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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도 장사를 합니다-93화 (93/225)

제 93 화

“내가 리뷰 남겨 줄 수도 있고 아니면 광고 배너 같은 것도 넣어 줄 수 있는데 혹시 원하는 광고가 있을까요?”

“음…배너 광고는 어떻게 하는 걸까요?”

“배너에 관심이 있으시구나…맘카페 게시판 상단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수 있게 광고를 넣어주는 건데 이게 생각보다 효과가 좋아, 게시글 클릭할 때마다 또 따로 위에 표시되니까 스치고 지나갔어도 다시 사람들에게 보여질 수도 있고 말이야.”

맘카페는 글 리젠율이 빠르다고 들었다. 리뷰는 잠깐 올라왔다가 지나쳐 가는 경우가 있을 것 같아서 이왕 한다면 지속적으로 사람들 눈에 띌 수 있는 배너 광고가 괜찮을 것 같았다.

“그렇군요. 가격은 어느 정도 할까요?”

“업체들 보통 한 달 단위로 배너 넣고 있는데 가격은 100만 원 정도 해요.”

“100만 원이요?”

나는 생각보다 비싼 가격에 조금 놀랐다. 예전에 블로그랑 SNS 홍보를 위해 가격을 알아본 적이 있었는데 저 정도 가격은 아니었던 것 같았다.

“어, 맘카페 회원들이 충성도가 높아서 막상 해보면 그렇게 비싼 건 아니야. 바로 매출 올리는 효과 볼 수 있을 거예요.”

“아…그렇군요.”

그녀의 말처럼 맘카페 회원들은 충성도가 높다. 사실 이것 때문에 고민을 하고 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진작에 거절 했을 것이다.

현재 나의 SNS 계정은 2만 명을 넘어서면서 나름 인플루언서가 되어 가고 있었고 거기에 미희씨와 지인들의 도움으로 블로그에 맛집이라는 글이 많이 올라가고 있었다.

거기에 쭈영이 너튜브 출연 이후에 방송을 보고 찾아오는 시청자들도 지속적으로 리뷰를 남겨주고 있는 실정이었는데 내 경험상 이럴 때 오히려 돈을 써서 광고를 넣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오히려 사람들에게 반감을 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또 며칠 장사를 진행했는데 화정점은 만석이 될 정도로 고객의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굳이 돈을 주어서까지 광고를 해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이런 나의 고민을 느꼈는지 그녀가 말했다.

“가격이 너무 비싸서 그래요?”

“네, 조금 비싸기는 한 것 같네요.”

“음…정 그러면 리뷰로 맡겨 보세요. 이게 건당 만 원 정도에 해주고 있는데 20건 ~ 30건 정도만 해도 효과가 나쁘지 않아요.”

“아, 그런가요?”

“그렇지. 여기에 있는 상가들은 거의 다 광고 넣고 있다고 보면 돼. 여기 바로 위에 태권도 학원 거기도 내가 광고해서 매출 많이 올랐고 저기 있는 분식집은 나 아니었으면 진작에 망했을 거예요.”

나는 주변에 있는 가게들을 언급하면서 자신의 업적을 자랑하는 그녀를 보면서 더욱 고민이 되었다.

그래도 조금은 더 생각해보기로 했다. 그녀의 말처럼 진짜로 효과가 있는지 확인도 해보기 위해서 말이다.

“생각을 좀 해봐도 될까요?”

나의 말에 그녀는 쿨하게 말했다.

“그래요, 근데 우리도 시간 되면 광고 바로바로 집어넣어야 하니까. 언제까지 기다려줄 수는 없어.”

“네, 알겠습니다. 연락처 알려주시면 제가 고민해보고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

다음날 나는 아침 일찍 다시 화정동을 찾았다.

간밤에 인터넷으로 맘카페의 홍보효과에 대해서 찾아보았는데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효과는 좋은 것 같았다.

맘카페의 특성상 여자만 가입이 가능한 곳이 많아서 그동안 깊게 생각하지 못했는데 특히 광주는 맘카페의 힘이 상당히 강한 곳으로 유명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는 것 같았다.

