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4 화
“저렴한 식재요?”
[ 아, 그렇게 말하니깐 좀 이상하구나. 본부장님이 식자재 사입해서 써도 된다고 하셨나 봐요. ]
보통 매장에서 일을 하다 보면 배송 오류로 식자재가 안 들어오거나 아니면 매출이 생각보다 높아서 재료가 부족해지는 경우 아니면 들어온 식재의 상태가 별로 안 좋거나 하는 일이 일어난다.
그럴 때 장사를 접을 수는 없으니 보통 현장에서 재료를 구매하여 처리하는데 이것을 사입이라고 한다.
하지만 내가 일할 때만 해도 물류 유통의 안정성과 메뉴 퀄리티 유지를 위해서 사입을 최대한 자제하라고 이야기했었는데 그것을 허락했다니 생각 밖의 일이었다.
‘유통업자들에게 고기를 싸게 받았나 보구나...’
수완점에 있을 때도 그런 일이 있었다. 본사보다 저렴하게 납품해 주겠다면서 매장에 찾아와 영업하는 도소매업자들 말이다.
본사 직영점이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고 말하면 포기하고 돌아갔었는데 최지연이 그것을 이용해서 1+1을 기획한 것 같았다.
‘강훈이 나를 많이 신경 쓰나 보구나.’
최지연이 기획했다고 해도 강훈이 허락해주지 않았으면 이건 밀어 붙이기 힘들었을 것이다. 기존의 본사 영업 방침과는 차이가 나는 방식이니까 말이다.
매장으로 돌아온 나는 안 서방에게 물었다.
“안 서방, 우리도 8월 4일까지 오픈 가능할까?”
“8월 4일이요?”
내 말에 안 서방은 수첩을 펴서 일정을 살펴 보기 시작했다.
“이때 바닥 타일 작업하고 벽에 페인트는 이날 하니까...가능 할 것 같습니다.”
“그래?”
“네, 좀 빨리 끝내면 1일에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매장 내부 청소를 하고 정리하는 시간도 있어야 하기 때문에 공사는 빨리 끝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일단은 1일까지 최대한 빨리 맞춰서 해주라.”
“네, 알겠습니다.”
안 서방에게 일정을 확인한 나는 빠르면 8월 3일에 오픈 할 생각이었다.
휴가철이어서 손님은 별로 없겠지만 직원들도 새로운 매장에 적응할 시간도 필요하니 미리 오픈해서 손을 맞춰볼 필요가 있었다.
‘이벤트는 좀 더 생각해보자.’
로이스의 1+1이 강하기는 했지만 내가 알기로 로이스 정식의 가격은 12,000원이었다. 내가 생각한 런치 세트가 2개 나간다고 생각하면 2천 원 차이였다.
아예 런치 세트 가격을 6천 원으로 해서 단가를 로이스에 맞추는 법이 생각났지만 그러면 본전도 나오지 않게 되고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된다.
아무리 손님을 늘리기 위해서라지만 이것은 끌리지 않았다.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보자.’
****
7월 28일 화요일
“소파는 이런 식으로 놔주세요.”
저번 주 토요일 날 매장 확인을 마친 나는 바로 가구 백화점으로 가서 소파를 구매했다.
마침 TV도 화요일 날 온다고 해서 같은 날 집으로 배달이 오게 했는데 거실에 TV와 소파를 설치하고 나니 한층 사람 사는 곳 같아 보였다.
설치된 소파에 앉아서 창밖을 바라보니 보이는 강의 모습이 더 운치가 있었다.
‘그래, 이제 좀 제대로 된 집 같다. 이럴 땐 커피 한잔 먹어야겠지.’
믹스 커피를 타서 소파에 앉아 잠시 쉬고 있었는데 상현에게서 깨톡이 왔다.
< 하, 씨발 선풍제약 또 떨어졌어...오늘 하한가 가겠다...>
< ㅋㅋㅋㅋ그러게 적당히 욕심 부렸어야지. >
안타까운 일이지만 상현은 선풍제약이 10만 원을 넘었을 때 팔지 않았다고 한다.
15만 원을 넘어서자 상현은 20만 원을 갈 것으로 생각했고 결국 저번 주 금요일에 큰 폭의 하락을 맞으면서 팔지 못했고 아직까지 들고 있었는데 차트를 보니 오늘도 -20%로 엄청나게 빠지고 있었다.
