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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도 장사를 합니다-50화 (50/225)

# < 제 50 화 >

“가르마 펌?”

“응, 이렇게 할 생각이야.”

내 말에 은기는 가게에 비치된 예시 사진 몇 장을 보여주었다. 앞머리가 5:5로 갈라져서 양 갈래로 내려오는 머리였는데 처음 해보는 스타일이어서 조금 부담이 되었다.

“이게 나한테 어울릴까?”

“어, 지금 머리가 좀 기른 상태라 옆이랑 뒷머리만 좀 자르고 앞머리는 조금만 다듬으면 만들 수 있어.”

앞머리를 올리고 다닌 지 거의 5년이나 되었다. 은기가 보여주는 ‘사진 속 모델들처럼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왕 여기 왔으니 친구를 믿어 보기로 했다.

“그래? 은기야, 네가 알아서 해줘.”

“그래, 나만 믿어.”

은기는 바로 바리캉을 들어 옆머리부터 시원하게 밀기 시작했는데 쓱쓱 지나가는 그의 손길에 나는 머리가 우수수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부원장님, 저 먼저 밥 먹겠습니다.”

“네, 맛있게 드세요.”

다른 디자이너로 보이는 여자가 다가와서 은기에게 말을 했는데 이제 보니 은기가 밥 먹는 시간이었던 모양이다.

“뭐야, 너 점심 먹는 시간이었어?”

“어, 원래 3시에 먹거든. 근데 괜찮아. 너 머리 해주고 먹어도 돼.”

생각해보니 유명 미용실 같은 경우 당일 예약은 힘들 수도 있다고 들었는데 은기가 자기 점심시간을 쪼개서 내 머리를 잘라준 모양이다.

파마까지 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았는데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야, 근데 부원장님. 하니까 좀 어색하다.”

“그렇지? 나도 그래.”

“근데 이 일 한 지 얼마나 됐지?”

“미용? 한 6년 됐을걸?”

“근데 6년 만에 부원장이면 엄청 빨리 승진한 거 아니야?”

그랬다. 나보다 1년 정도 앞서서 미용 일을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가 벌써 부원장이 되다니 내 생각에는 빠르게 승진한 것 같았다.

“그렇지.”

“욜, 비결이 뭐야?”

“비결? 다른 건 아니고 SNS 때문이야.”

“SNS?”

“내가 매일 작업한 머리 SNS에 올렸거든 그게 반응이 좋아서 팔로워가 많이 늘었어.”

“그래?”

“그거 보고 가게로 손님도 많이 오고 원장님이 좋게 봐주셨는지 부원장 자리도 만들어 주셨고.”

생각해 보니 이해도 되었다. 은기는 원래 잘 생겨서 학교 다닐 때도 인기가 많았으니 SNS에 사진 올리면 관심 많이 받을 것 같았다.

“그래서 지금 팔로워가 몇 명인데?”

“나? 지금 3만 명 정도?”

“그거 엄청 많은 거 아니야? 내 친구 중에 인플루언서가 있는 줄은 몰랐네.”

“많은 거긴 한데...막 인플루언서 정도는 아니야. 최소 10만 명은 넘어야지.”

머리를 자르면서 은기와 대화를 계속했는데 생각보다 어색하지 않았다. 괜히 나 혼자 녀석을 거리감 있게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런가? 나도 한번 봐봐야겠다.”

“너 SNS 안 하지 않아?”

“아, 얼마 전에 아이디 만들었어.”

원래 그동안 SNS 계정이 없었는데 SNS에 올라오는 가게 반응을 확인하고 싶어서 은정이의 도움을 받아 저번에 만들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올린 가게 게시물만 확인하고 내가 사진을 올린다던가 친구들에게 팔로우를 신청하지 않았기 때문에 은기가 모르는 것은 당연했다.

“그래? 나는 왜 몰랐지?”

“아, 그냥 손님들이 SNS에 가게 리뷰 어떻게 올리나 보고 싶어서 만들었어. 아직 아무도 팔로우 안 했다.”

“그렇구나. 그럼 이따가 나랑 맞팔하자.”

“맞팔? 근데 나 SNS 잘 안 해서 해도 소용없을 거야.”

“SNS를 안 한다고? 왜?”

“귀찮잖아. 사진 찍어서 올리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하고...”

