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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도 장사를 합니다-97화 (97/225)

제 97 화

>> 지원맘/73/화정

>> 안녕하세요. 어제 오랜만에 지인들과 식사를 했는데 속상해서 후기를 안 쓸 수가 없네요. 코로나 때문에 바깥 외출 자제하고 있다가 진짜 오랜만에 지인들을 만났습니다. 집 근처에 예뻐 보이는 돈까스 가게가 새로 생겼길래 가봤는데 겉모습과 다르게 음식이 형편없었습니다.

>> 고기가 완전 퍽퍽해서 목구멍에 걸려서 넘어가지 않았는데 싸구려 고기를 쓰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기름이 완전 눅눅해서 그릇 밑에도 흘러 내렸는데 직원에게 말하려다가 괜히 트집 잡는 사람으로 보일까 봐서 꾹 참았습니다. 아, 양배추도 짓무른 것들이 있었는데 한번 만들어서 며칠 씩 사용하는 것 같아요. 혹시 화정동에서 가실 분들은 참고하시고 큰 기대는 하지 마세요.

신상원이 보내 준 캡쳐본에는 말도 안 되는 글이 올라와 있었다. 내용을 확인한 나는 신상원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

“네, 글 확인했습니다. 어제 재료에 문제가 있었나요?”

[ 아닙니다. 어제 아무런 문제도 없었습니다. 평상시랑 똑같았습니다. ]

“따로 컴플레인 거는 고객님도 없었죠?”

[ 네, 그런 사람도 없었는데 갑작스럽게 이런 글이 올라와서 조금 당황했습니다. ]

“그럼 저희 가게 아닌 거 아닙니까? 글에는 구체적인 가게 명이 안 나와있는데…”

[ 아, 글 밑에 가게 메뉴판이랑 메뉴 찍힌 게 나와 있는데 저희 가게에 온 건 맞는 것 같습니다. ]

“그래요? 그럼 이 글 링크를 보내주시겠어요? 제가 직접 들어가서 보겠습니다.”

[ 그게 여기 맘카페가 남자들은 가입을 못 하기 때문에 링크 보내드려도 보시기 어려울 겁니다. 저도 와이프가 알려줘서 볼 수 있었어요. ]

“아, 그렇군요.”

[ 일단은 밑에 부분도 캡쳐해서 추가로 보내 드리겠습니다. ]

“네, 사진 보내 주시고 일단은 신경 쓰지 마시고 영업에 집중해주세요. 제가 오후에 화정동으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 네, 알겠습니다. ]

“아, 그리고 수진씨한테 카페 운영자 연락처 있으면 연락해보시고 없으면 쪽지 보내서 가게 사장인데 글 좀 삭제해달라고 해보세요. 더 많은 사람들이 보기 전에 내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 거기까지는 생각 못했네요. 바로 연락해 보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곧이어서 몇 장의 사진이 더 왔는데 사진을 보니 확실히 우리 가게에 다녀간 고객이 맞는 것 같았다.

메뉴판과 메뉴 사진이 선명하게 박혀 있었는데 벌써 꽤 많은 댓글도 달려 있었다.

- 우리 맘께서 많이 속상 하셨겠네요 ㅜㅜ

- 저도 이 가게 본 것 같은데…안 가야 겠네요.

- 요즘 겉만 번지르하고 실속이 없는 가게들이 많은 것 같아요. 식당은 음식이 기본인데 말이죠…

- 우리 아이들도 돈카츠 참 좋아하는데 저기는 안 가야겠네요.

음식이라는 것이 입 맛에 따라서 누구에게는 안 맞을 수도 있다. 취향의 차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통은 ‘내 입맛에는 별로였다.’ 등의 말을 많이 하는데 싸구려 고기를 쓴다는 둥 양배추를 며칠 동안 쓴다는 등 확인할 수도 없는 말을 해 놓은 것을 보니 가게에 정말 실망을 한 고객이거나 일부러 가게에 장사가 안 되게 하려고 쓴 글 같았다.

‘누굴까? 혹시 경쟁 가게인가?’

화정동에는 우리 가게 말고도 다른 돈카츠 가게도 많이 있었다. 새롭게 생긴 가게를 견재하기 위해서 맘카페에 글을 올렸을 수도 있었다.

‘만약 일부러 그런 글을 쓴 거라면 가만 두지 않겠어.’

