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 42 화 >
‘최지연이가 이쪽으로 온다고?’
“그럼 수완점은 어떻게 되는 거죠?”
[ 진짜 모르셨나 보네. 수완점 이번 달까지만 하고 폐점하기로 했어요. 계약이 이번 달까지라고 하던데...]
‘아, 맞다.’
퇴사하고 나서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수완점은 점포 계약 기간이 원래 7월까지였다. 1년 단위로 계약을 연장하고 있었는데 올해까지만 영업하기로 최종 결정되었나보다.
“전혀 몰랐어요.”
[ 그럴 수도 있죠. 근데 본부장이 최지연 진짜 예뻐하나 봐요. 점포 폐점한다고 바로 다른 곳에 점포 열어주는 거 보면 말이죠. ]
내 생각도 그랬다.
보통 점포가 폐점하면 그곳에 있던 직원들은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난다. 보통 자리가 없이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직급은 똑같더라도 직책은 다운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렇게 바로 다른 점포로 옮겨가는 케이스는 흔한 것은 아니었다.
‘생각보다 둘 사이가 깊은 건가?’
처음에는 강훈이 그냥 최지연을 가지고 노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강훈이 이렇게까지 최지연을 신경 써준 것을 보면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깊은 관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연이가 예쁘기는 하지.’
로이스에서 일할 때 손님이나 다른 점포의 직원들이 지연이에게 전화번호를 물어보는 경우가 많았다.
나도 처음에는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거의 매일같이 보다 보니 그런 생각이 사라졌다.
“점장님,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볼게요.”
[ 네, 고생하세요. 점장님! ]
전화를 끊은 나는 또 한 가지를 알아챌 수 있었다.
‘잠깐만, 그래서 애들 퇴사 시켰구나...’
보통 점포 이전으로 퇴사를 하게 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애들의 퇴직원을 봐야 알 수 있겠지만 최지연이 실업급여를 못 받게끔 퇴사를 진행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최지연 갈 데까지 간 거냐?’
****
점심 영업을 어느 정도 끝낸 나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는데 전화가 왔다.
“어, 소미야.”
[ 사장님, 저 자진 퇴사로 되어 있는데요? ]
“그래?”
[ 네, 생각해보니까 퇴직원 쓸 때 나중에 다시 들어오니까 상관없다고 그랬던 것 같아요. 왜 그러세요? ]
“아, 나중에 출근하면 설명해 줄게. 알려줘서 고마워.”
“네.”
나는 쉬고 있는 소미에게 연락해 퇴직원에 관해 물어 봤는데 역시나 내 생각대로였다. 그냥 자진 퇴사의 경우에는 실업급여를 인정받기가 어려운데 권고사직에 의한 퇴사라는 증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다시 받아준다던 최지연을 믿고 퇴사한 아이들이 그런 자료를 가지고 있을 리가 만무했다.
최지연이 진짜 다시 받아주려고 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2년 가까이 보고 일을 시킨 순수한 아이들에게까지 꼼수를 부리는 것을 보니 참을 수가 없었다.
‘점포를 넓히자.’
나는 이번 기회에 가게를 넓히기로 확실히 마음먹었다. 서로 마주 보고 있는 돈까스 가게, 고객 경쟁이 심해질 것은 뻔했다.
로이스 그리고 최지연을 확실히 밟아주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 지금 점포의 크기로는 고객을 끌어들이는 데 한계가 있었다. 최소한 반대편 로이스 정도의 크기는 되어야 한다.
<< 2020년 7월 12일 일요일 오전 11:00로 예약된 시승 서비스가 취소되셨습니다. 광주 포르쉐센터 >>
생각을 정리한 나는 일단 예약한 시승을 취소하였다.
어제 본 허준석 대표의 말도 그렇고 나는 아직 이런 것에 관심을 가질 때가 아니었다. 이미 매매한 집은 어쩔 수 없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곧 다가올 로이스에 맞설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승을 취소한 나는 은정이의 남편 안영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 네, 형님. ]
“어어, 안 서방. 잘 있었지?”
