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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도 장사를 합니다-95화 (95/225)

제 95 화

김현태의 말에 나는 잠시 생각을 해보았다.

일단 샘플로 보내 온 소스의 맛은 합격점이었다. 예전에 직접 가서 본 공장의 상태도 마음에 들었다. 걱정되는 것이 있다면 생산량이었다.

며칠 전에도 잠깐 고민한 적이 있었는데 앞으로 늘어나는 매장의 소스 물량을 감당하기에는 생산량이 조금 적은 것 같았다.

“사장님, 맛도 괜찮고 너무 마음에 드는 데 걱정되는 점이 있습니다.”

“어떤 게 걱정 되실까요?”

“어…저는 프렌차이즈 사업을 계속 늘려갈 생각입니다. 앞으로 더 점포가 늘어날 예정인데 지금 두레푸드의 생산량으로는 다 감당할 수 있을지 조금 고민이 됩니다.”

“아, 그러시군요.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나는 최대한 솔직하게 말했는데 김현태가 자신감 있게 말했다.

“네? 방법이 있을까요?”

“생산량은 늘릴 수 있습니다. 저번에 말씀드린 양은 저희 가족들끼리 무리를 안 하고 생산을 했을 때 나오는 양입니다. 하지만 사장님이 더 필요하다고 하시면 밤을 새거나 직원을 더 뽑아서라도 물량을 맞춰 드리겠습니다.”

“아, 그러시군요.”

“네, 예전에 저희 공장에 사람이 많이 있었을 때는 주에 500kg 이상도 생산이 가능했습니다. 그러니까 그 점은 염려 안 해도 될 것 같습니다.”

나는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는 김현태의 말에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주에 500kg 정도라고 하면 지금의 10배니까 한 30개 정도의 매장은 감당이 가능할 수준이었다.

“그렇게 말씀해주시니까 안심이 되네요. 그런데 실례가 안 된다면 왜 지금은 직원들이 많이 없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창피한 이야기지만 저도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아버지가 쓰러지시고 가족들이 모두 병간호에 집중하고 있을 때 공장을 대신 운영해 주신 분이 계십니다. 당시 공장장이었는데 가족들이 정신이 없는 틈을 타서 자신이 새롭게 공장을 만들고 기존에 있던 거래처를 빼앗고 일하던 직원들도 모두 데려가 버렸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네, 저희가 이런 상황을 파악했을 때는 이미 공장만 남은 후였습니다.”

“그런데 그래도 기존에 거래하던 곳이었는데 모든 업체가 한 번에 옮겼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데 이유가 있을까요?”

“아, 사실 저는 원래부터 공장에서 일하지 않았습니다. 원래는 그냥 회사를 다니고 있었는데 공장장이 악의적인 소문을 퍼뜨린 것 같았습니다.”

“악의적인 소문이요?”

“네, 거래처를 돌아다니면서 사장이 곧 바뀔 것 같은데 아직 젊어서 공장 운영에 대해 잘 모르고 가격도 올릴 수 있다고 말이죠. 그러면서 자신도 어린 사장 밑에서 일하기 싫어서 공장을 차릴 건데 자신들 쪽으로 오면 기존에 만들던 소스를 더 싸게 해주겠다고 했답니다.”

나는 김현태의 말을 듣고 이해가 되었다. 공장의 사장이 누가 되던 상관은 없다. 기존에 만들던 대로 가격을 더 싸게 해주겠다고 하는데 김현태에게는 미안하지만 옮기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럼 아버님이 돌아가신 후 공장 일을 배우신 건가요?”

“네, 정확히는 그렇지만 어렸을 때부터 아르바이트로 일을 많이 해서 대충은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공장 거래처를 빼앗긴 후 다시 공장을 정상화 시키기 위해서 누구보다 노력했습니다. 그러니 실력은 의심 안 해도 됩니다.”

나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잘 모르고 대충 만들었다면 오늘 보내온 샘플과 같은 품질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니까 말이다.

“사장님 말씀은 잘 알겠습니다. 그래도 생산량을 맞춰 줄 수 있다니 안심이 되네요. 그런데 저희가 다른 공장에도 샘플을 요청해둔 상태라 거기와 맛을 비교해 본 후 계약에 관해서는 이야기 해보고 싶은데 괜찮으실까요?”

