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 41 화 >
‘내 이야기인가?’
오늘 집을 사고 내일 모레는 차를 보러 갈 생각이었다.
일단 차를 타보고 결정할 생각이었지만 바꾼다는 것은 거의 확정이었다.
지금 상황과 어울려서일까? 허준석 대표라는 사람의 말에 집중되기 시작했다.
[ 파산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
[ 대부분 갑자기 돈을 번 사람들은 그것을 제대로 운영할 만한 경제적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렇다 보니 돈을 쓰는 것에 집중하게 되죠. 후에 그들의 신체적 능력이 떨어지고 노래가 더는 유행하지 않을 때 수입은 멈춰버리게 되는데 이미 생활 형태가 변해 버린 후이니 나가는 돈을 유지하지 못하고 파산하게 되는 것이죠. ]
[ 그렇군요. ]
[ 소비하는 습관을 잘 갖추는 것 역시 중요하지만 진짜 부자가 되려면 돈의 재생산성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 재생산성이요? ]
[ 처음에 운동선수로 이야기했으니 그것으로 말하겠습니다. 돈을 많이 번 운동선수가 있다고 해봅시다. 이 사람이 높은 연봉으로 10억이 넘는 슈퍼카를 샀습니다. 10년이 지나고 이 선수가 계속 활동 할 수 있을까요? ]
[ 힘들 것 같습니다. ]
[ 기량이 떨어져 연봉은 점점 떨어지고 은퇴를 하게 되었습니다. 10억이 넘던 슈퍼카의 가격은 이제 절반으로 떨어져 5억 밖에 되지 않습니다. 더는 돈 벌 수단이 없었던 그는 결국 차를 팔게 되었죠. 그럼 이 사람은 얼마를 손해 본 것일까요? ]
[ 10억이던 차가 5억이 됐으니 마이너스 5억 아닐까요? ]
[ 아닙니다. 만약 이 운동선수가 처음에 10억을 주고 샀던 슈퍼카를 자신이 타지 않고 렌터카 사업을 했다고 생각해봅시다. 렌터카로 1년에 5천만 원씩만 벌었다고 하더라도 10년이면 5억을 벌었겠죠?]
[ 네, 그렇습니다. ]
[ 10년이 지났을 때 이 남자는 여전히 슈퍼카를 가지고 있고 돈도 벌었습니다. 거기에 이제는 렌터카 사업체도 가지고 있고 10년 동안 운영해서 이름도 알려졌습니다. ]
[ 아... ]
[ 돈은 소비해 버리는 순간 다른 돈을 벌어 들일 기회 비용을 날리는 버리는 겁니다. ]
[ 대표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 지 알 것 같습니다. ]
진행자는 허준석 대표라는 사람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는데 그 반응이 TV를 보고 있는 나와 같았다.
한 번도 저런 식으로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 그런데 대표님, 지금 이 방송을 보시고 시청자분들이 생각하시기에 만약 렌터카 사업이 망해버리면 차도 날리고 돈도 날려서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 같은데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 물론 그렇습니다. 사업이라는 것은 언제나 리스크가 있죠. 저는 여기서 서민의 생각과 부자의 생각이 나뉜다고 생각합니다. ]
[ 서민과 부자요? ]
[ 오늘 방송을 보고 계시는 시청자들은 부자가 되고 싶어서 보고 있는 것 아닌가요? 아까 말씀하신 20~30대들도 부자가 되고 싶어서 주식, 코인을 하고 있고요. ]
[ 네, 그렇죠. ]
[ 그러면 부자처럼 생각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
허준석 대표의 말에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부자처럼 생각하고...행동하라...’