나에게 주식에 대해서 잘 안다고 말했지만 상현도 어쩔 수 없는 개미였다.
< 그냥 팔아야 할까? >
상현은 이제 나에게 물어볼 정도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 것 같았는데 나는 그냥 내 생각을 말했다.
< 그래도 지금 전 고점 대비 -50%나 빠졌는데 반등 한 번 주지 않을까? >
< 그럴까? >
그동안 매매는 별로 하지 않았지만 공부는 꾸준히 하고 있었다.
주식에 대해서 관심이 높아진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너튜브에는 자신들의 매매법을 공개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었다.
나는 그중에서도 개미로 시작해서 100억 이상의 수익을 올린 슈퍼개미들에 특히 관심이 많았는데 그들이 생각하는 방식과 매매 기법을 배우려고 많이 노력했었다.
‘단기 급등한 코스닥 종목들은 -50%, 코스피 종목들은 -25% ~ 30% 가 되면 V자 반등이 자주 나옵니다. 그것만 노리고도 짧게 스윙 칠 수도 있어요.’
상현이에게 말해 준 것도 슈퍼개미들의 영상에서 기억해낸 방법이었다.
< 그냥 그런 말을 어디서 본 것 같아. 근데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라. 네 돈이잖아. >
< 알았다. >
상현과 연락을 마친 나는 선풍제약의 차트를 자세히 쳐다 보았다.
분봉상 차트는 떨어질 만큼 떨어지고 오른쪽으로 횡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는데 슈퍼개미 중 한 명이 말한 매수 타이밍이었다.
< 이렇게 단기로 낙폭과대 심하게 나오고 있는 종목들은 떨어질 때 사지 마시고 떨어질 만큼 떨어져서 오른쪽으로 횡보하고 있을 때 잡으시면 됩니다. 이 횡보가 끝나는 시점에서 상승 또는 하락의 방향성이 정해지는데 떨어지면 미련 가지지 마시고 바로 손절 하시고 만약에 상승으로 방향성이 정해지고 잘하면 그 전 고점까지도 먹을 수 있습니다. >
‘좀 사볼까?’
일성전자와 선풍제약 모두 상현이 추천해 준 주식이었다. 내가 처음에 사겠다고 생각한 깨깨오도 아직 매수도 하지 않았다.
애초에 주식은 그냥 어떻게 돈을 벌었는지 주변 사람들에게 알릴 수단이어서 지식만 갖추려고 그랬던 이유도 있었고 솔직히 말해서 내가 주식을 실력으로 돈을 벌어야 겠다는 크게 없었다.
그래서 매매에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공부를 자꾸 하다 보니 아는 것도 많아지고 차트상 좋은 위치도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또 내가 좋다고 생각한 종목들이 실제로 그런 상승을 보여주면 아깝다는 생각도 많이 들기 시작했다.
‘이거 들어갔으면 얼마야?’
최근에 선풍제약 급상승을 놓쳐서 인지 그런 생각이 더욱 강해졌다.
‘선풍제약 반등 노리고 단타 쳐볼까?’
잠시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갑자기 머릿속에 저번주 금요일에 있었던 폭포수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씨발, 또 그런거 한 번 더 나오는 거 아니야?’
그런 걱정이 들자. 매수하려던 마음이 점점 시들어 들고 있었다.
****
‘뭐야, 여긴 어디지?’
분명 소파에 누워서 핸드폰을 하고 있었다. 깜빡 잠이 든 것 같았는데 일어나보니 숲 속이었다.
무슨 영문인지 알 수가 없었는데 갑자기 커다란 호랑이 울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어흥”
심장을 울리는 것 같은 커다란 소리에 정신이 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야.”
주변은 온통 어두컴컴했고 음산한 기운마저 흐르고 있었는데 그때 등 뒤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들리는 쪽을 바라 보았는데 커다란 호랑이가 바위 위에서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씨발!”
호랑이를 확인한 나는 미친 듯이 숲 아래로 뛰기 시작했다. 내가 도망가기 시작하자 바위 위에 있던 호랑이가 내려와 나를 향해 거친 기세로 달려왔다.
나무 사이를 헤치면서 숨을 헐떡이고 있었는데 갑자기 오른쪽과 왼쪽에서 호랑이가 한 마리 씩 더 나타났다.
마치 나를 사냥 하듯이 모는 느낌이었는데 점점 거리가 가까워 지기 시작했다.
