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4 화
주식 어플 호걸문에는 모의 투자라는 기능이 있다.
실제 자신의 돈으로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주식을 처음 시작하는 이들을 위해서 증권사에서 임의로 준 금액으로 일종의 투자 연습을 하라고 만든 기능인데 가게 확장 공사를 하고 있을 때 이런 것이 있는 지 처음 알았다.
그리고 그동안 너튜브를 통해서 배운 주식 지식과 매매 법을 이용해 모의 투자를 진행했었다.
모의 투자 수익률 21.3%
거의 한 달이 못 된 시간 동안 내가 올린 수익률이었다.
매매를 적극적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내 실력을 테스트하기 위해서 해본 것이었는데 의외의 결과에 나도 놀랐다.
그리고 그동안 공부하면서 느낀 건데 주식은 일종의 심리 게임이라는 것과 주가를 움직이는 것은 세력이라는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세력들의 심리를 이해해야지 주식을 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차트와 호가창 그리고 너튜브를 보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는데 개미가 만들어 낼 수 있는 흐름이 있고 개미들이 만들 수 없는 흐름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이것이 어떤 것을 말하는 지 이제는 좀 알 것 같았다.
상현이에게 선풍제약이 더 갈 것 같다고 말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 전고점 넘긴다고? ]
“저번에 크게 상승 주었을 때가 1상 신청하고 코로나 관련 치료 효과 있다고 뉴스들 떴을 때잖아.”
[ 그렇지. ]
“근데 네가 주포라고 생각해봐. 앞으로 코로나는 점점 더 심해지고 있고 치료제는 더더욱 필요한 상황에서 내 보낼 수 있는 뉴스가 2상, 3상도 남았는데 여기서 멈춘다? 조금 아깝지 않겠어?”
주포란 종목의 흐름을 바꿔 놓는 대규모 투자자를 말하는데 그 종목에 관여한 여러 세력들 중에서 대장이라고 보면 된다.
[ 아깝지... ]
“내가 전 고점 돌파할 것 같다고 말한 이유야.”
[ 나름 신빙성이 있는데? 너 그동안 공부 좀 했나 보다. ]
“내 돈으로 하는 건데 당연히 공부해야지.”
[ 그래? 그럼 네 말은 사는 게 좋다는 거지? ]
나의 말이 설득력이 있었는지 예전에는 종목을 추천해줬던 상현이가 이제는 나에게 의견을 물어보고 있었다.
“그냥 좋아 보인다는 거지. 알지? 주식에 100% 없다는 것.”
[ 알지. 나도 좀 더 생각해 봐야겠다. 이제 일 해야겠다. 나중에 다시 전화하자. ]
“오케이.”
전화를 끊은 선풍제약의 차트를 보면서 생각했다. 지금 흐름은 좋다. 하지만 주가를 움직이는 것은 세력이다.
세력들의 생각은 예상할 수 있어도 내부 사정까지는 알 수 없으니 나쁜 흐름으로 변했을 때 손절이 필요한 것이다.
실제로 모의 투자 할 때도 30% 정도는 내 생각과 완전히 다르게 움직인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이 70% 정도가 내 생각대로 움직여 주었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다.
솔직히 그동안 주식투자를 진행하는 것에 망설임이 있었다.
당연한 이유였다. 예전에도 말했지만 로또 당첨자들 중에서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주식과 같은 투자 때문에 망했다.
은연 중에 나도 욕심을 부리면 망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있었다.
하지만 실전으로 투자한 선풍제약에서 100%의 수익률을 달성했다. 자신감이 생겼다.
솔직히 말해서 알로하를 키워서 프렌차이즈를 만드는 것 만으로는 로이스를 따라잡기 어려웠다. 뭔가 다른 힘도 필요했다.
‘좀 더 적극적으로 투자 해야겠다.’
그동안은 1억 원으로 투자했지만 나는 이번 기회에 투자금을 조금 더 늘릴 계획을 세웠다. 생각해 보면 지금이 좋은 기회였다.
코로나 상황 때문에 현물 경제가 안 좋은 것과 반대로 주식시장은 역대 급 호황이라고 말하고 있다.
능력만 있다면 자산을 불리기에 아주 좋은 상황인 것이다.
‘세력이라는 파도에 휩쓸려갈 개미가 될지 파도를 타면서 헤쳐 나가는 슈퍼 개미가 될지 한 번 해보자.’
****
“여기 주문 좀 받아주세요.”
“네, 어떤 걸로 주문하시겠어요.”
