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5 화
8월 1일, 드디어 공사가 끝났다.
“형님, 어떠세요? 만족하세요?”
만족하냐고? 안 서방의 말에 나는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내가 머릿속으로 생각한 이미지보다 훨씬 가게가 잘 나왔다.
외관과 내관은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더군다나 통유리로 내부가 훤히 비춰서 그런지 시원한 느낌도 들었다.
그동안 공사 과정을 꾸준히 지켜봤기는 했지만, 오늘 마지막으로 간판까지 달고 나니 가게가 한층 살아나는 기분이었다.
‘검은색으로 하기를 잘했다.’
처음에 입구 외벽 색깔을 정할 때 고민을 많이 했었다.
다른 가게들처럼 화이트나 베이지 계열로 하려다가 미희 씨의 추천을 받아서 블랙으로 해보았는데 정말 잘한 선택 같았다.
ALOHA라고 세겨진 간판이 더 눈에 확 띄었기 때문이다.
예전에 처음 가게를 오픈할 때는 기대감보다 걱정이 많았었다. 코로나가 심해지고 있던 때라 더더욱 그랬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밝게 빛나고 있는 간판 때문일까?
앞으로 장사가 진짜 잘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뒤를 돌아서 맞은편에 로이스를 쳐다보았다.
저기도 공사가 거의 다 끝나가고 있었는데 로이스는 우리와 다르게 흰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서로 마주 보고 있어서 그런지 대비되는 느낌이 확 들었다.
“안 서방. 고생했어. 가게 너무 마음에 든다.”
“고생은요. 이따가 오후에 청소 업체 들어올겁니다. 청소 마치고 내일 오픈 준비하시면 될 것 같아요.”
로이스보다 하루 빠른 3일에 사전 오픈을 하기로 했기 때문에 직원들은 내일 하루 먼저 출근해서 오픈 준비를 하기로 했다.
“안으로 들어가시죠. 시설 설명해 드릴게요.”
“그래.”
나는 가게 안으로 들어가서 안 서방에게 여러 가지 설명들을 들었다.
그 전 가게의 규모는 17평으로 테이블 6개 밖에 놀 수 없었던 자그마한 가게였다.
하지만 가게를 확장하면서 40평 정도로 가게 크기가 늘어났고 테이블도 이번에 22개로 늘렸다.
기존에 있던 테이블을 중고로 처리해서 조금 아깝기는 했지만 새롭게 들어 온 테이블을 보니 바꾸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인테리어 비용을 6천만 원 가까이 쓰기는 했지만 애초에 단비 씨가 이야기 했던 올드한 감성을 조금은 탈피한 것 같았다.
“아, 디쉬업 아래 타일 올라왔던 거 교체했어요.”
“그래?”
이번에 인테리어를 하면서 내부에 가장 크게 바꾼 것이 있다면 바로 디쉬업의 설치였다.
디쉬업은 고객에게 식사가 나가기 전 음식을 세팅하고 담아주는 공간을 말하는데 기존에 우리 가게에는 이 공간이 없어서 주방에서 모든 세팅을 했어야 했다.
주방은 그대로 살리면서 디쉬업을 설치해 주방에서 하는 업무를 분담하기로 했는데 생각보다 깔끔하게 잘 나왔다.
대신 주방에는 기존에 없던 칸막이를 설치해 홀과는 조금 구분을 하였다.
그렇게 여러 가지 주방 시설 설명과 하자가 있는 부분을 체크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문이 열리면서 한 여자가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어, 미희 씨.”
가게 오픈하기 전에 그녀가 한 번 온다고는 이야기 했었는데 그냥 하는 이야기 인 줄 알았다.
그녀는 손에 작은 화분을 들고 있었는데 나에게 주면서 말했다.
“금전수라는 화분인데 가지고 있으면 돈이 들어온데요. 새롭게 오픈하셨는데 부자 되세요.”
“뭐, 이런 걸 다.”
“간판 생각보다 너무 잘 나왔는데요?”
“미희 씨가 도와준 덕분입니다.”
기존에 알로하라는 말은 한글로 적었었다.
하지만 그녀의 권유로 이번 기회에 영어로 바꾸면서 글씨체도 조금 변경하면서 그녀가 디자인을 만들어 주었는데 훨씬 세련된 느낌이었다.
“마음에 드셨다니 다행이네요.”
“네, 덕분에 장사가 아주 잘 될 것 같습니다.”
