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2 화
‘1+1 연장했구나.’
로이스 1+1 배너를 내리지 않아서 의아해 했는데 이제 보니 기간을 연장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의외의 결정이었지만 상관없었다. 우리 가게도 장사가 잘 되고 있으니까 말이다.
“런치 세트 1개 나왔습니다.”
내가 돈카츠를 썰어서 메인 접시에 올려놓자 선영이가 와서 상을 세팅한 후 손님에게 가져갔다.
새롭게 오픈한지 2주가 넘었는데 이제는 다들 적응을 해서 이제는 호흡이 잘 맞았다.
한차례 주방에 들어가 한승이를 도와준 후 다시 홀로 나와서 카운터에 서 있었는데 수북이 쌓인 경품 응모함이 눈에 들어왔다.
이미 한 개는 가득 차버려서 다른 응모함을 새롭게 구입했는데 이것도 차는 것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았다.
SNS 팔로워 2,234
늘어나는 경품 용지와 함께 SNS의 구독자도 점점 늘어나고 있었는데 나의 SNS를 보고 은기도 한 마디 했다.
‘야, 이거 나보다 늘어나는 속도가 빠른데?’
늘어나는 손님만큼 가게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서 이제는 꽤 많은 댓글도 달리고 있다. 예전에는 댓글 하나하나에 감사의 인사를 남겼는데 이제는 좀 한계가 왔다.
‘시간 있으면 일상 사진들도 올리고 그래. 그럼 사람들이 좋아해.’
은기는 너무 메뉴 사진만 올리지 말고 일상적인 모습도 올리라고 했는데 매일 가게와 집을 반복하는 나에게는 이게 일상적인 모습이었다.
‘억지로라도 찍어야 하나.’
그렇게 SNS를 살피고 있을 때 선영이가 놀란 표정으로 나에게 다가와 말했다.
“사장님, 7번 테이블에서 손님이 식사하시다가 돌멩이가 나오셨다고 하시는데요...어떻게 하죠?”
나는 선영이의 말에 놀라서 얼른 그 테이블로 가보았다. 자리에는 40대 남성 한 분이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안 좋은 표정을 짓고 턱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진짜 아픈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나는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가까이 가자 그가 말했다.
“사장님이세요?”
“네, 고객님. 제가 가게 사장입니다.”
“음식에 이런 게 들어가도 되는 겁니까?”
손님은 말과 함께 휴지에 감싼 돌멩이를 꺼내서 보여줬다. 생각보다 큰 사이즈였는데 나도 당황스러운 정도였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고객님.”
나는 일단 고개를 숙이고 사과를 드렸다.
“됐고, 이빨이 깨진 것 같아서 병원에 가야겠습니다.”
고객의 말에 순간적으로 예전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로이스에 있을 때 다른 점포에서 돈까스를 먹다가 뼈가 씹혀서 이빨이 파절 된 고객이 있었는데 나중에 법원에서 업무상과실치상죄가 인정되어 벌금을 낸 적이 있었다.
벌금을 낸 것도 낸 것이지만 나중에 위생과에서 조사도 나오고 일이 상당히 복잡해졌는데 덕분에 전국에 있는 매장에 비상이 걸린 적이 있었다.
“네, 당연히 그러셔야죠. 혹시 돌멩이가 어디서 나왔는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여기 양배추에서 나왔습니다.”
손님은 양배추를 가리키면서 말했는데 나는 좀 의아한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은 알겠다고 말했다.
“네,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겠습니다. 일단은 병원에 가보시겠어요?”
“치료비는 여기서 내 주시는 거겠죠?”
남자는 치료비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는데 나는 그렇다고 말씀을 드리고 내 연락처도 알려주었다. 진짜 우리에게 잘못이 있다면 배상을 해주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까 말이다.
손님이 가게를 나간 후 나는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점이 있었다. 가게에 들어온 양배추는 일단 이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세척을 한 번 한다.
거기에 야채 소독을 실시한 후 다시 세척을 한번 더하는데 이 때 웬만한 이물질은 거의 다 사라진다.
