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1 화
“감사합니다.”
나에게 잘생겼다고 칭찬해주자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런 말을 하는 그녀 역시 상당한 미모의 소유자였다.
“진짜 오랜만이다. 작년 말에 코로나 터지기 전에 보고 안 본 것 같은데 맞지?”
“어, 맞어. 그런데 백화점에는 무슨 일이야?”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어서 오랜만에 쇼핑하러 나왔어.”
“그랬구나.”
“너는 아직도 여기서 일하지?”
“어, 나는 백화점에 뼈를 묻어야지.”
“그래. 우리 언제 한 번 다 모여서 밥 먹어야지.”
“아, 그러자. 내가 맛있는 돈카츠 집 알거든? 거기로 가자. 너 예전부터 돈카츠 좋아했잖아.”
“맞아. 그…학교 앞에 돈카츠 집에서 맨날 둘이 먹었잖아. 거기 진짜 맛있었는데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
“거기보다 맛있을 걸?”
단비는 자신이 아는 돈카츠 가게에 대해서 자랑을 했는데 나는 그 가게가 우리 가게 일 것이라는 생각에 민망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 네가 그 정도까지 말하니까. 기대가 되는데?”
“당연히 맛있지. 사실 우리 오빠가 하는 가게인데 너도 먹어보면 좋아할 거야.”
단비의 말에 친구는 나를 보면 놀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 가게 운영하시는 군요.”
나는 그녀의 말에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알로하라고 상무지구에서 자그마한 돈카츠 가게를 하나 하고 있습니다.”
“알로하? 아, 들어본 것 같아요. 요즘 SNS에도 많이 올라오고 제가 하와이를 좋아해서 기억에 남았어요.”
“맞다. 너 하와이 엄청 좋아했지?”
“어, 예전에 대학때 연수로 갔었는데 엄청 좋았어. 나 나중에 신혼 여행으로 또 갈 거야.”
“그래? 나는 원래 신혼 여행 유럽으로 가고 싶었는데 네가 그정도로 말하니까 고민이 좀 되는데…”
“어머, 두 사람 벌써 결혼까지 약속하신 거에요?”
“아, 그런 거 아니야.”
갑작스러운 결혼 이야기에 단비가 당황스러운 듯 손을 흔들면서 나의 눈치를 보았고 나는 그저 웃기만 했다.
“그래, 나는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어서 이제 가봐야겠다. 다음에 이 쪽 오라버니 가게에서 보던지 하자.”
“나는 시간이 많은데 네가 바빠서 항상 못 봤잖아. 연락한다고 해놓고서는 맨날 안 하고…”
“미안, 미안, 이번에는 진짜로 연락할게.”
그렇게 단비의 친구 혜정이와 헤어졌는데 차에 탄 나는 단비에게 물었다.
“둘이 많이 친했었나 보네.”
“네, 고등학교 때 집이 같은 방향이어서 맨날 붙어 다녔어요.”
“아, 그랬구나.”
“대학교는 혜정이랑 다른 곳으로 가는 바람에 그때부터 자주 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일 년에 서 너번은 봤었어요.”
하긴 나도 가장 친한 대학교 친구들을 언제 봤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저번에 술집에서 다함께 모였을 때 봤던 게 마지막인 것 같은데 그것도 벌써 꽤 오래 지났다.
“그렇구나.”
“아, 잘하면 혜정이가 오빠한테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나한테 도움을 준 다고?”
“네, 혜정이가 광주방송국에서 리포터 하고 있거든요.”
“리포터?”
리포터라는 이야기에 솔직히 좀 놀랐다. 일반인 같지 않는 외모를 가지고 있다고는 생각했는데 방송국에 출연을 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물론 정규 방송국이 아닌 지방 방송국이었지만 그래도 리포터를 하고 있다니 대단해 보였다.
“네, ‘리얼맛집탐방’이라는 프로그램인데 광주, 전남에 있는 맛집들 돌아다니면서 소개해주는 거예요.”
“아, 그렇구나.”
솔직히 말해서 나는 지방 TV프로그램을 잘 보지 않는다. 물론 이것은 나를 포함한 다른 젊은 세대들 역시 마찬 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나이가 좀 있는 사람들은 SNS, 너튜브, 인터넷보다 TV를 더 많이 보기 때문에 TV가 주는 파급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
“네, 저랑 알로하 와서 먹어보고 맛있어서 맛집으로 출연시켜 줄 수도 있잖아요.”
“뭐, 그럼 좋기는 하지.”