“너는 SNS로 가게 리뷰 확인한다는 애가 자기 가게 홍보를 안 하는 게 말이 되냐?”

“그런가?”

“요즘 광주에서 잘 나가는 식당들은 다 자기 SNS 가지고 있어. 유명한 블로거나 인플루언서에게 돈 쓸 필요가 뭐 있어. 자기가 유명해 지면 되는 건데...”

은기의 말을 듣고 보니 생각해 보니 그랬다.

10만 명의 팔로워를 가진 인플루언서에게 가게 홍보를 맡기는 것보다 사장인 내가 팔로워 10만 명을 가지는 것이 가게를 홍보하는 데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에이, 근데 그렇게 사람 많이 팔로워 하게 만드는 거 어렵잖아.”

“어렵기 뭐가 어려워. 조금만 부지런하면 돼.”

“그래?”

“너 가게에 하루에 손님 얼마나 와?”

“하루에? 한 100명은 오는 것 같은데...”

“그럼 그중에서 10명만 팔로워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봐. 하루에 10명, 한 달이면 300명, 1년이면 3,600명이다.”

“그러네?”

“더군다나 이게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하면 언급해주는 사람들이 늘어나서 더 빨리 팔로워 늘릴 수 있어. 내가 그랬거든.”

3만 명의 팔로워를 달성한 은기의 말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귀에 확 와 닿았다.

“그래? 그럼 네가 나 좀 도와줘라.”

“그래. 도와줄게. 근데 너도 좀 유명한 식당이나 카페 사장님들 SNS 들어가서 직접 봐봐. 그들이 어떤 식으로 홍보하고 있는지 보면 도움 많이 될 거야.”

정미희 씨가 블로그에 글을 올려 준 이후로 가게에 좋은 평가와 방문자가 늘어서 인터넷 홍보의 힘을 체감하고 있던 상태였다.

그런데 은기의 말을 듣고 보니 내가 직접 운영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가게를 방문한 고객들과 소통도 할 수 있고 말이다.

****

“머리, 다 됐다.”

커트하고 파마까지 꽤 오래 시간이 지났는데 샴푸를 마치고 은기가 나의 머리를 드라이로 말려주면서 스타일을 만들어 주었는데 나쁘지 않았다.

“아침에 드라이기로 바람을 이런 식으로 말린 다음에 스프레이나 왁스로 고정만 해주면 돼. 어때? 간단하지?”

나는 완성된 머리를 이리저리 둘러보았는데 조금 어색하기는 했지만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웃음이 나왔다.

“괜찮네?”

“겨우 그 정도야? 엄청 괜찮아졌지. 그렇죠? 지민 씨.”

“네, 엄청 잘 어울리세요.”

은기는 옆에서 머리 말리는 것을 도와 주고 있었던 다른 직원에게 물어 봤는데 그 직원도 잘 어울린다고 호응해 주었다.

“그래? 고맙다. 이제 가야겠다. 너도 밥 먹어야지.”

결제를 하기 위해 카운터로 갔는데 나의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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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만 원권 10% 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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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만 원권 20% 할인

예전부터 미용실에 올 때마다 궁금했던 건데 나는 은기에게 물어봤다.

“이거 뭐야?”

“아, 그거 회원권이라고 미리 결제하면 1년 동안 옆에 써진 만큼 할인해주는 거야.”

“그래? 이거 하면 너한테 돈 들어오냐?”

“디자이너 나로 지정하면 돈 들어오지.”

“그럼 나 30만 원 권 하나 해주라.”

“이거 가입한다고?”

머리가 마음에 들기도 했고 더군다나 앞으로 SNS 도움도 받을 생각이어서 그에게 무언가 해주고 싶었다.

“응, 나 앞으로 여기서 계속 머리 자를 거야. 그럼 저렇게 계속 할인 해주는 거지?”

“그렇기는 한데... 염색이나 파마 자주 안 하면 크게 효과 없을 거야.”

“그래? 그래도 한 달에 한 번씩은 와서 자를 건데...소용 없을까?”

“그렇지, 남자는 탈색이나 시술 받는 거 아니면 큰 의미 없어.”

“시술?”

“어, 눈썹 문신 같은 거 우리 미용실에서 하고 있거든.”

