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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도 장사를 합니다-77화 (77/225)

제 77 화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저도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서로 어느 정도 이야기를 끝난 상태였기 때문에 가게 인수 계약은 금요일에 간단하게 진행되었다.

계약을 마치고 신상원과 악수를 했는데 그가 나의 손을 꼭 잡으면서 말했다.

“저 앞으로 많이 배우도록 하겠습니다.”

각오를 다지는 그였지만 그래도 자신이 만든 가게를 넘긴다는 생각 때문에 조금은 서운한 표정이었다.

“너무 서운해 하지 마십시오. 같이 장사 잘 되게 만들어서 다시 가져가시면 되지 않습니까.”

나는 그를 달랬는데 그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어차피 공사는 다음주 월요일부터 할 예정이니 주말에 영업하셔도 됩니다.”

나의 말에 신상원이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마음이 뒤숭숭해서 그냥 집에서 쉬려고 생각중입니다.”

“그러시군요.”

나는 사장님의 말을 듣고 가방에서 책자를 꺼냈다.

“이게 뭔가요?”

“저희 가게 매뉴얼입니다. 미리 읽어두시면 가게 오셔서 일하기 편하실겁니다.”

프랜차이즈를 하겠다고 생각하면서 나는 머릿속에 있는 가게 운영 방법들을 그동안 조금씩 적어 두었다.

한승이도 알려주고 하연이도 알려주면서 조금씩 추가했는데 그러다 보니 내용이 꽤 되었다.

특히 로이스에 있을 때 봤었던 매뉴얼북을 어느 정도 참고해서 만들었는데 아직 부족한 부분은 많지만 이제 막 일을 시작하는 신상원이 보기에는 괜찮을 것이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주 월요일에 매장에서 뵙겠습니다.”

메밀집을 나온 나는 차를 타고 알로하로 향했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행복회로를 돌리기 시작했다.

원래 매월 1일 하던 정산이었지만 이번 달 일이 많아서 엊그제 8월 매출을 대략적으로 정산할 수 있었다.

일 평균 매출이 200만 원이 조금 안 되었는데 이번 달에 총 5천 500만 원의 매출을 남길 수 있었다.

여기에 임대료랑 인건비, 재료비 등을 제외하고 나니 1,500만 원 정도가 순수익이었다.

1,500만 원. 예전에 로이스에 다닐 때 아무것도 쓰지 않고 꼬박 5개월 이상 모아야 했던 돈이 한 달 만에 모였다.

이제 가게를 하나 더 늘렸으니 만약에 화정동에 있는 알로하 2호점이 똑같은 수준의 매출이 나온다고 한다면 나의 한 달 월급은 3천만 원이 되는 것이다.

1년이면 3억 6천, 이렇게 10년 일하면 내가 로또에 당첨된 금액만큼 벌 수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처음 로또에 당첨되었을 때는 금액이 진짜로 크게 느껴졌었다. 평생 놀고 먹을 수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계산을 하고 나니 상무지구 알로하 수준의 점포를 20개 가지고 있다면 1년 이면 벌어들일 돈이었다.

로이스는 그런 매장을 전국에 60개 이상 가지고 있다. 강훈이 자신감을 가지고 행동하는 것에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런 로이스를 꺾어야 한다. 나는 약간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지금까지는 순조롭게 일이 진행되고 있는 것 같았다.

물론 장사를 하다 보면 여러 가지 어려움이 더 생길 수 있겠지만 아주 만족 스러웠다.

‘그래, 일단은 광주에 3개를 만들고, 전국적으로 20개를 목표로 하자.’

그런 생각을 하면서 차를 주차했는데 주차장에서 뜻밖의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

“사장님, 벌써 퇴원 하셨어요?”

주차장에서 만난 사람은 전 맥다방 사장 조형우였다. 오늘 퇴원한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여기서 바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어, 오늘 퇴원해가지고 바로 이쪽으로 왔어.”

“집에서 좀 쉬시라니까…”

“병원에서 많이 쉬웠어. 여기 와서 인사도 좀 하고 주방이 어떻게 생겼나 궁금하기도 해서 와봤지.”

“그러셨군요. 그럼 저랑 같이 가게로 가시죠.”

나는 사장님을 데리고 가게로 들어갔는데 마침 점심시간이었는지 아이들은 다 같이 밥을 먹고 있었다.

