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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도 장사를 합니다-58화 (58/225)

제 58 화

“아니, 이 동네 고객들은 돈까스가 다 쓸어 가는 거 아니야?”

가게에 잠깐 들리기 위해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내렸는데 커다란 목소리가 들려서 쳐다보았는데 형제 김밥 집의 동성이 형님이 나를 보고 하는 소리였다.

가게 리모델링 시작 할 때 한번 찾아오셔서 인사를 하기는 했었는데 오랜만에 보는 것이었다.

“하하, 아닙니다.”

“아니기는 돈까스 집 장사 엄청 잘 되던데.”

나는 형님의 말에 웃음을 지었다. 형님의 말처럼 장사 잘 되고 있었다.

런치 세트도 그렇고 경품이벤트도 그렇고 너무 반응이 좋았다. 점심시간에는 22개의 테이블이 만석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웨이팅에 포장까지 정신 없이 바빴다.

그 전에 하루 평균 매출이 100만 원이 조금 못 되었는데 지금은 200만 원을 찍는 날도 있었다.

덕분에 쉬는 날도 없이 거의 매일 출근을 해야 했지만 기분은 좋았다.

“운이 좋았죠. 그런데 어디 가세요?”

시간을 보니 오후 5시가 되어 가고 있었는데 이 시간에 이곳에 있는 게 의아해서 물었다.

“아,저기 식자재 마트에서 계란을 싸게 판다고 해서 다녀 오려고...”

“계란이요? 얼마나 싸게 파는데요?”

“한 판에 5,500원”

“오. 싸긴 하네요.”

코로나로 인해서 자본의 유동성이 심해지면서 부동산과 주식시장만 오른 것은 아니었다. 물가 역시 크게 상승하였는데 5,000원 정도였던 계란이 최근에 8,000원 가까이 오른 것을 보고 크게 놀랐다.

물론 조류독감 발생으로 정부가 닭들을 단체로 살처분하면서 계란 가격이 오른 원인도 있었지만 말이다.

“왜? 사는 김에 같이 좀 사다 줄까?”

“진짜요? 저야 그래 주시면 감사하죠.”

“알았어. 그럼 내가 사다줄게. 몇 판이면 될까?”

계란을 많이 사용하는 김밥집은 물론 우리 가게에서는 계란과 우유를 희석한 계란물을 이용해서 돈카츠를 만들기 때문에 꼭 필요한 식자재였다.

“저희는 5판 정도면 될 것 같습니다.”

“그래, 알았어. 근데 그 상자는 뭐야?”

나는 형님과 이야기하면서 차에서 상자를 내리고 있었는데 그가 궁금한 듯 물었다.

“아, 이거요? 에어컨이에요.”

“에어컨?”

“네, 저희 주방에는 에어컨이 없어서 엄청 덥거든요. 애들이 힘들어 하는 것 같아서 실외기 필요 없는 걸로 하나 샀어요.”

“진짜? 그런 것도 있어?”

“네, 근데 아직 써보지는 않아서 좋은지는 모르겠어요.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어요?”

“그래? 설치하고 좋으면 나도 좀 알려줘. 안 그래도 주방에서 동준이가 맨날 덥다고 징징 댔거든.”

“네, 알겠습니다. 아, 혹시 저녁에 시간 되세요?”

“저녁에? 왜?”

“계란도 사다 주시는데 제가 저녁에 맛있는 거 쏘겠습니다.”

“진짜? 나야 당연히 콜이지.”

처음 가게 오픈하고 여러 가지로 많이 알려주고 배달하는 것도 도움 주셨는데 그동안 말만 사드린다고 하고 제대로 대접한 적이 없었다.

“네, 그럼 저녁에 장사 끝나고 제가 가게로 가겠습니다.”

****

형님과 헤어진 나는 무거운 에어컨 들고 힘들게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에어컨을 보고 좋아할 아이들의 모습을 상상하고 있었는데 왠지 분위기가 무거웠다.

한승이가 전화를 받고 있었고 이하연이 그 옆에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는데 나는 무슨 영문인지 궁금했다.

“네, 죄송합니다. 절대로 그런 거 아닙니다.”

한승이는 전화기에 대고 연신 죄송하다고 말하고 있었는데 무슨 일인지 물었다.

“무슨 일이야?”

“고객님이 배달을 받으셨는데 치즈가 다 굳었다고 컴플레인 거셨어요.”

“그래?”

나는 전화를 하고 있는 한승이를 향해서 손을 내밀었다. 안전부절하며 전화를 받고 있던 한승이는 나에게 전화기를 건네주었다.

“여보세요. 고객님, 제가 알로하 사장입니다.”

