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 39 화 >
차 바퀴 어딘가에 구멍이 나 있어 바람이 빠진 것 같았는데 나는 바로 보험 회사에 전화해서 긴급출동 서비스를 신청하였다.
다행히 가까운 곳에서 출동이 가능했는지 10분 정도 기다리자 차를 타고 정비사가 도착했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어디에 펑크가 났을까요?”
“여기 조수석 앞쪽 타이어인 것 같아요.”
“으이, 바람 많이 빠졌네요. 제가 금방 확인해보겠습니다.”
정비사는 바퀴에 비누 거품을 뿌리면서 이리저리 확인했는데 곧이어 작은 구멍 하나를 발견하고 말했다.
“여기 구멍이 나있네요.”
“아, 그래요?”
정비사는 구멍을 메꾸고 접착제로 단단히 막은 다음 기계를 사용해서 타이어에 바람을 불어 넣기 시작했다.
바람이 들어갈수록 비스듬히 기울어 있던 차체가 반듯이 일어서기 시작했다.
차 안에 앉아서 핸드폰을 하고 있던 단비 씨는 차가 들썩거리자 재미있다는 듯이 웃으면서 나를 쳐다보았다.
그녀를 기다리게 한 것 같아서 미안했는데 그래도 그녀가 웃는 것을 보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장님, 펑크는 다 메꿨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타이어, 바꾸셔야 할 것 같아요. 바꾸신 지 좀 오래된 것 같은데 아니세요? 타이어가 많이 닳아 있네요.”
오래된 정도가 아니었다.
중고로 차를 가져온 이후로 한 번도 바꾼 적이 없었다. 뭐, 중고차로 살 때 타이머 바꾼 지 얼마 안 되었다고 했으니까 5년은 되었을 것이다.
“아, 그런가요?”
“보니까 브레이크 패드도 오래돼서 한 번 정비 맡기셔야 할 것 같아요.”
생각해보니 올해 초에 자동차 점검을 받았을 때 비슷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네, 감사합니다. 한 번 정비 맡겨 볼게요.”
“그럼 수리 다 완료되었고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네, 고생하셨습니다.”
“아, 보험사에서 서비스 만족도 조사 문자로 오거든요. 좋게 평가해주시면 정말로 감사하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정비사가 떠난 후 나는 차를 잠시 훑어 보았다.
중고로 사 온 지 5년이 지났는데 그동안 별다른 고장 없이 잘 굴러갔었다.
하지만 저번에 안전벨트도 그렇고 비록 못이 박힌 것이기는 하지만 타이어까지 바꿔야 한다고 하니 이제 자동차를 놓아 주어야 할 때가 온 것 같았다.
****
단비 씨와 영화를 보고 헤어진 후 집에 돌아왔는데 그녀는 색다른 경험을 했다고 좋아했지만 나는 차에 대한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그동안 타고 다니면서 포르테가 부끄럽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는데 이런 일이 생기고 나니 인제 그만 이 녀석을 놓아주고 새 차를 타고 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사실 중고로 차를 가져와서 엔진오일을 바꿔주는 것 정도 외에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을 만큼 차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그냥 막 타고 다니기 좋은 녀석을 선호했는데 그런 관점에서 12년식 포르테는 충분히 제 역할을 잘 해 주었다고 볼 수 있었다.
간혹 친구들이 자동차 배기량으로 싸우고 있는 것을 보고 있으면 ‘야, 그거 2.0이나 3,0이나 바꿔 타면 느낄 수나 있냐?’라는 말로 차알못 취급을 받은 적도 있었다.
“확실히 이게 이쁘긴 하네...”
나는 친구들이 저번에 말한 포르쉐의 파나메라를 포털 사이트에 다시 검색해 보았다. 차에 대해 잘 모르는 나였지만 눈이 없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너무 비싸다.”
포털사이트에 나온 파나메라의 가격은 1억 5천만 원으로 적혀있었는데 아마 여기에 옵션을 넣으면 2억은 가볍게 넘어갈 것으로 생각되었다.
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충분히 사고도 남았다.
하지만 타고 다닐 명분이 없었다. 포르테를 타고 다니다가 갑자기 포르쉐로 갈아탄다면 누구나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 분명했다.
‘돈이 있어도 쓰질 못하는군.’