“사장님, 오셨어요.”

“어, 그래. 밥 먹고 있었구나.”

한승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나에게 인사를 했는데 나는 조형우를 소개시켜줬다.

“어, 이분은 내가 저번에 말했지. 새롭게 주방에서 일하실 분이야. 전에 맥다방 사장님 조형우 사장님.”

“아, 알고 있습니다. 가게에 배달도 많이 오셨잖아요. 저도 사고 소식 듣고 걱정했었는데 몸은 괜찮으세요?”

“네, 괜찮습니다.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한승아, 앞으로 실장님이라고 부르면 될 것 같아.”

예전에 로이스에 있을 때는 주방의 대장을 인차지라고 불렀다. 책임자라는 뜻인데 나는 일단 조형우 사장님에게 그 역할을 맡길 예정이었다.

사실 이 문제로 고민을 좀 했었다. 한승이가 우리 가게에서 먼저 일을 시작했지만 그래도 나이 차이가 좀 있고 사장님은 일본에서 요리를 한 경력도 있으니 그에 맞는 대우를 해주기로 한 것이다.

한승이랑도 한차례 이야기했는데 그도 이것이 더 편하다고 했다.

“네, 실장님. 앞으로 잘 부탁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거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는 것 같아서 마음이 불편하구만…”

“그만큼 열심히 일 해주십시오.”

“당연하지, 그럼 주방 좀 둘러 볼까.”

나와 사장님, 그리고 한승이는 같이 주방을 둘러 보기 시작했다. 사장님은 이제 자신이 일할 곳이니 꼼꼼히 둘러 보았는데 생각보다 잘 정돈된 매장 상태에 감탄했다.

“와, 이 친구가 그렇게는 안 보였는데 매장을 엄청 관리를 잘했네.”

조형우의 칭찬에 한승이는 부끄러운 듯 웃었다.

“저희가 지금 위생등급제 신청 해놨거든요. 아직 언제 온다고 연락은 없었는데 그래도 평상시에 관리를 잘해 놓고 있습니다.”

“그랬군. 내가 봤을 때 이 정도면 무조건 우수 이상은 받을 것 같다.”

조형우는 후한 평가를 했는데 나도 그와 같은 생각이었다. 예전 경험을 비춰 본다면 이 정도 매장 컨디션이면 우수는 거의 확정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위 단계인 매우 우수를 노리고 있었다. 신청도 일단 매우 우수 단계로 신청을 했고 말이다.

“그런가요? 근데 저희 지금 매우 우수로 신청을 해놨습니다. 그러니 실장님도 잘 관리 해주십시오.”

“매우 우수? 걱정하지 말라고.”

냉장고를 살펴보던 조형우는 갑자기 검은 봉투를 꺼냈다. 봉투 안을 살펴보던 조형우는 조금 놀란 듯이 말했다.

“이거 참깨잖아.”

그러고 보니 예전에 단비의 집에서 받아왔던 참깨가 아직 남아있었던 모양이다.

“네, 참깨입니다. 혹시 문제가 있을까요?”

“아니, 아까 보니까 밖에 참깨 소스는 없는 것 같았는데 이거 소스 만들려고 사둔 거 아니야?”

“아, 사실 저랑 한승이가 저번에 참깨 소스 한 번 만들어 봤습니다. 새롭게 샐러드 소스로 추가 하려고요.”

“그랬군. 근데 왜 아직 안 만들었어?”

“직접 만들기에는 손이 너무 많이 가더라고요. 그래서 제조 공장에 맡기려고 했는데 제가 갑자기 여러 가지로 일이 생기는 바람이 조금 미뤄졌습니다.”

“그래, 참깨 소스 양배추 샐러드랑 같이 먹으면 맛있지.”

“오, 그런데 딱 그것만 보시고 아시네요.”

“아, 예전에 일본에 있을 때 소스에 관해서 공부할 때 이런 것도 있다고 배웠었거든 그래서 혹시나 하고 물어봤어.”

“그러시군요. 그럼 한번 드셔보시겠어요?”

나는 배웠다는 사장님의 말에 그는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했다. 그래서 직접 만들어 보기로 결정했다.

그때 만들고 남은 재료들로 참깨소스를 간단히 만들었는데 맛을 본 조형우가 말했다.

“음…맛있군.”

“그렇죠?”

