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또 1등도 장사를 합니다-40화 (40/225)

# < 제 40 화 >

점심 영업을 끝내고 자리에 앉아서 쉬고 있었던 나는 가게를 넓히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처음에 혼자 가게를 시작할 때는 알바 한 명과 같이 일할 수 있는 지금 크기의 가게를 선호 했 지만 시간이 지나고 장사가 잘되니 작은 매장 크기가 조금 아쉬웠다.

기다리는 시간이 많아지면 다음에는 아예 포기하고 오지 않거나 아니면 왔다가도 바로 돌아가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만약 이 사람들을 모두 받을 수 있다면 지금보다 최소 20% 이상의 매출은 더 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옆집 사장님이 가게를 접는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잘하면 거기까지 가게를 넓힌다고 생각하니 기다리는 손님들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쉽게 결정할 일은 아니야.’

가게를 넓히면 들어가는 임대료와 관리비가 더 들어가는 것은 물론이고 거기에 인테리어 비용까지 추가로 생각해야 한다.

더군다나 코로나가 점점 심해지고 장기화로 접어들고 이 상황. 앞으로 정부 정책이 어떻게 변하게 될지도 아무도 몰랐다.

‘조금 더 신중히 생각해보자.’

****

7월 7일, 이사하는 날 아침이 9시가 되자 아저씨들이 와서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사 전에 어느 정도 짐을 정리해놔야 하나 고민했는데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다.

이사의 프로들이라 그런지 방부터 시작해서 차곡차곡 물건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는데 그 속도가 어마어마하게 빨랐다.

‘예전에 아빠랑 둘이 했을 때는 엄청 힘들었는데...’

이삿짐을 나르고 있는 것을 보고 있으니 그때가 생각났다.

그때도 여름이어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고생했는데 확실히 돈이 많으니 몸이 편하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이삿짐을 정리하는 것을 보고 있었는데 집주인 아줌마가 계단으로 내려오는 것이 보였다.

“학생, 이사 준비 잘하고 있어?”

“네, 오셨어요.”

집주인 아주머니와 한 번 일이 있고 난 뒤 별다른 연락을 하지 않고 있었는데 그래도 마지막 날이니 집을 확인하러 왔다.

아주머니는 집을 한 번 쓱 둘러보더니 나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그래도 5년 동안 깨끗하게 잘 써줘서 고마워. 내가 보증금은 지금 바로 넣어줄게.”

혹시나 무슨 트집을 잡으려나 걱정도 했었는데 월세에 관해서 내가 비밀로 해 준 덕분인지 아줌마는 별다른 트집을 잡지 않았다.

“네, 감사합니다.”

아줌마가 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이삿짐센터 아저씨가 나에게 찾아왔다.

“사장님, 짐 정리는 다 끝났는데 와서 확인 보시겠어요?”

나는 집으로 들어가 무언가 빠진 물건이 있나 살펴보았는데 텅 빈 방을 보고 있으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없는 것 같네요. 7월 13일 아침 9시에 아파트로 오시는 거 맞죠?”

“네, 맞습니다. 오늘처럼 그때도 아침 9시에 들어가겠습니다.”

“그럼 짐 보관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삿짐을 실은 차가 떠나가고 나도 1층으로 내려와 주차된 차 문을 연 나는 가방을 트렁크에 넣었다.

가방에는 며칠 동안 입을 옷과 양말, 그리고 속옷이 있었는데 13일까지는 가게 근처에 있는 호텔에서 지낼 예정이었다.

“이제 가볼까?”

차를 타고 나오자 지나가는 길에 눈에 띄는 현수막이 있었다.

< 913회 로또 당첨을 축하합니다. >

913회, 내가 당첨한 로또 회차였다. 나에게 로또를 판매한 판매점은 홍보하기 위해 현수막을 걸어놨는데 보고 있으니 감회가 새로웠다.

‘그래 로또 당첨되어서 집도 사고 인생 많이 변했구나.’

처음에 직장에서 퇴직하고 가게를 차릴 때만 하더라도 내가 앞으로 잘해 나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로또에 당첨된 이후로는 무언가 행운이 계속해서 따라오고 있는 것 같았다.

‘호랑이의 힘인가?’

다시 한번 호랑이 꿈에 관한 해몽이 생각났는데 확실히 성공을 뜻하는 그 꿈을 꾼 후에 좋은 일이 연속해서 생기고 있었다.

