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8 화
“네, 괜찮습니다.”
“감사합니다. 시청자 여러분. 여기 진짜 맛있으니까 광주에 계시거나 놀러 오신 분들 꼭 한 번씩 들려보세요.”
쭈영이는 시청자들에게 가게에 와 달라고 적극적으로 추천해 주었는데 나는 비록 오늘 처음 본 사이지만 가게를 위해서 알려주는 그녀가 고마웠다.
촬영을 마치고 그녀가 계산을 하기 위해 카운터로 왔는데 나는 홍보비라 생각하고 돈을 받지 않으려고 했다.
“오우, 요즘에는 그러면 안돼요. 꼭 내돈내산 해야합니다.”
“내돈내산이요?”
“네, 제 돈 내고 먹은 음식 아니면 너튜브에 올릴 때 유료광고라고 표시해야 하거든요. 그러니까 결제 해주세요.”
그녀의 말에 나는 어쩔 수 없이 결제를 진행했다. 계산을 마친 나는 그녀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오늘 저희 가게 와주셔서 덕분에 홍보가 잘 될 것 같아요.”
“제가 도움이 된다면 다행이네요. 사실 요즘 코로나 때문에 식당들 어려운 곳 많잖아요. 아이들 도와주고 선행을 행한 가게가 그런 일을 당하니까 꼭 도와주고 싶었어요.”
“그러셨군요. 원래 광주에 사시는 거 아니죠?”
“네, 서울에서 왔어요.”
촬영을 위해서 여기까지 내려 오고 촬영하는 모습을 지켜보니 너튜버도 그렇게 편한 일인 것 만 같지는 않았다.
“멀리서 오셨군요. 감사합니다. 앞으로 방송 열심히 보고 너튜브 통해서 후원도 하고 하겠습니다.”
“네, 저도 다음에 생각날 때 또 가게 들리도록 하겠습니다. 너무 맛있었어요.”
그녀는 우리 가게 음식을 다시 칭찬했는데 빈말 같지는 않았다.
“감사합니다. 혹시 다른 가게와 비교 했을 때 부족한 점은 없던가요?”
매일 같이 먹방을 진행하고 수많은 가게를 다닌 그녀였다. 그동안 먹었던 돈카츠만 해도 산을 이룰 그녀였기에 나는 문득 그녀의 의견이 궁금했다.
“부족한 점이요?”
“네, 맛이나 여러 가지 면에서 요즘 발전을 시키려고 고민중이거든요.”
“아하, 지금도 맛있는데 더 발전시키려고 노력하시고 정말 대단하세요.”
“아, 아닙니다.”
“음…저는 다 괜찮았는데 돈카츠 소스가 조금 아쉬웠어요.”
“돈카츠 소스요?”
“네, 제가 매운 음식을 좋아하거든요. 저번에 갔던 돈카츠 가게에서 매운 소스가 있었는데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셨군요.”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의견이에요. 지금도 충분히 맛있으세요.”
나는 그녀의 말에 공감했다. 한국 사람들이 특히 매운 것을 더 좋아해서 그런지 그녀와 비슷한 의견을 SNS와 블로그에서 본 적이 있었다.
“그렇군요. 한 번 고민해 보겠습니다.”
****
9월 1일 아침.
나는 나의 SNS 계정에 어제 매장에서 촬영한 경품 이벤트 당첨자를 뽑는 영상과 글을 올렸다.
처음에는 그냥 당첨자만 적어두려고 했는데 조작이라고 의심하는 사람이 있을까 봐. 영상을 촬영하는 것으로 바꾸었다.
당첨을 기다렸던 사람들이 있었는 지 1등부터 3등 당첨자들에게 바로 연락이 왔고 나는 연락처 확인을 한 후 입금을 해주었다.
1등 상금 100만 원, 2등 상금 총 60만 원, 3등 상금 총 50만 원, 한 번에 210만 원의 상금을 지불했지만 왠지 큰 감흥이 없었다.
오늘 아침에 선풍 제약을 매도했기 때문이다.
선풍제약은 내가 생각한 차트의 방향대로 움직였다. 오늘 아침에 드디어 전 고점 근처인 150,000원에서 매도를 결정하였다.