“런치 세트 3개 주세요.”
“네, 런치 세트 3개 맞으시죠?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주문이 끊임 없이 밀려온다는 게 이런 느낌일까?
오늘 손님이 많이 올 것으로 예상하고 평소보다 더 많이 준비하기는 했는데 그래도 정신이 없었다.
“사장님, 너무 힘든 것 같아요.”
평소에는 군말 없이 일하던 선우도 계속해서 들어오는 설거지에 많이 지쳐 보였다.
“조금만 있으면 브레이크 타임이니까 힘내자.”
정신 없이 바빴지만 뉴스를 보고 온 손님들이 계산을 하면서 응원도 많이 해주어서 즐거운 마음으로 일할 수 있었다.
“사장님, 뉴스 봤습니다. 힘내세요.”
“네, 감사합니다.”
그렇게 한차례 폭풍우가 지나가고 브레이크 타임에 아이들과 같이 밥을 먹고 잠시 쉬고 있었는데 가게 문이 열리면서 익숙한 얼굴이 들어왔다.
나의 로이스 입사 동기 부산 해운대점 양혜원 점장이었다.
“어! 점장님.”
나는 그녀를 발견하고 엄청 놀랐는데 그녀는 웃으면서 가게를 두리번거렸다.
“가게 완전 예쁘게 잘 만드셨는데요?”
“네, 신경을 좀 썼습니다. 그런데 여기 광주까지 어쩐 일이세요?”
“아, 여기 상무점 지원 나왔는데 일 끝나고 부산 가기 전에 인사 드릴 겸 와 봤어요.”
“잘하셨어요. 나가시죠. 제가 맛있는 커피 사드릴게요.”
그동안 몇 번 통화를 하기는 했지만 오랜만에 보는 그녀가 나는 정말로 반가웠다. 그녀를 데리고 가까운 카페에 갔는데 자리에 앉자 그녀가 말했다.
“근데 장사 너무 잘 되시는데요? 솔직히 놀랐어요.”
“그런가요?”
“네, 사실 아까 밥도 먹을 겸 점심시간 맞춰서 왔는데 너무 바빠 보이셔서 그냥 다른 곳에서 점심 먹었어요.”
“그냥 오셨어도 되는데...”
“에이, 같은 직업 종사자끼리 그러면 좀 민폐죠. 손님 한 팀이라도 더 받으셔야지.”
“근데 진짜로 지원 오셨네요?”
저번에 지원 관련 메일을 받았다고 그녀에게 이야기를 들었을 때 진짜로 지원을 올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왔다가 갔다 하는 교통비에 여기서 머무는 숙박비, 식비 등 부산에서 지원을 받았을 때 나가는 출장비가 상당할 것이다.
그리고 보통 이런 출장비가 발생하면 지원을 받는 매장에서 처리해야 한다. 최지연이 이미 재료비로 실적의 압박이 상당할 것 같은데 지원까지 받다니 의외였다.
“네, 어쩔 수 없었어요. 본부장이 지원 가라고 하는데 제가 거절할 수가 있나요.”
“그렇게 장사가 잘 돼요?”
“아니에요. 오픈 할 때 반짝 했었는데 지금은 매출 많이 줄었어요.”
“많이 줄었어요?”
“네, 생각보다 고객님들이 다시 매장에 방문을 안 하는 것 같아요.”
“그래요? 로이스가 맛이 없는 건 아닌데 왜 재방문율이 떨어질까요?”
돈까스 업계 1위 브랜드는 괜히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나도 로이스에 있어봐서 잘 안다.
그래도 한번 방문한 고객님들은 로이스의 맛에 만족하고 다시 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재방문율이 떨어지다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건 제 생각인데 아무래도 이번에 1+1 기한 연장하면서 고기 단가 맞추려고 더 안 좋은 고기 쓴 거 같아요. 부산에 있는 매장하고 비교했을 때 재료 상태가 너무 안 좋던데. 먹어봤을 때 비계도 많고 퍽퍽하고 아주 별로 였어요.”
“그래요?”
“근데 재료도 문제인데 직원들도 문제에요.”
“직원들이요? 기존에 수완점 직원도 있었고 오픈하면서 새로 뽑은 직원도 있지 않나요?”
한승이가 일을 그만 두기는 했지만 기존에 수완점에는 최지연을 제외하고도 3명의 직원이 더 있었다.
거기에 내가 알기로 나와 한승이가 그만두고 뽑은 새로운 직원 1명까지 있었다. 알바들도 있으니 저 정도 규모의 매장을 운영하기 어려운 정도는 아니었다.
