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9 화
[ 네, 피해자가 여러 명이면 고소위임장 받아서 대리로 고소 진행 할 수 있습니다. ]
심영숙이 허위사실을 기재했기 때문에 나도 피해를 입은 것은 맞았다. 하지만 나는 빠른 대처로 글을 내렸기 때문에 피해가 그렇기 크지 않고 이것만으로 고소를 진행하기에는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주변의 다른 가게들이 떠올랐다.
그들은 나보다 훨씬 오랜기간 그리고 구체적으로 금전이 오가는 피해를 입고 있었다. 그들에게 위임장을 받아서 재대로 참교육 해 줄 예정이었다.
“그럼 그렇게 고소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 그럼 제가 일단 위임장 보내드리겠습니다. 주변 상가들 만나보셔서 위임 받으시고 위임장 받으실 때 피해 사실을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알려달라고 하십시오. 그러면 명예훼손 뿐만 아니라 협박죄 같은 것으로도 고소 진행할 수 있을 겁니다. ]
“네, 알겠습니다.”
[ 그럼 저는 관련 된 내용으로 고소 진행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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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현성에게 고소위임장을 받은 나는 제일 먼저 바로 위층에 있는 태권도 학원을 찾아갔다. 저번에 만났을 때 특히 부녀회장을 싫어했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에 그는 흔쾌히 허락해 줄 것 같았다.
“고소를 진행하신다고요?”
“네, 제가 알아보니까 주변에 피해를 입은 상가들이 많이 있더군요. 그냥 조용히 넘어가기에는 부녀회장이 선을 많이 넘은 것 같습니다.”
“그런가요?”
솔직히 말해서 나는 그가 기뻐할 줄 알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그의 반응은 미지근하였다. 고소 비용이 걱정되서 그러나 하는 생각에 나는 말했다.
“비용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변호사 고용해서 진행할 예정이니…”
“네, 그런데 저를 찾아오신 이유가 무엇 때문이시죠?”
“여기 태권도도 협박으로 피해를 입지 않으셨습니까? 이거 고소위임장인데 저에게 피해 사실 위임해주시면 저 고소하면서 같이 고소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음…”
나의 말에 태권도장은 고민하는 얼굴이었다. 귀찮은 일을 대신해주는 것이고 앞으로 시달리지 않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고민이 길어져서 조금은 의외였다.
“고민이 되십니까?”
“네, 솔직히 고민이 좀 되네요. 생각을 좀 해도 되겠습니까?”
“고민하시는 이유를 여쭤봐도 될까요?”
“사실 예전에도 그 아줌마를 고소하겠다고 나서신 분이 있었습니다.”
예전에도 나처럼 고소를 진행하려고 나선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에 나는 흥미가 생겼다.
“그랬군요. 어떻게 되었을까요?”
“저기 사거리 근처에 있는 치킨집이었는데 부녀회장의 갑질을 참지 못하고 고소를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결과가 좋지 못했죠. 고소를 진행하는 동안 부녀회장이 계속 치킨집에 안 좋은 소문을 내어서 손님이 줄었고 결국 치킨집은 폐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네, 제가 알기로 그때 부녀회장은 벌금 조금만 냈다고 알고 있습니다. 솔직히 그 일 이후로 부녀회장의 행동이 대담해진 것 같습니다.”
“소문이 빨리 퍼졌나보네요.”
“네, 그 여자가 다른 부녀회장들하고 다르게 사람들을 모아서 활동을 많이 하거든요. 아마 화정동 행사 있다고 하면 안 가는 곳이 없을 겁니다.”
“또 실패하실까봐. 걱정이 되시나보군요.”
“네, 만약에 하신다고 하셨다가 치킨집처럼 포기하고 가시면 저희도 나중에 피해를 입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좀 신중히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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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장을 나온 나는 주변의 상가를 돌아다니면서 위임의사를 물었다. 그동안 당한 것이 억울했는지 적극적으로 위임장을 작성해주면서 적극적으로 나선 사장님도 있었다.
하지만 태권도장처럼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위임장을 작성해주시는 않았다.
‘생각보다 적은데…’
솔직히 부녀회장이라는 자리를 그렇게 크게 보지는 않았다. 맘카페는 인터넷을 활용한 확장성이 있기 때문에 단호히 대응했지만 부녀회장은 그냥 동네 반장 정도의 느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그녀의 발이 넒게 퍼져있었다.
‘일단 팔다리부터 잘라야겠군.’
