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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도 장사를 합니다-60화 (60/225)

제 60 화

“뭐, 위생?”

“네, 사실 아까 공무원들 왔을 때 엄청 당황했어요. 혹시나 나한테 뭐 물어보면 어떻게 할까 걱정도 했고요...”

혹시나 유통기한 같은 것을 잘 못 걸리면 영업정지를 당할 수도 있으니 긴장을 해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나도 처음에 이런 점검을 받을 때는 무척이나 떨렸었다.

“그래, 보이더라.”

“그게 단순히 긴장을 해서 그런 건 아닌 것 같아요. 제가 자신이 없고 잘 모르니까 그랬던 거죠. 로이스에 있을 때나 여기 알로하에 와서도 그냥 사장님이 시키니까 그렇게 관리 했었지 정확한 기준에 대해서 알아 볼 생각은 안 했던 것 같아요.”

“원래 다 그렇게 일하지. 처음에는 조리를 배우기에도 바빠.”

예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요식업에는 사람이 많이 부족하고 퇴사율도 높다. 그렇다 보니 일단 입사하게 되면 조리를 먼저 배운다.

당장 음식을 만들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승이가 들어왔을 때도 사람이 부족했고 일단은 조리 위주로 교육을 했었다.

지금도 혼자서 실질적인 직원으로 혼자 주방에서 일하고 있는데 재료 준비하고 음식 조리하는 것 만으로도 하루가 벅차다.

“근데 사장님. 아까 공무원들에게 말씀하시는 거 솔직히 좀 멋있었어요.”

“멋있었다고?”

“네, 당당하게 말하는 거요.”

“그런가?”

나는 한승이의 말에 조금 머쓱해졌다. 그렇게 보이려고 한 것은 아니었는데 말이다.

“사실 그동안 목표가 크게 없었던 것 같아요.”

“가게 하고 싶다고 했었잖아.”

“그거는 그냥 제가 가진 재주가 없어서 생각한 거였어요. 내가 뭘 잘할 수 있을까 고민했었는데 TV에서 자영업으로 돈 번 사람들 이야기 부러웠어요.”

“그건 나도 부럽긴 해.”

“사장님은 잘하고 계시잖아요. 대학교 졸업하고 친구들은 하나 씩 취업하고 다들 차를 사겠다. 집을 사겠다. 결혼을 하겠다. 목표가 생기는데 저는 그런 게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가게를 차린다고 이야기했었어요. 아무 목적 없이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기 싫었거든요.”

한승이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인생에 대단한 목적 의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나 역시 그랬던 거 같다. 그냥 월급 받고 맛있는 거 사 먹고 드라마랑 영화 마음 편히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많았다.

로이스에 입사하고 나서야 사장이 되고 싶다는 꿈이 생겼으니까 말이다.

“다들 그렇게 살고 있어.”

“솔직히 로이스 나온 것도 최지연이 싫어서 나온 거였고 여기에 온 것도 사장님이 편해서 온 거였어요. 돈만 모으면 되는데 스트레스 안 받고 일하고 싶었거든요. 근데 계속해서 장사가 잘 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시도하시고 또 로이스 이기기 위해 도전하시는 사장님 보고 조금 생각이 바뀌었어요.”

“그게 위생이야?”

“네, 사실 아까 주신 가이드 북 봤는데 손님 대하는 건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대신 위생은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거는 공부하고 노력하면 되는 거잖아요.”

한승이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손님을 대하는 것은 경험도 필요 하지만 사람이 타고난 기질, 성격의 영향도 많이 받는다.

태생이 밝고 명랑한 이하연 같은 사람은 편하게 손님을 응대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처음 본 사람에게 내성적이고 친해져야 말이 많아지는 한승이 같은 사람에게 어려운 일인 것은 분명했다.

“그래, 너는 잘 할 수 있을 거야. 맡은 일을 성실하게 잘하는 게 너의 장점이니까.”

한승이는 잘 모르는 것 같지만 그 이유 때문에 한승이를 로이스에서 데리고 왔다. 오래 일해도 꼼수 부리지 않고 자기 할 일을 묵묵히 하는 성격 말이다.

“그런가요? 어쨌든 우리가 힘을 합쳐서 로이스를 이겨 보죠. 위생은 앞으로 저에게 맡겨 주세요.”

