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 45 화 >
사장님들과 이야기를 마친 후 가게로 돌아온 나는 직원들에게 이 소식을 알렸다.
브레이크 타임이라 밥을 먹고 있었는데 내 말을 듣고 다들 놀랐다.
“우리 가게 진짜로 넓히는 거예요?”
대충은 내용을 알고 있었던 한승이가 확인차 물었다.
“어, 그렇게 됐다.”
“언제부터요?”
“아마, 다음 주부터는 공사 들어 갈 거야.”
“사장님, 잘 됐어요. 지연 언니, 꼴도 보기 싫었는데 우리 가게 넓혀서 꼭 이겨요. 제가 열심히 일할게요.”
로이스에서 나오고 평일에 홀에서 알바를 하는 류소미가 나보다 더 의욕을 앞세웠다.
실업급여에 관해 알려주고 노동부에 신고까지 도와줬는데 돈을 떠나서 나름 믿었던 그녀에게 뒤통수를 맞았다는 것에 분노하고 있었다.
“그래서 말인데 공사 기간에 잠깐 가게 쉬어야 할 것 같아.”
직원들에게는 미리 언질을 해 두었는데 내 말에 이하연과 한승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해해줘서 고마워. 이번 기회에 휴가 다녀온다고 생각하자.”
본래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는 휴가철로 요식업에서는 성수기다.
하지만 이곳은 아울렛과 다르게 오피스 상권이어서 그런지 설날, 추석, 휴가철에는 다들 놀러 가고 많이 한가하다고 김밥집에게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래서 그때 맞춰서 휴가를 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차라리 잘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 알겠습니다.”
“아마, 공사 끝나고 나면 진짜 바빠질 것 같아. 지금도 다들 너무 잘해주고 있는데 앞으로도 잘 부탁해.”
“네, 걱정하지 마세요.”
다들 밝게 웃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선우의 표정은 별로 좋지 않았다. 신경이 쓰였던 나는 그를 조용히 불러서 물었다.
“선우, 무슨 일 있어?”
“아, 다른 건 아니고 혹시 얼마나 쉬는지 알 수 있을까요?”
선우의 말에 나는 처음 인테리어를 했을 때를 떠올렸다. 그때는 2주 정도 걸렸는데 주방 설비는 알로하를 쓴다고 해도 10일 정도는 걸릴 것 같았다.
“아마 한 10일 정도 걸릴 것 같은데.”
“10일이요?”
놀라는 그의 반응에 나는 그의 표정이 안 좋은 이유를 유추할 수 있었다.
‘알바비 때문에 그런가...’
일하는 시간이 줄어들면 받는 돈이 줄어든다.
한승이와 하연이는 직원이니 휴가비라도 조금 챙겨줄 생각이 있었는데 알바생들 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어쩔 수 없죠.”
그는 밝게 웃으면서 나의 사정을 이해해줬는데 그래서 더 신경이 쓰였다.
처음에는 설거지만 시키려고 뽑았는데 배우려는 의지가 강해서 저번 회식 이후로 한승이가 작업이나 조리도 하나씩 시키고 있었다.
재능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성실하고 의욕이 있어서 그런지 빠르게 적응하고 있었다.
“선우야, 혹시 공사할 동안 잡일이라도 해볼래?”
“잡일이요?”
“어, 저번에 보니까 공사하는데 청소하고 자재 정리하고 하는 거는 일용직 쓰더라고 좀 힘들기는 해도 알바하는 것보다 돈은 더 벌 수 있을 거야.”
“오, 진짜요? 그럼 하고 싶어요. 근데 제가 할 수 있을까요?”
“어, 어차피 매제가 공사할 거라. 내가 부탁하면 들어 줄 거야.”
“네, 알겠습니다.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야, 갑자기 공사하게 돼서 쉬는 건데 사장님이 미안하다.”
“괜찮습니다. 가게 넓히고 장사 더 잘 되면 좋은 거죠.”
“그래, 이해해줘서 고마워.”
****
직원들에게 사실을 알린 나는 이번에는 매제에게 전화를 했다.
[ 네, 형님. ]
“어, 안 서방. 이번 주에 여기 임대계약 마치기로 했는데 다음 주부터 공사 가능할까?”
