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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도 장사를 합니다-84화 (84/225)

제 84 화

주방에 들어온 평가원들은 매의 눈으로 주방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일단 청소 상태가 불량이면 위생은 말할 것도 없기 때문에 깨끗하게 관리를 하는 것은 중요했다.

하지만 이 부분은 걱정할 것 없다. 월요일부터 선우가 시간 날 때마다 구석구석 깨끗이 청소를 했기 때문에 딱히 눈에 띄게 더러운 곳은 없었다.

“엄청 깔끔하게 관리 잘하셨네요.”

“네, 청소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일단 매장이 더러우면 안 보던 것들도 더 유심하게 보게 되고 매장이 깨끗하면 여기는 관리가 잘 되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물어봐야 할 질문들도 패스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청소를 잘 해 놓은 덕분에 점검은 수월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냉장고도 성에도 없으시고 아주 깔끔하게 정돈 잘하셨네요.”

“저희가 일주일에 한번 씩 청소하고 있습니다.”

“여기 있는 양배추는 오늘 작업한 건가요?”

“네, 오늘 아침에 소독하고 작업한 겁니다.”

“남은 건 어떻게 관리하고 계세요?”

“남은 양배추는 전량 폐기하고 있습니다.”

한승이는 평가원들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열심히 대답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대답을 똑부러지게 잘하고 있었다.

그동안 내가 열심히 가르치기는 했지만 그래도 대답을 머뭇거리면 오히려 물어보는 질문이 늘어나 당황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승이는 아주 훌륭하게 해내고 있었다.

그때 평가원 중 한 명이 메모지를 꺼내더니 매장에 있는 식품들을 하나씩 적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고 같이 점검을 구경하고 있던 신상원이 나에게 물었다.

“지금 평가원들이 뭐를 적는 건가요?”

“아마 표시사항 확인하려고 그럴겁니다.”

“아, 그렇군요.”

사실상 주방 점검의 메인은 유통기한과 표시사항 확인이라고 할 수 있다. 유통기한이 지난 물품 사용이라던지 표시사항이 없는 제품을 사용할 때는 영업정지에 해당하는 중대 과실이기 때문에 가장 중요하게 관리해야 할 부분이다.

“제가 표시사항 확인 안 되는 품목들 적었는데 여기 있는 것들은 따로 보관중이신가요?”

“네, 그렇습니다.”

“그럼 그것 밖에서 확인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주방 점검은 이걸로 끝 인가요?”

“네, 평가지 작성하고 결과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평가원 두 명은 밖으로 나갔는데 주방에 별다른 지적사항도 없이 넘어갔기 때문에 느낌이 좋았다.

“이러면 통과 한 건가요?”

신상원이 나에게 물었는데 나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네, 그럴 것 같습니다.”

기분 좋은 결과를 예상하며 평가원을 따라서 홀로 나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한승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 이게 어디갔지?”

나는 한승이를 쳐다보았는데 한승이가 무언가를 열심히 찾고 있었다.

“왜 그래?”

“사장님, 아까 여기에 빵가루 봉지를 올려 놓았는데 안 보여요.”

“빵가루?”

“네, 제가 표시사항 보관하려고 분명히 여기에 놔뒀는데…”

“그래? 이미 파일에 넣어둔 거 아니야?”

“저도 그런 줄 알고 찾아봤는데 안 보여요.”

“거기에 표시사항이랑 유통기한 적혀 있는 거잖아.”

“네, 아까 평가원이 확인할 품목에 메모 했는데 이거 어떻게 하죠?”

갑자기 발생한 상황에 한승이는 많이 당황했다. 아침에 분명히 확인하고 자신이 따로 빼두었는데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때 신상원이 말했다.

“혹시…거기에 둔 투명 봉지 말하시는 거에요?”

신상원의 말에 한승이가 그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네, 혹시 보셨을까요?”

한승이의 말에 신상원은 어쩔줄 몰라했다.

“그거 제가 아까 쓰레기인 줄 알고 버려버렸는데…”

“네?”

“점심 영업 끝나고 청소하다가 쓰레기 놔둔 줄 알고 제가 버려 버렸어요…”

한승이는 신상원의 말에 바로 주방에 있는 쓰레기 통을 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평가원들이 오기 전에 쓰레기통을 한 번 비우는 것이 좋을 것 같았기 때문에 아까 쓰레기들을 묶어서 쓰레기장에 두고 왔기 때문이다.

