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 51 화 >
“7,000원이요?”
“어때?”
“그거는 너무 싼 거 아니에요?”
싸다. 맞는 말이었다. 원래 지금 현재 우리 가게에서 파는 돈카츠 가격 중 가장 싼 메뉴는 로스카츠 정식으로 8,000원 이었다.
근데 그것보다 싼 가격이었다.
런치세트를 내가 생각한 구성으로 재료비를 계산했을 때 6,500원 정도가 나왔는데 처음에는 8,000원 정도의 가격을 생각했었다.
하지만 나는 이번 기회에 좀 더 가게를 알리고 싶었다.
나의 경쟁 업체는 로이스 뿐 만 아니라 다른 가게들도 많이 있기 때문이다. 상무지구에는 거의 블록마다 돈카츠 가게가 하나씩 있다고 할 만큼 많다.
거기에 돈카츠가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메뉴이고 튀기기만 하면 된다는 상대적으로 단순한 조리 과정 때문에 냉면집, 고기집, 분식집에서 가리지 않고 메뉴에 추가하여 판매를 하고 있었다.
물론 그 맛의 퀄리티는 떨어지겠지만 그래도 저렴한 가격 때문에 거기서 먹는 사람들도 있다.
코로나 때문에 인원 제한, 시간 제한 등에 걸리면서 밖에서 외식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많이 줄어 들었다.
새로 오픈하는 점포는 관심을 끌기 좋으니 이번 기회에 고객들의 머리에 다시 알로하를 각인 시켜 ‘돈카츠라는 메뉴가 생각나면 알로하에 가자.’라는 이미지를 심어줄 계획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객들을 깜짝 놀라게 할 필요가 있었다.
“싸지, 우리가 상무지구 돈카츠 싹쓸이 하자.”
“저렴하니까 사람들이 많이 올 것 같기는 한데...저는 이제 좀 걱정이...가게도 넓혀서 돈 많이 들어가실 것 아니에요. 근데 수익이 별로 없으면...”
한승이의 걱정이 이해 되었다. 녀석은 내가 로또에 당첨된 줄 모르니까 말이다.
거기에 나는 생각하고 있는 것이 하나 더 있었다.
“내가 며칠 전에 너튜브에서 장사 잘되는 국수집 사장님을 봤거든 근데 거기 비결이 뭐였는지 알아?”
“글쎄요?”
“원래 국수는 상당히 저렴한 음식이잖아. 아마 내 기억에 5,000원에 판매 했을 거야. 그런데 그 사장님은 고객들이 방문해서 버는 돈을 재료비에 투자했어. 조개를 몇 개씩 더 놓고 다시마를 더 넣고 하면서 말이야.”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어떻게 되긴, 당연히 맛이 더 좋아지겠지? 그래서 그 맛을 보고 더 많은 고객들이 오고 말이야. 사장님은 다시 재료비에 더 투자하고 가격은 그대로지만 맛은 계속 발전했지.”
“그러면 똑같잖아요. 재료비 올라가서 이익이 줄어드니까.”
“그래, 재료비가 너무 올라서 이제 사장님 가게에 순이익이 월 200만 원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해보자. 근데 많이 몰려드는 고객을 감당할 수 없어서 사장님은 점포를 늘렸어. 총 10개가 되었는데 매출이 다 비슷하다고 했으니까. 사장님이 얼마나 벌 지 생각해봐.”
“아, 이천만 원이네요.”
“그렇지. 거기에 몰려드는 사람들을 보고 가맹점을 하고 싶다는 사람도 많아져. 그럼 가맹점을 내어주고 가맹비도 받을 수 있겠지.”
“그렇군요.”
“이게 내가 생각한 알로하의 미래야. 여기가 본점, 본점은 그렇게 수익이 안 나도 상관없어. 맛과 가격으로 고객을 만족시킨다. 이거에 집중할 거야. 그렇게 사람이 몰리게 되면 그 사람들이 가게를 홍보해주고 그게 돈이 된다.”
내 말에 한승이는 박수를 치면서 말했다.
“무슨 말씀인 지 이해했어요.”
“그래, 그러니까 너도 혹시 더 맛있게 만들 수 있거나 좋은 방법 떠오르면 부담 없이 말해.”
“네, 알겠습니다. 그럼 런치세트 구성은 이렇게 하는 게 어떨까요?”
나는 한승이와 상의하여 런치세트의 구성을 마쳤다.
등심과 안심 거기에 치즈카츠가 들어간 메뉴였는데 우리 가게 대표 메뉴들을 하나씩 맛볼 수 있어서 괜찮은 것 같았다.