“앞으로도 계속 이랬으면 좋겠네.”

****

“이제 잔금 입금만 하시면 되세요.”

“네, 잠시만요.”

7월 10일, 나는 집을 매매하기 위한 마지막 순간만 남겨두고 있었다.

한 번에 수억의 돈을 이체해야 하는 상황, 왠지 마음이 떨렸다. 은행 어플로 이체를 완료한 나는 중개사에게 말했다.

“잔금 입금했습니다.”

“네, 매도자분 확인해보시겠어요?”

“잠시만요.”

중개사의 말에 전 집주인 남현성이 핸드폰으로 입금되었는지 확인을 했다.

“네, 입금되었습니다.”

“네, 잔금 입금 확인하셨고요. 등기는 그때 말씀하신 법률사무소에서 오늘 해 드릴 겁니다.”

나는 남현성이 소개해 준 법무사에게 아파트 등기등록도 맡겼다.

인터넷에 보니까 비용이 아까워 혼자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던데 과정이 복잡하여 돈이 좀 들더라도 법무사를 이용하기로 했다.

“네, 감사합니다.”

“그럼 계약은 완료 되었습니다. 그...중개수수료는 여기 명함에 있는 계좌로 입금해 주시면 되세요.”

“아, 네 지금 해 드리겠습니다. 얼마죠?”

“377만 5천 원입니다.”

‘와, 매매 대금이 비싸니까 중개수수료도 엄청 비싸네. 저거를 양쪽에서 받는다는 이야기잖아.’

예전에 투룸 계약할 때와는 차원이 다른 중개수수료에 나는 조금은 놀랐다.

“수수료 입금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카드키는 아까 받으셨죠?”

계약을 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남현성과 집을 둘러보았는데 그때 카드키 등을 모두 받아두었다.

“네, 받았습니다.”

“그럼 계약하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네, 수고하셨습니다.”

계약을 마친 나는 남현성과 중개사무소를 나왔다. 그는 나오자마자 나에게 악수를 청했다.

“그래도 사장님이 성격이 시원시원하셔서 계약이 빨리 끝난 것 같네요. 다른 매수자였으면 집 하자 확인한다고 시간 오래 걸렸을 것 같은데...”

“아, 아닙니다. 그래도 혹시 살다가 큰 문제 있으면 연락드리겠습니다.”

“네, 당연히 그러셔야죠. 그래도 다행이네요. 집이 빨리 팔려서 사무실을 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무실이요?”

“아, 사실 로펌에서 독립하고 싶어서 돈이 좀 필요했거든요. 그래서 아파트 판 겁니다.”

“아, 그러셨군요.”

“이것도 인연인데...혹시 누구 고소할 일 생기시면 저한테 연락 하십시오. 제가 최대한 수임료 싸게 해 드리겠습니다.”

“네, 그런데...누구를 고소할 일이 안 생겨야 좋은 거 아닌가요?”

“하하하, 생각해보니 그렇군요. 근데 세상 살다 보면 모르는 일 아니겠습니까? 이 시국에는 말이죠.”

“생각해보니 그렇기는 하네요.”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가 떠나자 나는 중개사무소에서 만들어 준 파일에서 매매 계약서를 다시 꺼내 보았다.

< 매수자 김정훈 >

도장이 찍힌 이름을 보고 있으니 왠지 가슴이 웅장해지는 것 같았다.

‘이런 날은 그냥 넘어갈 수 없지. 오늘 저녁에는 치킨에 맥주다.’

****

주민센터로 가서 전입신고까지 마친 나는 집에 필요한 물품들을 정리 하느라 오후 시간을 다 써버렸다.

‘가전제품하고 가구까지 필요한 게 많이 있네.’

투룸에 있을 때는 풀옵션이어서 따로 구매할 필요가 없었는데 냉장고부터 소파까지 필요한 것이 많았다.

가전제품의 배치와 구도를 생각하면서 치수를 다 기록해 두는 것으로 하루가 훌쩍 지나가 버렸는데 나는 날이 어두워지자 치킨과 맥주를 사서 호텔로 돌아왔다.

사실 호텔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가게 근처에는 큰 호텔이 없어서 그나마 조식을 주는 모텔을 구했는데 모텔이라고 하기에는 나름대로 시설이 좋았다.

