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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도 장사를 합니다-59화 (59/225)

제 59 화

[ 최지연 점장. ]

“네, 본부장 님.”

[ 매출이 괜찮던데? ]

“감사합니다.”

최지연은 강훈의 말에도 안심할 수 없었다.

매출이 좋은 것? 어떻게 보면 당연했다. 신규 오픈한 매장, 거기에 1+1으로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있으니 매출이 안 좋으면 안 되는 일이었다.

[ 김정훈 가게는 어때? ]

분부장의 다음 물음에 최지연은 말문이 막혔다. 처음에 1+1 기획을 하면서 이정도 이벤트면 김정훈과 큰 차이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김정훈의 자금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같이 일한 세월이 5년이었다. 그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월세를 살고 있고 모아둔 돈이 별로 없는데 빨리 돈 모아서 집을 사고 싶다.’ 등등 말이다.

그런데 그랬던 김정훈이 런치세트랑 경품 이벤트 등 어떻게 보면 로이스보다 더 과하게 행사를 하고 있다.

‘너무 감정적이야.’

아마 강훈에 대한 안 좋은 감정 때문에 그런 것 같았는데 자신이 보기에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거기도 런치세트랑 경품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어서 고객들이 몰리고는 있는데 아마 오래는 하지 못 할 겁니다.”

[ 런치세트랑 경품 이벤트? ]

“네, 런치세트는 7,000원 상당의 세트메뉴이고 경품 이벤트는 방문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1등에게 100만 원을 주는 이벤트입니다.”

[ 뱁새가 발악하는 중인가 보네? ]

“네, 그렇습니다.”

[ 최 점장. 1+1 행사 그거 더 연장하자. ]

“연장이요?”

[ 그래, 그거 1주일만 하기로 한 거 맞지? ]

“네, 맞습니다.”

[ 언제까지 황새 따라올 수 있는지 한번 해 보자고. ]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이번달 실적이 좀 안 좋아질 것 같습니다.”

[ 영업이익만 마이너스 안 되면 되니까 최 점장이 인건비랑 다른 거 관리 잘 해봐. ]

사실 지금도 최대한의 이익을 내기 위해 한계로 관리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강훈의 말대로 하는 수 밖에 없었다.

“네, 알겠습니다.”

****

“사장님, 이건 뭐예요?”

나는 아침에 출근해서 영업을 준비 중인 하연과 한승을 불러 놓고 준비해 놓은 프린트 물을 건네 주었다.

“일단 임시로 만들어 본 고객 응대 가이드 북이야.”

“가이드 북이요?”

본래 로이스에서 일할 때는 매뉴얼 북이라고 해서 매장 관리부터 위생, 컴플레인 등 매장 운영에 필요한 모든 것이 정리된 책이 있었다.

그것을 생각하면서 일단 고객 응대 방법만 몇 가지를 묶어서 만들어 보았다.

“그래, 아무래도 매장도 바빠지고 가게 찾는 손님들도 많아지니까 이런 저런 실수도 나오고 컴플레인도 많이 발생할 것 같아서 상황에 따른 적절한 대응을 예시로 만들어봤어.”

“오, 좋은 것 같아요.”

이하연은 내가 전해준 프린터물을 읽어보기 시작했다. 사실 그녀는 별로 걱정 없었다. 상황이 발생했을 때 특유의 친절함으로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건 한승이를 위해서 만들어 준 것이다.

매장으로 오는 전화는 내가 없을 때 거의 한승이와 하연이 받는다. 어제 당황하던 한승이의 모습이 생각나서 늦은 시간까지 적절한 대응 방법을 만들어 봤다.

“사장님, 감사합니다. 이거 보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 아마 거기 있는 상황대로 하며 크게 당황할 일도 없을 거야. 내가 간단하게 설명을 해줄게.”

직원들에게 가이드 북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려고 했는데 갑자기 가게 안으로 몇 명의 사람이 들어왔다.

“죄송합니다. 고객님. 저희가 11시부터 오픈 시간이어서 아직 영업 시작을 안 했습니다.”

나는 들어온 고객들에게 양해의 말을 구했는데 그러자 한 사람이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서구청 식품위생과에서 나왔습니다.”

식품위생과라는 이야기에 나는 순간적으로 긴장을 했다.

“아...네, 무슨 일로 오셨을까요?”

“저희가 여름철 식중독 예방을 위해서 집중 점검 중이거든요. 잠깐 매장을 둘러봐도 괜찮을 까요?”