“하, 사장님 어떻게 하죠? 지금이라도 쓰레기장에 가서 찾아올까요?”

아마 쓰레기는 아침에 수거해 가기 때문에 지금 가서 찾는다고 하면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걸린다.

이미 밖에 평가원이 있는 상황 그걸 찾으러 갔다 오면 버린 것 자체로 오해를 살 수 있었다.

그때 나는 더 빠른 해결 방안이 떠올랐다. 생각보다 쉬운 방법이었지만 당황한 한승이는 머릿속에는 쓰레기장에서 찾아와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있는 것 같았다.

“아니야, 다른 방법 있어. 내가 일단 이거 들고 나갈테니까. 네가 한 번 생각해봐.”

“네?”

나는 빵가루를 제외한 표시사항이 들어있는 파일을 들고 평가원에게 다가갔다.

평가원들은 체크리스트를 확인하면서 우리 매장에 점수를 열심히 매기고 있었는데 내가 파일을 전해주자 표시사항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혹시나 평가원들이 빵가루를 놓치고 그냥 지나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좋겠지만 그렇게 쉽게 일이 흘러가지는 않았다.

“사장님, 빵가루 표시사항이 안 보이는데요?”

천천히 표시사항을 확인하던 평가원들은 빵가루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나에게 말했다.

“아, 그렇습니까? 주방에 따로 놔뒀나 보네요. 제가 찾아오겠습니다.”

시간을 주었지만 한승이는 다른 방법을 생각해 내지 못 한 것 같았다. 어쩔 수 없다. 나도 예전에 그랬었다.

백화점 점검이 나왔을 때 우동의 표시사항이 없던 적이 있어서 몹시 당황했었는데 그때 당시 일하던 주방 인차지가 알려주지 않았다면 아마 감점을 받고 끝났을 것이다.

한승이가 혼자 생각해내기를 바랬고 그렇지 못한 것이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다. 지금은 위생등급제 통과하는 것이 우선이니까 말이다.

나는 다시 주방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한승이가 나왔다.

“사장님, 찾았습니다.”

한승이의 손에는 빵가루 봉지가 들려 있었는데 아무래도 방법을 생각해 낸 모양이다.

“그래, 갔다드려라.”

평가원은 한승이가 준 빵가루 봉지를 확인하더니 체크리스트에 만점으로 표시를 해주었다.

****

“오늘 고생하셨습니다. 사장님.”

“네, 고생하셨습니다.”

“위생등급제 매우 우수 신청하신 거 합격하셨구요. 서류랑 위생등급제 현판은 2주 정도 후에 여기 매장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모든 점검이 끝나고 체크리스트를 확인했는데 준수한 성적으로 위생등급제에 통과 할 수 있었다.

“네, 감사합니다.”

“그럼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평가원들이 나가자 계속 긴장하면서 있던 직원들의 표정이 풀어졌다.

“휴, 다행이네요.”

특히 가장 신경을 쓰고 있던 한승이가 제일 먼저 웃음을 보였다.

“그래, 오늘 잘했다.”

“아까 진짜 당황했어요. 갑자기 빵가루 표시사항이 사라지는 바람에 머리가 하얗게 되는 것 같았어요.”

한승이는 아까 일을 떠올리면서 아찔하다는 듯이 말했는데 나도 거기에 동감했다.

“그래도 잘했어. 용케 방법을 생각해냈네.”

“네, 사장님이 다른 방법 있다고 해서 곰곰이 생각해봤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없으면 만들어 내면 되겠더라고요.”

그렇다 없으면 만들어 내면 되는 것이다.

매장에는 아직 사용하지 않은 빵가루가 많이 있었다. 새로운 빵가루를 사용해서 표시사항을 만들어 내면 되는 것이였다.

본래는 그렇게 하면 안 되는 편법이라고 할 수 있지만 같은 날 들어온 빵가루이기 때문에 표시사항에는 차이가 없다.

“그래, 근데 이거는 제품이 많이 있을 때나 사용 가능한 방법이야. 하나 밖에 없는 물건들은 진짜 표시사항 관리 잘해야 돼.”

“네, 알겠습니다.”