물론 이렇게 해도 양배추 속에 있는 이물질이 있을 수 있는데 양배추는 기계를 이용해서 갈기 때문에 돌멩이 같은 이물질이 있을 경우 크게 소리가 나면서 덜그럭거린다.
그렇기 때문에 직원이 모를 수가 없었다. 물론 일하다 보면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 잠깐 놓쳤을 수도 있지만 오늘 아침 양배추 작업은 내가 했다.
한승이가 바빠 보여서 도와주었는데 그런 현상은 일어나지 않았다.
거기에 요즘에 한승이가 가뜩이나 위생에 신경을 쓰면서 열의를 올리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 굴러 들어갈 가능성은 전무했다.
그리고 얼마 전 동성이 형님과 이야기 했던 블랙 컨슈머 이야기가 떠올랐다. 왠지 느낌이 좋지 않았다.
이럴 때는 확인해 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카운터로 간 나는 CCTV 프로그램을 켜보았다. 가게를 확장하면서 신경 쓴 부분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CCTV의 설치였다.
그 전 가게에서는 CCTV가 없었다. 처음에는 설치할 여유가 없었다는 것이 맞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가게를 넓히면서 전체 테이블은 물론 가게 밖까지 조금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이 설치하였다.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노력해도 막을 수 없는 컴플레인이나 진상 고객은 존재한다. 오랜 요식업 경험 상 그럴 때 가게의 무죄를 증명하는 방법은 영상밖에 없었다.
그래서 신경을 써서 설치를 하였는데 이렇게 빨리 보게 될 줄은 몰랐다.
나는 고객이 들어온 순간부터 천천히 영상을 시청하였다. 자리에 앉고 메뉴를 주문하고 평범한 것처럼 보였지만 지금 보니 이상한 점이 있었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나서 자리가 좀 있었는데도 구석 진 자리에 앉고 계속 주변을 확인하면서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식사가 나왔을 때도 바로 먹지 않고 매장에서 돌아다니고 있는 선영이의 동선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는 듯한 반응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나는 고객의 이상한 행동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돈까츠를 몇 조각 집어 먹고 갑자기 바지에 손이 들어갔다가 나오더니 양배추에 손이 올라가는 모습을 말이다.
그리고선 젓가락으로 휘적 거리면서 양배추를 먹는 척을 하더니 턱에 손을 가져다 대고 선영이를 불렀다.
선영이가 당황한 모습까지 선명하게 촬영이 되었는데 나는 고객이 일부러 이런 짓을 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때 고객에게서 문자가 왔다.
<< 지금 병원에 왔는데 치료비가 좀 나올 것 같습니다. >>
<< 네, 진료 잘 받으시고 치료비 영수증 보내주시겠어요. 제가 바로 입금해 드리겠습니다. >>
상황이 이렇게 되자 나는 녀석이 어떻게 나올지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장단을 맞춰 주었는데 30분 후에 보내온 문자가 가관이었다.
<< [Web 발신] 일성카드 7*1*3 정*용 36,0315원 일시불 상무나들치과의원 >>
자신이 결제 했다고 주장하면서 카드 결제 완료 문자를 보냈는데 병원 이름은 진짜로 있는 병원이었지만 자세히 보니 원 단위 표시의 쉼표가 잘 못 적혀 있었다.
‘자기가 직접 적었나 보군.’
나는 진단서는 어떻게 구라칠까? 또 궁금해졌다. 진단서도 요구하자 한 장의 사진을 보내주었는데 진단서는 처음에 정상인 것처럼 보였지만 이번에도 이상한 점이 있었다.
진단서에 날짜와 병원 이름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자신의 주민등록번호랑 이름을 가리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는데 이런 것 까지 숨길 필요는 없었다.
나는 도용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인터넷에 ‘치아파절 진단서’를 검색해보았는데 나오는 이미지 사진들 중에서 고객이 보낸 것과 똑같은 진단서를 찾을 수 있었다.
치아파절에 동그라미와 별표 친 것까지 똑같았는데 옆에서 같이 보고 있던 한승이도 기가 차는 지 헛웃음을 흘렸다.