“아, 그러시군요. 네네 일단 이쪽으로 앉으시겠어요.”

****

“일단 사업자등록증하고 영업신고증 좀 보여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나는 위생과 직원이 말한 서류들을 보여주었다. 예전에 아울렛에서 일할 때는 이런 점검 많이 받아봤었다.

상무지구에 가게를 오픈하고 나서는 방문한 적이 없었는데 아침부터 찾아오니 조금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그래도 크게 당황할 필요는 없었다. 공무원들의 점검은 그렇게 빡센 편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생각해보면 기본적인 필수 서류 검사와 유통기한과 청소 상태 정도만 검사하고 갈 것이 분명했다.

“네, 서류 확인은 다했습니다. 이제 주방 둘러 보겠습니다.”

공무원들이 서류를 점검하는 동안 한승이에게 얼른 주방 청소를 하라고 이야기했다.

한승이는 열심히 물을 뿌리고 청소를 했는데 이런 점검을 많이 못 받아봐서 그런지 긴장된 표정이었다.

공무원이 들어와서 냉장고를 열어보면서 점검을 시작하자 한승의 얼굴은 잔뜩 얼어 붙었다.

“관리 잘하고 계시네요.”

긴장한 한승과 다르게 나는 그렇게 까지는 걱정되지 않았다. 위생 관리는 잘 되고 있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로이스에 있을 때 매년 2회 씩 위생점검을 받았었다.

대충 훑어보는 공무원들과 다르게 로이스에서는 전국에 있는 모든 매장의 점수를 매기기 때문에 엄청 깐깐했었다.

몇 년 동안 그런 생활에서 지내다보니 습관이 돼서 그런지 가게를 차리고 기본 관리도 철저히 했다.

“네, 감사합니다.”

“청소 상태도 깔끔하시네요.”

“저희가 최근에 오픈해서 별로 더러운 곳도 없습니다.”

예상대로 별다른 지적사항 없이 넘어가나 싶었는데 갑자기 공무원 중 한 명이 한승이를 붙잡고 물어보았다.

“이거는 왜 밖에 나와 있는 거죠? 냉장보관 하셔야 하는 것 아닌가요?”

나는 얼른 공무원이 가리키는 방향을 쳐다보았는데 거기에는 김밥집 사장님이 사다주신 달걀 5판이 있었다.

본래 우리가게에서는 달걀을 냉장고에 있는 통에 넣어서 보관했다. 하지만 한 번에 5판의 달걀이 들어오니 보관 공간이 부족해서 밖에다가 놔둔 모양이었다.

“어...그게...”

한승이는 당황해서 인지 말을 더듬었는데 나는 얼른 나섰다.

“그거 마트에서 사온 실온보관용 달걀입니다. 저희가 냉장고 자리가 부족해서 밖에 잠시 두었는데 자리 나오면 냉장고에 넣어 둘 겁니다.”

계란은 크게 냉장보관용과 실온보관용이 따로 있었다. 세척이 되고 안 되고의 차이인데 마트에 보면 냉장고에 있는 달걀과 몇십 판 씩 쌓아 놓은 달걀이 따로 있는 것도 이런 이유이다.

“아, 그런가요? 그래도 작업하시다 보면 오염물질이 계란에 묻을 수도 있고 또 여름철이라 너무 온도가 높으면 쉽게 상할 수 있으니까 이렇게 밖에 두시지 마시고 통에 넣으셔서 냉장보관 해두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

“지금도 관리 잘 하고 계시는데 앞으로도 신경 많이 써주십시오.”

“네, 수고하세요.”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공무원들이 매장을 둘러 본다고 하니 신경이 많이 쓰였는데 별 탈 없이 넘어갔다.

“휴, 다행이다.”

이하연도 따라다니면서 긴장된 표정으로 쳐다보았는데 공무원들이 나가자 그때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게 별일 없어서 다행이다.”

“근데 원래 저렇게 꼼꼼히 확인해요? 저 예전에 햄버거 집에 있을 때는 그냥 영업신고증만 확인하고 갔었는데...”

“아마 식중독 때문인 것 같은데 엊그제 뉴스에 메밀집 전병에서 식중독 대량으로 발생 했다고 나오지 않았나?”

“아, 맞다. 저도 그 기사 너튜브에서 본 것 같아요.”

“그래, 지적 사항도 크게 없이 넘어갔으니까 당분간은 안 올거야. 한숨 돌려도 되겠다. 근데 한승이 너는 표정이 왜 그래?”