“눈썹 문신? 그거 하는 남자들 많이 있어?”

“많이 있냐고? 엄청 많아. 나도 이거 문신한 거야.”

은기를 볼 때마다 눈썹이 진해서 예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그게 문신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었다.

“그래, 그래도 회원권 해줘. 다음에 와서 눈썹 문신하지 뭐.”

“진짜? 나 때문에 하는 거면 진짜 괜찮아.”

“아니야, 겸사겸사 하는 거야. 앞으로 여기 자주 올 거야. 근데 이왕이면 할인 받으면 좋은 거고 친구 매출 올려주면 더 좋은 거지.”

“그래? 그럼 다음에 오면 염색도 하자. 아까 보니까 새치가 좀 있더라.”

“그래, 그것도 하자.”

나는 결제를 마치고 가게를 나왔는데 그동안 ‘왜 그를 어색하게 생각했을까?’ 하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인지 오늘 이곳으로 머리 자르러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와 친해졌고 좋은 정보도 얻었기 때문이다.

나는 미용실 유리창에 비친 모습을 확인했는데 확실히 달라지기는 했다. 거기에 안경을 잠깐 벗어 보았는데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분위기가 달라졌다.

‘근데. 진짜 좀 잘 생긴 것 같은데?’

****

다음날 가게에 출근한 어제 생각한 세트 메뉴에 대해서 한승이와 상의를 하기 위해였다.

“한승아, 나왔다.”

한승이는 아침에 들어온 식자재를 열심히 정리하고 있었는데 나를 쳐다보고 깜짝 놀랐다.

“사장님! 그게 뭐예요.”

“뭐가?”

“머리 바꾸셨네요?”

“아, 친구 미용실 갔다가 머리 바꾸라고 해서 바꿔봤어. 이상하냐?”

“아뇨, 훨씬 잘 어울리세요.”

“그래? 다행이네.”

“근데 오늘 왜 안경을 안 쓰고 오셨어요?”

어제 미용실을 나오고 바뀐 나의 모습에 잠시 고민을 했는데 결국 옆에 있는 안경점에서 렌즈도 맞췄다.

대학교 졸업 이후 오랜만에 껴보는 거라 아침에 조금 고생하기는 했지만 안경을 벗으니 머리랑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당분간 이러고 다닐 생각이었다.

“아, 렌즈 맞췄어.”

“오, 진짜 잘 어울리세요. 완전 다른 사람인데요?”

“괜찮은 것 같아?”

“네, 사장님 이렇게 보니까 눈이 엄청 크셨네요. 예전 안경이 도수가 진짜 높았나 봐요. 완전 잘생겨 지셨어요.”

한승이는 계속해서 나를 칭찬했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조금 민망한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나는 말을 돌렸다.

“한승아.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그래요? 그럼 뭐가 중요하죠.”

“내가 로이스 오픈 할 때 상대 할 이벤트를 생각해봤거든 런치 세트 어때?”

“런치 세트요?”

“그래, 내 생각에 로이스는 파스타 증정 같은 거 할 것 같거든 근데 나는 그냥 런치 세트로 메뉴 만들려고.”

“세트 구성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우리 단품으로 나가는 작은 사이즈 돈카츠들 있잖아. 그거 조합해서 만들면 구성 괜찮을 것 같은데 어때?”

우동이나 소바를 주문하면 사이드로 작은 크기의 돈카츠가 나온다.

크기가 작아서 빠르게 조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고 거기에 여러 가지 돈카츠를 세트로 구성할 수 있어서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오, 괜찮은 생각 같아요.”

“그리고 가격도 완전 저렴하게 할 거야.”

처음에는 런치 세트로 메뉴를 통일시켜 주문 시간과 조리 시간을 줄이는 것만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가격도 깎을 생각이었다.

로이스는 엄두도 못 낼 가격으로 말이다.

로이스는 신규로 오픈한 매장 당연히 수익이 나야 한다. 이제 막 오픈한 매장이 실적이 안 좋다? 점장의 자질에 관해서 논란이 나올 수 밖에 없다.

반면에 나는 훨씬 유리한 입장이다. 돈? 나는 당분간 안 벌어도 상관 없기 때문이다.

“얼마를 생각하고 계시는데요?”

“7,000원으로 하려고 하는데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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