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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도 장사를 합니다-76화 (76/225)

제 76 화

“법인명이요?”

“네, 간단하게 회사명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냥 지금처럼 알로하라고 써도 되는 거죠?”

“잠시만요.”

나의 말에 남현성은 잠시 컴퓨터를 확인했다. 이것 저것 검색하는 것 같았는데 잠시 뒤에 나에게 말했다.

“법인명이 법적으로 동일 관할 내에서는 똑같은 상호는 사용이 불가능 해서 잠시 찾아봤습니다. 알로하는 사용이 가능하네요. 그럼 일단 그것으로 진행할까요?”

“음…네, 그렇게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그 알로하가 제가 아는 그 하와이에서 쓰는 인사 맞죠?”

“네, 맞습니다.”

“법인 등록할 때는 국문이 필수라 한글로 적으셔야 하는데 그거는 괜찮으시겠어요?”

“한글이요?”

“네, 알로하. 이렇게 적으셔야 됩니다.”

이거는 좀 아쉬웠다. 지금 가게 간판에 있는 영문으로 된 글씨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회사명도 영문으로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문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영문을 추가로 적는 방법은 가능합니다. 그러면 법인명 뒤에 가로로 표시가 됩니다.”

“큰 의미는 없겠군요. 그냥 알로하로만 하겠습니다.”

“네, 그럼 이건 이렇게 준비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남현성은 그 후로 나에게 이것 저것 물어보면서 정리를 하기 시작했는데 나는 이곳에 찾아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서 이것을 모두 처리하려고 했으면 엄청 신경을 쓰고 시간도 투자할 뻔 했다.

“그럼 다 된 건가요?”

“네, 다 되었습니다.”

“그래도 전화드리고 찾아오길 잘한 것 같습니다. 좀 답답했던 마음이 뻥 뚤리는 거 같습니다.”

“맞습니다. 변호사 사무실을 어렵고 무겁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막상 와보면 오히려 속이 편해지는 부분이 많습니다. 법에 대해서 잘 모르시니까요.”

“네, 저도 앞으로 자주 와야 겠네요.”

“오늘 저녁에 같이 식사 하는 거 어떠신가요?”

“네, 좋습니다.”

****

다음날 나는 바로 메밀집으로 찾아갔다. 변호사와 이야기한 부분을 설명하고 바로 가게 인수를 할 생각이었다.

“일단 이 가게는 제가 인수하고 특약으로 2년 후에 가맹 계약에 관한 부분을 집어 넣도록 하겠습니다. 이 부분은 강제된 부분이 아니라 우선 협약으로 했는데 혹시 알로하에서 일해보시고 비전이 없다고 생각되시면 나중에 재인수를 안하셔도 됩니다.”

“네…”

사실 신상원은 하겠다고 했을 때 이 부분을 좀 걱정했었다. 막상 계약을 했는데 나중에 여건이 안 좋아져서 가게를 하기 싫은데도 억지로 떠맡는 경우가 발생할까 봐서 그가 요청했다.

“대신 그동안 직원으로 일하시는 거니까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다른 직원들과 다르게 영업 정지나 가게 운영에 심각한 영향을 끼쳤다고 판단되는 사항 발생 시 퇴사는 물론 앞에 재인수 조건까지 없어지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이거는 내가 사장님에게 요청하는 부분이었다.

가게 운영을 보기는 했지만 그거는 일시적으로 확인한 것이었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가게를 넘기고 내 가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대충 운영할 수 도 있었다.

“네, 알겠습니다.”

나는 이 점을 사장님에게 설명했는데 다행히 그도 이해해 주었다.

“혹시 더 필요하신 부분 있을까요?”

“아닙니다. 없습니다.”

“그럼 며칠 내로 날짜 정해서 인수 계약서 작성하기로 하시죠.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나는 신상원에게 악수를 청했는데 그가 내 손을 잡으면서 말했다.

“계약서 쓰고 나서 여기는 바로 인테리어 들어가는 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굳이 크게 바꿀 필요 없이 간판과 배너 외부 인테리어 조금 바꾸는 정도 일겁니다.”

솔직히 가게를 크게 바꿀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 상무지구에 있는 알로하 본점과 여기는 이미지 차이가 있기는 했다. 특히 입구 부분이 차이가 있었는데 간판과 외부 벽과 유리창 정도는 바꿔야 할 것 같았다.