한승이에게 칭찬을 해주고 있었는데 그것을 보고 있던 신상원이 다가와서 사과를 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아무 생각도 없이 버려버리는 바람에…봉지에 적힌 글씨를 못 봤던 것 같습니다.”

보통 표시사항은 흰색 종이로 붙어있는 경우가 많은데 빵가루에 표시사항은 자그마하게 글씨가 인쇄되어 있기 때문에 못 보고 지나갔을 수도 있다.

하지만 주방에서 일한다고 한다면 그런 것도 세심히 살필 필요가 있었다. 그때 이런 관리는 영양사였던 아내가 전담했다고 들었는데 확실히 부족한 것이 보였다.

나는 신상원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했다.

“주방에서 일하시려면 이런 것은 진짜 조심 하셔야 합니다. 특히나 유통기한 표시사항은 바로 영업정지로 갈 수 있는 사유라 특히 관리 잘 하셔야 해요.”

“네, 죄송합니다.”

“이제 2호점에서 하시면 직원이나 알바가 들어 올 수도 있는데 관리자가 잘 알고 계셔야 교육도 시키실 수 있습니다.”

“네, 더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나는 조금 강한 어조로 이야기 했는데 그때 한승이가 말했다.

“제가 바로 파일에 보관했으면 되는데 괜히 놔둬 가지고 그런 것 같아요.”

내가 약간 신상원을 혼내는 분위기가 형성되자 한승이가 나선 것이다.

“그래, 그것도 맞는 말이네. 한승이도 앞으로는 바로 바로 보관하는 습관들이자.”

“네, 알겠습니다.”

조금 언성을 높여서 일까? 약간 매장이 무거운 분위기가 되었는데 어찌 되었던 결과는 합격이었다. 나는 이쯤에서 분위기를 풀기로 했다.

“그래도 오늘 위생등급제 매우 우수로 통과했는데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저녁은 회식을 할까 하는데 다들 어떠세요?”

“회식이요?”

“네, 실장님이랑 새로운 가족들 생겼는데 위생등급제 때문에 환영도 못 해준 것 같아서 말이죠. 다들 저녁에 시간 괜찮으시죠?”

“네!”

내가 회식을 한다고 이야기 하자 한승이가 제일 좋아했다. 사실 그동안 위생등급제 준비하면서 신경을 엄청 많이 쓰고 시간이 나는대로 공부를 했기 때문에 좋아하는 술을 많이 먹지 못했다.

“사장님, 제가 먹고 싶은 거 골라도 되나요?”

****

‘망했어…’

매출을 살펴보고 있는 최지연은 기분이 암담했다. 9월 달의 매출이 처참했기 때문이다. 8월에는 나름 선방을 했었다.

하지만 9월에 들어오면서 매출이 급감하기 시작했다. 경력있는 직원의 부재, 기존에 하던 1+1 프로모션 종료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알로하였다.

알로하는 점심시간에 웨이팅이 생길 정도로 장사가 잘 되고 있었다.

손님이 늘어나는 속도가 반대편에 있는 자신이 확인할 수 있을 정도였다. 자신의 매장 앞에서 메뉴를 구경하던 손님들도 알로하로 넘어가는 실정이었다.

‘아무리 방송을 탔다고 하지만 이거는 좀 심한데…’

무슨 차이가 있을까 생각해 봤는데 홍보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맛의 차이가 가장 큰 것 같았다. 아무래도 직장인이 많은 상권이었다.

점심시간을 행복하게 보내기 위해서 맛있는 집을 찾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오픈빨이 끝난 지금 알로하의 맛이 로이스보다 맛있다고 소문이 퍼진 것이다.

‘어떻게 하지…’

최지연은 이 난관을 어떻게 타게 해야할지 생각했다. 9월이 끝나고 실적이 나오면 강훈이 압박할 것이 눈에 선했다.

그때 드는 생각이 있었다. 알로하가 생각보다 배달에 집중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이다. 일전에 점검차 확인한 적이 있었는데 알로하는 배달 리뷰 이벤트도 하지 않았다.

코로나 때문에 배달이 엄청 늘고 있다는 기사는 자신도 봤는데 잘하면 좋은 탈출구가 될 것 같았다.

기존에 로이스는 백화점 아울렛 입점을 우선했기 때문에 배달에는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여기는 로드샵이다. 배달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래, 배달을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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