“젠장.”
더는 도망갈 수 없겠다고 느껴지는 그때 도망가던 방향의 앞쪽 나무에서 호랑이가 모습을 드러내더니 나를 그대로 덮쳤다.
나는 호랑이의 무거운 발에 깔린 나는 살기 위해 몸부림쳤는데 그때 커다란 아가리가 나의 팔을 물었다.
“으악”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을 그때 따라오던 다른 호랑이도 팔과 다리를 물기 시작했다. 네 마리의 호랑이가 팔과 다리를 물기 시작하자 몸이 찢어질 것처럼 아팠다.
“살살...살려줘!”
****
“살려줘!”
커다란 비명을 지르면서 자리에 일어난 나는 여전히 소파에 누워 있었다.
‘꿈이었나...’
아직도 호랑이에게 물린 팔과 다리가 저려 오는 것이 마치 진짜로 물린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꿈이지만 너무 생생했어.’
생각해보니 저번에도 이런 꿈을 꾼 적이 있었다. 로또에 당첨되기 전 그때도 호랑이 꿈을 꾸고 좋은 일이 있었다.
‘설마...이번에도?’
생각해보니 꿈속에서 나온 호랑이의 모습이나 크기가 그때랑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자 악몽 같았던 꿈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대박을 준 꿈이었으니까 말이다.
‘로또 또 사러 가자.’
비슷한 꿈을 꾸었으니 또 로또를 사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갈 준비를 했다.
설마 또 당첨되는 거 아니야 하는 즐거운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근데 핸드폰이 어딨지?’
분명히 잘 때 들고 있었던 것 같은데 소파 바닥에 떨어져 있는 핸드폰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다가 떨어 뜨렸나보네.’
핸드폰을 화면을 켜보니 여전히 선풍제약의 차트가 보이고 있었다.
시간을 보니 벌써 30분이 지났는데 여전히 횡보하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차트창을 끄려는 그때 갑자기 빨간색 불기둥이 위로 솟구치기 시작했다.
선풍제약의 방향성이 정해진 것이다.
‘뭐야!’
슈퍼개미도 말하고 자신도 어느 정도 생각한 대로 시나리오대로 차트가 움직이자 나는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지금 사볼까?’
호랑이 꿈을 꿔서 그럴까?
아까와는 다르게 왠지 자신감이 생겼다. 지금 들어가면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은 그런 느낌 말이다.
‘그래, 계속해서 눈팅만 하고 있을 수는 없지.’
가장 좋은 주식 공부 방법은 자신의 돈으로 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눈으로 보고 연습하는 거라 실제로 투자하는 거랑은 완전 다르다. 자신의 돈으로 투자해서 얻은 경험만이 뼈 속까지 새겨져 진정한 고수가 될 수 있다고 슈퍼개미들은 말했다.
< 일성전자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
나는 과감하게 그동안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던 1억 원의 일성전자를 청산하였다. 그리고 선풍제약에 1억 원의 매수 주문을 넣었다.
선풍제약 현재가 56,000원
55,000원까지 떨어졌던 선풍제약은 이제 오르기 시작해서 56,000원으로 상승했는데 다행히 주문은 체결되었다.
주문을 마친 다음 이제 로또를 사러 나가려고 했는데 그럴 수가 없었다. 내가 사자마자 선풍제약의 주식이 위로 상승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저번에 폭포수를 봤다면 이번에는 불꽃놀이라고 해야 할까?
계속해서 빨간 기둥을 만들면서 선풍제약이 미친듯한 상승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렇게 오르던 주식은 어느새 오늘 감소했던 마이너스를 전부 회복하고 플러스로 전환되었다.
선풍제약 현재가 73,000원
너무 급격하게 올라서 일까?
넋 놓고 상승하는 것을 구경하고 있었는데 오후 3시 30분 돼서 장이 끝나고 나서 잔고를 확인한 나는 웃음이 나왔다.
선풍제약
매입가 56,000원
평가손익 +30,245,345
수익률 +30,48%
중간 중간 팔아야 겠다는 위기도 있었다. 하지만 그 전 고점까지 상승할 수도 있다는 슈퍼개미의 말이 생각나 나는 마음을 붙잡았다.
그래서 30%에 가까운 큰 수익을 챙길 수 있었다.
나는 기뻤다. 이건 누구의 추천이 아닌 내 생각대로 분석해서 매매한 첫 수익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주식 재미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