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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도 장사를 합니다-56화 (56/225)

제 56 화

“사장님, 떨리네요.”

이하연의 말에 나는 웃었다. 그녀는 긴장이라도 한 듯 아까부터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는데 솔직히 말해서 나도 조금 떨렸다.

비록 가오픈이기는 하지만 손님이 많이 와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괜찮아, 잘 될 거야.”

시간이 가게 오픈 시간인 11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는데 아직 매장 앞에 기다리는 사람은 없었다.

본래 같으면 몇 명은 오픈 하자마자 들어오려고 기다리고 있었을 텐데 말이다.

“근데 불안하게 왜 오늘은 아무도 기다리시지 않는 거죠?”

“지금 휴가철이잖아. 그리고 그동안 공사해서 가게 많이 쉬었고 우리가 4일 오픈이라고 그동안 알렸는데 오늘 테스트 오픈인 거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거야.”

“아, 맞다. 그렇겠군요.”

그렇게 11시가 되었고 나는 가게 앞으로 가서 영업 현황을 알리는 팻말을 OPEN으로 바꾸었다.

그때 저쪽에서 가게를 쳐다보고 있는 한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최지연이었다.

안에 있을 때는 안 보였는데 우리 가게를 살펴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나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녀에게 다가갔다.

“무슨 일이지?”

“그냥, 구경 왔어. 가게 생각보다 예쁘게 잘 꾸몄네.”

미희 씨와 안 서방 그리고 내가 엄청난 고민 끝에 완성한 인테리어였다. 예쁜 것은 당연했다.

그녀의 말에 나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래, 고맙네. 이제 그만 가주지?”

“왜 그래? 오빠도 우리 가게 저번에 염탐하고 갔잖아. 나도 구경 할 수 있는 거 아니야?”

나는 그녀를 매섭게 째려봤는데 그녀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이 가게를 이러 저리 둘러 보았다.

“다 봤지? 이제 그만 가라.”

“음...오빠는 런치 세트 하는 구나.”

한참을 구경하던 그녀는 밖에 홍보하기 위해 세워져 있는 런치 세트에 관심을 가졌다.

“왜?”

“맛있어 보이네. 근데 이렇게 팔아서 남는 게 있겠어?”

“그건 네가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 같은데?”

“그래, 근데 이거 말해주려고 왔어. 강훈 본부장은 오빠를 엄청 싫어하지만 나는 그 정도는 아니야. 다만 나는 성공하고 싶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지 할 거야.”

“그래서?”

“오빠가 무슨 생각으로 가게를 넓히고 런치 세트를 만들어서 할인 하는지 모르는 건 아니지만 계란으로 바위 치기야. 오빠 힘으로 강훈은 물론 로이스 상무점도 쓰러뜨리기 힘들 거야.”

“용건만 간단히 해라.”

“나는 상무지구의 상권을 먹어서 매출을 높이려고 들어온 거지. 오빠를 망하게 할 생각까지는 없어.”

“결국 손님 빼앗으러 온 거니까 같은 거 아니야?”

“인터넷에 보니까 나름 장사 잘 되던데? 괜히 우리랑 경쟁하느라 힘 쓰지 말고 지금 오고 있는 고객들이나 잘 챙기라 이 말이야.”

“지연아, 아까도 말했지만 네가 걱정할 필요가 없다니까?”

“그래. 알아서 해. 그럼.”

나의 냉정한 말에 그녀는 몸을 돌려 로이스로 가버렸다.

그녀가 무슨 의도로 이런 말을 했는지 예상은 가능했다. 너무 과열적인 이벤트 경쟁을 하지 말자는 이야기다.

서로 이벤트로 가격 할인과 같은 경쟁을 계속 한다고 하면 고객들의 입장에서 좋은 음식을 싸게 먹을 수 있어서 좋겠지만 이익을 내야 하는 식당 입장에서는 그렇게 바람직한 방향은 아니다.

오픈 초기에야 그녀도 어느 정도 힘을 받아서 이벤트를 진행할 수 있겠지만 영업 이익이 계속해서 나지 않으면 부담이 커질 것이다.

지연을 보내고 가게 안으로 들어왔는데 아직 한 명의 손님도 가게로 들어오지 않았다.

하연에게 바로 안 들어올 거라고 이야기 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그때 하연이 나에게 말했다.

