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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도 장사를 합니다-98화 (98/225)

제 98 화

‘기분이 나빠서 글을 올렸나?’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고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진상 손님들은 생각보다 많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주변 상가들을 돌아다니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부녀회장이 어떤 스타일인지 대충 파악을 했는데 그녀는 손님을 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손님은 왕이다.

내가 싫어하는 말이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자본주의 시대에서 자신의 돈으로 무언가를 구매하는 고객들을 왕과 같은 서비스로 대우를 해주어야 한다는 것에서 나온 것이지 손님의 말이 무조건 맞으니까 너희는 따르라는 것은 아니다.

물론 고객 입장에서 남들 보다 더 적은 서비스를 받을 때는 화를 내야 하는 것이 맞지만 그렇다고 더 나은 서비스를 요구할 수는 없다.

“운영진에게 쪽지는 보내 보셨어요?”

“네, 아까 전에 보냈었는데 답장 왔는지 확인 해볼게요.”

나의 말에 김수진은 핸드폰을 열어서 답장으로 온 쪽지가 있는지 확인해 보기 시작했다. 부녀회장이 괘씸하기는 했지만 일단은 가게에 안 좋은 이야기가 퍼지는 것을 막는 것이 우선이었다.

“저, 답장이 오기는 왔는데 리뷰 삭제가 어렵다고 하네요.”

가게에 큰 피해를 주는 글이었다. 솔직히 당연히 운영자가 지워줄 줄 알았는데 안 된다는 답변을 받으니 당황스러웠다.

<< 안녕하십니까, 광주맘사랑 운영진입니다. >>

<< 보내주신 쪽지 내용 확인했습니다. 리뷰 삭제 요청 문의신데요. 죄송한 말씀이지만 운영진은 구매자가 작성한 리뷰를 임의로 삭제할 수는 없습니다. 리뷰에 관계 되어서는 구매자만 수정 및 삭제가 가능합니다. 다만 상품과 크게 관련이 없는 욕설과, 비방이 등록된 리뷰에 한해서는 판매자 님께서 다른 고객님들에게 보이지 않도록 요청은 하실 수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리뷰 신고 게시판 공지에 보시면 나와 있으니 참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나는 운영진이 말한 리뷰 신고 게시판에 들어가 보았다. 정정을 요청하는 많은 글이 있었지만 실제로 확인해보니 실제로 사라진 리뷰는 많지 않았다. 처리를 해주는 것 같기는 했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았다.

“어떻게 하죠? 그냥 서비스를 줄 걸 그랬나 봐요.”

김수진이 걱정이 된다는 듯 나에게 말했다. 이제 막 오픈한 가게였다. 오픈하고 그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매출이 많이 올라서 그녀는 진짜로 좋아했었다.

직원들이 모여 있는 단톡방이 있었는데 매일 하루 마감을 하면 매출을 올리면서 웃는 이모티콘도 같이 보내 주었다.

내가 그렇게 하라고 했지만 자신이 나 모르게 조용히 넘어가려면 넘어갈 수 있는데 참지 못한 것을 자책하는 것 같았다.

“아니요, 잘 하셨습니다. 이런 거 한번 휘둘리면 장사하기 어렵습니다. 운영진에게 다시 쪽지 보내주시겠어요?”

“네, 그런데 뭐라고 보낼까요?”

“제 연락처 남기고 전화 주라고 하세요.”

“직접 통화 하시게요?”

“네, 쪽지로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는 것 같네요. 전화로 직접 말로 해야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전화가 올까요?”

“오게 만들어야죠. 저희가 9시 뉴스에 출연한 가게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만약 연락이 없으면 맘카페 갑질로 뉴스에 제보한다고 하세요.”

“뉴스에요?”

뉴스에 제보한다는 말에 김수진이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네, 예전에 영화에서 본 것 같은데…이슈는 이슈로 덮는다고 차라리 일을 키우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자영업자들도 언제까지 당할 수만은 없죠.”

****

쪽지를 남긴 지 한 시간 정도 지났을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왠지 맘카페 운영자일 것이라는 생각으로 바로 받았는데 역시나 그랬다.