“그래, 나도 많이 도와줄게.”

내가 처음에 로이스에 전상욱 사장을 보면서 꿈을 키웠던 것처럼 한승이도 의지가 불타올라 보였다. 그리고 나 역시 그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줄 생각이었다.

“근데 위생 공부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

“한승아, 잠깐만 나와봐.”

다음날 가게에 출근한 나는 한승이를 불렀다. 주방에서 영업준비를 하다가 밖으로 나온 한승이는 테이블 위에 잔뜩 놓여져 있는 프린터물들을 보고 궁금해 물었다.

“이게 다 뭐에요?”

“위생 공부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어봤잖아. 이게 그거야.”

“이게 전부 다요?”

한승이는 테이블에 놓여 있는 자료들을 뒤적거렸는데 생각보다 많은 양에 조금 당황한 것처럼 보였다.

“어, 우리. 위생등급제 준비하자.”

“위생등급제요?”

위생등급제는 나라에서 음식점의 위생 상태를 평가하고 우수한 업소에 한 해서 공개하고 홍보하는 제도이다.

등급에 따라서 매우 우수, 우수, 좋음으로 나누었는데 예전에 로이스에 있을 때 전국에 있는 매장 모두 도전하라는 지침을 받아서 준비를 했고 그 결과 수완점은 우수라는 등급을 받았었다.

사실 이게 매장의 매출을 올리는 데 큰 영향을 주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나라에서 정한 위생의 기준을 명확히 알고 공부할 수 있어서 나 스스로 성장하는데는 큰 도움이 되었다.

“어, 나도 예전에 이거 공부하면서 많이 알게 되었거든. 여기에 프린터물 보면 주방을 어떻게 관리 해야 되는지 자세히 나와 있어. 공부하다 보면 배우는 게 많을 거야.”

“네, 알겠습니다.”

“네가 공부하면서 지금 현재 우리 매장에서 부족한 부분이나 개선해야 할 부분들 조금씩 수정해 봐. 그리고 준비가 다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나에게 말해줘. 그럼 내가 위생등급제 신청할게.”

“네, 최대한 빨리 마스터 할게요.”

한승이는 많은 양의 프린터물을 안고 주방으로 들어가면서 의욕을 불태웠는데 매장이 한가한 것도 아니어서 조금 걱정이 되기는 했다.

괜히 일이 많아져서 그가 포기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나는 도전하기로 한 그를 믿어보기로 했다.

‘조리 부분은 내가 최대한 도와줘야겠다.’

****

< 오빠, 팔로워 숫자 장난 아닌데? >

은정이의 깨톡을 받고 나는 SNS 계정으로 들어가 보았다.

팔로워 1,246

만든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 많은 사람들이 팔로우를 눌러 주었다. 엊그제 봤을 때 1,100명 정도였던 거 같은데 잠깐 사이에 숫자가 더 늘어났다.

경품 이벤트 그리고 은기와 미희 씨 등 지인의 홍보로 때문인지 늘어나는 속도가 심상치 않았다.

- 상무지구 NO.1 맛집 임

- 여기 사장님. 완전 훈남이시던데 ^^

- 돈카츠 먹고 싶을 때 저는 꼭 여기를 갑니다!!!!

- 치즈 돈까츠 너무 맛있게 보이네요 ㅎ 이번 주말은 여기로 정했습니다.

은기의 권유대로 그동안 하루에 한번 씩 메뉴를 꾸준히 업로드 하였는데 사진이 늘어나고 거기에 달린 댓글들을 보고 있으니 든든한 팬이 생긴 것처럼 기분이 좋아졌다.

“뭘, 그렇게 보고 웃고 있어?”

“아, 사장님. 오셨어요.”

내가 핸드폰을 쳐다보고 웃고 있을 때 갑자기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는데 고개를 들어보니 전 맥다방의 사장 조형우였다.

“여자친구 사진이라도 보고 있는 거야?”

“아, 아닙니다. 가게 SNS 보고 있었어요.”

“그래? 그...나 치평동 배달 갈 거 이거 맞아?”

조형우는 맥다방을 정리한 후 계속해서 배달 일을 하고 있었는데 우리 가게에 배달이 있을 때마다 자주 들렸다.

