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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도 장사를 합니다-78화 (78/225)

제 78 화

가능하다는 조형우의 말에 나는 기대심이 생겼다.

사실 그동안 우리 가게에서 나가는 우동과 소바의 양은 적지 않았다. 특히 우동은 겨울에 소바는 여름에 많이 나갔다.

돈카츠를 주문한 고객들이 사이드로 자그마한 미니 우동과 미니 소바를 곁들여 주문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솔직히 말해서 그동안 기성품을 그대로 사용했기 때문에 음식에 자신이 별로 없었다.

가장 좋은 돼지고기를 직접 두드리고 빵가루를 묻혀서 튀겨낸 돈카츠와는 다르게 우동은 단순하게 면을 삶고 국물을 끓여서 고명만 올린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손님들에게 음식을 추천할 때도 돈카츠 위주로 추천을 하였다. 하지만 그의 도움으로 우동과 소바 소스에 변화를 줄 수 있다면 좀 더 다양한 메뉴 구성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럼 출근하시면 소스 레피시에 집중해주세요. 그거 완료되면 참깨 소스랑 다 같이 제조 공장에 맡겨야 겠네요.”

“그렇군. 그런데 매장 한 개로 공장에 맡기기에는 힘들지 않아? 공장이 원하는 최소 주문 수량이 있을 거 아니야.”

사장님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소스 제조를 미룬 이유 중 하나도 저것 때문이었다. 가능한 공장에 몇 번 문의를 한 적이 있었는데 다들 한 번에 만드는 소스의 양이 상당히 많았다.

“네, 맞습니다.”

“여기가 장사가 잘 되는 것 같기는 한데…그래도 한 번에 만들어져서 들어오는 물량 다 소화하기는 힘들 것 같은데…”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곧 2호점 만들 겁니다.”

“2호점?”

“네, 안 그래도 방금 알로하 2호점 인수계약을 하고 왔습니다. 거기는 간단한 인테리어만 바꾸면 돼서 다음주 중으로 영업 시작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군.”

“거기서 일할 직원분들도 다음 주 월요일에 여기 오셔서 실습하기로 했으니 같이 일 배우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래? 그거 잘됐네.”

“아마 저는 다음주에는 거기 오픈 준비해야 돼서 좀 바쁠 것 같습니다. 실장님이 처음이라 정신 없으시겠지만 주방을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일 배우는 건 하루, 이틀이면 금방 배우니까 너무 걱정하지마. 내가 이 친구랑 잘 해볼게.”

조형우는 한승이의 어깨에 손을 올리면서 말했는데 나는 왠지 믿음이 갔다. 하긴 처음하는 배달일도 밝고 열심히 했던 사장님이었다.

요리는 예전에 했던 익숙한 일이니 나도 그가 빠르게 일에 적응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은정아, 여기야.”

토요일 아침 일찍부터 은정이를 데리고 가기 위해 그녀의 집으로 왔다. 예전 같았으면 그냥 백화점에서 만나자고 했겠지만 임신한 여동생에게 그렇게 할 수는 없어서 직접 데리러 왔다.

“오빠, 나왔어.”

은정이가 차에 타자마자 나는 배를 쳐다 보았는데 아직 배가 막 불러온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 근데 생각보다 배는 안 나왔네?”

“임신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배가 나와. 5개월은 넘어야지 배 나오기 시작할걸?”

그녀가 안전벨트를 한 것을 확인한 후 차를 출발했는데 나는 궁금했던 이것저것을 물어보았다.

“아들이야? 딸이야?”

“그것도 아직 몰라. 12주는 넘어야 확인 가능하다고 하던데?”

“그래? 넌 아들이었으면 좋겠어. 딸이었으면 좋겠어?”

“음…잘 모르겠어. 예전에는 딸이 좋은 것 같았는데 아들도 괜찮은 것 같고…그냥 건강하게만 태어났으면 좋겠어. 최근에 너튜브에서 봤는데 아이가 아프면 진짜 마음이 아프더라고…”

“그건 그렇지…나는 성격은 안 서방 닮았으면 좋겠다.”

“성격? 왜 내 성격은 닮으면 안돼?”

내 말에 은정이가 이마를 찌부렸다. 속으로 생각한다는 것이 입 밖으로 나와 버렸다.