[ 여보세요. 연락 달라고 하셨던 광주맘사람 리뷰 관리 운영진입니다. ]

“네, 안녕하십니까. 돈카츠 전문점 알로하 사장 김정훈이라고 합니다.”

[ 보내주신 쪽지를 확인하고 이렇게 연락드립니다. 관련되어서 게시판에 나와 있는 글 읽어 보았는데 제가 보기에도 조금 심한 부분이 있더군요. ]

쪽지로 삭제가 안 된다고 이야기했던 것과 다르게 갑자기 순해진 모습이었는데 우리 가게에 대해서 찾아본 것 같았다.

아직 그렇게 이름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검색을 해보면 우리 가게에 대해서는 좋은 이야기가 많이 나와 있다.

일단 어려운 아이들에게 무료로 음식을 나누어준 착한 사장, 자영업자들을 우롱하는 사기꾼을 잡아 넣고 9시 뉴스에 출연까지 한 정의로운 사장, 거기에 너튜브와 SNS에는 맛있는 음식을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는 가성비 높은 가게로 소문이 났다.

그렇게 알려진 가게에서 손님들에게 준 음식에 장난을 쳤다? 무언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네, 인터넷에 저희 가게 검색해 보시면 아시겠지만 돈에 크게 연연 안 하고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발생해서 저도 조금은 당황스럽습니다. 아무래도 저희 가게에 개인적인 원한이 있는 사람이 남긴 글 같은데 그래도 삭제가 안 되는 걸까요?”

[ 저희가 관련된 글은 비공개로 돌려놓고 작성자에게도 스스로 삭제를 해달라고 요청을 해두었습니다. 아마 관련된 글은 곧 내려 갈 겁니다. ]

“그래요?”

[ 네, 저희 리뷰 가디언으로 활동하시는 회원이었는데 아무래도 글을 쓰시다가 감정이 격해지신 것 같습니다. 그…글 삭제 해드렸으니 9시 뉴스에는 제보 안 하시는 거겠죠? ]

비공개로 돌려 놨다는 운영자의 말에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그 여자가 다른 글도 남길 수 있었기 때문에 나는 특단의 조치를 원했다.

“사실 그 글을 남긴 사람이 누군지 대충은 예상하고 있습니다. 남의 가게를 비방하고 질이 안 좋은 사람 같은데 카페에서 할동하지 못하게 정지해주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 이용 정지 말씀하시는 건가요? ]

“네, 아무래도 저도 억울하게 당한 입장이다보니 고소진행하고 언론에도 제보할 생각이었습니다.”

[ 그건…저의 권한을 벗어난 일이라…저희가 추후에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작성자에게 전달 하도록 하겠습니다. ]

솔직히 운영진 입장에서는 많은 회원 중 한명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정지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운영자가 머뭇거리는 것을 보니 그녀가 예전에 나에게 말한 것처럼 맘카페에 어느 정도 영향이 있는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운영자님께서 이 일을 크게 생각하지 않으시는 것 같은데…이거 생각보다 큰 문제입니다.”

[ 다른 일이 있습니까? ]

“이 글을 쓴 작성자 화정동 인근에 있는 상가를 돌아다니면서 맘카페 회원을 내세우면서 갑질을 하고 있습니다. 그것 때문에 억울하게 맘카페에 광고를 넣은 사장님들이 많이 있습니다. 제가 쪽지로 맘카페 갑질에 대해서 보도를 하겠다는 이유도 그것 때문이고요.”

[ 그런 일이 있었군요. ]

“권한이 없으시다면 빨리 더 높은 운영진에게 알리셔서 대책을 세우셔야 할 것 같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자영업자들 많이 어려운 거 아시죠? 그런데 이런 갑질까지 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맘카페 이미지가 어떻게 되겠습니까? 진짜로 걱정이 돼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 네, 알겠습니다. 바로 카페지기에게 이야기 전달하고 다시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네, 서둘러 전화 주십시오. 사실 방금 너무 연락이 없어서 기자님에게 전화 드리려다가 참았습니다.”

전화를 끊고 부녀회장이 올린 글을 확인해 보았는데 일단 운영진의 말처럼 비공개로 전환 되었는 지 확인할 수 없었다.

다른 고객들이 가게에 안 좋은 이야기를 듣는 것을 막을 수 있었으니 일단은 만족이었다.