“그 수완점 폐점하고 이쪽으로 온 직원들 중에서 2명이 그만뒀어요. 특히 주방은 오픈하면서 새롭게 뽑은 직원 밖에 없는데 얼마나 운영이 잘 되겠어요. 다른 곳에서 지원 받아서 겨우 돌리고 있는데 솔직히 지원 온 사람들이 자기 매장도 아닌데 열심히 하나요?”
나는 그녀의 말에 공감했다. 지원을 많이 다녀봐서 어떤 느낌인 지 잘 알고 있었다.
사장인 나와 마인드 자체가 다르다.
열심히 일하나 안 하나 받은 월급은 똑같다. 그런데 타지까지 와서 고생을 더 해야 하는데 기분이 좋을 사람은 없다.
당연히 일은 설렁설렁할 것이다. 매장에 기존 직원들이 있어서 일이라도 적으면 괜찮겠지만 사람이 부족하여 자신의 업무가 많아 진다고 한다면 대충대충 일할 것이 분명했다.
“그랬군요. 근데 기존에 있던 직원들은 왜 그만 뒀어요?”
기존에 있던 직원들 모두 최지연과 친했었다. 한승이가 나를 따랐다고 한다면 다른 직원들은 최지연과 더 가깝게 지냈다.
그런데 갑자기 그만 뒀다고 하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최지연 점장이 인건비 관리한다고 엄청 타이트하게 매장 돌린 것 같아요. 안 그래도 오픈해서 매장에 일이 많은데 그것 때문에 다툼이 있었나 봐요.”
“그랬군요. 최지연 점장 때문에 점장님이 고생하시네요.”
“네, 지금 짜증 나 죽겠어요. 본부장님이 이거 지원 온 출장비도 각자 매장에서 처리하라고 하시네요.”
“네? 그건 말이 안 되죠. 최지연 때문에 일어난 일인데 그걸 다른 매장에 분산하는 건...말이 안되는데요?”
“그렇죠? 근데 이거 본부장님이 승진하시고 처음 오픈 진행하는 점포잖아요. 실적 좋게 나와야 한다고 그렇게 하라고 하시네요. 저희가 뭐 힘이 있나요? 까라면 까야지.”
“하...최지연 때문에 점장님이 고생이 많으시네요.”
“솔직히 이번에 이것 때문에 로이스에 정 많이 떨어졌어요.”
그녀는 착잡한 표정으로 말했는데 나는 공감이 되었다. 나 역시 저런 마음으로 일을 그만 두었기 때문이다.
“일...그만 두실 생각이세요?”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근데 점장님 이렇게 장사 잘 되시는 거 보니까 저도 제 가게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네요.”
“점장님은 가게 하셔도 잘 하실거에요.”
“그런가요? 저 나중에 일 그만두고 가게 차린다고 하면 도와 주실 거죠?”
“당연히 도와드려야죠. 입사하고 저 많이 도와 주셨잖아요.”
“근데 퇴사는 고민 좀 해봐야 할 것 같아요. 코로나도 심해지고 있어서 당분간은 로이스에 붙어 있어야 할 것도 같아서 말이죠.”
그녀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 후 헤어졌는데 로이스의 사정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아니 어느 정도는 느끼고 있었다. 오픈 초기 로이스에도 밖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우리 가게는 계속해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이 끊이지 않고 있었다.
분해하고 있을 최지연의 모습을 생각하자 속이 시원해지는 것 같았는데 이제 시작이었다. 나는 계속해서 장사가 더 잘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최지연 역시 로이스를 그만두게 만들 것이다.
****
토요일 아침이 되자 나는 단비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직 오늘 어떤 것을 할 지는 전해 듣지는 못했는데 그녀와 오랜만에 만날 생각을 하니 조금 기대가 되었다.
“여보세요.”
[ 오빠, 일어나셨어요? ]
“어, 방금 일어났어. 우리 몇 시에 볼까?”
[ 우리 오후 5시에 봐요. ]
오랜만에 데이트라 낮부터 만나서 그녀와 놀 생각을 했는데 생각보다 늦은 시간이라 조금 의아해 했다.
“그래? 오늘 뭐 할 생각이야?”
[ 이따가 5시에 저희 집으로 오세요. 우리 오늘 집에서 놀아요. ]
“집으로?”
[ 네, 지금 확진자 많아서 돌아다니기 좀 무섭잖아요. 제가 저녁에 맛있는 거 해드릴게요. 집으로 오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