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2 화
가게의 규모가 커지고 점포가 늘어갈수록 모든 매장에서 직접 음식을 만드는 것은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많다.
인건비 측면에서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스나 육수 등 대량으로 생산 보관이 가능한 식재에 한해서는 프렌차이즈 단계에 들어가면 전문제조 공장에 맡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중간 유통과정이 들어가기 때문에 매장에서 직접 만드는 것보다 평균 재료비는 올라갈 수 있지만 시간과 인력을 절약할 수 있고 요리에 잘 모르는 사람도 간단하게 조리가 가능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가맹점을 늘리기에도 좋다.
전문제조공장은 2가지 부류가 있는데 첫째로 자시가 개발한 제품을 제조 납품하는 업체가 있다.
이들은 다년간의 노화우를 축적하여 가장 많이 찾는 고객들의 니즈에 맞춰 소스를 만들어 내고 기성품으로 마트와 인터넷 그리고 배송을 통해서 판매를 한다.
주로 규모가 크거나 인지도가 있는 업체에서 많이 하는 방식인데 지금 현재 우리 가게에서 쓰고 있는 돈카츠 소스도 이런 공장에 배달 주문을 넣어 사용하고 있다.
두 번째 방법은 직접 제품을 의뢰해서 생산하는 방식인데 다른 가게와 다르게 우리 가게만의 특징을 살릴 수 있어서 좋기는 하지만 공장에서는 딱 한 가게만을 위해서 여러 공정들을 바꾸어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규모가 큰 공장에서는 잘 받지 않는다.
“여기 있습니다.”
다행히 두레푸드에서는 원하는 레시피대로 맞춤생산이 가능하다고 해서 제일 먼저 찾아왔다. 내가 전달해 준 레시피를 잠시 읽어보더니 김현태가 말했다.
“생각보다 많은 재료가 들어가지는 않는군요. 필요하신 건 이렇게 3종류의 소스 맞으신가요?”
“네, 맞습니다.”
“저희 공장에서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가요? 그럼 견적은 얼마나 나올까요?”
“어, 저희도 제조시간이랑 단가를 측정해야 해서 일단 샘플을 제작해서 견적이랑 같이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군요. 혹시 여기서 만들면 기존 저희 레시피와 차이가 많이 있을까요?”
“음…아무래도 대량으로 조리하고 미세한 차이가 맛의 변화를 줄 수도 있어서 완전히 똑같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렵겠지만 여러 번의 샘플 과정을 통해서 맛은 사장님이 원하는 대로 최대한 맞춰드릴 수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렇군요. 그럼 샘플은 언제쯤 받아 볼 수 있을까요?”
“이번 주 안으로 보내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혹시 지금 당장 필요하신 건가요?”
“아, 아닙니다. 샘플은 만들어지면 천천히 보내주셔도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몇몇 공장들을 돌아다니면서 샘플들을 받아볼 예정이었다. 앞으로 계속해서 이용할 소스였기 때문에 급하게 하기보다는 차근차근 가장 마음에 드는 업체를 고를 생각이었다.
“혹시 공장을 잠깐 둘러 봐도 될까요?”
맛도 중요하지만 환경도 중요하다.
엄청 더러운 환경에서 음식을 만들고 있다면 나중에 분명히 문제가 터질 수 있었다. 나는 그래서 되도록 공장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하지만 거절하는 공장이 있을 수도 있었다. 아무래도 자신들의 모든 것을 드러내는 것일 수도 있고 내가 공장을 염탐을 하러 온 사람이라고 오해할 수도 있었다.
그런 것을 감안해서 질문을 했는데 의외로 김현태는 흔쾌히 허락해 주었다.
“네, 가능합니다. 제가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나는 그가 건네 준 위생복으로 옷을 갈아입고 사무실 뒤편에 있는 공장으로 들어갔는데 작은 사무실 다르게 뒤쪽에 있는 공장은 꽤 크기가 있었다.
지어진 지는 좀 된 거 같았는데 노후한 겉 모습과 다르게 공장 안은 깔끔했다.
“공장은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개인 위생 관리는 물론이고 조리기구들도 씻고 소독하는 것은 물론 공장 온도와 습도도 항상 조절하고 있습니다.”