내가 그에게 전화를 건 이유는 가게를 처음 오픈할 때 인테리어를 그가 맡아서 해주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저렴한 가격에 할 수 있었는데 다시 그의 도움을 받을 생각이었다.
[ 네, 잘 있습니다. 근데 무슨 일 있습니까? ]
“별일은 아니고 그 전주에 무슨 공사 하러 갔다면서 그거 언제 끝나?”
[ 그거 다음 주에 끝납니다. ]
다음 주에 끝난다는 이야기를 들은 나는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그럼 그거 끝나고 우리 가게 인테리어 좀 해줄 수 있을까?”
[ 인테리어요? 혹시 뭐 하자 있습니까? ]
“아니, 그런 건 아닌데 가게를 좀 넓히려고 말이야.”
[ 형님, 가게 오픈 한지 얼마 안 되셨는데 가게를 넓혀요? ]
하긴 오픈한 지 얼마 안 된 가게를 넓힌다니 안영호로서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일이기는 했다.
“어, 그렇게 됐어. 해줄 수 있지?”
[ 뭐, 전주 공사 끝나면 가능하기는 한데...형님 괜찮겠습니까? 확장 공사로 들어가면 설비도 새로 해야 해서 비용이 많이 들 것 같은데...]
“얼마나 나올까?”
[ 구조에 따라서 확장이 힘들 수도 있어서 정확한 건 가서 봐야 알 것 같아요. 저 지금 광주에 와있으니까 내일 가게에 들르겠습니다. ]
생각해보니 은정이가 주말부부를 하고 있다고 했는데 오늘은 주말이어서 광주에 와 있었나 보다.
“그래, 내일 와서 자세히 이야기하자고.”
[ 네, 알겠습니다. ]
****
“형님, 저 왔습니다.”
“어, 그래 왔어.”
나는 다음날 가게로 찾아 온 안 서방을 반갑게 맞이했는데 혹을 하나 달고 들어왔다.
“오빠. 가게 확장한다는 거 진짜야?”
은정이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안 서방에게 당분간 비밀로 하라고 이야기할 걸 후회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어, 넌. 왜 왔어.”
“오빠가 제정신인지 확인하려고 왔지. 가게 오픈한 지 얼마나 됐다고 또 공사를 해.”
“가게가 너무 좁잖아. 그냥 돌아가는 사람도 많아. 장사 잘되고 있을 때 가게 넓혀서 단골 만들려고 그러지.”
“꼭 그렇게 해야 해? 그러다가 장사 안되면 어떡해...”
가족이라 당연히 걱정하는 은정이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이미 결정을 내렸다.
“잘 되게 만들어야지.”
“돈도 없는 거 아니야? 가게 오픈하면서 대출도 받았다면서...”
“야, 가게 넓힐 돈은 있어. 너무 걱정하지 마. 자, 안 서방. 가자고.”
나는 계속 잔소리를 하는 은정이를 내버려 두고 안 서방과 확장공사가 가능한 지 확인하기 위해 맥다방으로 향했다.
****
“굳이 지금 넓혀야 해?”
은정이는 정훈이 이해되지 않았다. 장사가 잘되고 있다지만 이제 고작 한 달이었다. 더군다나 오픈 한 지 6개월도 되지 않은 아직 새 매장이었다.
그것을 다시 확장한다고 공사를 한다고 하니 답답했다. 그때 주방에 있던 한승이가 나와서 그녀에게 인사를 했다.
“누나, 오셨어요.”
“어, 한승이 있었구나.”
두 사람은 한 살 차이였는데 짧은 기간이었지만 같이 일하면서 꽤 친해졌다.
“무슨 일 있어요?”
“오빠가 가게 넓힌다고 하잖아. 갑자기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
“그래요?”
“너는 뭐 이야기 들은 거 있어?”
은정이의 말을 듣고 한승이는 정훈이 왜 그러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정훈이 가족들에게는 비밀로 한 것 같지만 자신은 뒷 사정을 다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누나가 이해하세요.”
“왜? 너는 뭐 아는 거 있지? 오빠가 왜 저러는지.”
은정은 한승이의 말투에서 자신이 모르는 무언가 있다고 생각하고 캐 묻기 시작했다. 한승이는 자신이 실수했다고 생각했는데 주방까지 따라와서 물어보는 은정이의 압박을 버티지 못하고 말했다.