집 같은 경우에는 우리 집으로 누가 오지 않는 이상 확인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편하게 매매를 했다.
가끔 부모님이 광주에 오실 때도 있었지만 투룸에 사는 걸 알고 있어서 보통 자야 할 일이 생기면 동생의 집으로 가셨다.
하지만 차는 매일 타고 다녀야 하기 하므로 상대적으로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띌 수 있었다.
‘가게 장사가 잘되고 있기는 하지만 파나메라를 타고 다닐 정도는 아니야.’
자신의 연봉에 맞는 적정 차의 수준이 있다고 들었는데 가게를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는 내가 파나메라를 타고 다닌다면 당장 은정이부터 미쳤다고 이야기할 것이 분명했다.
‘몰래 타고 다닐까?’
남들 몰래 멀리 주차해 놓은 다던지 아니면 포르테를 유지하면서 두 대를 바꿔서 타고 다니는 방법 등이 떠올랐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하면서 파나메라를 타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파나메라가 과한 차여서 그러지 지금 장사가 잘되고 있으니 적당한 국산 세단을 사서 타고 다닌다면 뭐라고 할 사람은 없을 것 같았다.
‘고민되네...’
그렇게 인터넷을 뒤져보면서 파나메라에 대해서 알아보고 있었는데 광주 포르쉐 매장에서 시승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래, 차는 타봐야 알 수 있지. 일단 한 번 타보고 괜찮으면 그때 생각하자.’
마음을 정한 나는 시승 신청을 해두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한 통의 문자를 받을 수 있었다.
<< 2020년 7월 12일 일요일 오전 11:00로 시승 서비스가 예약되셨습니다. 광주 포르쉐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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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주방이라고 하셨죠? 칼 조심하면서 일하세요^^ >
오늘은 일요일, 한승이가 쉬는 날이었다. 주방 근무를 해야 해서 조금 일찍 매장에 나왔는데 단비씨에게 온 깨톡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영화를 봐서일까?
그녀와는 조금 가까워진 것 같았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가게 문을 열려고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아보았다.
“어, 안녕하세요.”
나를 부른 사람은 처음에 이 가게를 계약할 때 도움을 준 공인중개사 아주머니였다.
“장사는 잘되세요?”
가게 계약은 처음 해보는 거여서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아주머니가 친절하게 준비하고 알려줘서 상대적으로 쉽게 계약을 마칠 수 있었다.
“네, 잘 되고 있습니다.”
“우리 딸도 여기 몇 번 왔는데 맛있다고 칭찬하더라고요.”
“아, 그러셨어요? 다음에 같이 한 번 오세요. 제가 서비스 많이 드릴게요.”
“어머, 진짜요? 시간 내서 한 번 와야겠네.”
“근데 아침부터 어디 가시는 길이세요?”
“아, 여기 옆에 카페 사장님이 가게 내놓으신다고 해서 와 봤어요.”
“맥다방이요?”
“네.”
저번에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왠지 가게를 접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진짜로 가게를 내놨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조금은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그럼 고생하세요.”
공인중개사 아주머니는 나에게 인사를 하고 가셨는데 나는 커피도 마시고 이야기도 들어볼 겸 맥다방으로 향했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자 남자 사장님이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돈까스 사장. 요새 자주 오네.”
“안녕하세요. 사장님.”
“늘 먹던 걸로?”
“네, 4잔 주세요.”
“알겠습니다.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가게를 내 놓았다고 해서 우울한 분위기일까 걱정했었는데 생각보다 사장님은 밝아 보이셨다.
“아, 방금 여기 앞에서 중개사 아주머니 만났어요.”
“아, 그랬어?”
“네, 가게 내 놓으셨다면서요.”
“어, 누구 들어오겠다는 사람 있으면 넘기고 나가려고...”
“네, 코로나 때문에 많이 힘드시죠.”
최근에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매장 내에서 음료 취식을 못하게 만들었는데 덕분에 카페들이 힘들다고 들었다.
“말도 마. 아마 돈카츠 가게 기다리는 손님들 안 왔으면 버티기 힘들었을 거야.”
낙수효과라고 해야 할까?
우리 가게 앞에서 기다리던 손님들이 그나마 바로 옆에 있는 맥다방을 많이 이용했는데 덕분에 맥다방 사장님도 숨통이 좀 트일 수 있었다.