매장에 온 나는 가게로 들어가지 않고 우리 건물 2층에 있는 태권도 학원으로 향했다. 어제 심영숙이 여기도 광고를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그녀의 말처럼 진짜로 효과가 있는 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 원상태권도 >>

내가 태권도장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청소를 하고 있는 사람이 한 명 있었는데 나이가 좀 있어보이는 것을 보니 그가 관장인 것 같았다.

“어서오세요.”

“안녕하세요.”

“혹시 성인반 등록 하러 오셨을까요?”

“아, 아닙니다. 저는 여기 바로 아래 층에 새롭게 가게 오픈한 알로하 사장 김정훈이라고 합니다. 그래도 같은 건물에 있는데 인사도 드리고 궁금한 것도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나는 근처 마트에서 사온 자양강장제를 건네면서 이야기했는데 그는 밝게 웃으면서 나를 맞아 주었다.

“아, 그러시군요. 반갑습니다. 저는 관장 주영호라고 합니다.”

“네, 안녕하십니까. 궁금한 게 있어서 잠시 여쭤보려고 왔는데 혹시 지금 시간 되실까요?”

“네, 가능합니다.”

나는 시간이 있다는 그의 말에 부녀회장에 관계된 이야기를 꺼냈다.

“부녀회장님께 들어보니 광고 넣으시고 장사가 꽤 잘 되셨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실제로 그런지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서 왔습니다.”

나는 어제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하면서 그에게 물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그의 표정이 좋지는 않았다.

“그러셨군요. 이제 막 가게 시작하시는 것 같은데 제가 보기에는 부녀회장에게 잘못 걸리신 것 같습니다.”

“잘못 걸리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저희 태권도장은 광고를 넣기 전에도 어느 정도 잘 되었습니다. 아시는 줄 모르겠지만 사실 요즘 태권도장은 태권도를 가르치기보다는 아이들을 안전하게 픽업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안전하게 픽업이요?”

“요즘에는 맞벌이 부부가 많다 보니까 부모님이 퇴근할 때까지 아이가 집에 혼자 있을 수 없으니 학원과 학원을 옮겨 다녀야 하는데 그 역할을 태권도장이 대신 해주는 거죠.”

“아…이해했습니다.”

어쩐지 동네를 돌아다니다 보면 태권도장 자동차가 바쁘게 돌아다니는 것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었는데 그런 이유가 있었던 모양이다.

하긴 보통 초등학교가 끝나는 시간은 이른 시간이고 부모가 퇴근하는 저녁 6시까지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나 같아도 아이가 있다면 안전하게 맡아 줄 곳을 찾아볼 것 같았다.

더군다나 태권도장에 다니면 운동도 하고 인성도 배울 수 있을 것 같아서 좋을 것 같았다.

“네, 저희도 처음에 오픈하고 나서 여기 바로 루인아파트 단지에 아이들 픽업해주면서 원생을 모을 수 있었는데 그때 부녀회장이 찾아왔습니다.”

“그렇군요. 그녀가 뭐라고 하던가요?”

“처음에는 저희가 아파트 광고 전단지를 붙이면서 홍보를 했는데 그걸로 태클을 걸더군요.”

“전단지요?”

“네, 자신의 아파트에 광고물 붙이지 말라고 말이죠.”

“그래서 어떻게 하셨나요?”

“광고물을 붙이고 싶으면 자신의 아파트에 홍보비를 내라고 했습니다.”

“홍보비요? 그래서 어떻게 하셨습니까?”

“처음에는 안 한다고 했죠. 그런데 얼마 후 경비원들이 전단지를 다 뜯어버리기 시작하더군요. 그러면서 아파트에 저희 태권도장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이 나기 시작했는지 원생들이 하나둘 씩 그만두기 시작했습니다.”

“안 좋은 소문이요?”

“네, 제가 차에서 담배를 피우고 엄청 격하게 운전을 한다고 말이죠.”

“실제로 담배를 피셨나요?”

“절대로 아닙니다. 운동 시작하면서 담배를 입에 대본 적도 없습니다.”

“그러셨군요. 혹시 소문은 부녀회장이 낸 걸까요?”

“저도 그렇게 의심은 하고 있지만 확인할 수가 없었습니다. 누가 소문을 냈는 지 확인하려고 하면 다들 쉬쉬했었거든요.”

“네,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되셨을까요?”