“이왕 도와드리는 거 확실하게 도와드려야죠.”
“네?”
“8월 3일에 오픈 하신다고 했죠?”
“네, 정식 오픈은 4일인데 3일에 점심시간만 운영을 해보려고요. 애들하고 손도 맞춰보고 말이죠.”
“그럼 그때 제가 한번 더 올게요.”
“또 오신다고요?”
“네, 블로그 하는 이웃들에게 가게 오픈한다고 좀 도와달라고 했거든요. 홍보 팍팍 해드리겠습니다.”
“정말요? 저번에도 도와주셨는데 감사합니다.”
“제가 디자인 한 가게인데 잘 되면 저도 홍보도 되고 좋은 거죠.”
“그렇군요. 이번 달 장사 진짜 잘 되면 단비 씨랑 맛있는 거 사드리겠습니다.”
“그럼 장사 안 되면 안 사주실거에요?”
“아닙니다. 사드려야죠.”
사실 이벤트 때문에 걱정하고 있었는데 그녀가 홍보를 도와준다고 하니 든든했다.
로이스에 1+1에 맞춰서 다른 추가 이벤트를 생각했는데 큰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런치 세트로 정면승부 하기로 마음 먹었다.
처음에는 좀 밀릴 수 있겠지만 맛에서는 자신 있었다. 아마 1+1으로 저렴하게 납품하는 고기가 그렇게 좋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로이스가 1+1로 관심을 끌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유리한 것은 우리 가게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 하루 먼저 가게를 오픈해서 알릴 수 있으니 장점도 있었다.
‘런치세트도 충분히 좋은 이벤트야. 기존에 우리 가게에 오던 손님들도 있으니까 밀리지 않을 거야.’
****
“우와, 사장님! 너무 예뻐요.”
한동안 쉬고 오랜만에 가게에 출근한 이하연이 가게 이곳저곳을 사진 찍으면서 좋아했다.
그래도 매일 같이 가게에 들려서 변화하는 모습을 확인한 나와는 다르게 처음이라 그런지 목소리가 엄청 밝았다.
“그래?”
“주방은 크게 변한 거 없네요?”
“어, 아마 기존이랑 비슷해서 일하기가 어렵지는 않을 거야.”
“다행이네요.”
한승이도 주방에 들어갔다 나왔는데 이전과 비슷한 모습에 안도했다. 사실 이제 거의 적응했었는데 다시 바뀐다고 하니 조금 걱정을 했었기 때문이다.
“아, 그리고 설명해 줄 게 있어. 이번에 공사하면서 디쉬업 만들었거든 이제 주방에서는 메인 돈카츠만 준비를 하고 밥이랑 장국 반찬은 밖에서 세팅 다 해 줄거야.”
“홀에서요?”
나의 말에 류소미가 되물었다.
“어, 기존에 주방에서 조리에서 세팅까지 아마 손이 많이 갔을 거야. 이렇게 하면 세팅도 더 빠르게 할 수 있으니까 더 빨리 음식 나갈 수 있을 거야.”
사실 이렇게 바꾼 이유도 음식을 더 빨리 나가기 위해서였다.
주방에서 음식도 만들고 손님에게 나가는 상까지 준비하는 일은 손이 많이 가는 일이었다. 거기게 비해 홀은 주문을 받고 나면 특별히 할 일이 없다.
그 사이의 시간에 상을 미리 준비하여 주방에서 하는 업무를 나누는 것이다.
“네, 알겠습니다.”
이건 내가 가게 오픈 준비를 하면서 여러 가게를 탐사할 때 생각해 두었던 것인데 이번 기회에 적용해보기로 했다.
“그래도, 주방에서 할 일 줄어들어서 좋네요.”
내 설명에 이제 일을 배우고 있는 선우가 웃으면서 말했다.
“선우, 안 피곤해?”
선우는 거의 공사 마지막까지 일용직으로 일을 도와주었는데 안 서방 말로는 처음 해보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했다고 한다.
“네, 거뜬합니다.”
“그래, 다행이네. 주방은 오늘, 내일부터 사용할 식재 정리하고 홀은 어제 청소 업체가 청소하기는 했는데 그래도 그렇게 깔끔하게는 안 했을 거야. 다시 한번 돌아보면서 청소하고 기물 위치 정리하는 것으로 하자.”
“네, 알겠습니다.”