“사장님, 오늘 바쁠 것 같아요.”

“응? 왜?”

“사장님, 밖에 계실 때 전화 엄청 왔어요. 오늘 오픈 하는 거 맞냐고.”

****

어제 청소를 대충 끝나고 난 후 새로운 매장 상황에 맞게 직원들과 음식을 만들고 나가는 시나리오로 연습을 했다.

내 경험 상 신규 오픈 한 매장에서 일하는 건 기존 점포에서 일하는 것보다 2 배는 힘들다. 아직 기물의 위치, 작업의 방식 등이 익숙하지 않은 상황이니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필요하다.

그래서 미리 손을 맞춰보기 위해서 가오픈을 하는 것이다.

“사장님, 여기 김치 있어요?”

“네, 있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분명히 가오픈으로 손만 맞춰보려고 했는데 12시 20분이 되자. 22개의 테이블이 모두 꽉 차 버렸다.

“여기 런치 세트 3개 주세요.”

“네, 런치 세트 3개 맞으시죠?”

주문을 받고 밀려 드는 손님들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는데 알고 보니 손님이 많이 온 것은 은기와 미희 씨 덕분이었다.

공사하는 기간 동안 나는 은기에게 SNS를 하는 법을 조금씩 배웠다.

SNS 계정도 만들고 공사 진행 현황, 거기에 여러 가지 음식 사진들도 올렸는데 아직 팔로워 숫자가 적어서 그렇게 큰 반응은 없었다.

그런데 어제 은기가 자신의 SNS에 우리 가게 오픈 한다고 홍보해 주는 글을 올렸는데 자신과 친한 다른 인플루언서들에게 까지 부탁을 해서 제법 많은 사람들에게 가게가 알려졌다.

이건 미희 씨도 마찬가지였다.

미희 씨는 오늘 오후에 자신의 지인들과 매장에 온다고 했었는데 같이 오지 못하는 블로그 이웃들에게 매장에 홍보를 부탁한 것이다.

덕분에 가오픈인데도 만석이 되는 아주 즐거운 상황이 된 것이다.

“한승아, 주방은 어때?”

“바쁩니다!”

나의 물음에 한승이 크게 외쳤다. 예상은 하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바쁜 그의 모습에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주방으로 들어가서 한승이를 도와주었다.

선우가 주방에 있기는 했지만, 보조의 역할 실질적인 조리는 한승이 다 하고 있기 때문에 정신없이 바빴다.

“런치 세트에 들어가는 돈카츠 구성 미리미리 조금씩 튀겨 놔. 계속 잘 나갈 것 같아.”

내 생각대로 가격이 저렴해서 그런지 런치 세트 반응은 너무 좋았다.

홀에서 주문하는 사람들의 절반이 넘는 숫자가 런치 세트를 주문하고 있었는데 이정도 페이스면 조금씩 미리 튀겨 놔도 충분히 소화가 가능할 것 같았다.

“네, 알겠습니다.”

주문을 받을 때는 홀을 도와주고 주문을 다 받고 나면 주방을 도와주고 식사가 나오면 다시 홀을 도와주고 그렇게 정신없이 왔다 갔다 했는데 비록 몸은 조금 힘들었지만 장사가 잘 되니 너무 기분이 좋았다.

한 차례 돈카츠 커팅을 도와주면서 주방에 들어온 주문을 소화하고 나온 나는 이번에는 결제를 도와 주었는데 고객이 신기하다는 듯이 나에게 물었다.

“우와, 이거 진짜로 주는 거예요?”

“네, 결제하신 영수증. 여기에 전화번호랑 적으셔서 넣으시면 됩니다.”

“오, 1등 100만 원이나 준다.”

“진짜?”

“어, 2등도 30만 원이야.”

<< 알로하 오픈 기념 경품 이벤트 >>

1등 100만 원 (1 명)

2등 30만 원 (2 명)

3등 10만 원 (5 명)

4등 메뉴 1개 무료 (10 명)

5등 음료 1개 무료 (30 명)

나는 마트에서 얻은 경품 이벤트에서 영감을 얻어 비슷한 오픈 이벤트 행사를 기획했다.

이벤트 상품으로 어떤 것을 할까 조금 고민을 했었는데 나는 과감하게 1등부터 3등까지 현금 지급을 선택했다.