****

동천동 두레푸드로 간 나는 김현태를 만났다. 리뷰 때문에 조금 신경이 쓰이기는 했지만 계약도 중요한 일이었다.

“사장님, 오셨습니까?”

“네, 안녕하세요.”

내가 도착하자 김현태는 기다리고 있었는지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사무실로 들어가시죠.”

사무실로 들어가서 쇼파에 앉자 김현태가 커피를 한 잔 내어 주면서 말했다.

“저희 공장으로 결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샘플을 워낙 마음에 들어서 두레푸드로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조금 더 테스트 진행해도 괜찮은데 그럼 이 전에 샘플 보내 드린 것하고 똑같이 제작해도 되겠습니까?”

“네, 그래도 큰 상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럼 이거 저희가 사용하는 납품 계약서인데 한 번 확인해 보시겠습니까?”

김현태와 나는 계약서를 보면서 계약기간 납품 물량 등을 조금씩 조율했다. 그렇게 어느 정도 서로가 원하는 조건으로 계약이 완성되었는데 바로 사인을 하지는 않았다.

“변호사에게 확인해서 계약서에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사인하고 다시 방문하려고 하는데 그래도 괜찮을까요?”

지난번 부동산 계약을 할 때 생각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아무래도 큰돈이 걸린 계약이고 확인해야 할 조항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그것은 임대 계약을 해본 경험이 몇 번 있어서 해낼 수 있었다.

그때 일을 힘들게 해서 그런지 화정점 인수나 법인 설치 같은 것은 변호사의 도움을 받았는데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돈만 있으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편해.’

나는 남현성에게 계약서에 나에게 불리한 사항이 있는 지 확인하고 사인을 할 생각이었는데 김현태는 상관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게 하셔도 상관없습니다. 사장님. 그럼 저희도 사인해서 계약서 가지고 오시면 제작 들어가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나는 그에게 잘 부탁드린다는 의미로 악수를 했는데 악수를 하고 나자 그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휴, 다행입니다. 솔직히 저번에 다른 공장들 샘플 받는 다고 이야기 하셨을 때 저희 공장 선택 안 하실까봐. 조금은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러셨군요.”

“네, 솔직히 말씀드려서 요즘 공장 상황이 별로 좋지는 않았거든요. 근데 사장님 덕분에 한 숨 돌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네, 저도 이야기는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저희 말고는 다른 업체 계약이 없으시다고…”

내가 공장 사정에 대해서 아는 듯 이야기 하자 김현태가 놀랐다.

“그걸 어떻게 아셨죠?”

“얼마 전에 밤에 여쭤볼 것이 있어서 잠깐 들렸었습니다. 너무 늦게 와서 퇴근하셨던 것 같은데 옆에 타일 가게 아주머니가 말씀해 주시던데요.”

“그랬군요. 아주머니가 어머니 친구 분이십니다. 두 분이서 자주 수다도 떨고 하세요.”

“네, 덕분에 공장 사정 전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창피한 이야기네요. 그래도 걱정은 하지 마십시오. 공장을 돌릴 여력은 아직 있습니다. 그런데 뭐가 궁금하셔서 오셨을까요?”

나는 청원에 관계된 이야기를 해야할 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어쩌면 그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는 기억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마지막까지 두레 푸드와 고민을 했던 업체가 있습니다. 여기와 연관이 있는 공장이었기 때문에 사실 확인차 방문했었습니다.”

내 말에 김현태의 표정이 안 좋아졌다. 그리고 물었다.

“혹시, 청원 F&C 인가요?”

“네, 맞습니다.”

“동민 아저씨와의 악연은 땔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김현태는 약간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는데 나는 그를 위로했다.

“저도 고민 끝에 이곳으로 결정했는데 아무래도 두레푸드가 더 신뢰할 수 있는 공장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저를 좋게 생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진짜 열심히 하겠습니다.”

“네, 저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우리 같이 돈 많이 벌어보죠.”

****

“계약서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 같습니다.”

남현성의 사무실로 온 나는 그와 같이 계약서를 확인했다. 혹시 우리에게 불공정한 조항이 있는지 봤는데 딱히 그런 것은 없었다.

“그럼 바로 사인 해도 되겠네요.”

“네.”