나는 그녀가 입주민으로 있는 아파트로 향했다. 그녀가 사는 루인아파트는 총 3 단지까지 있어서 화정동에서 가장 큰 아파트였다.
아파트에 도착한 나는 바로 관리 사무실을 찾아갔다.
“어서오세요.”
“아, 안녕하세요. 물어볼 것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네, 무슨 일이세요?”
“혹시 입주자 대표 회의가 언제인 지 알 수 있을까요?”
“입주자 대표 회의요?”
최근에 스테이트힐 아파트에서 입주자 대표를 뽑는 투표를 했었다. 아마 아파트로 들어가지 않았다면 이런 것이 있었다는 것을 알지도 못했을 것이다.
간혹 TV에 아파트 단지 관리 대표들의 부정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때면 그냥 세상에 사기꾼들이 많구나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확실히 직접 거주하고 나니 관심이 생겼다.
나는 아파트를 대표하는 입주민들에 부녀회장의 갑질에 대해서 알려주고 그녀의 직위를 해제시킬 생각이었다.
만약 입주 대표들도 그녀와 한통속이면 조금 복잡해지겠지만 그것에 대한 대처도 생각해 두었다.
“혹시 입주민이세요?”
“아니요, 입주민은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입주민이 아니시면 자세한 일정은 말씀드리기가 어렵겠네요.”
나의 말에 사무실 직원이 거절을 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아파트 입주민도 아닌데 그런 일정을 굳이 알려줄 필요가 없었다. 이미 예상했던바 나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 직원에게 말했다.
“아파트에 관해서 중요하게 드릴 제보가 있어서 그러는데 입주민들에게 알려드려야 할 것 같아서 그럽니다.”
“중요한 제보요?”
“네, 엄청 심각한 문제입니다.”
“어…”
직원이 알려줘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을 때 관리사무소의 문이 열리면서 나이가 좀 있어 보이는 남자가 들어왔다.
“아, 소장님.”
직원이 반갑게 그를 불렀는데 아파트 관리 소장인 모양이다.
“무슨 일이야?”
“이분이 아파트에 관련되어서 중요하게 알려드릴 것이 있다고 하시는데..”
직원의 말에 관리소장은 나를 위에서 알래로 훓어보기 시작했다. 나는 그의 시선을 받으면서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관리 소장님이시군요. 저는 여기 루인아파트 큰 대로 반대편에서 돈까스 장사를 하고 있는 김정훈이라고 합니다.”
“네,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무슨 일로 오셨을까요?”
“입주자 대표 회의에서 중요하게 드릴 말씀이 있어서 이렇게 찾아 왔습니다. 혹시 일정을 알려주시고 제가 거기에 참석 할 수 있을까요?”
“입주자 대표 회의요?”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실까요?”
“그거는 입주자 대표들에게 말씀드리겠습니다.”
그가 관리소장이기는 하지만 그도 입주민들에게 고용된 입장이다. 실질적인 권한은 별로 없을 것 같아서 나는 입주민 대표들에게 직접 말할 생각이었다.
“입주민이 아니시면 대표 회의에 참석하기는 어렵습니다.”
“그 회의를 주최하는 회장님에게 참석이 가능한 지 여쭤봐 주실 수 있을까요?”
나의 계속된 말에 관리 소장은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하긴 뜬금없이 찾아와서 대표들과 이야기 하고 싶다고 하니 잡상인처럼 보일 것도 같았다.
“그것도 좀 힘들 것 같습니다.”
역시나 거절의 답변이 나왔다. 어쩔 수 없었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렇군요. 이게 집값과 관계된 일인데…나중에 어떤 일이 생겨도 저를 원망하지 마십시오.”
“집값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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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예정된 입주자 회의가 있었는데 바로 그 주 토요일이었다. 솔직히 입주자 회의가 오래 걸리면 대표들 몇 명만 따로 만나서 이야기 할 생각이었는데 타이밍이 좋았다.
회의를 주최하는 회장과 먼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참석할 수 있었는데 거기에 예상치 못한 인물이 있었다.
“당신이 여기는 어떻게!”
부녀회장 심영숙이었다. 이제 보니 그녀는 루인아파트 104동의 입주민 대표도 겸직하고 있었는데 그래서 영향이 더 강했던 모양이다.
그녀는 나를 보면서 부들부들 몸을 떨고 있었는데 나는 그런 그녀를 무시하고 비어있는 자리에 가서 앉았다.