최근에 자영업자 1차 코로나 지원금으로 100만 원을 받을 수 있었는데 로또 당첨금에 비하면 큰돈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돈을 공짜로 받으니 기분이 엄청 좋았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당장 갈 수 없는 제주도 여행권 같은 것보다 바로 쓸 수 현금을 지급하는 것이 고객들의 반응이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이것은 나의 생각이 맞았다.

“오, 완전 쩔어.”

결제를 한 고객 님들은 현금을 준다는 말에 신이 나서 영수증에 연락처를 적어서 집어 넣었다.

“근데 이거 당첨은 어떻게 확인해요?”

“31일에 여기서 현장 발표 할 예정인데 당첨자는 저희 가게 개인 SNS에 올려드릴 겁니다.”

“SNS요?”

“네, 방문이 어려우신 분들은 SNS 통해서 DM 보내주시면 본인 확인 후에 지급해 드릴 거예요.”

“그럼 지금 팔로우 해놔야 겠다.”

나의 설명에 고객들은 나의 SNS 계정을 팔로우 하기 시작했는데 나는 그것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어제 처음 경품 이벤트를 생각했을 때는 로이스와 경쟁에서 이기는 것만 생각했다.

하지만 당첨 이벤트 발표를 SNS로 한다고 홍보하면 자연스럽게 팔로워를 늘릴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내 생각이 맞았다.

본래 다른 가게에서는 SNS 팔로워를 늘리기 위해 음료수 증정과 같은 이벤트를 많이 진행했고 나도 팔로워를 늘리라는 은기의 말을 듣고 그런 이벤트를 가장 먼저 생각했었다.

하지만 음료수 하나 얻어 먹기 위해서 팔로워를 한다는 것을 상당히 귀찮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생각보다 효과가 적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이것은 자신이 돈을 받기 위해서 팔로워를 해서 인지 몰라도 상대적으로 사람들의 거부감이 적었다.

“이거 혹시 중복으로 해도 돼요?”

“네, 가능합니다. 어차피 발표 당일 추첨으로 이 안에서 뽑을 거라. 많이 드시면 확률은 올라가실 겁니다.”

“그럼 나 계속 여기서 밥 먹어야겠다.”

나는 중복까지 허용해 주어서 사람들의 재방문율도 끌어 올렸는데 비록 결제를 나눠서 한다던지 꼼수를 부리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크게 상관없었다.

어차피 내가 버는 돈은 똑같고 나가는 상금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결제를 마치고 나자 잠시 숨을 돌리던 하연이 나에게 다가와 말했다.

“사장님. 경품 이벤트 반응 좋은데요? 밖에도 홍보물 붙이는 거 어때요?”

“그건 내일 붙일 거야. 로이스 깜짝 놀라게 해주어야지.”

경품 이벤트 홍보물은 늦게 주문하는 바람에 내일 도착할 예정이었는데 오히려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지연도 깜짝 놀라게 해줄 수 있고 말이다.

“근데, 이번 달에 런치 세트에 상금까지 진짜 밑지는 장사 하시는 거 아니에요?”

하연도 한승과 같은 걱정을 나에게 해주었는데 나는 크게 상관없었다. 로또 당첨금 때문 만은 아니었다.

선풍제약.

일전에 사 둔 선풍제약을 아직도 가지고 있었는데 수익은 여전히 3천 만 원을 달성하고 있었다.

그 다음날 바로 올라줘서 4천 만 원 이상 수익을 보기는 했었는데 지금은 잠시 주춤하여 3천 만 원에서 횡보하고 있었다.

처음에 상승했을 때 바로 매도해야 하나 고민을 했지만, 나는 일단 조금 더 지켜보기로 생각했다.

지금 자리를 계속 지켜 준다면 공부한 것처럼 그 전 고점을 다시 뚫어 줄 확률이 높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전 고점을 돌파만 해준다면 나는 수익률 100%, 1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그럼 상금으로 지급하는 100만 원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재난 지원금으로 100만 원 받기도 했고 말이지.’

그렇게 전쟁 같은 점심 영업을 마쳤는데 오후 2시가 되자 반가운 얼굴들이 매장을 방문했다.

미희 씨였다.

“미희 씨, 오셨어요.”

그녀는 자신의 지인들과 매장을 방문했는데 의외의 얼굴도 있었다. 단비 씨였다.

“오빠, 저도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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