‘그래도 안심할 수 없어. 정지까지 시켜야 되겠어.’

처음에는 그냥 진상 손님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직접 당하고 나니 힘이 없는 주변 상가 사장들이 당했을 스트레스를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그녀가 맘카페에서 활동하지 못하게 만들 생각으로 강력하게 이야기했으니 운영진들에게 어떤 조치가 있을 것 같았다.

‘뭐, 그 정도 생각이 없는 운영진들이면 그때는 진짜로 뉴스에 보도해야지.’

****

이왕 이 곳에 있으니 오랜만에 화정점의 일을 도와주면서 맘카페 운영진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마감 시간이 다 될 때 쯤 연락이 왔다.

[ 여보세요. 사장님. 아까 전화 드렸던 맘카페 운영자입니다. ]

“네, 생각해 보셨을까요?”

[ 카페지기에게 연락드리고 내부적으로 회의를 해봤는데 문제가 좀 있는 회원이라는 판단하에 정지를 시키기로 했습니다. ]

“잘 생각하셨습니다.”

생각이 있는 운영자라면 당연한 선택이었다. 부녀회장이 가져온 광고가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뉴스에 나가고 맘카페 이미지가 안 좋아지면 줄어드는 광고가 더 많을 것이다.

[ 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뉴스에 보도하는 것은 안 하시는 거겠죠? ]

“네, 정지를 해주셨으니 그렇게 까지는 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

전화를 끊고 나자 같이 마감 청소를 하고 있던 김수진이 나에게 다가와서 물었다.

“어떻게 되었어요?”

특히 부녀회장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그녀였기 때문에 잔뜩 기대하는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맘카페에서 정지 당했다고 합니다.”

“진짜요? 정말 잘 됐네요.”

그녀는 좋아했고 나도 잘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갑자기 가게 문이 벌컥 열리면서 큰 소리가 들렸다.

“사장, 어딨어!”

부녀회장 심영숙이었다.

다행히 가게에는 손님들이 모두 나간 상태여서 그녀가 소리쳐도 들을 사람이 없었지만 그녀는 나에게 다가와서 삿대짓을 하기 시작했다.

“어, 여기 있구나. 네가 맘카페에 나 정지 시키라고 말했냐?”

아무래도 정지당한 사실을 그녀도 확인한 모양이다. 잔뜩 성이 난 모습이었는데 별로 무섭지는 않았다.

“네, 그랬습니다.”

“거기에 리뷰 쓴 것 때문에 그런 거야?”

“허위로 리뷰를 쓰셨으면 그 정도는 각오 하셨어야죠.”

“뭐가 허위라는 거야! 돈까스 진짜 맛이 없었는데! 내가 집에서 만들어도 그것보다는 잘 만들겠다.”

“그럼 앞으로는 집에서 만들어 드시고요. 그리고 말을 함부로 하시는 것 보니까 혀가 많이 잘못 되시기는 하신 것 같네요. 우리 돈카츠 진짜 맜있는데 말이죠. 이제 그만 나가주세요. 저희 영업 끝났습니다.”

“그래, 이런 식으로 나오겠다. 이거지? 너 내가 거기 맘카페에 들어간 돈이 얼마인지 알아? 너, 두고 봐. 이 동네에서 다시는 장사 못 하게 만들어 줄 테니까.”

역시나 마지막에 두고보자는 말과 함께 부녀회장은 씩씩대면서 가게를 나갔는데 그녀를 보고서 김수진이 걱정이 된다는 말투로 물었다.

“진짜로 많이 화난 것 같은데요?”

맘카페에서는 활동이 정지 되었지만 부녀회장으로서의 권한은 남아 있는 그녀였다. 그녀가 지인들에게 가게에 대해 안 좋은 소문을 퍼뜨리고 다니면 그것도 상당히 문제가 될 수도 있었다.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두고 보자는 사람들 중에 무서운 사람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가요…”

“그래도 가만히 당하고 있을 수는 없죠.”

나는 바로 남현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

“변호사님. 일전에 말한 고소 진행하고 싶은데 이거 피해 입은 다른 가게들 묶어서 제가 같이 고소 할 수도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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