“근데 8월 말까지 계약이라고 안 하셨어요?”
“어, 건물주가 연장해 준다고 하긴 했는데 우리 여기 들어올 때 권리금 2천만 원 내고 들어 왔잖아. 지금 그나마 돈까스 때문에 장사 조금 될 때 권리금이라도 받고 넘길 수 있으면 넘기려고.”
나도 이곳에 들어올 때 권리금을 내고 들어왔는데 만약 그냥 나가게 되면 하나도 못 받게 되는 돈이니 가게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려는 생각 같았다.
하지만 쉬워 보이지는 않았다.
지금 코로나가 장기화로 접어들면서 하나 둘씩 자영업자들이 버티지 못하고 쓰러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개업을 한다는 것은 무모한 도전이라고 볼 수도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나도 코로나가 이렇게 오래 갈 줄 알았다면 2월에 가게를 오픈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때는 그냥 메르스나 사스 때처럼 금방 사그라들 줄 알았다.
“들어올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네요.”
“일단은 들어오고 싶다는 사람 생길 때까지는 카페는 계속 해야지. 요새 시간 날 때 마다 배달 기사로 뛰고 있는데 이게 은근히 쏠쏠하더라.”
나는 사장님의 말에 가게 앞에 주차되어 있는 오토바이를 쳐다보았다.
배달대행업체에는 기사로 등록하기만 하면 어플을 이용해서 다른 가게 음식도 직접 배달이 가능했었는데 사장님은 커피 배달을 하면서 다른 가게 음식들도 시간 날 때 배달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여기 바닐라 라떼, 나왔어.”
“네, 감사합니다. 오늘도 힘내세요.”
****
우리 가게의 상권은 오피스 상권이어서 평일에 점심시간이 바쁘고 주말에는 조금 한가한 편이었다.
하지만 블로그와 SNS에서 이름이 퍼지고 있어서 일까? 주말에도 가게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엄청 많아졌다.
다들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코로나가 마치 우리 가게만 빗겨 나간 것 같았다.
‘요즘에는 장사가 잘 되는 집만 된다고 하더니 그 말이 맞는 것 같아.’
그 장사가 잘 되고 있는 집이 우리 집이라는 것이 너무나 다행이었고 이런 시국에도 가게를 찾아와주는 고객님들에게 정말로 감사했다.
그래서 나는 음식을 다 만들고 시간이 날 때마다 홀로 나와 고객들과 소통을 하였다.
“음식 맛있으세요?”
“네, 너무 맛있어요. 사장님.”
“필요하신 거 있으시면 말씀하세요.”
“여기 콜라 하나만 가져다 주세요.”
“네, 하연씨, 여기 3번 테이블에 콜라요.”
“네, 사장님~! 3번 테이블에 콜라 하나요!”
가게 앞에 손님이 기다리고 있어서 선영이는 밖에서 웨이팅을 보고 있었고 이하연 혼자 가게 안에서 발 빠르게 움직였는데 그녀의 높은 텐션에 사람들은 재미있어 했다.
“사장님, 여기 계산 좀 해주세요.”
“네, 잠시만요.”
“식사는 맛있게 하셨어요?”
“네, 맛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3만 2천 원 결제 도와드릴게요.”
신용카드로 계산을 하고 있었는데 남자가 잠시 머묻거리더니 말했다.
“사장님, 진짜 맛있었는데 기다리기 너무 힘들었어요.”
“그러셨어요? 죄송합니다. 가게가 너무 좁아서 어려움이 좀 있네요.”
“가게 좀 더 넓히셔도 될 것 같아요. 아까 보니까 기다리다가 그냥 많이 가시던데...”
나도 알고 있는 부분이었다.
아무리 미리 주문을 받고 손님들이 바로 식사를 드실 수 있게 준비를 한다고 해도 테이블 6개에서 오는 한계가 있었다.
보통 피크타임인 점심시간에는 빠르면 10분에서 15분은 기다려야 매장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는데 어쩔 수 없이 기다리기를 포기하고 그냥 가는 고객분들도 많이 있었다.
어쩌다 한 번이야 그럴 수 있었지만 벌써 몇 번이나 왔다가 그냥 가신 고객도 본 적이 있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진짜 가게를 넓혀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