“다 모인 것 같으니 이제 회의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입주자 대표회 회장 표홍주
관리소장의 연결로 그와는 직접 통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에게 사정을 이야기했는데 그도 이 일을 심각하게 받아 들인 덕분에 쉽게 회의에 참석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대표가 아닌 사람이 여기에 와 있는데 회장님께서 이것을 먼저 설명을 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회의가 시작하자 심영숙이 앙칼진 목소리로 말했는데 표홍주가 그녀를 쳐다보더니 말했다.
“네, 먼저 긴급하게 결정해야 할 사안이 있는데 그것부터 처리하고 넘어가는 것이 좋겠군요. 먼저 회장 직권으로 여러 대표님들에게 104동 입주민 대표 및 부녀회장 해임에 관해서 건의 드립니다.”
“네? 누구를 해임한다고요?”
회장의 말에 심영숙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소리쳤고 주변에 있단 다른 동의 대표들도 웅성 거렸다.
“들으신 그대로입니다. 심영숙 씨, 당신에 관한 해임 건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회장의 말에 다른 대표로 보이는 한 여자가 손을 들었다.
“회장님, 사유가 무엇이죠?”
“사유에 대해서는 이 분이 설명해 드릴겁니다. 김정훈 씨.”
회장님의 소개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말을 했다.
“안녕하십니까? 입주민 대표 여러분, 저는 최근에 루인아파트 근처에서 알로하라는 돈카츠 가게를 연 김정훈이라고 합니다.”
나의 소개에 몇몇 대표는 가게에 대해서 들어보고나 방문한 적이 있는 지 고개를 끄덕였다.
“가게를 열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저기 있는 104동 대표가 찾아와서 동네에서 장사를 잘 하고 싶으면 자기에게 상납을 하라는 식으로 협박을 했습니다. 제가 알아보니 이건 비단 저의 가게 뿐만 아니라 화정동에 있는 다른 가게들에게도 일어나고 있었던 일이더군요. 그래서 관련된 내용으로 고소를 진행할 예정인데 이것은 아파트에도 피해가 갈 수 있다고 생각이 되어서 이렇게 다른 대표님들에게 말씀을 드리려고 이 자리에 참석을 하였습니다.”
나는 미리 내가 당한 피해와 고소위임장을 작성해준 몇몇 가게들이 당한 피해를 PPT로 만들어서 대표들에게 보여주었다.
“저거 다 거짓말입니다. 내가 음식이 맛없다고 하자 나한테 억한 심정이 들어서 조작한 겁니다.”
내가 보여준 자료들을 보면서 심영숙은 강하게 부정하면서 소리를 쳤다.
몇몇 대표들은 심영숙이 벌인 일들에 인상을 찌부렸는데 심영숙의 편을 드는 사람도 있었다.
“잠시만요. 증거도 없이 확인되지 않은 사실 때문에 바로 해임을 진행하는 것은 옳지 않아 보입니다. 고소를 진행하신다면 그 결과가 나온 후에 해임을 해도 될 것 같은데…다른 분들의 생각은 어떠세요?”
입주민 대표들은 서로 자신의 생각을 말하면서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는데 자리에 일어서 있던 나는 미리 준비해온 다음 영상을 보여주었다.
“사실은 그녀를 고소만 하는 선에서 조용히 일을 진행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일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는데 그녀는 벌금을 내는 선에서 그쳤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동원할 생각입니다. 이 영상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는 9시 뉴스에 출연한 경력이 있습니다. 아는 기자분이 있는데 거기에 아파트 부녀회장 갑질에 관련된 내용으로 취재를 요청할 생각입니다.”
“취재요?!”
“네, 아무래도 취재를 하고 뉴스에 나가게 되면 아파트 이름이 알려지게 될 것이고 그러면 갑질 아파트로 소문이 나게 될 것입니다. 요즘 그런 것에 민감한 시대가 아닙니까?"
나의 말에 대표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제가 생각했을 때 그런 안 좋은 소문이 나게 되면 아파트 가격에도 영향이 있을 것 같은데…저도 동네 장사를 하는 입장에서 이 일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다른 입주민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불편한 마음에 이렇게 직접 말씀드리려고 찾아 왔습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웅성거리던 다른 대표들이 일순간 조용해졌다.
“저는 고소를 진행할 것이고 이것은 아파트 차원에서 먼저 자정작용을 하실 기회를 드리는 겁니다. 부디 가볍게 생각하지 마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