김현태는 열심히 자신의 공장의 안정성에 대해서 설명을 했는데 기계에서도 반짝반짝 빛이 나는 것을 보니 진짜로 매일 닦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시군요.”
“네, HACCP 인증도 받았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HACCP는 알로하가 받은 음식점 위생등급제와 같이 공장에서 식품을 생산부터 섭취하기 전까지 각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해요소가 식품에 혼입되거나 오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든 식품관리인증 제도였다..
자신감 넘치는 그의 말처럼 꽤 정돈된 모습을 보였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일을 하고 있는 직원이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일을 하시는 분들이 보이지 않네요? 다들 퇴근하신 걸까요?”
직접 작업하는 모습도 보고 싶었는데 아무도 보이지 않자 조금은 의아했다.
시간을 보니 4시를 넘어가고 있었는데 아직 이른 시간이기는 하지만 공장에 따라서 아침 일찍 출근해서 퇴근하는 곳도 있다고 들어서 나는 물었다.
그러자 김현태가 조금 민망하다는 듯이 말했다.
“저희 공장은 직원은 따로 없고 어머니랑 누나랑 같이 일하고 있습니다.”
“세 분이서요?”
나는 공장 크기에 비해 다소 적은 직원 수에 조금 이상함을 느꼈다.
“네, 오늘은 작업할 일이 없어서 다들 집에 들어가고 저 혼자 사장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렇군요.”
좀 이상하기는 했지만 가족끼리 운영하는 식당도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이해는 되었다.
걱정되는 것이 있다면 생산 물량이었다.
“그럼 혹시 만들어 낼 수 있는 물량이 어느 정도 되는 지 알 수 있을까요?”
“음…저희가 작업을 하면 한 소스당 주에 50kg 정도씩은 생산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나는 그의 말에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지금 우리 매장이 하루에 한 개, 1.5kg 정도 쓰니까 일주일이면 10.5kg…근데 매출이랑 우동 판매량 늘어날 것 감안해서 15kg 정도 쓴다고 생각하자. 이런 매장 3개까지 늘리면 45kg이니까 나쁘지는 않군.’
대략적으로 우리 가게에서 사용할 물량과 비교해 봤는데 충분히 감당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 이후가 문제기는 했다.
나는 매장을 3개로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매장을 늘릴 생각이었는데 이 공장 하나로는 감당하기가 어려울 것 같았다.
‘여기랑 계약하면 나중에 추가로 다른 곳을 찾아야 되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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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완전히 맞춰서 생산 해주시기는 어렵나 보군요.”
“네, 그렇습니다. 저희가 기존에도 거래 중인 업체들도 있어서 거기에 원하는 재료 조금씩 넣어서 추가 생산은 가능한데 아예 새로운 라인을 만드는 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죠.”
두레푸드를 다녀온 후 며칠 동안 다른 공장을 돌아다니면서 견적을 받았는데 생각보다 어려움이 있었다.
예상치 못한 복병이 있었는데 공장에서 만들어 내는 단가가 생각보다 비싸고 대부분의 공장들이 장기, 대량 계약을 원했다.
공장에서 만들어 내니까 매장에서 만드는 것보다 비쌀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인건비 상승과 코로나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기본 제품 생산 단가가 많이 오른 것이다.
또한 기존 식품 업체들 폐업이 늘어나면서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공장에서는 납품 기간을 길게 잡는 장기 계약과 계약 종료 시 위약금을 크게 요구했다.
자기들이 기껏 라인을 다 바꿨는데 가게가 페점해 버리면 손해가 크다는 이유였다.
거기에 더해서 한 번 주문하는 양도 주에 100kg 이상 씩 많이 요구했는데 높아진 생산 단가를 낮추기 위해서는 대량 조리하다 보니 한 번에 생산하는 양이 많아 진다는 이유였다.
물론 나중에 점포가 늘어났을 때는 좋은 일이었지만 지금은 단 두 개의 매장밖에 없는 알로하였다. 처음부터 생산되는 많은 물량을 다 받을 수는 없었다.