“네, 맞습니다.”

그는 영수증을 확인하면서 배달 갈 물건을 챙겼는데 문득 궁금증이 생겨서 물었다.

“배달 일은 할만하세요?”

“배달? 나쁘지 않아. 나 혼자 돌아다니면 되니까 스트레스도 덜 받는 것 같고...벌이도 괜찮고.”

우리 가게 역시 배달이 많이 늘었다. 가게가 알려지면서 늘어난 효과도 있었지만 코로나로 인해서 집에서 음식을 시켜 먹는 사람이 늘어난 이유도 있는 것 같았다.

“그렇죠? 저희도 배달 매출 많이 늘었어요.”

“여기는 원래 장사 잘 되잖아. 근데 여름이라 너무 더운 게 좀 힘드네. 뜨거운 아스팔트에 멈출 때는 진짜 지옥에 있는 것 같다니까.”

“그렇군요. 잠시만요.”

나는 냉장고에서 시원한 콜라 하나를 꺼내서 그에게 주었다.

“이거 드시고 가세요.”

“안 그래도 목이 말랐는데 역시 돈까스는 센스가 있다니까.”

그 자리에서 바로 콜라는 딴 후 벌컥벌컥 마셨는데 조형우가 쓰고 있는 헬멧에는 커다란 리본 띠 같은 것이 붙어 있어서 눈에 확 띄었다.

“근데 머리에 그건 뭐예요?”

“아, 이거? 우리 딸이 만들어 준 거야. 유치원에서 만들었다고 하더라고...”

“너무 귀엽네요.”

“그렇지? 나를 닮아서 손재주가 있어. 사진 보여줄까?”

조형우의 콜라를 마시면서 그는 딸의 사진까지 보여줬다.

“사장님, 많이 닮았는데요.”

“그래? 그러면 안 되는데 큰일이네. 돈 많이 벌어서 성형수술 시켜줘야겠어.”

수술 시켜야겠다는 농담을 했지만 자신을 닮았다는 이야기에 좋아하는 그는 영락없는 딸바보였다.

“내가 이거는 초 스피드로 가져다 줄게.”

다 마신 그는 힘이 나는 지 의지를 불태우면서 나에게 말했다.

“네, 감사합니다. 그래도 안전운전하세요. 오토바이 위험하잖아요.”

“걱정하지 마. 내가 운전 경력 15년 무사고야.”

****

그렇게 조형우가 떠나가고 SNS 탐방을 마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갑자기 커다란 소리가 매장에 울려 퍼졌다.

갑자기 들리는 소리에 가게에 있는 손님들은 물론 나도 놀랐는데 밖을 쳐다본 이하연이 내게 달려와서 말했다.

“사장님. 여기 앞에서 사거리에서 사고가 났나 봐요.”

“사고?”

나는 사고가 났다는 말에 밖으로 나왔는데 멀리서 보니 오토바이와 자동차가 부딪친 사고 같았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는데 쓰러진 오토바이 운전자를 쳐다보았는데 헬맷에서 방금 조형우가 자랑했던 커다란 리본이 보였다.

나는 놀라서 사고가 일어난 장소로 뛰어갔는데 쓰러진 사람을 보니 조형우가 맞았다.

“사장님, 괜찮으세요?”

“으...”

사장님은 말을 하지 못하고 고통에 찬 신음을 내뱉었는데 나는 바로 119에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 네, 119 안전지원센터입니다. ]

“여기 치평동 건강보험공단 앞 사거리입니다. 교통사고가 발생했어요. 빨리 구급차 보내주세요.”

[ 네, 지금 바로 보내드리겠습니다. 혹시 환자가 몇 명인지 알 수 있을까요? ]

자동차 운전자는 옆에 서서 안절부절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다친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한 명입니다.”

전화를 끊은 나는 조형우의 상태를 살폈는데 다행히 정신을 잃지 않았다. 나는 혹시나 그가 정신을 잃을까 봐. 계속해서 말을 걸었다.

“사장님, 정신 차리세요!”

“으...”

대답 대신에 신음을 흘리는 그의 모습에 혹시나 잘못 될까 봐 걱정하고 있었는데 시간이 좀 흐르자 구급차가 현장에 도착했고 나는 구급대원을 따라서 구급차에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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