[ 만약 나는 실패에 대한 리스크가 두렵다. 그러시면 사업이나 투자를 안 하시고 지금 벌고 있는 돈만 효율적으로 아끼고 미래를 준비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부자가 될 수는 없겠지만 편안한 노후는 보낼 수 있겠죠. 제가 처음에 소비를 자제해야 한다는 것도 이런 관점에서 말씀드릴 겁니다. ]
[ 그렇군요. 부자가 되고 싶으면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거고요. ]
[ 그렇습니다. 제 기준이지만 저는 월급쟁이들도 어느 정도 수준의 돈을 모으면 부자가 될 수 있는 궤도에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돈을 모았을 때 이것을 더 많은 돈을 벌어 들이기 위해 투자를 시작한다면 당신은 부자가 될 준비가 되었다고 볼 수 있죠. ]
[ 월급쟁이들도 가능할까요? ]
[ 가능합니다. 만약 내가 월급을 꾸준히 모아서 집을 한 채 샀다고 해봅시다. 그동안 월세에서 전세로 힘들게 이사 다니던 생각이 나겠죠? 이제 내 집에서 두 발 뻗고 편히 살고 싶어질 겁니다. ]
[ 저도 그럴 것 같습니다.]
[ 하지만 부자들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그 집을 다른 사람에게 월세로 내주면서 자기는 직장을 계속 다니죠. 그리고 이제 이 사람은 월급과 월세가 매일 통장에 들어옵니다. 부자가 될 준비가 된 겁니다. ]
[ 대표님 말씀을 들으니 부자 되기가 엄청 쉬운 것 같습니다. ]
[ 네, 예전에는 처음 투자를 위한 궤도에 오르는 돈을 보통 1억으로 보았습니다. 집을 사거나 가게를 내거나 할 때 필요한 돈이죠. 적금으로 1억 모으기 같은 책들이 유행했던 이유도 이것 때문이죠. ]
[ 네, 저도 샀던 경험이 있습니다. ]
[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서 유동성이 강해진 요즘 같은 시대에는 저는 100만 원이나 1,000만 원 정도로도 충분히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 그렇군요. 오늘 좋은 말씀을 많이 듣는 것 같습니다. ]
[ 사실 제가 말씀드리는 것들은 이미 책이나 다른 방송을 통해서 많이 알려진 방법들입니다. 다만 그것을 내가 할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마음가짐에 달려있죠. ]
방송을 본 나는 그의 말에 동감했다.
로또 당첨되고 큰 돈이 생겼다. 하지만 내가 처음 든 생각은 이 돈이면 20년은 편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집을 샀고 이제는 차를 살 예정이었다.
가진 돈을 나눠서 앞으로 남은 인생을 편하고 즐겁게 하고 싶은 것을 할 생각 뿐이었다. 허준석 대표의 말에 따르면 전형적인 서민의 길이었다.
물론 주식 투자도 했고 오토매장을 만들기 위해서 직원도 늘리는 등 작은 투자도 했다. 하지만 이것도 내가 편해지기 위해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의 투자였지 돈을 많이 벌어 부자가 되겠다는 생각은 아니었다.
‘부자...’
나는 인터넷에 부자에 대해서 검색해 보았는데 한국인이 느끼는 부자의 기준이 50억 이상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도 꽤 많은 돈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부자는 아닌 것이다.
****
“사장님, 이 책 계산해주세요.”
“요즘 책을 자주 사네.”
“네, 공부 좀 해보려고요.”
다음날 출근한 나는 서점에 들려서 책을 한 권 샀다.
<< 부자의 기술 >>
허준석 대표가 쓴 다른 책이었는데 잠깐 훑어봤는데 어제 방송과 비슷한 이야기가 많아서 꼭 읽어보고 싶었다.
오픈 준비를 마치고 손님들이 들어오기 전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한 문장 한 문장이 가슴에 와 닿았다.
< 내가 직업이 요리사라면 내 가게를 가지는 것에 만족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월급쟁이 요리사로 살다가 자신의 가게로 꿈을 다 이뤘다고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부자 되고 싶은 사람은 자신이 가진 노하우로 투자를 받아 가게를 늘려 프렌차이즈 사업을 시작할 것이다. >
가게를 넓히고 장사가 잘되면 부모님에게 집도 이야기하고 좋은 차를 타고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그런 상상을 했었다.
오토로 매장을 돌리면서 집에서 드라마 보고 영화보고 여행 다니는 그런 삶 말이다.
하지만 허준석 대표의 말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부자가 되고 싶다.’
부자가 되기 싫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나도 부자가 되고 싶다. 로또에 당첨되고 큰 돈이 들어오니 돈이 주는 안락감과 편안함이 어떤 느낌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고민하지 않고 살아도 되는 삶.