[ 사장님이세요? 아니, 돈카츠 맛있다고 해서 배달시켰는데 내가 살다 살다 이렇게 딱딱한 치즈카츠는 처음 보네요. ]

“네,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배달 기사를 통해서 음식이 이동하다 보니 치즈카츠가 그동안 굳은 것 같습니다.”

치즈카츠 같은 경우 커팅을 하고 바로 먹어야 맛있는 음식인데 아무래도 배달이 늦게 도착하면 충분히 굳을 수 있었다.

[ 뭐라고요? 그래서 지금 나보고 이거 먹으라는 거예요? ]

“아닙니다. 맛있는 음식 기대 하셨을텐데 실망 시켜 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가 구매하신 치즈카츠는 환불 해드리려고 하는데 어떠세요?”

[ 흠흠...그럼 환불 해주세요. ]

“네, 계좌 번호 말씀해주시겠어요?”

나는 전화를 끊고 고객님에게 치즈카츠 가격을 환불해 주었는데 한승이가 나에게 말했다.

“사장님, 죄송합니다.”

“아니야, 배달을 우리가 직접 하는 게 아니라 기사 아저씨가 하니까 늦을 때도 있는 거지.”

간혹가다 한 기사가 여러 음식점의 음식을 배달할 때도 있어서 배달이 오래 걸리면 한 시간이 넘게 걸리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면 돈까츠가 눅눅하다거나 치즈가 굳었다거나 하는 컴플레인이 발생하는데 감안해야 할 부분이다.

“그렇기는 한데...이번에는 제가 치즈카츠 튀겨놓고 작업하다가 깜빡해서 조금 늦게 나갔어요. 괜찮을 줄 알았는데...”

“그래?”

일하다 보면 그럴 수 있었다. 나도 가끔 깜빡할 때도 있으니까 말이다.

“죄송합니다. 앞으로 안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자 이거 받아.”

나는 한승이에게 사 가지고 온 소형 에어컨을 건네어 주었다.

“이게 뭐에요?”

“에어컨이다. 그동안 주방에서 더운데 고생했어. 이걸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는데 받고 힘내라.”

“진짜요?”

나의 말에 옆에서 가만히 있던 선우도 신이 나서 박스를 트기 시작했다. 내색은 안 했지만, 그동안 주방이 너무 더워서 힘들기는 일하기 힘들었나보다.

“사장님, 감사합니다.”

“아니야, 오픈하고 일주일 동안 고생했다. 앞으로도 파이팅 하자.”

오픈하고 일주일.

가장 바쁜 시기였다. 홀도 그렇지만 주방은 특히 그랬다. 물건 정리, 재료 준비, 끊임없이 몰려오는 손님, 내가 도와준다고 도와줬지만 특히 한승이가 힘들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으니 말이다.

처음에 로이스에 입사 했을 때 나의 주 포지션은 홀 직원이었다. 입사한 지 6개월 정도 되었을 때 주방에 직원들 몇 명이 한꺼번에 그만두면서 어쩔 수 없이 주방 업무를 배우기 시작했다.

간단한 칼질조차 못 했었기 때문에 일을 배우는 것이 무척 힘들었다. 거기에 매장도 바쁜 편이었기 때문에 그만둘까 하는 생각이 매일 아침 출근길마다 생각났었는데 열심히 노력해서 1년 정도가 지나자 적응할 수 있었다.

아마 한승이는 여기 와서 이렇게 힘들게 일 할 것이라고 생각 안 했을 수도 있다.

그냥 최지연 밑에서 일하기 싫어서 왔는데 갑자기 매장이 넒어지고 할 일이 많아져서 많이 고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를 위해서 묵묵히 일해 준 그에게 고마운 마음이 있었다. 아마 한승이가 없었다면 매장을 이렇게 넓힐 생각도 쉽게 못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일전에 머리카락 사건 때문일까? 일이 힘들어서 그럴까? 요 일주일 동안 왠지 한승이는 잔뜩 위축되어 있는 것 같았다.

그동안 너무 부려 먹기만 한 것 같아서 미안하기도 해서 부랴부랴 에어컨도 준비하고 이번 달 부터는 월급도 올려줄 생각이었다.

“사장님, 이거 너무 시원한데요?”

주방에 에어컨을 설치하고 기뻐하는 그의 모습을 보니 조금은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았다.

“그래? 다행이네.”

****

“형님, 더 비싼거 드셔도 괜찮은데...”

“괜찮아, 여기가 아는 형님이 하는 가게인데 안주가 맛있게 잘 나와.”

