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9 화
“8월 실적 예상 자료 받았는데 생각보다 잘했네?”
“감사합니다. 본부장님.”
로이스에서는 매월 1일이 되면 매장 운영 실적에 관한 예상 치를 본사에 보고한다.
실제 전체 실적이 나오려면 15일이 넘어야 되기 때문에 미리 문제점을 파악하고 다음 달 매장 운영에 개선을 진행하기 위해서 일단 업장에서 문제점을 진단하고 자체적으로 피드백을 하는 것이다.
최지연도 8월 영업이 끝나자마자 실적 자료를 작성하여 본사로 보냈는데 다행히 강훈의 마음에 든 것 같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매출을 높이기 위해서 1+1을 진행했고 인건비 아끼기 위해서 자신의 시간을 갈아넣었다.
거기에 다른 매장으로 비용을 분산하기까지 했다.
실적이 안 좋게 나온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말이야. 요즘에 알로하가 너무 까부는 것 같은데 그 너튜브에 영상 올라왔던데 봤나?”
최지연도 쭈영이의 너튜브에 올라온 영상을 봤다. 안 그래도 알로하의 경품 이벤트 발표 때문에 신경을 쓰고 있었는데 의외의 곳에서 타격을 받았다.
알로하가 뉴스에 출연한 이후에 가뜩이나 고객들이 그쪽으로 몰리는 것 같아서 신경이 쓰였는데 쭈영이의 너튜브까지 출연하다니 아마 알로하에 당분간 고객이 가는 것은 지속될 것 같았다.
“네, 봤습니다.”
“그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뭐지?”
강훈의 말에 최지연은 할 말이 없었다. 딱히 대응은 생각한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실적 자료 준비하는 것만 해도 바빴다.
자신들도 너튜브에 출연하는 방법?
어려웠다. 아마 쭈영이 급의 너튜브를 섭외하려고 하면 상당한 홍보비가 깨질 것은 분명했다. 이것은 본사 차원에서 할 일이지 자신의 선에서 추진하기는 어려웠다.
“죄송합니다. 바로 생각해보겠습니다.”
최지연은 일단 이 상황을 넘기기로 마음 먹었다. 그때 강훈이 말했다.
“지연아, 전에도 말했지만 너는 다 좋은데 생각의 유연성이 부족해. 내가 일을 잘할 수 없으면 상대방을 흔들 줄 알아야지.”
“그게 무슨 말씀인지…”
“네가 실력으로 점장이 되었나?”
강훈의 말에 최지연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건 아닙니다.”
“김정훈이 그만두게 만들었기 때문에 자네가 점장을 할 수 있었던 거 아닌가?”
“맞습니다.”
“내가 이번에는 한 번 도와줄 테니까 앞으로는 좀 창의적으로 움직여봐.”
“도와준다니 무슨 말씀이신지…”
“한영 축산이라는 곳에서 연락이 올 거야. 다음 주부터 광주 지역 점포들은 거기에서 고기 받기로 했어.”
“혹시 그 한영 축산이라는 곳이 알로하에 고기를 집어넣고 있는 곳입니까?”
“어, 맞아. 내가 따로 진행한 일이니까. 광주 지역 점장들에게는 최 점장이 전달해줘.”
“네, 알겠습니다.”
최지연은 이제야 상대방을 흔들라는 강훈의 말을 이해했다.
예전에 김정훈을 로이스에서 그만두게 만들 때도 강훈은 저런 식으로 괴롭혔다.
기존에 하고 있던 일들에서 조금 더 어렵게 조금 더 까다롭게 점점 더 힘들게 계속해서 변화를 주었는데 결국 김정훈은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게 되었다.
아마 강훈은 이번에도 그런 시도를 할 생각인 것 같았다. 아마 그 시작이 알로하의 고기 납품 업체를 가져오는 것이겠지.
‘나도 다른 방법들을 생각해 봐야겠다.’
****
“이게 이런 식으로 작업해서 들어가나요?”
“네, 그렇습니다.”
한영 축산으로부터 통보를 받은 다음날부터 나는 바로 고기 업체들을 돌아다니면서 고기들의 상태를 체크했다. 당장 다음 주부터는 다른 업체에서 고기를 받아야 했기 때문에 마음이 급했다.