“네, 괜찮습니다. 연락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아 혹시 그 나갔다는 공장장이 차린 업체 이름을 혹시 알고 계십니까?”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청원 F&C입니다.”

****

<< 청원 F&C >>

다음날 아침 소스 공장에 의뢰한 샘플들이 속속 도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김현태가 말한 공장도 발견할 수 있었다.

어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물어봤었는데 진짜로 내가 갔던 공장들 중 한 곳이었다. 내가 머릿속으로 기억하는 사장님은 서글서글한 미소에 친절했었는데 그런 사람이 그런 일을 벌였다고 생각하니 솔직히 좀 믿어지지 않았다.

“이거 지금 맛 봐 볼까?”

조형우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그가 출근을 했기 때문에 가게 문을 열기 전에 같이 테스트를 진행 할 생각이었다.

조형우는 택배로 들어온 샘플들을 가지고 주방으로 들어가 조금씩 조리를 해보기 시작했다. 다 만든 소스를 가지고 나와 같이 맛을 보기 시작했는데 분명히 다 똑같은 레시피를 전달해 준 것 같은데 맛은 조금씩 차이가 있었다.

“신기하네요. 다 같은 레시피인데 맛이 조금씩 다르네요.”

“어쩔 수 없지. 아마 가게처럼 정확하게 개량하지 않고 자기들 단가 맞추려고 어떤 건 조금 넣고 더 넣고 그런 식으로 조리해서 그럴거야. 맛 내기 위한 조미료도 조금씩 첨가 하고 말이야.”

“그렇군요. 실장님은 어떤 게 제일 마음에 드세요?”

직접 소스를 만든 요리사였다. 나는 그의 의견이 일단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물었는데 그가 딱 두 가지 소스를 골랐는데 두레푸드와 청원 F&C에서 보내온 소스였다.

“나는 이거 두 개가 그나마 내가 만든 거랑 가장 비슷한 것 같은데 김 사장, 생각은 어때?”

다행히 나의 의견도 같았다. 애석하게도 안 좋은 관계였던 두 공장이 가장 비슷한 맛을 가지고 있었다.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그렇지? 다른 곳들은 비슷하게 만들려면 테이스팅을 많이 해야 될 것 같아.”

“네, 그럼 일단 두 곳 중 한 곳으로 정하는 것으로 해야 겠네요.”

그렇게 조형우와 맛 테스트를 진행을 마치고 나자 주방을 나왔는데 때마침 전화가 울렸다. 누군지 확인을 해보니 최근에 등록한 번호였다.

< 청원 F&C 허동민 사장님 >

나는 바로 전화를 받았는데 사장님의 호탕한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 네, 사장님. 저 청원 F&C에 허동민입니다. ]

“네, 알고있습니다. 사장님.”

[ 저희가 만든 샘플 도착한 것으로 확인 되는데 혹시 받아 보셨을까요? ]

“네네, 안 그래도 아침에 받아서 지금 막 맛을 봤습니다.”

[ 그러셨군요. 저희가 제작한 소스는 마음에 드셨습니까? ]

“네, 소스. 마음에 들었습니다. 저희가 매장에서 만든 거랑 맛이 비슷하더군요.”

[ 네, 저희가 최대한 맞춰 드리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럼 저희 쪽으로 결정하신 걸까요? ]

“아, 죄송한 말씀인데 지금 다른 곳 한 곳하고 조금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거기도 맛이 괜찮은 것 같아서 말이죠.”

[ 아, 혹시 업체가 어디인지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저희가 그 곳보다 싸게 단가 맞춰 드리겠습니다. ]

“음…두레푸드입니다.”

[ 어디요? ]

“두레푸드라고 예전에 거기 공장장으로 일하셨다고 하던데 맞으실까요?”

내 말에 허동민 사장의 말이 잠시 끊겼다. 내가 두레푸드이야기를 꺼내서 당황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곧이어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 네, 예전에 제가 청춘을 바친 곳이죠. 현태가 그러던가요? 제가 거기서 일했었다고? ]

“네, 이번에 두레푸드에도 샘플 제작을 맡겼었습니다. 대략적인 이야기도 들었고요.”