한승이는 아무래도 아까 있었던 일 때문인지 표정이 계속 좋지 않았다.

“아까 계란 때문에요. 사장님 없었으면 아마 저는 대답 못했을 거에요.”

“그 정도는 괜찮아. 내가 자리 없으면 그렇게 놔두라고 한 거 잖아. 신경쓰지 마.”

“네...”

나는 괜찮다고 이야기 했지만 한승이의 표정은 좀처럼 풀어지지 않았는데 무언가 고민도 있는 것 같았다.

****

“한승아, 소주나 한 잔 하자.”

저녁 영업이 끝나고 나는 한승이를 데리고 단 둘이 술을 마시러 왔다. 그는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 때문인지 힘이 없어 보였는데 나는 이유를 물었다.

“아침에 일 때문에 신경쓰여?”

“그런 것도 있는데...솔직히 말씀드려서 요새 일이 힘든 것 같아요. 열심히 하려고 하는데 마음과 다르게 무언가 잘 안 되는 것 같아서...”

나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한 일이었다. 한승이를 의지하고 일을 맡기고 있기는 했지만 그는 이제 요식업의 세계에 들어온 지 1년차가 조금 넘은 신삥이었다.

보통 1년 정도 일하고 나면 이 일이 나에게 맞는 일인지 고민이 많이 된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가게를 넓히면서 일도 많아지고 여러 가지 일도 생기고 나니 저런 고민이 드는 것은 당연했다.

“한승아, 너도 원래 가게 하고 싶다고 했지?”

그는 나에게 돈을 모아서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요식업에 취업도 했고 말이다.

“네.”

“아직도 그래?”

“요즘에는 잘 모르겠어요. 처음에 여기서 장사 어떻게 하는지 배우고 돈 좀 모아서 가게 하려고 했는데 하다 보니까 너무 힘든 점이 많은 것도 같아서...”

“그래, 내가 생각해도 요즘 일이 힘들 것 같아. 근데 이거는 네가 일을 못 해서 그런 게 아니라 나 때문이야.”

“사장님 때문이요?”

“너도 잘 알고 있지만 로이스 그렇게 나온 이후로 처음에는 그냥 소소하게 내 가게 만들어서 조용히 장사하고 싶었어.”

“네,,,잘 알죠.”

“근데, 최근에 욕심이 생겼어. 알로하를 로이스처럼 만들고 싶다는 욕심 말이야.”

한승이는 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로이스가 반대편에 입점한다는 사실 이후로 변했다는 것을 그도 느꼈다.

“저도 그렇게 느끼고 있었어요.”

“근데, 너도 알다시피 로이스는 크잖아. 직원도 많고, 로이스를 이기려면 성장해야 하는데 이거는 나 혼자서는 무리가 있어.”

“그렇죠.”

“진짜로 알로하가 잘 되어서 지점도 늘어나고 본사도 생기면 더 많은 직원들도 뽑을 텐데... 나는 너나 하연이 그리고 나아가서 선영이나 다른 알바들까지도 다 같이 잘 됐으면 좋겠어. 어떻게 보면 지금 알로하를 있게 만들어 준 개국 공신이잖아. 오늘 가이드 북을 전달해 준 것도 그런 이유에서야.”

“네.”

“근데 이거는 말했지만 내 욕심이야. 내가 하고 싶다고 해서 너희들을 강요할 수가 없잖아. 네가 아까 말한 것처럼 그냥 지금처럼 나 도와주면서 돈 모으다가 자그마한 가게 하고 싶다고 하면 나는 그것도 최선을 다해서 도와줄 거야.”

“네.”

“그런데 만약 너도 욕심이 있어서 나와 같이 더 크게 성장하고 싶다면 그것도 도와줄 거야.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어?”

“네, 무슨 말씀인지 알 것 같아요.”

한승이는 내 말에 소주를 한잔 들이켰다. 고민이 될 것이다. 그가 가게에 처음 왔을 때와는 분명히 상황이 달라졌으니까 말이다.

한승이가 어떤 선택을 할 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만약 그가 나와 같은 길을 선택하지 않는다 해도 상관없다. 하지만 최소한 기회는 주고 싶었다.

그렇게 몇 잔의 술을 마셨을까?

이런저런 심도 깊은 이야기를 하면서 술잔을 기울였는데 술기운이 어느 정도 올라오자 무언가 결심을 한 듯 한승이가 굳은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사장님, 저 생각했습니다.”

“무슨 생각?”

“네, 알로하를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 지 말이죠. 저는 위생을 마스터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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