조형우는 내가 만든 참깨소스를 양배추에 뿌려 먹었는데 생각보다 입맛에 맞았는지 계속해서 먹기 시작했다.

“맛있는데 무언가 2퍼센트 부족한 느낌이 들지 않아?”

그는 몇 번 맛을 음미하다가 아쉽다는 듯이 말을 했는데 그 말을 듣고 나는 조금 놀랐다. 나도 생각하고 있던 것이기 때문이다.

기존에 쓰던 흑임자 소스보다는 당연히 맛있었다. 하지만 들어가는 노력에 비해서 그렇게 비약적인 상승했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나도 그게 조금은 아쉬었다.

“잠깐만 기다려봐,”

조형우는 갑자기 냉장고를 열어서 양파를 하나 꺼냈다. 칼을 들어서 양파를 자른 후 나에게 말했다.

“여기 믹서기 어디에 있지?”

그의 말에 한승이가 선반에 있는 믹서기를 가지고 왔다. 조형우는 믹서기에 내가 만든 소스와 양파를 같이 집어 넣은 후에 갈기 시작했다.

위위이이이잉

믹서기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양파가 작게 으껴지면서 돌아가기 시작했다.

‘저러면 양파맛이 너무 강하지 않을까?’

나는 그가 참깨 소스에 부족한 점을 채우려고 한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양파가 들어가면 어떤 맛이 날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서 조금 안 어울리는 것도 같았다.

믹서기를 다 돌린 양배추에 소스를 붓더니 다시 먹어보기 시작했다.

몇 번을 삼키더니 그가 만족한 듯이 나에게 말했다.

“자, 이거 먹어봐.”

그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느껴졌는데 나도 호기심이 생겨서 젓가락을 들었다. 옆에 있던 한승이도 나를 따라서 같이 먹었다.

“오!”

한 젓가락 집어든 한승이는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는데 나도 놀랐다. 아까보다 훨씬 맛있었기 때문이다.

“어때?”

“너무 맛있어요. 사장님.”

“그렇지?”

“네, 양파 맛이 강할 줄 알았는데 이거 양파가 들어간 줄도 모르겠는데요?”

“원래 양파를 갈면 단맛이 나고 알싸한 느낌까지 줄 수 있으니 소스의 가진 감미가 훨씬 풍부해지지.”

“그렇군요.”

나는 감탄을 했다. 솔직히 그 전에는 인터넷에 떠돌던 레시피 였기 때문에 부족함이 어느 정도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양파를 추가하는 것만으로도 이런 변화를 줄 수 있다니 놀라웠다. 사실 그가 일본에서 요리를 공부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냥 경력 있는 주방장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아까 보니까 된장국도 그냥 미소시루만 푸는 것 같던데…맞아?”

나는 이번에도 놀랐다. 아까 된장국이 담긴 통을 잠깐 열어본 것 같았는데 어떤 식으로 만드는지 그가 간파했기 때문이다.

“네, 맞습니다.”

“거기에 디포리만 넣어도 국물이 훨씬 깊은 맛이 나서 사람들이 다른 가게와 다르다고 여기게 될거야.”

“디포리요?”

“어, 디포리 몰라? 마른 밴댕이 말이야.”

“아, 생선이군요.”

“어, 미소 장국 뜨거운 물 끓일 때 같이 넣어서 국물 우려내면 되는데 무랑 다시마 같이 넣으면 더 맛있어지지. 한번 끓이고 건져낸 다음에 버리고 거기에 미소 시루 풀면 되니까 만드는 게 그렇게 어렵지도 않아.”

“그렇군요.”

사장님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보면 한국사람들은 국을 좋아한다. 된장국은 많이 리필되기도 하는데 지금까지 그렇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아직 먹어보지는 않았지만 사장님의 말처럼 그런 간단한 작업으로도 차이를 줄 수 있다면 바로 적용해도 좋을 것 같았다.

“사장님, 그럼 혹시 우동소스나 메밀소스도 괜찮은 레시피 가지고 있는 거 있을까요?”

지금 우리 가게에서 우동소스와 메밀소스는 시중에 파는 소스를 물과 희석해서 사용하고 있다.

저번에 만났을 때 그가 그것들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했는데 그가 말하는 것을 듣고 있으니 기대가 되었다.

“당연하지. 안 그래도 예전 기억 되살리면서 레시피 생각하고 있는데 정식으로 출근하면 한 번 보여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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