“아니, 네 성격이 이상하다는 것이 아니라. 안 서방이 착하잖아. 엄마, 아빠한테도 잘하고 그랬으면 좋겠다는 거지.”

“그래?”

은정이가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는데 나는 얼른 말을 돌렸다.

“아, 엄마한테 전화 왔는데 이번에 제사때는 안 온다고 했다면서?”

“아직 임신 초창기라 안정을 취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그냥 집에 있기로 했어.”

“잘했다.”

“아빠가 조금 서운해 하는 것 같았는데 그래도 나중에 아기 때문에 그랬다는 거 아시면 이해해 주시겠지.”

“당연히 그렇지. 그런데 고모들이 왜 갑자기 집에 오신다고 하신 걸까? 한동안 안 오셨잖아.”

“그거? 나는 알 것 같은데.”

이유를 알 것 같다는 은정이의 말에 나는 호기심이 생겼다.

“그래? 이유가 뭐야.”

“아마 자랑하고 싶어서 그럴 거야.”

“자랑?”

“어, 자식 자랑. 그 성일이 이번에 대원 그룹에 취직했잖아.”

“그래?”

나에게는 고모가 총 3명이 있었는데 고모들 모두 슬하에 1남 1녀를 데리고 있었다. 성일은 둘째 고모의 자식이었는데 나이는 은정이와 동갑이었다.

“어, 올해 초에 통화 했는데 엄청 자랑하더라.”

“그랬구나. 나는 취직한 지도 모르고 있었네.”

어렸을 때는 좀 친했지만 대학교에 들어가고 일을 시작한 이후로 만날 일이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연락을 하고 지내지 않았다.

은정이 같은 경우에는 결혼을 하면서 사촌들과 연락을 좀 하게 되었는데 나름 친하게 지내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민교 오빠도 결혼하면서 산 신혼집 있잖아. 거기 집값이 엄청 올랐다고 하더라고 3억인가…4억인가…”

민교는 큰고모의 자식이었는데 나이는 나와 동갑이었다. 예전에 큰고모가 땅으로 아버지와 다툰 이유도 큰고모 때문이었는데 민교가 결혼하기 전이라 집을 마련하기 위해 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예전 같았으면 나도 좀 부러워 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지금은 나도 좋은 집에 살고 있어서 그런지 기분이 그냥 그랬다.

“그렇군. 그래도 집 값 올라서 잘됐네.”

“사실 그거 보기 싫어서 집에 안 가는 것도 있어. 예전부터 그랬잖아. 서울에 좋은 대학 다닌다고 비교하고…또 괜히 스트레스 받으면 아기한테 안 좋잖아.”

은정이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은정이와 나는 같은 대학교를 다녔는데 광주에서는 나름 알아주는 국립대였다. 하지만 다른 사촌들은 모두 인서울에 있는 대학을 다녔기 때문에 예전부터 고모들이 종종 비교를 하기는 했다.

“그래, 잘 생각했다.”

“사실 이번에 오빠 지현이 언니랑 연결시키려고 했던 것도 그런 이유도 좀 있었어.”

“왜?”

“그래도 지현이 언니 직업이 공무원이잖아. 오빠랑 결혼하면 엄마, 아빠가 좋아할 것 같기도 하고…고모들도 무시 안 할 것 같아서…”

“뭐라고? 에이 설마 나 결혼 상대가지고 그러실까?”

나는 비록 아빠와 고모들이 사이가 안 좋기는 하지만 그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은정이의 생각은 다른 것 같았다.

“오빠는 몰라서 그래. 나 처음에 결혼한다고 했을 때 안 서방이 건설 현장에서 일한다고 얼마나 뭐라고 했는지 알아? 아마 아버님이 대표라고 이야기 안 했으면 계속 뒷말 했을 거야.”

“그런가?”

“어, 근데 이제 포기했지. 지현이 언니한테도 내가 말했어. 오빠,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이야.”

“그래? 잘했다.”

“언니는 진짜로 오빠랑 잘 해볼 마음이 있었나봐. 근데 이제 깔끔하게 포기한 것 같아.”

사실 저번에 한 번 만난 이후로 지현이에게 몇 번 연락이 왔었다. 짧은 답장으로 끝내기는 했는데 지현이가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는 줄은 몰랐다.