사실 전 고점을 돌파해서 더 갈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무릎에 사서 어깨에 팔아라.’는 주식 격언도 있듯이 지금 가격을 돌파하여 신고가를 찍는 것을 머리라고 한다면 지금이 어깨인 것 같았다.
그래서 과감하게 선풍제약을 매도하였다.
선풍제약
수익률 166.97%
평가손익 +166,902,177
선풍제약을 매수하고 한 달 정도의 시간이 걸린 것 같다. 그동안 100%가 넘는 수익을 달성하고 1억 5천만 원이 넘는 돈을 벌어들였다.
이번달 가게를 운영해서 생긴 돈은 확장공사를 했기 때문에 마이너스라고 볼 수 있었는데 그 공사비용은 물론 다른 부대비용들도 다 주식으로 채울 수 있었다.
그래서 경품지급으로 나가는 돈에도 큰 감흥이 없었다.
‘이거 완전히 주식으로 전업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자만은 금물이었다.
‘이제 카페 사장님도 곧 퇴원해서 오시니까 그때는 좀 더 주식 투자를 늘려 보자.’
기쁜 일은 수익을 달성한 것 뿐만 아니었다.
SNS 팔로워 8,312
며칠 사이에 팔로워 숫자는 더욱 늘어났는데 경품 이벤트 때문인 것도 있지만 뉴스와 너튜브의 영향이 컸다.
<< 쭈영이가 간다! 광주 돈카츠 전문점 알로하! >>
조회수 610,312
어제 오후 쯤에 쭈영이의 너튜브에 우리 가게에 관한 영상이 올라온 것을 확인 했는데 채 24시간이 되지 않았는데도 61만 조회수를 달성하고 있었다.
영상에 남겨진 SNS 계정을 보고 팔로우를 해주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는데 덕분이 하루 만에 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 오 돈카츠가 바삭해 보이는 것이 너무 맛있어 보여요.
- 와, 여기 어디에 있는 가게 인가요?
- 쭈영이 볼 오물오물하는 거 너무 귀여움 ㅋㅋ
- 그러게 여기 돈카츠 먹어봤는데 흔한 돈카츠 가게는 아님 ㅋ
- 이번에 확장했는데 인테리어도 너무 예뻐요 ^^
영상의 반응은 너무 좋았는데 댓글들을 읽고 있으니 기분이 절로 좋아지는 것 같았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가게에 대해 좋은 평가를 해주고 있으니 자신감이 생기면서도 왠지 부담감도 생겼다.
‘더 열심히 하는 수 밖에 없지.’
****
다음날 오픈을 하기 위해서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가게 앞을 서성거리는 한 남자가 있었다. 나는 혹시 매장에서 식사를 하려는 고객인 지 궁금해서 문을 열고 나갔다.
“고객님, 식사 하시려고 그러세요? 저희 오픈 시간이 11시부터인데…”
나는 시계를 봤는데 지금은 10시여서 아직 오픈하려면 시간이 좀 있었기 때문에 고객에게 양해를 구했다.
하지만 문 앞에서 서성거리던 남자는 고객은 아니었다.
“아, 안녕하세요. 알로하 사장님 맞으시죠?”
“네, 제가 사장님입니다.”
“아, 안녕하세요. 저는 화정동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신상원이라고 합니다. 혹시 잠시 이야기 나눌 수 있을까요?”
“이야기요?”
“네, 가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쪽으로 들어오시겠어요.”
나는 그를 가게 안으로 들여서 테이블로 안내해 주었다. 그가 자리에 앉자 나는 찾아온 용무를 물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찾아오셨을까요?”
“아, 제가 사실 지지난주 주말에 여기서 가족들과 밥을 먹고 갔습니다.”
나는 밥을 먹고 갔다는 말에 문득 혹시 그때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걱정이 되었다.
“그러셨군요. 혹시 식사에 문제가 있었던 건가요?”
“아, 그런 거 아닙니다. 밥은 너무 맛있게 잘 먹고 갔습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혹시 알로하 분점을 내주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분점이요?”
“네, 사실 제가 운영하는 가게가 소바 전문점인데 최근에 코로나로 인해서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습니다. 그렇다고 가게를 접을 수도 없는 입장이어서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며칠 전에 우연히 여기 가게를 들렸다가 장사가 잘 되는 모습을 보고 업종을 바꾸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예 돈카츠 식당으로 바꾸시려고요?”
