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3 화
“안녕하십니까. 다음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사건 사고들을 다뤄보는 시간입니다. 추현영 기자 나와주세요.”
“네, 안녕하십니까 MBS 기자, 추현영입니다.”
“오늘 소개해 주실 이 사건, 최근 코로나 때문에 어려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을 더욱 힘들게 한 사건입니다. 정확히 어떤 내용인가요?”
“지난 2020년 4월부터 약 4개월 동안 전국에 식당, 반찬가게 등에서 음식을 먹고 돌멩이가 나와서 이빨이 부러졌다면서 치료비와 합의금을 주지 않으면 언론에 알려 장사를 하지 못하게 만들겠다고 협박하여 적게는 10만 원에서부터 많게는 100만 원 이상까지 가게 사장들로부터 돈을 뜯어낸 40대 남자를 구속한 사건입니다.”
“그렇군요.”
“네, 특히 자신을 기자라고 사칭하여 기사를 내는 것은 물론 행정청에 고발하여 장사를 못하게 만들겠다는 등 점점 협박 강도를 높이는 수법을 사용하다 보니 가뜩이나 코로나로 인하여 생계가 어려워진 자영업자들로서는 사기꾼의 협박에 응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음식에서 나온 이 돌멩이가 실제 조리과정에서 들어간 것도 아니라고 하던데 맞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사기꾼이 미리 준비한 돌멩이를 음식에 집어넣는 수법을 사용했습니다. 사실 식당의 위생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혹시 이런 사실이 고객들에게 알려질까 봐. 돈을 건네 준 겁니다. 사실 고객이 음식물에 이물질이 들어 있다고 주장하면 가게 입장에서 이것의 무죄를 증명하는 것이 어렵다 보니 최근에 이런 사기 범죄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일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습니까?”
“네, 네 이런 종류의 범죄가 굉장히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가령 배달 어플에 별점 테러를 주겠다면서 환불을 요구하는 경우라던지, 음식에 간이 안 맞다 면서 돈을 낼 수 없다고 그냥 가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요. 더욱 큰 문제는 단순히 금전적 어려움 때문만이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배달 음식 공짜로 먹는 법’과 같은 방식으로 전파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고 보입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그런 범죄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 상당히 충격이네요.”
“네, 이번 사건이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 사기 사건의 범인이 마지막으로 들린 가게가 평소 어려운 아이들에게 음식을 공짜로 주는 등 선행으로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던 가게라는 점에 있습니다.”
“저런 큰일 날 뻔 했군요.”
“네, 그렇습니다. 다행히 범인의 행동을 이상하게 생각한 사장이 CCTV를 돌려본 결과 4개월 동안 벌여 온 범죄행위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는데요. 범인이 평소 평판이 좋았던 가게들을 노려서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한 내용 들려드리겠습니다.”
곧이어 화면이 전환되고 TV에 내가 인터뷰한 내용이 나오기 시작했다.
나에게 사건 내용을 전해 들은 추현영 기자님은 바로 인터뷰를 하기 위해 바로 광주까지 내려오셨다.
오히려 그 전 내용보다 이슈가 될 것 같다면서 관심을 가지셨고 촬영을 마친 후 8월 24일 저녁에 뉴스는 방영되었다.
나는 퇴근 후 뉴스를 실시간으로 확인했는데 내가 생각한 대로 내용이 잘 나간 것 같았다.
처음에 추현영 기자가 나의 모습까지 촬영을 하고 싶어 해서 고민을 하였는데 뉴스에 나오는 게 조금은 부담스러웠지만 그래도 사건의 진정성을 알리고자 출연을 결심했다.
TV에 나온 모습이 조금 어색했는데 그래도 생각보다 긴장하지 않고 말을 잘한 것 같았다. 한참 뉴스를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 정훈아, 방금 뉴스에 나온 거 너 맞지? ]
생각해보니 부모님은 날씨를 보기 위해 뉴스를 잘 챙겨보는 편이셨는데 내가 TV에 나오는 모습을 보고 놀라서 전화를 하셨나보다.
“네, 저 맞아요.”
[ 그래? 가게는 별일 없는 거야? ]
“네, 별일 없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 그 사기꾼은 어떻게 됐어? ]
“그 경찰에 넘겼고 구속됐으니 곧 검찰에 송치 될 거에요.”