지금 당장은 재고가 쌓일 것이 분명하고 나중에는 유통기한이 지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여러 가지 걱정되는 점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방문한 공장들에 전부 다 샘플 요청은 다 해놨다. 맛만 정확하다면 나머지 것들은 어느 정도 조정할 의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광주에 있는 공장뿐만 아니라 충청북도 등 멀리까지 차를 타고 움직였기 때문에 조금 피곤했었는데 그래도 바쁘게 움직였다.
이제는 나를 믿고 있는 직원들이 늘어나서 그런지 책임감이 더욱 생겼다. 오후에는 그동안 소홀했던 매장들을 돌아보면서 보낼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 사장님, 여기 화정점입니다. ]
전화의 주인공은 신상원의 아내인 김수진이었다. 그녀가 나에게 전화를 한 것은 처음이었는데 무슨 일인 지 궁금했다.
“아, 무슨일이세요?”
[ 저번에 말씀드린 부녀회장님이 오셨는데 사장님께 직접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하는데 혹시 매장에 언제 오실까요? ]
나는 부녀회장이라는 말에 며칠 전 김수진과 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매장에 방문해서 서비를 요구하는 진상, 혹시 다시 와서 그런 요구를 한다면 내 이야기를 하라고 했었는데 진짜로 찾아온 모양이었다.
“부녀회장이요? 혹시 와서 또 서비스로 달라고 하던가요?”
[ 아 그런건 아닌데 사장님에게 비즈니스로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하시네요. ]
비즈니스라는 말에 무슨 일인지 궁금하기는 했다. 어차피 매장에 들릴 예정이었으니 나는 그녀를 만나보기로 했다.
“네, 안 그래도 지금 매장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한 10분 정도 걸릴 것 같은데 잠시만 기다리라고 해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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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기 단골이었는데 사장이 바뀐 줄은 몰랐네요. 저 여기 루인아파트 3단지 부녀회장 심영숙이라고 합니다.”
“네, 안녕하십니까. 알로하 사장. 김정훈이라고합니다.”
매장에는 오후 늦게 도착했는데 심영숙이라는 부녀회장은 돈카츠를 주문해서 맛있게 식사를 하고 있었다.
일 때문에 왔다고 했으면서 밥을 먹고 있는 그녀를 보고 있으니 확실히 김수진의 말처럼 진상인 것 같았다.
“사장님이 엄청 젊으신 분이시네. 결혼은 하셨어요?”
“아직 안 했습니다. 죄송한데 일 때문에 저를 보고 싶다고 하셨는데 무슨 일이시죠?”
“아니, 내가 그 전에 메밀 집부터 여기 참 좋아했었는데 손님이 별로 없어서 참 안타깝더라고 부녀회의에서도 내가 몇 번 이야기 해줘서 내 지인들이 자주 왔을 건데 아마 그거 아니었으면 진짜 어려웠을 거야.”
“아…그러셨군요. 감사합니다.”
“그런 가게 인수했으니 손님 어떻게 늘려야 할까? 고민을 하고 있을 것 같아서 내가 이렇게 왔어요.”
말하는 늬앙스를 보니 그녀는 가게를 홍보해주는 데 도움을 주려고 하는 것 같았다. 나는 일단 그녀가 어떤 말을 하는 지 들어보기로 했다.
“네, 고민이 좀 되기는 합니다.”
“그렇지? 진짜 사장님은 운 좋은 줄 알아. 내가 여기 그 전 여자 사장님이 나한테 잘해줘서 특별히 신경 써서 이야기 해주는 건데 내가 맘카페에 힘이 좀 있거든 거기에 여기 가게 홍보를 해주려고 하는데 우리 젊은 사장님 생각은 어때?”
식당을 하면서 SNS나 너튜브 등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지만 또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 맘카페였다.
맘카페에서 나쁜 식당이라고 소문이 나서 장사에 지장을 주고 문을 닫는 가게도 보았다.
물론 홍보가 잘 돼서 장사가 잘 되는 가게도 봤는데 아파트 단지 옆에 있는 화정점 같은 경우에는 엄마들의 민심을 마냥 무시할 수는 없었다.
“아, 그러시군요. 가게 홍보는 어떤 식으로 해주시는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