[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들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저에 대해서 좋은 이야기는 안 했겠지요. 그러니 저도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처음에 형님 쓰러지시고 직원들과 으쌰으쌰하면서 직원들과 열심히 운영했습니다. 그런데 공장에 관심도 없던 현태가 이제 자신이 직접 운영할 거면서 공장을 들쑤시기 시작하더군요. ]

두 사람의 이야기가 조금은 달랐지만 나는 그냥 조용히 듣기만 했다.

[ 실적이 어쩌니, 들어가는 재료가 너무 많다느니, 청소 상태가 불량하다. 아주 사사건건 태클을 걸었습니다. 나중에 알았죠. 그게 길들이기라는 것을 말이죠. 이제 아버지 대신해서 사장놀이 하려고 생각하니까. 저랑 다른 직원들을 미리 자신이 다루기 편하게 길들이려고 한 것이었습니다. 평생을 고생했는데 그런 대우 받으려니까 화가 나더군요. 그래서 그만두고 나왔습니다. ]

“저런, 그런 일이 있었군요.”

[ 네, 꼴에 나름 대기업 식품회사 다녔다고 얼마나 아는 척을 하던 지…혹시 고민하고 계시다면 절대 그 곳이랑은 하지 마십시오. 제가 무조건 거기보다 단가 싸게 맞춰드리겠습니다. ]

“네, 알겠습니다. 지금은 일을 해야해서 제가 고민을 좀 해보고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 네, 언제든지 연락주십시오. ]

****

퇴근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나는 고민이 되었다.

서로 입장이 다른 두 공장의 아야기를 들으니 더욱 고민이 되었다. 어느 한 곳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게 어느 곳인지 알아 낼 수가 없었다.

김현태도 그렇고 허동민 사장도 그렇게 처음 봤을 때 모습으로는 그런 일들을 했던 사람이라고는 생각 되지 않았다.

‘그래, 다시 한번 이야기를 해보자.’

제품을 제대로 만들어 주고 서로 믿기 위해서는 신뢰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느 한 쪽이 거짓말로 상대방을 비방하고 있다면 그 업체와는 일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다시 한번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두레푸드로 향했다. 청원과 다르게 두레푸드는 집으로 가는 길에 있었기 때문에 먼저 가볼 생각이었다.

두레푸드에 도착해서 차를 주차했는데 사무실도 그렇고 공장도 불이 꺼져있었다.

‘너무 늦었구나. 전화 해보고 올 걸…’

시간은 벌써 8시 30분이 조금 넘었는데 너무 내 생각만 했던 모양이다. 다들 퇴근한 모양이다.

‘내일 다시 와야겠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 차에 올라 타려고 했는데 누군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공장 찾아오셨어요?”

50대 정도로 보이는 아줌마였는데 나와 차를 위아래 훓어보았다.

“네, 여기 사장님을 만나려고 찾아왔는데 그런데 누구실까요?”

“아, 저는 여기 옆에 타일가게 사장입니다. 공장에 못 보던 차가 들어가기에 궁금해서 와 봤어요. 오늘 여기 일찍 퇴근했어요.”

“그러시군요.”

바로 옆에 가게에 들어가는 차까지 관심을 보이다니 왠지 공장과 친한 관계인 것 같아서 나는 물었다.

“여기 사장님과 혹시 친하세요?”

“현태? 잘 알고 있기는 한데 정확히는 현태 엄마랑 친하죠. 언니랑은 여기 타일 가게 오픈할 때부터 친하게 지내서 잘 알아요.”

“그러시군요.”

“혹시 일 맡기로 오신 거에요? 그럼 내가 바로 연락해볼게요.”

“아, 괜찮습니다. 퇴근하신 것 같은데 제가 내일 다시 오도록 하곘습니다.”

“그러실래요? 원래는 현태가 늦게까지 청소하고 그랬는데 오늘은 일찍 들어간 것 같네요.”

나는 생각보다 공장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아주머니의 말에 궁금증이 생겼다.

“김현태 사장님이 원래는 늦게까지 일하고 그런가 보죠?”

“네, 현태가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데요. 언니도 그렇고…아버지 그렇게 되시고 공장 되살려보겠다고 노력하는데 성과가 없는 것 같아서 내가 참 안타까워…”

“그렇군요.”

“그런데 열심히 일하면 뭐하나…망할 놈의 코로나 때문인지 일이 없으니 말이야. 그동안 벌어둔 돈으로 버틴다고 하지만 그게 하루, 이틀이어야지.”

“공장의 상황이 안 좋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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