“네, 지금 저희 가게에서도 냉동이기는 하지만 어린이들을 위해서 돈카츠가 나가기 때문에 튀김기와 같은 기계들은 다 가지고 있습니다. 노하우랑 레피시만 알려주시면 바로 변경 가능할 것 같아서 이렇게 부탁드리려고 찾아왔습니다.”
신상원이라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는데 사정은 절실해 보였다.
그런 그와는 반대로 이것은 쉽게 정할 문제가 아니었다.
앞으로 프랜차이즈로 나가기 위해서는 분점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아무에게나 허락을 해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었다.
프랜차이즈에서 지점의 관리는 매우 중요하다. 지점 하나의 운영이 잘못 되어 전체 브랜드 이미지의 큰 타격을 주는 사례는 너무나도 많다.
특히 지금은 SNS, 너튜브 그리고 일반인들에게도 알로하의 좋은 이미지가 심어지고 있는 시점이었다.
그래서 알로하라는 브랜드가 자리를 잡기 전까지는 가맹점보다는 내가 직접 직원을 뽑아서 운영하는 직영점을 위주로 넓혀갈 생각이었다. 돈은 충분히 넘쳐나니까 말이다.
그런 마음을 먹고 있었기 때문에 신상원이라는 사장님의 제안은 조금 고민이 되었다. 나의 고민을 그도 느꼈는지 간절하게 말했다.
“로열티라던지 가맹비 같은 것은 지불 할 생각이 있습니다.”
“사실 분점을 낼 생각은 있었으나 직영점으로 운영할 생각이어서 조금 고민이 되네요…”
내가 말을 줄이자 그는 급히 말을 보탰다.
“매장 운영도 여기 본점이 하는 것 만큼 할 자신이 있으니 제발 허락해 주십시오.”
그는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그는 오늘 처음 본 사이였다. 말만 듣고 믿고 일하는 것은 좀 아닌 것 같았다.
“일단은 연락처 남겨주시겠어요. 여기 가게도 오픈한 지 얼마 안 돼서 생각을 좀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부디 긍정적인 답변 기다리겠습니다.”
신상원은 나에게 연락처를 적어주고 인사를 하고 가게를 나갔다.
안 그래도 양배추 소스에 관계된 OEM 공장을 알아보고 만들어 내면서 분점을 낼 계획을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직접 찾아 오니 생각이 복잡해졌다.
그렇게 고민을 하고 있을 때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
<< 한영 축산 사장님. >>
전화를 확인해보니 우리 가게에 고기를 납품해주고 있는 축산 가게의 사장님이었다.
“여보세요. 네, 사장님. 알로하입니다.”
“아…사장님. 안녕하세요. 저 한영축산입니다.”
“네, 이 시간에 무슨 일이세요?”
가끔 고기가 부족할 때를 빼고는 그가 먼저 나에게 전화를 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무슨 일인지 궁금해서 물었다.
“저…죄송한데 다음주부터 고기 납품하기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른 업체 알아보셔야 할 것 같아요.”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사장님.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가 사정이 생겨서 알로하에 고기 넣기가 빠듯할 것 같아서…”
“그래도 그런 말씀을 이렇게 갑자기 하시면 어떻게 해요.”
“정말로 죄송합니다. 이번 주 까지는 주문하신 물량 넣어드릴게요. 다음주 부터는 새로운 업체 알아보셔야 할 것 같아요.”
한영 축산 사장님과는 그동안 별다른 트러블이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그만 둔다고 하니 나는 조금 어이가 없었다.
“혹시 고기 값이 많이 올라서 그러세요? 제가 조금 더 계산 해드리겠습니다.”
그동안 우리 가게에 좋은 고기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게에 납품해주고 있어서 마음에 들었는데 나는 혹시나 가격 적인 부분이 부담스러워져서 그만두나 하는 생각에 조정을 해주려고 말했다.
“아, 그런 거 아닙니다. 자세한 사정은 말씀 못 드려서 죄송해요. 그럼 전화 끊겠습니다.”
나는 끊긴 전화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무언가 말 못할 사정이 있는 것 같았지만 조금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언제까지 고기를 꼭 대주겠다고 계약한 것도 아니어서 막을 수 있는 방법도 없었다.
‘소스가 아니라 고기 업체부터 찾아야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