이것을 계속해서 그리고 더 크게 느끼고 싶었다. 나는 허준석 대표가 말했던 부자로 가는 궤도에 서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가진 것을 아끼면서 적당한 삶을 살아갈지 적극적인 투자로 더 큰 부자가 되기 위해 노력할지 말이다.’
가게를 넓히는 것 정도는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프렌차이즈 사업? 이건 확실히 리스크를 가지고 있었다.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지금도 괜찮잖아.’
하나에 마음이 쏠리면 다른 쪽이 마음을 흔들었다.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잠시 밖을 나갔다 오던 한승이가 나를 다급하게 불렀다.
“사장님, 큰일 났어요.”
“왜?”
“제가 방금 화장실 갔다 오다가 봤는데 저기 반대편에 로이스가 들어오는데요?”
“뭐라고?”
“로이스가 들어온다고요!”
“어디에?”
“벅스커피 옆자리에요.”
나는 읽던 책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 보았다. 맥다방과 우리 가게 알로하의 반대편에는 유명 프렌차이즈 벅스커피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 옆에는 본래 냉면집이 있었는데 문을 닫아서 지금은 공실로 있었다. 아침에 출근할 때까지는 분명 아무것도 붙어있지 않았었다.
그런데 지금 보니까 커다란 현수막이 붙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 국내 1위 돈까스 전문점 로이스 8월 중 OPEN >>
한승이의 말이 진짜였다.
맥다방 사장님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냉면집이 문 닫고 바로 옆에 벅스커피가 들어온 것을 보고 저 자리로 들어가면 장사가 잘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아무래도 보통은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붙어 있으면서 나는 효과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좋다고 생각했던 자리에 로이스가 들어온다는 생각이 드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로이스는 본래 로드샵은 잘 안 하는데...’
본래 로이스는 로드샵은 잘 들어오지 않았다.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프레쉬푸드라는 배경을 이용하여 아울렛이나 백화점에 주로 입점했다.
광주에도 기존 4개의 로이스 매장이 있었는데 전부 백화점과 아울렛 입점 매장이었다.
나는 핸드폰을 꺼내서 지금 로이스에서 일하고 있는 점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 부산 해운대점 양혜원 점장님 >
양혜원 점장은 나와 같은 입사 동기로 강훈의 행실에 대해서 알려 준 사람이었다.
“여보세요. 점장님. 안녕하세요.”
[ 어, 점장님. 안녕하세요. ]
“요즘, 잘 계시죠?”
[ 아니요, 코로나 때문에 죽겠어요. 요즘 거의 매일 업무보고 하고 있어요. ]
“업무보고요?”
[ 네,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서 손님이 없는 건데...고객 줄어든 이유 만들어야 하니까 머리가 터질 것 같아요. ]
“그렇군요.”
[ 저도 때려 치고 점장님처럼 가게 차릴까요? ]
“그러세요. 저는 요새 마음이 편합니다.”
[ 그러고 싶은데...아직 집 대출금이...근데 무슨 일로 전화하셨어요? ]
“아, 오늘 보니까 여기 광주 상무지구에 로이스 신규 점포가 오픈 예정이더라고요. 혹시 아시는 거 있으세요?”
[ 아, 맞다. 점장님. 가게도 상무지구인가 거기라고 하셨죠? ]
“네. 맞아요.”
[ 저도 어제 알았어요. 신규 오픈 매장 지원 요청하더라고요. 8월 초 오픈 예정이던데... ]
“그렇군요. 근데 원래 로이스 로드샵은 잘 안 들어오지 않아요?”
[ 네, 회사가 최근에 코로나 퍼지고 백화점, 아울렛에 손님이 줄어서 신규 매장들은 오피스 상권으로 눈을 돌리고 있거든요. ]
이해가 되었다. 오피스 상권은 대박까지는 아니어도 꾸준한 수요가 계속 있어 오래 매장을 유지하기 좋다. 또한 임대료도 더 싸서 고정비도 적게 들어간다. 내가 처음에 여기에 자리를 잡은 것도 그런 이유였기 때문이다.
[ 아, 그럼 그것도 모르시겠네요. 신규 오픈 매장 최지연 점장이 갈 거에요. ]
“네?”
[ 로이스 상무점이라고 해야 하나...거기 점장 최지연 점장이라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