“가격은 어떻게 해요?”
“돈카스용 등심 포션육은 1kg에 9,000원에 나가고 있습니다.”
‘그 전보다 비싸기는 하네.’
전에 한영축산 같은 경우에는 시기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그래도 1kg에 8,500원까지 물량을 집어 넣어 주었다.
최근에 고기 원육 값이 한 차례 상승했다고 들었는데 여기는 올린 가격으로 받고 있는 것 같았다.
“여기 붙어 있는 근막은 제거 해주시는 거죠?”
등심 부위 같은 경우 원육을 구매하면 하얗게 지방 같은 것이 붙어 있다. 이것을 근막이라고 불렀는데 그 전에 한영축산이 마음에 들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근막을 깔끔하게 벗겨서 보내 주었다.
나는 여기도 가능한지 물었는데 사장님이 고개를 저었다.
“저희도 작업을 하기는 하는데 깔끔하게 벗겨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런가요?”
“네, 저희도 최근에 사람이 줄어서 최소한의 작업만 진행하고 있습니다.”
“일단은 알겠습니다. 생각을 해보고 따로 전화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인사를 하고 업체를 나왔는데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고기는 신선했지만 근막 제거와 같은 부분이 아쉬웠다.
가게에서 제거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하루에 쓰는 모든 고기를 작업하기에는 손이 많이 가고 시간도 오래 걸렸다.
그렇다고 그냥 놔두고 튀겨 내자니 그것 또한 말이 안 되었다. 근막이 잘 제거되지 않은 상태에서 돈카츠를 튀겨내면 그 부위가 비계처럼 질기게 느껴져서 우리 가게 돈카츠의 기본 특징인 부드러움이 사라진다.
“일단 새로운 업체도 몇 군데 찾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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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에 시간이 날 때마다 계속 고기 업체를 돌아다녔는데 딱히 마음에 드는 업체를 찾을 수가 없었다.
고기의 등급만 따지고 보면 한영 축산과 비슷한 수준의 업체들이 있었지만 근막 제거와 같은 손질 부분이 마음에 걸렸다.
‘이제 시간이 별로 없어.’
내일이면 주말이었다. 이제는 업체를 정하고 주문을 넣어야지 다음 주부터는 고기를 받을 수 있었다.
‘일단은 필요한 고기를 받아서 가게에서 작업을 하는 수밖에 없겠군. 좀 힘들겠지만 내가 아침 일찍 나와서 작업을 해야겠어.’
나는 일단은 연락이 닿은 업체를 통해서 고기를 받을 계획을 세웠다.
해주는 곳이 없다면 내가 하는 수밖에 없었다. 혼자서 하면서 가능한 업체들을 수소문해 보는 수밖에 없었다.
대충 생각을 결정하고 다시 가게로 돌아가는데 바쁘게 움직여서 일까? 날씨가 엄청 덥게 느껴졌다.
이제 8월도 끝나고 9월이 되었는데도 아직 날씨는 많이 더웠다.
벌써 마스크를 쓰고 지낸 지도 6개월이 넘어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매일 쓰는 것이 답답했지만 이제는 꽤 익숙해졌는데도 마스크 속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입김 때문에 날씨가 더욱 뜨겁게 느껴졌다.
‘커피 좀 사갈까?’
최근에 업체들을 돌아보느라 가게에 비우는 일이 잦았는데 아이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줄 커피를 사기 위해서 가게 맞은편에 있는 벅스커피로 향했다.
솔직히 예전에 가게 옆에 맥다방이 있을 때는 벅스커피에 갈 일이 별로 없었다. 왠지 옆집 카페 사장님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방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벅스커피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다. 최근에 프랜차이즈에 관해서도 공부를 많이 하고 있는데 벅스커피는 배울 점이 많은 업체였다.
특히 모든 매장의 구조가 똑같아서 다른 매장의 직원들도 바로 일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신세계였다.
커피를 사러 들어가려고 했는데 벅스커피 옆에 있는 로이스가 보였다.
이제는 1+1 배너도 떼어져 있어서 가게 안이 보였는데 테이블에 앉아 있는 손님이 보이지 않았다.