[ 큰일 날 뻔 했네.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그러는 지 요즘에는 저런 걸로 사기 치고 다니는 사람도 있구나. ]
“세상에 별의 별 사람 다 있죠. 엄마, 아빠도 그러니까 시골 사람들 인심 좋다고 막 믿고 그러지 마세요. 세상일은 모르는 거에요.”
[ 그래, 그래도 별일이 없다니 다행이다. ]
“네, 그러니까 걱정 안 하셔도 돼요.”
[ 그래, 나쁜 일이 있으면 좋은 일도 있다고 하더라. 기분 좋게 생각해라. ]
“네. 엄마 쉬세요.”
엄마와의 전화를 끊고 이제는 좀 쉬려고 했는데 다시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이번에는 단비였다.
“여보세요.”
[ 오빠, 괜찮아요? ]
“응? 갑자기 왜?”
[ 가게에 사기꾼 다녀 갔다면서요. 방금 뉴스 봤어요. ]
단비까지 뉴스를 봤다니 생각보다 뉴스의 영향력이 강한 것 같았다.
“어...뉴스에 나온 그대로야. 우리 가게에서 사기 치려고 했는데 CCTV 확인해서 잡을 수 있었어.”
[ 그거 다행이네요. 어우 나쁜 놈, 진짜 제가 다 화나네요. CCTV 없었으면 큰일 날 뻔 했잖아요. ]
그녀는 잔뜩 화가 나서 씩씩거렸다. 어떻게 된 일인지 당사자인 나보다 더 화난 것 같았다.
“그렇기는 하지. 근데 잡았으니까 괜찮아. 근데 백화점 식당에도 이런 일 많이 있지 않아?”
예전에 아울렛에 있을 때도 1년에 한 번 정도는 이런 사건이 일어났던 것 같다. 우리 가게에서는 아니지만 다른 가게에서 일어난 일들도 전달되곤 했다.
[ 네, 맞아요. 올해 3월에 비슷한 사건 있었는데 일이 커질 뻔 했죠. 그때 생각이 나서 더 화가 나는 것 같아요. ]
“그랬구나.”
[ 근데 그 일 해결 잘해서 승진할 수 있었거든요. 그러니까 오빠도 너무 마음 쓰지 마세요. 나쁜 일이 있으면 좋은 일도 있다고 항상 긍정의 마인드 잘 아시죠? ]
나는 그녀의 말을 듣고 있다가 웃음이 나왔다. 왠지 말하는 게 방금 전에 전화 온 엄마랑 똑같았기 때문이다.
[ 왜, 웃으세요? ]
나의 웃음소리를 듣고 그녀가 궁금한 듯 물었다.
“아, 사실 방금 어머니에게 전화가 왔거든 근데 나보고 나쁜 일 있으면 좋은 일도 있다고 신경 쓰지 말라고 했어. 단비가 엄마랑 똑같은 이야기 하니까 신기해서.”
[ 아, 어머님이 저랑 성격이 비슷하신가 보네요. ]
“그런가?”
나는 성격이 비슷한가 생각해 보았는데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대신 나를 편하게 해주고 잘해준다는 점에서는 비슷했다.
[ 아, 이번 주에 언제 쉬세요? ]
“ 토요일에 쉴 것 같은데...왜 무슨 일 있어?”
[ 저번에 맛있는 거 사준다고 하셨잖아요. 저도 이제 세일 끝나서 시간 좀 있는데 주말에 보는 거 어떠세요? ]
“그래. 그렇게 하자.”
생각해보니 가게 오픈하고 나서 정신없이 바빠서 그런 지 그녀와 제대로 만난 적이 없었다.
[ 그럼 오빠는 가게 일 때문에 바쁘시니까 제가 뭐하고 놀지 생각해 놓고 있을게요. ]
“진짜? 너무 좋은데?”
[ 헤헤, 사실 하고 싶은 게 있었거든요. 기대하세요. ]
“그래, 주말에 보자.”
****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던 나는 깜짝 놀랐다.
SNS에 DM이 엄청 많이 와 있었기 때문이다. 평소 같으면 2~3개 정도의 DM이 왔었다. 그것도 거의 광고 문의 같은 것이 많았는데 오늘 아침에는 백 개가 넘는 DM이 와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지 하고 내용을 읽어 보았는데 어제 뉴스를 보고 가게가 잘 되기를 바란다는 응원의 메시지였다.