이 부분은 이미 안 서방에게 이야기를 해 둔 상태였다.

“그렇군요.”

“아, 그리고 여기 공사가 진행 될 동안 저희 본점으로 오셔서 교육을 좀 받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교육이요?”

“네, 알로하의 이름을 달고 오픈하면 처음에 몇 주는 제가 이곳에 있을 예정인데 그래도 처음에는 본점에서 어떻게 일을 하고 있는 지 보고 배우시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말이죠.”

“아, 당연히 그래야죠.”

사장님은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게 인수는 바로 내일 모레 했으면 하는데 시간은 괜찮으세요?”

“네, 괜찮습니다.”

“그럼 제가 중개인 알아보고 바로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야기를 마치고 나는 가게를 나와서 뒤돌아 쳐다보았다. 아직은 메밀집 간판이 적혀 있었지만 곧 있으면 달릴 알로하의 간판을 상상해 보았는데 기분이 좋아졌다.

‘아, 안서방에게 말해줘야 겠구나.’

나는 바로 안 서방에게 이 소식을 전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 네, 형님. ]

“아, 안 서방 엊그제 말한 화정동 가게 인수 하기로 했거든? 이거 공사 다음주부터 해줄 수 있지?”

[ 네, 가능합니다. 그런데 한 번 가서 봐야 할 것 같은데 거기 정확한 위치가 어떻게 됩니까? ]

“어차피 내일 모레 여기 인수 계약하러 와야 할 것 같은데 그때 같이 오는 게 어때? 시간 괜찮아?”

[ 예, 괜찮습니다. ]

“오케이, 내가 시간이랑 장소는 문자로 알려줄 테니까 그때 보자고.”

[ 나 좀 바꿔줘. 오빠야? ]

그렇게 통화를 끊으려고 했는데 갑자기 은정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제 보니 집에 있었던 모양이다.

“어, 은정아.”

[ 2호점 만드는 거야? ]

“만드는 게 아니라 가맹점 늘리는 거야. 여기 사장님이 하고 싶다고 하셨거든.”

[ 그래? ]

나는 은정이에게 가게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가맹점을 만든다고 이야기 했다.

물론 안 서방은 내가 빚을 내서 가게를 인수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가족들이 걱정할까봐 말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는데 진짜로 은정이에게 말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8월에 가게를 넓히는 신규 오픈을 했는데 9월에 다른 가게를 만든다고 한다면 분명히 한 소리 할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거짓말을 하였다.

아빠가 준 돈으로 가게를 인수했다고 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그것은 안 서방이 서운해 할 수도 있었다.

물론 은정이도 결혼할 때 아빠가 좀 지원해준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게 어쩔지 모르니까 말이다.

“어, 아 맞다. 가지고 싶은 거 생각 해봤어?”

나는 급하게 말을 돌렸는데 은정이가 반응을 보였다.

[ 뭐? 축하 선물? ]

“그래, 내가 저번에 생각해 보라고 했잖아.”

[ 글쎄…아직 잘 모르겠어. 사실 입덧이 심해서 요즘에 아무것도 못 먹었거든…먹으면 바로 토해…]

“그래? 많이 심하냐?”

[ 어, 사람들 말 들어보면 지금이 제일 심할 때라고 하는데 모르겠네. 내일 입덧약 좀 받아서 먹어볼려고… ]

입덧 때문일까?

원래는 톡톡 쏘는 말투를 가진 은정이었는데 오늘따라 힘이 없어 보였다. 나는 그런 은정이가 신경이 쓰여서 기분 전환을 시켜주고 싶었다.

“너 이번 주말에 뭐해?”

[ 나? 하는 거 없지 그냥 집에만 있을 거야. ]

“그럼 오빠랑 백화점 가자.”

[ 백화점? ]

“어, 아기 옷이랑 이것 저것 필요한 거 사줄게.”

[ 아니야, 백화점에서 사면 너무 비싸 그냥 인터넷으로 시켜도 돼. ]

“에이, 그래도 첫 조카인데 오빠가 사주고 싶어서 그래. 너도 한 벌 사주고 임산부들 옷 따로 있다고 하던데 필요하지 않아?”