“괜찮은 것 같다. 이렇게 하는 걸로 결정하자.”
그렇게 한승이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이제 출근을 했는지 이하연이 주방 쪽으로 들어오면서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어, 하연이 출근했니?”
나는 반갑게 인사를 했는데 나를 바라보던 그녀가 말했다.
“누구세요?”
나를 못 알아보는 그녀의 반응에 한승이는 크게 웃었는데 아무래도 바뀐 모습에 적응 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
“형님,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7월 22일 안 서방과 상의하여 설계를 끝내고 오늘부터 공사가 들어가기로 했다.
“그래, 빨리 하는 것도 좋은데 하자가 없는 게 제일 중요해. 특히 주방 쪽 말이야.”
“네네, 잘 알고 있습니다.”
일전에 일을 맡겨서 꼼꼼하게 일하는 그의 성격을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신경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아, 그리고 내가 말한 일용직 자리 해줄 수 있지?”
“네, 안 그래도 사람 구하려고 했는데 잘 됐네요.”
“그래, 고마워. 그래도 너무 위험한 일은 시키면 안돼?”
나는 안 서방에게 선우의 일을 부탁했는데 선우가 이런 일을 해보지 않아서 걱정이 되기는 했다.
“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래, 그래도 매일 가게에 들릴 테니까. 문제 있으면 말해줘.”
공사하는 기간 동안 그래도 매일 가게에 올 생각이었다.
공사 진행 현황도 보고 가게에 들어갈 자재들도 골라야 하고 일하시는 분들 간식도 사다 드릴 겸 말이다.
“아, 여기 타일이랑 바닥, 벽에 들어갈 샘플북이거든요. 보시고 대략적으로 색상 정해두세요.”
안 서방은 나에게 책자를 하나 건네 주었는데 열어보니 다양한 색상들이 많이 있었다.
같은 흰색이어도 들어가는 무늬에 따라서 모양이 또 달라 보였는데 좀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았다.
“알았어. 고마워.”
안 서방에게 일을 맡기고 가게를 나온 나는 이번에는 구청으로 향했다. 가게 확장 신고를 하기 위해서다.
기존의 가게에서 옆으로 확장했기 때문에 다시 영업 신고를 해야 했다.
간혹 불법 건축물인지 확인하기 위해 방문 조사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번 같은 경우 본래 가게였던 곳으로 넓히는 것이기 때문에 어렵지 그 정도 조사까지는 하지 않을 것 같았다.
서구청 위생과에서 간단하게 영업 신고를 마치고 나와서 잠시 입구에 서 있었는데 반가운 얼굴을 만날 수 있었다.
민국과 나라 남매였다.
“어!”
내가 아는 척을 하자 나라도 나를 보고 아는 척을 했다.
“돈카츠 사장님이다!”
“안녕하세요.”
“어, 그래. 안녕.”
민국은 나를 보고 인사를 했는데 옆에 할머니 한 분이 서 계셨고 그 할머니가 나를 보고 민국이에게 물었다.
“누구시니?”
“할머니, 제가 저번에 말씀드렸던 생일에 돈까스랑 케이크 사주신 사장님이세요.”
민국의 설명에 갑자기 할머니는 나의 손을 잡고 말했다.
“아이고, 일전에 이야기를 듣고 한 번 찾아갔어야 했는데 너무 늦었네요.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아, 아닙니다. 민국이가 편지를 써준 덕분에 저도 장사가 잘 됐어요.”
“진짜요?”
내가 장사가 잘 됐다는 말에 민국이도 기뻐했다.
“어, 네가 라디오에 사연 보내준 걸 읽고 많은 사람들이 감동해서 가게 찾아주셨더라. 오히려 사장님이 너희에게 너무 고마워.”
“다행이네요. 할머니가 라디오에 보내 보자고 말씀하셨었어요.”
“그래? 할머니. 정말 감사합니다.”
“아이고, 내가 한 게 뭐 있다고 다 사장님 성품이 착해서 복 받은 거지.”
할머니는 내 손을 꼭 잡고 말했는데 민국과 나라 남매가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그래도 밝게 자란 것이 할머니 때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너희들 왜 그때 이후로 안 왔어. 사장님이 자주 와서 돈카츠 먹으라고 했잖아.”
“아, 왠지 또 그러기가 죄송해서...”
“에이, 걱정하지마. 사장님, 가게 진짜 장사 잘 돼. 오히려 사장님이 고마우니까 아무 때나 편하게 와. 아 지금 공사중이구나...8월 지나고서는 진짜 아무 때나 상관없어. 그러니까 편하게 와.”