“원생이 떨어져서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부녀회장이 다시 찾아왔습니다. 자기가 맘카페 회원인데 광고를 넣는 게 어떻냐고 말이죠. 그리고 광고를 넣으면 다시 전단지도 붙일 수 있게 해주고 아파트 단지 엄마들에게도 이야기를 잘 해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광고를 넣으셨습니까?”

“네, 울며 겨자 먹기로 넣었죠. 어차피 동네 장사인데 버틸 재간이 있어야죠.”

“광고 넣은 뒤에 차이가 있던가요?”

“네, 확실히 광고를 넣은 뒤에는 다시 원생도 늘어나고 좋았습니다. 확실히 그녀가 영향력이 있기는 한 것 같아요.”

“근데 맘카페 광고 늘어나봤자. 부녀회장에게 좋은 점이 있는 걸까요? 그렇게 열성적으로 모아야 하는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이건 제 생각인데 아마 광고를 물어오는 대가로 그녀가 얼마씩 챙기는 것 같습니다.”

“커미션을 받는 다는 말씀이세요?”

“네,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할 일이 없죠. 아마 이 주변 상가들은 다 부녀회장 통해서 광고 넣었을 겁니다.”

“그렇군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저도 그동안 속으로만 생각하고 답답해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말하고 나니 속이 시원하네요.”

“네, 저도 광고 제의 들어온 거 생각을 좀 해봐야겠군요.”

“그런데 좀 억울하기는 해도 그냥 광고 넣으세요. 이런 동네에서 장사하려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이런 이야기 했다는 거는 비밀로 해주셔야 합니다.”

“네, 좋은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나는 가게를 태권도장을 나온 후 주변이 있는 다른 상가에도 찾아가 인사를 하고 물어보기 시작했다.

반응은 태권도장이랑 비슷했다.

확실히 부녀회장을 통해서 맘카페에 광고를 넣은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나는 일개 아파트 부녀회장이 이렇게 영향이 있는 것을 보고 놀랐는데 알고 보니 그녀가 루인아파트뿐만 아니라 주변 아파트 부녀회장들하고도 친분 관계가 깊어서 그렇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 루인아파트 뿐만 아니라 저 옆에 반호아파트, 영주아파트, 다 전단지 못 돌리게 한다니까. 우리 같은 중형마트는 전단지 뿌리고 그거 미끼 상품으로 오는 고객들 상대로 장사 하는 건데…못하게 하면 타격이 크지…진짜 내가 몇 번이나 들이 받으려다가 참았는지 몰라. 이놈의 장사 더러워서 접던가 해야지 원…”

화정점 근처에 있는 마트 여사장님은 그동안 당한 것이 많았는지 나에게 울분을 토했는데 나는 그녀의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가뜩이나 코로나 때문에 장사에 신경쓰는 것도 머리가 아픈데 다른 일까지 신경을 써야하니깐 말이다.

또 주변 상가들을 협박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고 하는 부녀회장이 곱게 보이지 않았고, 그런 그녀에게 굴복하고 싶지도 않았다.

알로하는 그런 것 없어도 장사가 잘 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열심히 돌아다니면서 알게 된 사실도 있었는데 그녀가 맘카페 광고를 못 넣는 경우도 있었다.

아마 그녀는 광고를 제의하는 정도의 역할만 하고 있을 뿐 실제로 맘카페에서 게시판지기 같은 어떤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았다.

그래서 마음을 정했다.

‘그리고 이왕 광고 넣을 거면 맘카페에 직접 광고문의 넣는 게 좋은 거 아니야?’

어느 정도 생각을 정한 나는 부녀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

“네, 안녕하십니까? 일전에 찾아오셨던 알로하 사장 김정훈이라고 합니다.”

[ 아, 안녕하세요. 생각은 해보셨어요? ]

나의 전화를 받은 그녀는 조금 들뜬 목소리였다.

“네, 생각해봤는데 저희는 광고는 따로 넣을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 아…그래요? ]

거절하는 나의 말에 그녀는 약간 떨떠름한 목소리로 말했는데 나는 개의치 않았다.

“네,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 그래요. 아직 사장님이. 장사 수완이 좀 부족하신 것 같네요. 알겠습니다. 장사 얼마나 잘 되는지 지켜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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