“사장님, 완전 미친 놈이네요.”
그때 이제는 고객이 아닌 사기꾼이라고 불릴 녀석에게서 다시 문자가 왔다.
<< 제가 사실 사랑방일보 기자인데 솔직히 아까는 화가 나서 오늘 있었던 일 기사로 쓰려고 그랬습니다. 그런데 그냥 치료비만 보내주시면 없었던 일로 해드리겠습니다. 한성은행 XXX-XXX-XXXXX 이쪽으로 치료비 보내주세요. >>
이제는 자신의 직업까지 사기 치면서 계좌번호를 보내오는 뻔뻔함을 더해가는 녀석의 모습에 나는 참교육을 시켜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네, 고객님 정말로 죄송합니다. 제가 직접 만나서 사과를 다시 한번 드리고 싶은데 매장으로 방문해 주시겠어요. 제가 치료비는 물론 위로금도 조금 더 드리겠습니다. >>
<< 그럼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
치료비만 준다고 하면 안 온다고 할까 봐. 위로비도 준다고 이야기했는데 녀석은 덥석 물었다.
오겠다는 연락을 확인한 나는 바로 경찰서에 전화를 걸었다.
“아, 거기 서부경찰서 맞죠? 여기 치평동 ***번지 알로하라고 하는 돈카츠 가게 인데요. 공갈협박하는 사기꾼이 있어서 연락 드렸습니다. 빨리 와주십시오.”
****
위로금을 받을 생각에 신이 나서 매장으로 다시 온 사기꾼은 기다리고 있는 경찰에 많이 당황한 것 같았다.
찾아온 경찰들에게 CCTV와 허위로 도용한 진단서 그리고 문자 내용을 보여주었고 녀석은 현장에서 바로 잡혔다.
며칠 후 경찰에게 연락을 받을 수 있었는데 이런 일을 벌인 것이 우리 가게 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네? 2천 7백만 원이요?”
녀석은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장사가 좀 되는 가게들을 골라서 사기를 벌였는데 그동안 40여 개 업체에서 치료비 명목으로 받은 돈이 저 정도 된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놀랐다.
처음에는 그냥 경찰에 넘기는 것으로 끝내려고 했는데 안 그래도 코로나 때문에 장사가 안 돼서 힘든 자영업자들의 등에 칼을 찌르는 행위에 나는 분노했다.
그리고 혹시나 또 피해를 받는 자영업자들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한 끝에 나는 핸드폰을 켜 전화번호를 뒤지기 시작했다.
“분명히 이때 쯤 연락 온 것 같았는데...이건가?”
예전 통화 내역을 살펴보다가 맞는 것으로 생각되는 번호에 전화를 걸었는데 다행히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다.
[ 여보세요. ]
“안녕하세요. 혹시 MBS 기자님 맞으세요? ”
[ 네, MBS 소속 기자 추현영입니다. ]
“아, 다행이네요. 제가 그때 전화번호를 등록을 안 해 놔서 혹시나 해서 전화 드렸는데 다행히 맞았네요.”
[ 네, 그런데 실례지만 누구실까요? ]
“저 혹시 예전에 아이들 돈까스 무료로 제공해서 인터뷰하고 싶다고 연락 주신 돈까츠 가게 알로하 사장인데요. 혹시 기억하고 계실까요?”
너튜브와 SNS에서 나와 관련된 영상이 인기가 많아지자 MBS 뉴스에서도 직접 취재를 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었다.
방송에 타면 장사가 더 잘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처음에는 출연할까 고민도 했는데 아이들이 신상이 밝혀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사춘기에 들어서는 아이들이었다. 아무리 좋은 일로 나온다지만 부모가 없고 어려운 가정 환경이 고백 되는 이야기였다.
장사는 충분히 잘 되고 있었고 아이들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때는 거절했었다. 하지만 이번 일은 세상에 알릴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직접 연락을 하였다.
그리고 다행히 기자님은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 네, 당연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제가 그때 얼마나 취재하고 싶었는데요. 생각이 바뀌셨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