“그거 다행이네. 지현이도 좋은 사람 만났으면 좋겠다.”

“그런데…오빠가 좋아한다는 사람 나는 언제 소개 시켜 줄거야?”

“너한테?”

“어, 오빠가 그렇게 진지하게 말한 거 처음 봤거든 솔직히 누구인지 궁금해.”

“아, 나중에 소개 시켜줄게. 아직은 아니야.”

“그래? 사귄지 얼마 안 돼서 그래?”

“그게 아니라. 아직 사귀는 사이가 아니야. 나중에 정식으로 사귀면 소개시켜줄게.”

내 말에 은정이가 이상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흠…혼자 짝사랑 하고 그런 거 아니지?”

“에이, 그런거 아니야. 지금 약간 썸타고 있는 사이야.”

“그래? 잠깐만 근데 예전에 소개팅 한 사람이라고 하지 않았어?”

“어, 맞아. 저번에 너 일할 때 소개팅한 사람.”

나의 말에 은정이는 놀란 듯이 물었다.

“그게 언제적인데…아직도 썸을 타고 있는 거야?”

“어, 왜? 그러면 안 돼?”

은정이는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썸을 그렇게 오래 타는 사람이 어디 있어. 서로 호감있으면 나머지는 사귀면서 알아가는 거지.”

은정이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나는 그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냥 보통 소개팅이었으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친구 와이프의 절친이었다.

가벼운 생각으로 만날 수는 없었다.

“그건 안 돼. 성민이 와이프 절친이거든.”

은정이도 성민이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

“아, 성민이 오빠가 소개 시켜줬구나. 그래도 너무 질질 끌지 마. 너무 오래 끌면 사람이 우유부단해 보이고 안 좋아. 아마 여자도 호감이 있으면 엄청 답답해 하고 있을거야.”

은정이의 말에 나도 공감하고 있었다.

“걱정하지마. 안 그래도 어떻게 고백할지 생각하고 있었어.”

“그래? 언제 고백하는데?”

“그건 아직…그래도 정식으로 사귀는 건데 좀 진지하게 해야 할 것 같아서…”

내 말에 은정이가 다시 말했다.

“내가 봤을 때 그런 식으로 하면 오빠는 절대 고백 못 한다. 원래 고백은 약간의 선물과 진심만 전달하면 되는 거야.”

“그런가?”

“그래, 프로포즈도 아니고 그냥 사귀자는 건데 얼마나 거창한 고백을 하려고 망설이고 있어. 차라리 잘됐다. 오늘 백화점에 온 김에 내가 선물이랑 골라줄게. 오빠는 그런 센스 없잖아.”

은정이는 나를 대신해서 전투의지를 불태웠는데 생각해보니 그녀의 말이 맞는 것도 같았다. 평소 드라마와 영화를 좋아해서 인지 기억에 남는 고백을 해줘야 할 것 같다는 압박감이 있었다.

‘그래, 마음을 전달하는 게 가장 중요하지.’

****

“여사님, 위생모자 더 꾹 눌러 쓰셔야 됩니다.”

“아, 알겠습니다.”

1시부터 2시까지는 백화점 식품관 현장 점검시간이었다. 단비는 매장들을 돌아다니면서 부족한 부분들을 점검하고 있었는데 식당 중 한 곳에서 익숙한 얼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어! 정훈 오빠잖아.’

어제 저녁에 정훈과 연락을 했었다. 아마 백화점에 오려고 했으면 자신에게 말을 했을 것인데 그런 연락은 받지 못했다.

그때 반대편에 어떤 젊은 여자가 앉아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분위기상 엄청 친해 보였는데 누구인지 궁금했지만 그렇다고 가서 정훈을 아는 척을 하기가 좀 그랬다. 그때 정훈이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을 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단비는 잘못한 것이 없었지만 왠지 들키면 안 될 것 같아서 얼른 몸을 숨겼다. 그리고 계산을 하고 나가는 정훈과 여자를 몰래 뒤따라 갔다.

정훈은 백화점 2층에 있는 명품관으로 향했는데 단비는 거기서 확인할 수 있었다. 여자에게 목걸이를 골라주는 정훈의 모습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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