[ 네, 가능합니다. 아버지에게도 형님 가게 공사할 수도 있다고 말씀드렸어요. ]
“그래? 감사하네. 사돈어른에게 말씀 좀 잘 해줘.”
매제는 그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인테리어 회사에 다녔는데 그 때문에 그가 자유롭게 일을 맡아 줄 수 있었다.
[ 가족 일인데요. 이럴 때 서로 도와야죠. 아, 저번에 말한 거는 생각해보셨어요? ]
“그거 생각해 봤는데 아직 결정은 못 했어. 생각보다 어렵네.”
안 서방이 말한 이후로 줄 곳 생각해 봤는데 인테리어를 어떤 식으로 해야할 지 고민이 되었다.
그냥 이 가게만 생각하면 안 서방의 말처럼 홀과 주방을 분리해서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이 가게 이후를 생각하고 있었다.
알로하를 키우고 나서 프렌차이즈 사업에 진출하고 싶었다. 그러면 거기에 맞는 인테리어를 시작부터 정하고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알로하 만의 스타일 말이다.
[ 그러시면 주말까지 한번 생각해보세요. 어차피 이번 주에도 광주 가니까. 대충 인테리어 형님 생각한 거랑 비슷한 느낌 가게 찾으시면 제가 자재 비교해드릴게요. ]
“그럴까? 그럼 일요일에 보는 거 어때?”
[ 네, 제가 가게로 가겠습니다. ]
“그래. 내가 이번 일 끝나면 옷 한 벌 해줄게.”
[ 진짜요? 저는 괜찮은데 은정이 옷 사주세요. ]
“아니야, 걔는 옷 많아.”
[ 그런가요? ]
“아무튼 신경 써줘서 고마워. 일요일 날 보자고.”
[ 네, 형님 들어가십시오.]
****
전화를 끊은 나는 가게를 천천히 돌아보았다. 확실히 저렴한 자재들을 써서 그런지 올드한 느낌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단비씨도 그런 이야기를 했었지. 전화해서 어떤 식으로 하면 좋을지 물어볼까?”
그래도 맛집을 많이 다닌 그녀였기 때문에 좋은 생각이 있을까 싶어서 나는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
“아, 단비씨. 저 정훈입니다.”
[ 네, 무슨 일이세요. ]
‘뭐지?’
최근에는 바빠서 연락을 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그동안 몇 번 통화를 한 적 있었다. 그런데 왠지 목소리가 가라앉아 있는 것이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다.
“아, 지금 바쁘세요?”
[ 아니요. 괜찮아요. 말씀하세요.]
“저희 가게가 인테리어를 바꾸려고 하는데요. 요새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디자인이 어떤 게 있을까요?”
[ 인테리어요? ]
인테리어를 바꾼다는 나의 말에 관심이 있는 지 단비씨의 목소리 톤이 올라갔다.
“네.”
[ 갑자기 인테리어를 왜 바꾸세요? 혹시 제가 저번에 이야기한 것 때문에 그러시는 건 아니죠? ]
“아, 그런 거 아닙니다. 저희 요새 장사가 잘 돼서 가게 확장하기로 했거든요. 그래서 겸사겸사 인테리어도 리모델링하려고요.”
[ 아, 그거 다행이네요. ]
“네, 그것 때문에 요새 바빠서 연락도 못 드렸네요. 화나신 거 아니죠?”
[ 아, 아니에요. 저도 일이 좀 바빴어요. 저도 7월 중순부터 정기 세일 들어가거든요. ]
“맞다. 백화점 7월 말부터 8월까지 엄청 바쁘죠? 예전에 아울렛에서 일할 때 진짜 힘들었어요. 남들은 놀러 다니는데 말이죠.”
[ 네, 그렇죠. ]
“근데 단비 씨 저번에 말씀하신 게 생각나서요. 인테리어 어떤 식으로 바꾸면 좋을지 조언해주실 수 있을까요?”
[ 글쎄요. 저도 그때는 그냥 느낌을 말씀드린거라...바꾼다고 하시니까 고민이 되네요. ]
“그냥 편하게 말씀해주세요. 참고만 할게요.”