하지만 그렇게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이렇게 까지 나를 생각하는 단비의 마음이 고마웠다.
“돈카츠 이야기하니까 오늘은 돈카츠가 먹고 싶어지네요. 우리 돈카츠 먹으러 가는 거 어때요?”
“돈카츠? 그럴까?”
“네, 오늘은 그거 먹어요. 사실 오빠랑 있을 때 일부러 안 먹기는 했는데 오늘은 먹어야겠어요.”
생각해보니 그녀와 단 둘이 만날 때는 돈카츠를 먹은 기억이 없었다. 나는 이유가 궁금해서 그녀와 물었다.
“그러고 보니 그러네…왜 그랬지?”
“어차피 오빠는 가게에서 맨날 돈카츠 먹으니까 질리실 것 같기도 하고 또 왠지 알로하가 있는데 다른 가게 돈카츠 먹는게 미안한 기분이 들잖아요.”
“그래? 그럼 나 아니고 혼자서도 돈카츠 안 먹었어?”
“네.”
조용히 대답하는 단비의 모습이 나는 너무나 귀여웠다.
“그래, 그럼 오늘은 돈카츠 먹자.”
****
10월 12일, 오늘은 오랜만에 상무지구로 출근을 하였다. 출근을 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나에게 다가온 사람이 있었는데 바로 이하연이었다.
“사장님.”
“어, 왜. 무슨일 있어.”
“네, 무슨 일 있어요.”
평소에는 활발한 그녀였는데 어울리지 않게 갑자기 진지한 표정을 짖자 나도 무슨일 인지 궁금해졌다.
“제가 요 며칠 동안 루이스를 지켜봤거든요. 그런데 배달이 엄청 많은 것 같아요.”
“배달이?”
“네. 배달 오토바이가 끊임없이 들어가던데요?”
“그래?”
로이스가 배달을 시작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리뷰 이벤트를 한다는 사실도 말이다. 그것 때문에 배달이 몰렸을 수도 있다.
그 뒤로 샘플제작과 맘카페 일이 생겨서 신경을 쓰지 못했는데 로이스가 장사가 잘 되고 있다니 충분히 경계해야할 일이었다.
“그, 우리 포스터랑 들어왔나?”
“네, 그거 이쪽에 놔뒀어요.”
나는 일전에 신메뉴용으로 주문 제작한 포스터와 베너를 확인했다. 계약을 마치고 두레푸드에 정식으로 주문을 넣어 두었다.
내일 그 첫 번째 물량이 들어오기로 한 날이었는데 이제 정식으로 우동과 소바 그리고 새로운 양배추 드레싱인 참깨 소스도 게시할 예정이다.
“그거 오늘 저녁에 퇴근할 때 달아두고 가자.”
“오, 이제 신메뉴 시작하는 거에요?”
“어, 내일 들어오기로 했으니까 바로 판매 하는 게 좋겠다.”
본래는 매장에서 적응하기 위해 어느 정도 적응을 할 생각이었다. 이미 테스트로 맛본 맛이 괜찮아서 빨리 손님들의 반응을 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렇게 하연이에게 새롭게 붙일 포스터의 위치를 정해주고 있었는데 전화기가 울렸다.
<< 맘카페 운영자 >>
며칠 전 통화했던 맘카페 운영자의 전화였다. 부녀회장과의 일도 원활히 해결되어서 더 이상 통화할 일이 없었는데 갑작스러운 전화에 또 무슨 일이 생겼나 하는 걱정이 들었다.
“여보세요.”
[ 안녕하세요. 알로하 사장님 맞으시죠? ]
“네, 맞습니다.”
[ 저 일전에 통화 드렸던 리뷰관리 게시판 운영자입니다. ]
“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전화 하셨을까요?”
[ 그 일전에 저희 측이 실수한 일도 있고 해서 새롭게 리뷰도 작성해드리고 서비스로 배너도 한 달 정도 달아드리려고 하는데 괜찮으실까요? ]
“저희 가게를요?”
생각지도 못한 전화였다. 그리고 갑자기 왜 이렇게 나오는 지 이유가 궁금해졌다.
[ 네, 그렇습니다. ]
“갑자기 왜 그러시죠? 일전에 일 때문에 그러시는 건가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뉴스에 보도는 안 하도록 하겠습니다.”