“진짜요?”
편하게 오라는 나의 말에 나라는 기쁜 듯이 발을 동동 굴렀다.
“그래, 나라, 돈카츠 좋아하잖아. 사장님이 또 맛있게 만들어 줄게.”
“네!”
나는 기뻐하는 나라의 모습을 보면서 기분이 좋아졌는데 문득 왜 여기에 있는지 궁금해졌다.
“근데, 구청에는 무슨 일로 오셨어요?”
나의 물음에 할머니가 말씀하셨다.
“그...코로나 지원금인가...그거 신청하라고 연락이 와서 애들 데리고 나왔어요.”
코로나로 인해서 급여감소, 실직, 폐업 등으로 고통 받는 국민들이 너무 많아서 인지 나라에서 지원금을 나눠주기로 결정했다.
나도 최근에 신청을 했었는데 아무래도 핸드폰 사용이 어려운 어르신이다 보니 직접 방문해서 신청을 하시는 것 같았다.
“아, 그러셨구나.”
“근데 그때 어디로 가서 신청을 하라고 전화를 받았는데 까 먹어서...”
“걱정하시마세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나는 구청 안에 있는 민원인 안내 데스크로 가서 직원에게 물어보았다.
“저기요, 코로나 지원금 관련해서 신청하러 왔는데 어디로 가야 할까요?”
“아, 2층에 있는 사회복지과로 가시면 되세요.”
“네, 감사합니다.”
어디서 신청하는 지 알아낸 나는 할머니에게 가서 이 사실을 알렸다.
“할머니 여기 2층에 사회복지과에서 신청하시면 된대요.”
“아이고, 감사합니다.”
“제가 같이 가서 도와드릴게요.”
“그렇게 까지 안 해도 되는데.”
“아니에요, 오늘 마침 일도 없고 할머니 때문에 가게 장사도 잘 되었는데 이 정도는 도와드려야죠.”
나는 아이들과 할머니를 모시고 2층에 있는 사회복지과로 갔다.
나는 할머니를 대신해서 번호표를 뽑아 들고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곧이어 알림이 울리고 할머니 차례가 되자 나는 할머니를 모시고 데스크로 갔다.
“어떻게 오셨어요.”
여직원이 방문한 이유를 물어보았는데 나는 그녀를 보고 순간적으로 몸이 굳을 수 밖에 없었다.
박지현, 대학교 때 사귀던 예전 여자친구였기 때문이다.
내가 잠시 머뭇거리고 있을 때 그녀도 나를 알아봤는 지 눈이 커졌다. 서로 그렇게 말없이 쳐다보고 있었는데 적막감을 깨고 할머니가 말씀하셨다.
“코로나 지원금 신청하러 왔습니다.”
할머니의 말에 그녀도 정신을 차렸는 지 서류를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이거 작성해서 주시면 되세요.”
서류를 받은 할머니는 내 손을 잡고 부탁을 하였다.
“내 눈이 어두워서 이거 좀 대신 써줄 수 있을까?”
“아, 네네.”
나는 할머니를 도와서 그녀가 말하는 정보들을 대신해서 적었는데 앞에 있는 지현이가 신경이 쓰였다.
헤어진 지 벌써 5년이 넘었다. 마지막에 공무원에 합격해서 경기도에서 근무 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왜 여기에 있는지 의문이었다.
“여기 다 썼습니다.”
머릿속이 혼란스러웠지만 나는 그냥 아무렇지 않게 넘기기로 생각하고 서류만 작성해서 그녀에게 넘겼다.
“신청은 다 되셨습니다. 그 생활지원금 입금되는 통장으로 입금 되실거에요.”
“네, 감사합니다.”
나는 카드를 받은 후 할머니를 모시고 나왔다. 등 뒤에 있는 그녀가 신경이 쓰였지만 지금은 할머니가 우선이었다.
밖으로 나오자 할머니는 다시 나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였다.
“도와줘서 고마워요. 덕분에 쉽게 했네.”
“아, 아닙니다. 다음에 아이들하고 같이 돈까스 드시러 오십시오.”
내 말에 할머니는 다시 손을 꼭 잡으셨다.
“고맙습니다. 사장님. 꼭 복 받으실 거에요.”
“사장님. 꼭 갈게요!”
할머니는 민국, 나라 남매와 함께 집으로 향하셨는데 좋은 일을 했지만 지현이를 봐서 그럴까? 나는 왠지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010-XXXX-4411
번호는 예전에 지웠지만 지금도 머리에서 기억하고 있는 지현이 번호였다. 그녀가 나에게 전화를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