알고 보니 어제 뉴스로 방영되었던 내용이 너튜브에도 올라갔는데 댓글에 우리 가게가 어디에 있는 지와 나의 SNS 계정까지 누군가 적어두었다.
그 링크를 타고 SNS까지 와서 글을 남겼는데 많은 사람들의 응원을 받으니 기분이 엄청 좋아졌다.
나는 연락 온 DM에 하나하나 감사의 답장을 하였다.
또 응원해주는 것 뿐만 아니라 SNS 팔로도 눌러 주었는데 벌써 5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나의 계정을 팔로워 해주고 있었다.
- 사장님 너무 훌륭하십니다.
- 어려운 때 힘내세요!
- 여기서 돈카츠 먹었는데 너무 맛있어용 ^^ 다음에 또 가겠습니다.
- 사장님 너무 잘 생기셨서요. 여자친구 있으세요?ㅎ
관심이 너무 높아져서 일까?
DM에는 잘생겼다. 연락하고 지내고 싶다는 연락도 있었는데 그런 것들에는 답장을 남기가 좀 부담스러웠다.
“이거 오늘도 바쁘겠는데?”
너튜브에 올라온 영상을 보니 예전에 아이들을 도와주고 관련된 영상이 올라갔을 때보다 관심이 더 많은 것 같았다.
그때처럼 손님이 쏟아져 들어올 것을 떠올리니 빨리 가게로 가서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졌다.
그때 핸드폰의 전화가 울렸다.
“여보세요.”
[ 어, 정훈아. 나 상현이. ]
“어, 상현아. 너도 뉴스 봤냐?”
오랜만에 상현이에게 온 전화였는데 나는 그가 뉴스를 보고 전화를 한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었다.
[ 뉴스? 무슨 뉴스? ]
“아, 나 어제 뉴스에 출연했거든 그거 때문에 전화 한 거 아니야?”
[ 그래? 뉴스 못 봤는데. 이따가 찾아볼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
“그래? 그럼 뭐가 중요한데?”
[ 선풍제약 ]
“선풍제약? 무슨 문제 있냐? 또 떨어졌어?”
저번에 선풍제약을 매수한 이후로 그냥 가만히 두었다.
V자 반등으로 올라온 후 3천만 원 수익권에서 횡보중이었고 가게 일 때문에 바빠서 일단은 지켜보자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상현이의 전화에 저번 폭포수처럼 떨어진 건 아닐지 걱정이 되었다.
[ 아니, 올랐어. 어제 오늘 합쳐서 30%는 오른 것 같아. 지금 11만 원 넘었어. ]
나는 상현이의 말에 놀라서 주식 어플을 들어가 보았다. 내가 매수했을 때가 56,000원 이었는데 차트를 확인해보니 112,000원을 돌파하고 있었다.
100% 수익률을 넘어서고 있었던 것이다.
잔고를 확인해보니 자그마치 1억이 넘는 수익률이 찍히고 있었다. 수익을 확인한 나는 다시 상현이에게 말했다.
“오, 많이 올랐네. 너 아직도 가지고 있었냐?”
[ 아니, 그때 반등 올라왔을 때 팔았지. ]
“팔았다고?”
그때 분위기로 봐서는 계속 들고 갈 것 같았는데 참지 못하고 팔았던 모양이다.
[ 어, 또 떨어질까봐. 무서워서. ]
“팔았는데 왜 또 고민하고 있냐. 잊어 버려야지.”
[ 근데 이거 차트 보면 전 고점 까지 갈 것 같지 않냐? 요 며칠 강하게 올라주는 게 느낌이 쌔해서 지금 들어가면 좀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네 생각은 어떠냐? ]
“뭐야, 네가 나 주식 알려준다고 하더니 이제 나한테 물어보는 거냐?”
[ 아니, 저번에 V자 반등 맞추는 거 보니까 네가 차트 공부는 좀 한 것 같더라. 지금 상황 어떤 것 같아? ]
나는 녀석의 말에 잠시 차트를 살펴 보았다. 그리고 그동안 공부한 주식 고수들의 말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인터넷에 이것, 저것 검색해 본 후에 상현이에게 말했다.
“내가 봤을 때 이거 전 고점 넘길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