[ 뭐, 꼭 그것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닙니다. 사실 이번 일로 운영진 내부로 회의를 진행했는데 저희가 자영업자들 때문에 광고료로 수익을 많이 얻고 있는데 최근 코로나 때문에 어려워진 자영업자들에게 너무 무심했던 것 같다고 이야기 나왔습니다. 그래서 괜찮은 업체들을 선정해서 무료로 홍보를 해주려고 하는데 그 첫 번째로 알로하가 좋을 것 같아서 이렇게 연락을 드린겁니다. ]
“그랬군요.”
[ 괜찮으실까요? ]
일전에 트러블이 있기는 했지만 맘카페에 홍보 효과를 의심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공짜로 해준다고 하니 굳이 사양할 필요는 없었다.
“네, 그럼 그렇게 해주십시오.”
[ 리뷰 작성을 하기 위해 매장에 방문해야 하는데 시간은 아무 때나 상관없으실까요? ]
“제가 꼭 매장에 있어야 하는 건가요?”
[ 꼭 그런 건 아닙니다. 저희는 그냥 일반 손님들처럼 다녀 갈 겁니다. 저희가 먹은 음식은 가격도 모두 지불할 예정이니 걱정안하셔도 됩니다. ]
“그럼 너무 바쁜 점심시간만 아니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 네, 저희가 일정 짜보고 매장 방문하기 전에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네, 감사합니다.”
[ 아, 그리고 혹시나 배너 광고 해보시고 광고 효과가 좋은 것 같으시면 저렴한 가격으로 연장도 가능하시니 혹시 필요하시면 나중에 말씀해주십시오. ]
“아…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나는 맘카페 운영진이 머리를 잘 썼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 때문에 망해가는 자영업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잠깐 생각해 보았는데 맘카페에도 광고 문의를 넣는 업체들이 많이 줄었을 것 같았다. 당장 먹고 살기도 힘든데 광고비로 매달 얼마씩 쓰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광고를 물어오는 부녀회장 같은 사람들이 맘카페에서 영향력이 커졌을 것도 같다.
그래서 무료로 홍보해주고 광고를 연장시키는 방법으로 전략을 바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쁘지 않았다. 물론 기존에는 가만히 있어도 광고가 들어와서 편했겠지만 지금과 같은 시기에는 살아남기 위해서는 직접 영업을 해야 했다.
‘공짜니까 한 달 써보고 반응 없으면 내리면 되지 뭐.’
****
“저녁에 뭐 먹지…”
8시, 가게 문을 닫고 퇴근 후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전화를 쳐다본 나는 반가운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다. 오랜만에 친구에게 온 전화였기 때문이다.
“어, 호영이 니가 왠일이냐?”
[ 정훈아. 지금 통화 가능하냐? ]
대학교 친구인 주호영의 전화였다. 일전에 친구들과 다 같이 만났을 때 이후로 오랜만에 연락하는 것이었는데 반가웠다.
“어, 가능해.”
[ 너 11월에 자동차 보험 끝나더라. 이거 연장 할거지? ]
보험회사에 다니는 호영이를 통해서 자동차 보험을 들었었다. 이 놈의 자동차 보험료를 내는 것은 1년에 한 번인데 어쩜 이렇게 빨리 돌아오는 지 세월이 진짜 빠른 것 같았다.
“그래? 금액이 얼마야?”
[ 어, 75만 원 정도네. 포르테가 싸기는 하다. ]
“그러네.”
작년에는 80만 원 정도 냈던 거 같은데 조금은 싸진 것 같았다.
[ 어떻게 저번처럼 카드로 결제 할래? ]
“음…”
호영이의 말에 고민이 되었다. 사실 요즘들어 차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일전에도 한번 고민을 한 적이 있었지만 차는 사치라는 생각에 참았었다.
하지만 나보다 능력이 없는 사촌도 좋은 차를 타고 있었고 거기에 단비와 사귀고 나니 그런 마음이 조금은 바뀌었다.
백화점에서 일하는 그녀를 데리러 가면 주차장에 주차되어 있는 화려한 차들을 많이 봤는데 그것들을 보고 있으면 현타가 많이 왔고 단비를 좋은 차에 태우고 드라이브 시키고 싶은 욕심도 생겼다.
내가 고민하자. 호영이가 물었다.
[ 왜? 보험 바꾸려고? ]
“아니, 이번에 차를 바꿀까 고민 중이거든…”
[ 그래? 잘 생각했다. 포르테 그 정도 탔으면 많이 탄 거야. 창식이도 이번에 차 바꿨는데 너도 이번 기회에 바꿔라.]
“누구?”
[ 창식이, 대학 동기 우창식이 말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