랩핑해서 다른 색상으로 바꾸기 편하거든요.”

“랩핑이요?”

“네, 랩핑 전문 업체에 맡기시면 블랙으로도 가능하고 레드 같은 강렬한 색깔로도 바꾸는 게 가능합니다.”

“아, 그렇게 할 수도 있겠네요.”

“네, 아무래도 한 색상만 계속 타고 다니면 질리는 경향이 있으니 그렇게 해서 많이 타고 다니세요.”

색상을 바꿀 수 있다니 하얀색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데…이거는 혹시 중고차 인가요? 판매하는 건 아니세요?”

“아…여기에 좀 사연이 있는데…혹시 파나메라 가격 얼마로 생각하고 오셨을까요?”

“2억 정도 생각하고 왔습니다.”

“GTS 보고 오신 모양이군요. 이 녀석은 그것과는 좀 다른데 터보S 라고 해서 가격이 훨씬 비쌉니다.”

파나메라도 종류에 따라서 가격의 차이가 심한 것을 봤었는데 내가 본 것과 같은 건 줄 알았는데 아니었던 모양이다.

“이건 얼마나 하죠?”

“이거는 3억 2천 5백만 정도 합니다.”

조금 더 비싸봤자. 5천만 원 정도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순식간에 1억이 넘는 가격이 올라가자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나의 당황한 모습을 보더니 정동우가 말했다.

“많이 비싸죠?”

“사실 이 녀석은 해외 직수입으로 들어온 녀석입니다. 구매자가 요청해서 저희가 해외에서 신차로 들여왔는데 구매자가 매매 취소를 하는 바람에 저희가 떠안은 물건이죠.”

“그런 경우도 있나보군요.”

“뭐…흔한 일은 아니지만 가끔 그럴 때가 있습니다. 워낙 고가의 물건이라 그런 지 블로그랑 너튜브 통해서 살 사람을 구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주인을 못 만났네요.”

“너튜브도 하세요?”

“네, 차바라기라고 너튜브도 하고 있습니다. 요즘 중고차 상인들 이미지가 너무 안 좋지 않습니까? 그거 이미지 좀 바꿔보려고 시작했는데 구독자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네, 그러시군요.”

나도 처음에 중고차를 살 때 그것이 걱정 되었다.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중고차 거래에 관한 글들 중에서 좋았다는 내용을 찾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는 차를 타고 싶은 욕망이 컸고 리스크를 감수하고 차를 구매했다. 다행히 뽑기에 성공한 것 인지 꽤 오랜 시간 별다른 고장없이 차를 타고 다닐 수 있었다.

그때는 그렇게 비싼 차가 아니어서 고민을 많이 안 한 것도 있지만 이번에는 친구인 호영이의 추천이었다. 중고차에서 흔하지 않게 양심적으로 매매하는 업체라고 해서 믿고 찾아왔다.

“그럼 다시 사무실로 가실까요? 좀 다르기는 하지만 모양은 마음에 드셨다고 하니 제가 GTS로 직수입 견적 한번 뽑아 드리겠습니다. 견적 보시고 나중에 포르쉐 광주 지점에 다시 시승 신청하시고 결정하시면 될 것 같네요.”

정동우의 말에 고민이 되었다. 지금 눈 앞에 있는 이 녀석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훨씬 비싸지기는 했지만 돈은 충분했다. 아직 로또 당첨금이 30억 원 이상 남아 있었다. 거기에 10분의 1 정도를 투자하여 멋지게 차를 타고 다니는 생각을 하니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사실 그동안 일만 하고 자제하고 살아서 그런지 답답한 기분이 있었다. 저 차를 타고 도로를 달린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뻥 뚤릴 것 같았다.

“사장님, 이거 제가 구매하겠습니다.”

“이거 사신다고요?”

“네, 제가 구매하겠습니다.”

안 그래도 비싸게 가져와서 팔리지 않아서 고민하고 있던 물건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보여줬는데 다행히 그가 마음에 들어서 구매한다고 하자 정동우는 너무 기뻤다.

“하하하, 잘 생각하셨습니다. 제가 특별히 뒷자리 빼고 3억 2천까지 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 혹시 제가 지금 타고 있는 차가 있는데 그거 중고로 여기에 팔 수도 있을까요?”

“네네, 당연히 가능합니다. 그것도 제가 좋은 가격으로 해드리겠습니다. 혹시 그 차는 차종이 어떻게 되실까요?”

“포르테입니다.”

“포르쉐요?”

“아니요. 포르테입니다.”

정동우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자신이 아는 포르테는 준준형에 속하는 차였다. 그런 차를 타던 사람이 갑자기 3억이 넘는 차를 구매한다고 하는 것은 자신의 상식으로는 말이 되지 않았다.

“혹시 로또에 당첨 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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