[ 필요하기는 하지… ]

그래도 내가 백화점에서 좋은 옷을 사준다고 하자 은정이가 조금은 기분이 풀어진 것 같았다.

“그래, 입맛도 없다면서 맛있는 것도 먹자. 엄마가 잘 먹어야 아기가 잘 크지.”

[ 그런가? 오빠가 그렇게 말하니까 그럼 주말에 보자. ]

“그래, 그럼 주말에 오빠가 데리러 갈게. 토요일 괜찮지?”

[ 오케이, 알았어. 그럼 토요일에 보자. ]

****

집으로 돌아오자 벌써 시간이 6시가 넘어서고 있었는데 나는 샤워를 마친 후 컴퓨터를 켰다. 엑셀파일을 켜서 오늘부터 해야할 일을 적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많았다.

가게 인수

간판 제작

외부인테리어 공사

배너, 홍보물 제작

2호점 배달 등록

“휴, 여기에 일도 알려주어야 하는구나.”

차근차근 해야 할 일을 정리했는데 적어 둔 일들을 확인하니 이번 달 역시 바쁘게 흘러갈 것 같았다.

‘그래도 카페 사장님이 출근하시면 여유가 좀 있을 것 같아.’

그렇게 앞으로 일정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전화기가 울렸다.

<< 엄마 >>

전화를 보니 오랜만에 오는 엄마의 전화였다.

“여보세요.”

[ 어, 아들. 엄마야. ]

“네, 엄마. 무슨 일 있어요?”

한동안 연락이 없었던 엄마였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전화에 나는 무슨 일이 생겼는지 걱정이 되었다.

[ 아니,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데…이번 달 말에 할아버지 제사 있는 거 알고 있나 해서. ]

“제사요?”

솔직히 말해서 모르고 있었다.

부모님의 생일은 생각해서 챙기는 편이었는데 제사는 항상 엄마가 말해줘서 알았다.

[ 어, 9월 26일이 제사야. ]

“아, 죄송해요. 모르고 있었어요.”

나는 달력을 통해서 날짜를 확인했는데 생각해보니 항상 이 때쯤 제사를 지냈던 것 같았다.

[ 그럴 것 같아서 전화 했어. 혹시 그 날 가게 쉬고 내려 올 수 있니? ]

“네, 갈 수 있어요. 할아버지 제사인데 내려가야죠.”

[ 그래, 되도록 시간 내서 이번에는 꼭 내려오거라. ]

나는 엄마의 말에서 조금 이상한 것을 느꼈다. 원래 엄마는 제사 때 내려오라고 말씀하시지 않는다.

그냥 시간 되면 들리라고 정도로 말씀하셨는데 이번에는 무언가 분위기가 달랐다. 그리고 나는 그 이유를 곧 알게 되었다.

[ 이번에 고모들이랑 사촌들도 싹 온다고 하더라. 그러니까 너도 바쁘더라도 들려. 아버지가 이런 일 아니면 언제 얼굴 보겠냐고 하시더라. ]

“아…네, 알겠습니다.”

[ 은정이는 안 서방이 무슨 일이 있어서 못 온다고 하던데…너라도 얼굴 비춰야지. ]

엄마의 반응을 보니 아직도 은정이가 임신한 사실을 모르시는 것 같았다. 아빠 환갑에 서프라이즈 선물로 공객한다고 했으니 나도 비밀을 지켰다.

“네, 걱정하지 마세요. 시간 내서 내려갈게요.”

[ 그래, 그럼 그때 보자. ]

엄마의 목소리를 그리 밝지 않았는데 고모들에게 실망한 일이 있어서 그런 것 같았다.

예전에 할아버지 돌아가시고 땅 문제 때문에 잡음이 좀 있었는데 그 일 이후로 아버지는 고모들에게 실망하셨고 한동안 고모들도 우리 집에 오시지 않았다.

은정이는 사촌들과 친해서 가끔 소식을 듣기는 했는데 다들 잘 살고 있는 것 같아서 나는 별로 궁금하지는 않았었다.

이제 땅도 없으니 예전처럼 다툴 일은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모인다고 하니 신경은 조금 쓰였다.

‘이번에는 별일이 없어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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