점심시간이 꽤 지난 시간이라 그렇겠지만 그래도 로이스에 아무도 없는 모습을 보자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그때 로이스의 문이 열리면서 한 사람이 나왔는데 상당히 익숙한 얼굴이었는데 바로 한영축산의 사장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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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미안합니다. 사장님.”
“저랑 로이스의 관계에 대해서 제가 말씀 드렸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이러실 수가 있어요.”
예전에 로이스가 처음 들어올 때 로이스에 대해서 말하면서 한영 축산 사장님에게 고기에 대해서 각별히 신경을 써달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던 사장님인데 로이스에 고기를 납품하기 위해서 나에게 거짓말까지 했다니 배신감에 실망이 컸다.
“최근에 코로나 심해지면서 우리가 납품하는 식당들이 줄줄이 폐업했습니다. 나도 딸린 직원들이 있는데 업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어요.”
사장님은 자신의 사정을 이야기했는데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가게 오픈하면서 짧은 시간이었지만 섭섭하지 않게 해주었던 것으로 생각했다.
거기에 나중에 점포를 늘리면 사장님을 통해서 고기를 대량으로 매입할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이번에 떠난다고 들어서 조금 아쉬웠지만 개인적인 사정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이유가 자신들을 버리고 로이스에 가기 위해서라니 서운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럼 처음부터 사정을 말씀하시지 그러셨어요.”
“사장님이랑 로이스랑 관계를 알고 있어서 저도 좀 찝찝해서 그랬습니다. 그냥 이해해 주십시오. 비즈니스 아닙니까?”
그렇다. 사장님의 말이 맞았다.
한영 축산 사장님도 땅 파서 장사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자신에게 이익이 남아야 한다. 내가 그것을 가지고 이렇다 저렇다 평가할 필요는 없다. 그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그때 로이스의 문이 열리면서 최지연이 나왔다.
“남의 가게 앞에서 이러지 말아 주세요.”
최지연은 뻔뻔한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는데 나는 그것을 보고 있으니 어이가 없었다. 아마 사장님에게 접근한 것은 그녀가 아니면 강훈의 짓일 것이다.
“최지연, 네 생각이냐?”
“그게 중요한가요? 지금 오빠가 남의 가게 앞에서 영업 방해를 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죠.”
“뭐라고?”
나는 최지연의 말에 화가 났는데 그냥 참았다.
여기서 그녀와 싸울 필요는 없었다. 최근에 매출 경쟁에서 밀린 그녀가 생각해 낸 것이 고작 이런 방식이라니 오히려 미리 알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신 한영 축산 사장님에게 한 마디 해주고 싶었다.
“사장님, 아마 지금 선택을 후회하실 순간이 있을 겁니다. 로이스 깨끗해 보여도 생각보다 지독한 놈들이거든요.”
나는 한 마디 해주고 알로하로 돌아왔다.
최지연의 얼굴을 떠올리자 다시 화가 났는데 그때 가게 문이 열리면서 형제 김밥의 황동성 사장이 들어왔다.
“돈까스, 로이스 가서 한 판 했다면서?”
“네?”
“방금 동준이가 말해주던데 로이스 앞에서 한 판하고 있다고.”
나는 무슨 말인가 했더니 로이스 앞에서 잠깐 실랑이 한 것을 보고 동준이가 형님에게 이야기 한 모양이다.
일전에 술을 마실 때 로이스에 관한 이야기를 했었기 때문에 궁금해서 바로 달려온 것 같았다.
“아, 별일 아닙니다.”
“왜 그래, 나도 알려줘 궁금하단 말이야.”
나는 별일 아니라고 넘기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그도 식당을 하고 있으니 괜찮은 고기 납품 업체를 알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있었던 일을 말해주었다.
“와, 로이스 그렇게 안 봤는데 생각보다 치사하게 나오네.”
“그렇죠?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혹시 고기 손질까지 괜찮게 해주는 업체 알고 계시는 곳 있을까요?”
“업체? 당연히 있지. 내가 소개 시켜 줄게.”
나는 그런 곳이 있다는 사장님의 말에 관심이 생겼다.
“오, 진짜요? 그럼 알려주세요.”
“그런 일이 있었으면 진작에 나한테 말했어야지. 내가 예전에 말 안 했나? 내 예전 별명이 마장동 칼잡이였다고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