[ 음...그럼 저보다 미희에게 물어보시겠어요? 저보다 훨씬 잘 알 거예요. ]
“미희라고 하시면은...”
[ 그 저번에 같이 밥먹으로 간 친구 있잖아요. 블로그 하는 친구. ]
처음에 그녀가 블로그에 글을 올려준다고 했을 때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녀가 블로그에 글을 올려준 이후에 그녀를 아는 다른 블로그들도 방문을 해주었고 그 덕분에 블로그에 알로하 관련된 글이 많이 늘어날 수 있었다.
“아, 그 친구분이요?”
[ 네, 디자인 쪽에서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거든요. 아마 저보다 훨씬 도움이 되실 거에요. ]
“그래요? 그럼 연락처 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 네, 지금 바로 보내드릴게요. ]
“감사합니다. 제가 다음에 맛있는 거 사드릴게요.”
[ 네, 기대하고 있을게요. ]
단비씨에게 연락처를 받은 나는 바로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
“안녕하세요. 정미희 씨 핸드폰 번호 맞을까요?”
[ 네, 맞습니다. 누구세요? ]
“저는 알로하 사장 김정훈이라고 합니다. 저번에 가게에 한번 오셨는데 기억하실까요?”
[ 아, 단비 썸남 맞으시죠? 당연히 알고 있죠. ]
“썸남이요?”
[ 네, 단비가 그러던데...아닌가요? ]
“아, 네...맞습니다.”
[ 그런데 무슨 일로 저에게 전화를 주셨을까요? ]
“저희가 이번에 가게를 확장 공사하기로 했는데 인테리어를 좀 바꿀 생각이거든요. 단비씨 말로는 이런거 잘 아신다고 하셔서 혹시 도움을 주실 수 있을까요?”
[ 그러시구나. 혹시 시간 언제 괜찮으세요? 이거 만나서 말씀 드려야 할 것 같은데. ]
“저요? 저는 아무 때나 상관없습니다.”
[ 그럼 지금 괜찮으세요? 제 사무실이 상무지구에 있는데 거기 가게랑 가까워요. ]
“네, 가능합니다.”
[ 그럼 제가 문자로 주소 알려 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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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원디자인 >>
나는 그녀가 알려준 주소로 찾아 갔는데 사무실 규모가 그렇게 크지는 않았다.
사무실로 들어가자 그녀가 반갑게 맞이해주었고 나에게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안녕하세요. 정미희라고합니다.”
“안녕하세요. 김정훈입니다.”
“이쪽으로 앉으시겠어요?”
나는 그녀가 권유하는 자리에 앉았다.
“커피 한 잔 드릴까요?”
“네, 주십시오.”
“그럼 조금만 기다리세요. 직원이 없어서...제가 직접해야 되거든요.”
“네, 괜찮습니다.”
그녀는 커피를 타기 위해 준비를 했고 나는 사무실을 둘러 보았다.
작은 사이즈의 사무실이었지만 액자도 그렇고 여러 가지 물품들도 처음 보는 신비한 것들이 많이 있어서 지루하지는 않았다.
“사실 제가 직업병이라고 말씀드리기는 뭐한데 가게 방문하면 디자인 인테리어 등을 분석하는 버릇이 있거든요. 그래서 그때 생각했던 것들 말씀드리려고 오시라고 했어요.”
“아, 그러셨군요. 오히려 감사합니다. 그런 이야기 듣고 싶었거든요.”
그녀의 말이 이해가 되었다.
나도 요식업에 종사해서 그런지 다른 가게 가면 여기는 이런 식으로 일하는 구나 하고 생각을 많이 한다.
이렇게 동선을 짜면 일하기 더 편할텐데 하고 말이다.
“이거 드셔보시겠어요? 새롭게 산 원두인데 아주 맛있어요.”
“감사합니다.”
나는 그녀가 주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는데 맛있어서 놀랐다.
믹스커피를 많이 마셔서 달달한 바닐라라떼를 주로 먹었는데 그녀가 준 아메리카노는 쓴맛이 별로 없고 과일향이 나는 게 달달해서 맛있었다.
“커피 맛있죠?”
나의 반응에 그녀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네, 블랙은 잘 안 좋아하는데 엄청 맛있네요.”
“다행이네요. 그럼 말씀드려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