퇴근한 나는 김밥집으로 찾아 갔는데 맛있는 것을 사드리려고 했지만 형님은 근처에 가까운 호프집으로 향했다.

형님은 나뿐만 아니라 상무지구에 있는 가게들과 두루두루 다 친하게 지내고 있는 것 같았다.

“자자, 한 잔씩들 하자고...”

안주가 나오기도 전에 맥주를 한 잔씩 한 우리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장사에 관한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형님은 요새 장사 잘 되세요?”

“요새? 우리야 항상 힘들지. 휴가철이라 그런 가보다 생각하려고 했는데 작년보다 더 심해진 것 같아.”

“그런가요?”

“그리고 확진자 생길까봐 걱정이야.”

“확진자요?”

“어, 엊그제 저 뒤에 있는 가게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다녀 갔었나봐. 동선 겹쳐서 거기 일하는 직원들 싹 다 쉬는 바람에 지금 가게 문도 못 열고 있잖아.”

“그렇군요.”

“그나저나 돈까스는 가게 잘 돼서 다행이야. 사실 넓힌다고 했을 때 조금 걱정 됐었거든.”

“조금 욕심 부렸습니다.”

“아니야, 그동안 자리가 좁아서 지나가는 손님 다 놓쳤잖아. 잘한 것 같아.”

형님은 칭찬을 해주었는데 옆에 있던 동생 동준이가 말했다.

“그런데 반대편에 로이스라고 돈까스 전문점 생겼던데.”

“어, 로이스라고 생겼어.”

“거기는 프렌차이즈 회사 아니야? 보니까 둘이 이벤트도 하고 경쟁하는 것 같던데...”

“어, 맞아. 사실 거기가 내가 예전에 다녔던 회사야?”

내 말에 동준이는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

“어, 올해 초에 그만두고 알로하 차렸거든 그런데 이렇게 만날 줄은 몰랐네...”

나의 표정이 조금 안 좋아지자 동성이 형님이 물었다.

“왜? 회사 안 좋게 나온 거야?”

“네, 좀 일이 있었어요. 사실상 잘린 거죠.”

“그렇군. 그래도 지금 보면 알로하가 장사 더 잘 되는 것 같은데 아니야?”

“아직은 비슷한 것 같아요.”

안 그래도 시간 있을 때 대략 몇 명 정도 로이스로 들어가나 계산해 본 적이 있는데 지금까지는 비슷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로이스의 1+1 행사는 오늘이 마지막이었다. 이벤트가 끝나고 나면 우리 알로하가 훨씬 장사가 잘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 하긴 알로하 걱정할 때가 아니지. 나는 요새 배달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 죽겠어.”

“배달이요? 무슨 일 있으세요?”

“사람들 맞춰주기 힘들어서 말이야. 배달 많아져서 그나마 매출 받쳐주니까 좋기는 한데 리뷰 관리도 그렇게 생각보다 불만도 엄청 많거든 진상 한번 만나고 나면 진이 다 빠지는 기분이야.”

“그렇군요. 사실 저희도 아까 낮에 컴플레인 한 건 있었어요? 치즈가 다 굳으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래? 그래서 어떻게 했어?”

“환불 해드렸죠.”

“그렇군. 근데 내가 이야기 들어보니까 요새는 환불 받으려고 일부러 이야기하는 사람도 많다고 하더라고...”

“에이, 설마요.”

“아니야, 요새 코로나 때문에 어렵잖아. 그리고 우리가 한번 보낸 음식은 회수 잘 안 하잖아. 그래서 주문 시켜 놓고 상태 안 좋다면서 환불 받고 다시 먹는 사람도 많아.”

“그런가요?”

“어, 너 엊그제 뉴스 그거 안 봤어. 그거 블랙 머시기라고 하던데...”

동성이 형님이 단어가 생각 안 나서 고민하자 동준이가 대답했다.

“블랙 컨슈머.”

“그래, 블랙 컨슈머. 유명한 식당 돌아다니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자영업자들 돈 뜯어내는 악마 같은 놈들 말이야. 별의별 놈들이 다 있다니까.”

하긴 아울렛에 있을 때도 그런 고객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아무래도 컴플레인에 민감한 프렌차이즈 식당들만 노려서 문제를 제기하고 적당한 합의금을 요구한다고 말이다.

“그런데 이런 동네 상권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을까요?"

“그건 모르지. 코로나 때문에 세상이 흉흉하잖아.”

나는 형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도 일이 있었고 당황하던 한승이의 모습을 생각하니 컴플레인을 어떻게 처리할 지에 대해서 직원들에게 대비를 시켜야 할 것 같다.

“생각하니까 또 스트레스 받네. 자, 맥주나 마시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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