호모텔이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침대 옆에 테이블을 가져와서 음식을 세팅한 나는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꿀꺽

“캬, 그래도 집을 샀는데 같이 즐겨줄 사람이 없는 건 좀 아쉽네.”

부모님이나 은정이는 내가 집을 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누구보다 좋아할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당분간은 집을 샀다는 말도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지금 단계에서 집을 산 것을 설명하려면 로또도 설명해야 하는데 가족들이 아무리 숨긴다고 해도 은연중에 다른 사람에게 실수로 말할 가능성이 있었다.

이건 내가 자영업을 하면서 얻은 이치인데 사람들은 월급으로 받은 돈이 아니면 은근히 함부로 하는 경향이 있다.

보통 자영업자들이 장사가 잘된다고 이야기하면 ‘야, 월급쟁이들은 한 푼 벌어서 한 푼 모으기도 힘들다. 오늘은 네가 쏴라.’ 이런 말이 먼저 나 온다.

하지만 오히려 장사가 잘 안된다고 말하면 오히려 위로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요새 코로나 때문에 자영업자들 힘들다더라. 힘내.’

이런 일을 몇 번 겪고 나니 로또에 당첨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얼마나 많은 관심이 쏟아질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어쩌면 평생 당첨금을 다 쓸 때까지 사람들에게 밥을 사주는 호구가 될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그냥 아무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아주 성공적이었다.

‘뭐, TV 보면서 치킨 먹고 이런 소소한 행복도 나쁘지 않지.’

오랜만에 TV를 보면서 맛있는 치킨을 먹고 있었는데 나의 시선을 끄는 TV 프로그램이 있었다.

[ 안녕하십니까. ‘경제가 좋다.’에 임상준입니다. 오늘은 미래자산운용의 허준석 대표님을 모시고 이야기 나눠보도록하겠습니다. ]

‘오, 경제 프로그램인가?’

돈이 많아지고 집도 사고 주식을 하고 있어서 일까? 최근에 부쩍 자기계발이나 경제에 관한 프로그램이나 너튜브 영상을 많이 봤다.

‘근데 저 사람 어디서 본 것 같은데...맞다! 주식 투자로 부자 되기 그거 쓴 사람이구나.’

나는 TV에 나오는 대표의 이름이 익숙해서 생각을 해봤는데 내가 주식을 배우기 위해 산 책의 저자였다.

[ 최근에 2030 세대를 필두로 주식과 코인과 같은 투자를 하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대표님은 이 현상을 어떻게 보십니까? ]

[ 저는 아주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외국 같은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훨씬 이른 나이에 주식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나라는 그동안 많이 늦었다고 볼 수 있죠. ]

[ 어린나이에 투자를 시작하는 것에 장점이 어떤 것이 있죠? ]

[ 투자도 공부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특히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죠. 이른 나이에 경험을 많이 쌓아 놓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 지는 겁니다. ]

[ 그렇군요. 그러면 젊은 사람들이 투자를 함에 있어서 주의해야 할 것이 무엇이 있을까요? ]

[ 저는 젊은 사람들의 이른바 한탕주의를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주식과 같은 금융상품의 투자는 경험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그런 경험 없이 한 번에 성공을 바라는 것은 도박에 지나지 않습니다. ]

[ 그렇군요. 그럼 이제 막 투자를 시작하는 젊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신다면 어떤 것부터 시작하면 좋을까요? ]

[ 음...저는 먼저 투자를 하기 전에 요즘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YoLo와 Flex와 같은 소비 습관을 먼저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 YoLo와 Flex 요? ]

[ 네, 젊은이들은 그것을 마치 열심히 일한 자신에게 주는 보상과 같은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던데 그것은 부자들이 자신의 상품을 팔기 위해 만들어낸 허상에 불과합니다. 자신의 노후를 젊은 날의 자신에게 당겨쓰고 있는 거죠. ]

[ 예를 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

[ 음...제가 미국에 있을 때 유명한 운동선수나 래퍼들의 자산운용을 상담을 해준 적이 있습니다. 그들은 엄청난 연봉과 공연 수입의 대부분을 집, 차 그리고 파티에 소비하고 있었습니다. 아주 바보 같은 짓이죠. 저는 그들에게 경고했지만 듣지 않았고 지금은 대부분 파산 신청을 한 상태입니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