“사실 형이 로이스에서 좀 억울하게 퇴사 당했거든요.”
“로이스? 전에 다니던 회사?”
“네, 근데 저 반대편에 벅스커피 옆에 로이스가 새롭게 입점하는 것 같아요. 그것 때문에 가게 넓히려고 하시고요.”
“그래? 오빠가 가게 차리려고 일 그만둔 거 아니었어?”
“네, 회사에서 상사랑 좀 트러블이 있었어요.”
한승이의 말을 들은 은정이는 정훈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자신도 오빠가 회사 그만두고 가게를 차린다고 할 때 한 소리 했기 때문이다.
“그랬구나...”
“네, 형이 알리기 싫어서 비밀로 하신 것 같으니까 누나도 지금은 그냥 모른척하세요.”
“그래, 근데 저번에 가게 오픈하느라 퇴직금도 다 쓰고 대출도 받은 걸로 알고 있는데 무슨 돈으로 가게 넓히려고 그러는지 이해가 안 된다. 설마 사채 같은 거 쓰고 그러지는 않겠지?”
“에이, 형 그런 거 할 사람 아니에요. 이건 제 생각인데 형님이 주식으로 돈을 좀 버신 것 같아요.”
“주식?”
“네, 저번에 주식으로 150 버셨다고 저희 소고기도 사주셨어요.”
“150만 원?”
“네, 처음에는 저도 직원 너무 늘리는 거 아닌가 걱정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까 주식이 잘되셔서 그러신 것 같아요. 시간 날 때마다 주식 어플도 보고 계시고요.”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기는 한데...주식으로 돈 잃을 수도 있는 거 아니냐?”
“그것까지는...생각이 있으시겠죠. 누나도 그냥 응원해주세요.”
“응원이야. 당연히 하지.”
은정이는 오빠의 앞날이 걱정되었지만, 자신이 말한다고 들을 오빠가 아니었기 때문에 일단은 믿어보기로 했다.
****
가게를 나온 나는 안 서방과 맥다방으로 향했다. 내가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맥다방의 사장 조형우는 나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어서 와. 오늘은 일행이 있네?”
“네, 사장님. 안녕하세요.”
“항상 먹던 거 두 잔 줄까?”
“아니요, 오늘은 다른 일 때문에 왔어요.”
“다른 일?”
“사장님, 가게 아직 안 나갔죠?”
“어, 아직 안 나갔지. 보러 온 사람도 없었어.”
조형우는 걱정되는 말투로 이야기했는데 나는 오히려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사장님. 혹시 저한테 가게 넘기실 생각은 없으세요?”
“가게를?”
“네, 여기는 인테리어 하는 제 매제인데 혹시 확장 공사가 가능하면 가게 제가 인수하려고 같이 보러 왔어요.”
“가게를 넓힐 생각이야?”
“네, 그러려고요. 사장님.”
“우리야, 뭐 넘기려고 마음 먹었으니까 조건만 맞으면 아무나 상관없지. 근데 돈까스 진짜 장사 잘되나 보네. 가게 넓힐 생각을 하고...”
조형우는 가게를 내놓기는 했지만 쉽게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코로나 때문에 있던 매장들도 폐점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새롭게 가게를 오픈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소 6개월은 더 장사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내놓은 지 얼마 안 돼서 돈까스 사장이 인수한다고 하자 좋으면서도 걱정도 되었다.
“아니에요. 그냥 사장님이 가게 놓으셨다고 하니까...지금 가게는 너무 좁은 거 같아서 무리 좀 하는 거에요.”
“근데...확장하려면 이쪽 벽 부숴야 하는 거 아니야? 건물주가 허락해 줄까?”
“뭐, 제가 여기 임대료랑 관리비 낸다고 하면 반대는 안 할 것 같기는 한데...그건 제가 이야기해볼게요.”
“그래? 그럼 우리는 너무 좋지.”
사실 맥다방 사장님이 거절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나중에 세세한 계약 조건은 맞춰야 하겠지만 지금 일단 확장이 가능한 지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