내가 새롭게 가게를 오픈해서 즐거운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내 가게니까 말이다.
하지만 한승이는 물론 하연이 그리고 알바생 선영, 선우, 소미, 시환이까지 다들 표정이 밝고 기대가 큰 것 같았다.
“그래, 빠르게 일 마치고 저녁에는 회식하자.”
“회식이요? 좋습니다!”
회식을 하자는 나의 말에 한승이가 제일 먼저 반응하였다.
그는 당연히 나설 줄 알았다. 다른 사람들 얼굴을 쳐다보았는데 다들 좋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가게 새롭게 오픈하는데 맛있는 거 먹고 힘내야지.”
“혹시, 오늘도 소고기 입니까?”
한승이는 약간 기대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는데 나는 그의 기대를 져버렸다.
“미안, 오늘은 삼겹살로 하자. 인테리어 비용 너무 많이 썼다.”
“괜찮습니다. 저희는 삼겹살이 더 마음 편합니다!”
한승이의 말에 나는 웃음을 지었다. 사실 소고기 사주려면 사줄 수 있었다. 하지만 인테리어 비용에 돈을 많이 쓰기도 했고 동기부여 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대신 이번 달에 로이스보다 장사 잘 되면 다음달 회식에는 소고기를 쏘겠다.”
삼겹살이 더 편하다고 말했지만 그래도 저번에 먹은 소고기가 맛이 있었던 지 갑자기 한승이는 소리를 치면서 외치기 시작했다.
“오, 로이스를 무너뜨리자! 타도 로이스!”
그 말을 듣고 로이스에서 안 좋게 나온 소미와 시환까지 따라서 외쳤다.
“타도 로이스!”
“타도 로이스!”
얼떨결에 하연과 선우, 선영이까지 타도 로이스를 외쳤는데 다들 의욕이 넘치는 것 같아서 보기에 좋았다.
그리고 나도 마음속으로 조용히 외치기 시작했다.
‘타도 로이스!’
****
아침부터 출근해서 오픈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공사하면서 먼지가 많이 발생해서 그런지 군데군데 안 보이는 곳에도 먼지가 껴 있어서 청소도 깨끗하게 진행하느라 더 그런 것 같았다.
다행히 사람이 많아서 저녁에는 끝날 것 같았는데 삼겹살과 소주로 목구멍에 쌓인 먼지를 제대로 털어내야 할 것 같았다.
그때 한승이가 나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사장님, 주방 세제랑 수세미 더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재료 준비를 하라고 했지만 한승이는 이번 기회에 알바들과 주방 대청소를 실시하고 있었는데 비치해둔 세제랑 수세미를 다 써버렸나 보다.
“그래? 마트 좀 다녀와야겠다.”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아니야, 내가 갔다 올게. 아이들 먹을 음료수랑 커피도 좀 사오게.”
“네, 알겠습니다.”
나는 지갑을 챙겨서 근처에 있는 마트로 왔다. 한승이가 말한 세제와 수세미 거기에 홀에서 쓸 빗자루도 사고 이온 음료와 커피까지 챙겼다.
“얼마에요?”
“2만 3천 원 이세요.”
“네, 여기 있습니다.”
카드를 건네어 결제를 마치고 나자 마트 직원이 영수증을 주었는데 영수증에 이상한 종이가 붙어 있었다.
“이건 뭐에요?”
“아, 그거 경품이벤트입니다. 거기에 이름이랑 연락처 적으시고 밖에 있는 경품함에 넣으시면 이번달 말에 저희가 추첨해서 상품 드려요.”
“그래요?”
가게에 들어올 때는 확인을 못 했었는데 과일을 파는 곳 옆으로 가보니 진짜로 경품이벤트를 하고 있었다.
‘오, 1등은 제주도 여행권을 주네?’
코로나로 인해서 해외 여행이 완전 막혀 버렸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제주도로 여행을 떠나고 있었는데 비행기 가격이랑 호텔비용까지 엄청 올랐다고 들었다.
생각보다 이벤트가 강해서 일까?
전쟁이라도 치르듯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연락처를 영수증에 적어서 이벤트 함에 집어 넣고 있었다.
‘그래, 이벤트는 공짜로 받는 게 최고기는 하지.’
나는 사람들을 따라서 영수증에 연락처를 적어 경품함에 넣었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거 우리 가게에 적용 시키면 어떨까 하는 그런 생각 말이다.
‘나쁘지 않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