역시 이런 법률적인 것을 대신 봐주는 변호사가 있으니 확실히 일처리가 편했다. 계약서 확인을 마친 나는 다른 것에 관해서도 물어보았다.

“아, 이것 좀 바주시겠어요?”

나는 신상원이 보내 준 리뷰를 남현성에게 보여주었다. 리뷰를 확인한 남현성의 인상이 찌부려지면서 나에게 물었다.

“누군가 알로하에 리뷰를 남겼나 보군요.”

“네, 이거 내용이 심한 것 같은데 이런 것도 고소가 가능할까요?”

“당연히 가능합니다.”

남현성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이야기했다. 나도 가능할 것 같기는 했다. 이건 분명히 가게에 피해를 주는 행동이었다.

이런 게 고소가 안 된다고 한다면 너무나도 억울한 사회였다.

“그렇죠?”

“네, 리뷰로 인해서 가게 매출이 감소했을 때는 명예훼손이나 영업방해 등으로 고소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비방하려는 목적이 있었느냐인데 제가 볼 때 이 글은 가게를 비방할 목적으로 쓴 것 같네요.”

“비방할 목적이요?”

“네, 예를 들어서 손님이 어떤 가게에 대해서 리뷰를 남겼는데 너무 오래 기다려서 힘들었어요. 라고 남기면 실제로 그 글을 보고 기다리는 것을 싫어하는 손님들이 매장을 오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사회적 통념상 이 정도 리뷰로는 처벌까지 기대하기는 힘들죠. 그래서 비방할 목적이 있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이 글을 보면 싸구려 고기를 사용했다. 양배추를 며칠 동안 쓴다라는 내용은 작성자가 확인하지 않는 사실을 마치 그런 것처럼 허위로 적은 사실도 있군요. 이런 경우 고소를 진행하면 확실히 처벌 가능합니다.”

“그럼 고소 하는 게 좋을까요?”

“제 생각에는 고소를 진행하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생각하셔야 될 것도 있습니다.”

“그게 뭐죠?”

“실제 매장을 방문한 고객들에 대해서 고소를 진행하는 사건입니다. 아무래도 고소 자체에 초점이 맞춰져서 손님들을 고소한 매장이라고 알려진다면 가게 이미지에 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럴까요?”

“연예인들 생각하시면 됩니다. 악플러들을 고소한다고 하면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의견과 그래도 연예인들은 돈을 많이 버니까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는 쪽으로 나뉘지 않습니까?”

“생각해보니 그렇군요.”

“가게도 그런 일이 있을 수는 있습니다. 악플도 그렇고 리뷰도 그렇고 사람마다 기준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죠.”

“고민을 조금 해봐야겠군요.”

“네, 일단 카페에 글을 내려 달라고 요청해보시죠. 더 이상 피해가 커지는 것은 막아야 하니까요.”

“그거는 이야기 해 두었습니다.”

“잘하셨습니다. 일단은 지켜보시고 혹시나 이런 글이 또 올라오거나 아니면 소문이 나서 가게에 피해가 어느 정도 확인되면 고소를 진행하시는 방향으로 하시죠.”

“네, 알겠습니다.”

****

남현성과 헤어진 나는 바로 화정점으로 출근을 하였다.

“사장님, 오셨어요?”

“아, 수진 씨. 글 내려 달라고 요청 하셨을까요?”

“네, 카페에 연락처는 따로 없어서 일단은 운영진에 글을 내려달라고 쪽지로 보내 놨습니다.”

“잘하셨습니다.”

“그런데 쪽지 확인을 안 했는지 글이 내려가지는 않았어요.”

“조금 기다려보죠.”

“네, 그런데 사장님. 이 글 올린 사람 아무래도 그 여자인 것 같아요.”

“그 여자요?”

“그 부녀회장 있잖아요. 어제 그 여자가 친구들하고 왔었거든요.”

일 전에 그녀와 이야기를 나눈 이후로 별다른 것이 없어서 신경쓰지 않고 있었다.

“그래요?”

“네, 어제도 먹은 음식들 예전처럼 서비스로 좀 해달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안 된다고 해서 결국 계산을 하기는 했는데 표정이 별로 좋지는 않았어요.”

“그랬군요.”

“그런데 지금 보니까 여기 사진에 올라와 있는 음식들 그 여자 먹은 음식이랑 똑같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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