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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도 장사를 합니다-38화 (38/225)

# < 제 38 화 >

“그럼 저희 다음 주부터 출근하면 돼요?”

“어, 월요일부터 나오면 돼. 소미는 평일에 근무고 시환이는 주말에 주방, 원래 하던 일이랑 큰 차이는 없어서 금방 배울 수 있을 거야.”

“네, 점장님. 감사합니다. 아, 이제 사장님이라고 불러야 하나요.”

금요일 날 남시환과 류소미를 만난 나는 알로하로 취직시켰다. 두 사람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어서 면접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근데 최지연이 너희 다시 부른다고 했어?”

“그 점장님이 퇴직할 때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기는 했어요. 좀 쉬다가 코로나 상황 좀 좋아지면 다시 자리 만들어 준다고...”

“그래?”

지연과 전화를 끊고 곰곰이 생각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녀가 잘못했다.

그녀가 왜 변했는지 알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나에게 한 짓이 정당화될 수는 없었다.

물론 나였어도 그런 상황이 닥치면 화났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항상 일할 때 그런 일이 발생하면 자연재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였다.

내가 최선을 다해서 노력했지만 결국 사람의 힘으로는 안 되는 일 말이다.

나 역시 무릎까지는 아니었지만, 자존심 상하는 상황 많이 겪었다.

요식업의 숙명이랄까? 물론 지금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변하기는 했지만 예전에 선배 중에는 음식이 아닌 자존심을 파는 직업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꽉 막힌 사람들도 많이 있었다.

물론 지연이 나를 위해서 그랬다고 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결국 그녀는 자신이 당한 화를 풀기 위해 강훈을 이용해서 나를 밀어냈다.

그녀도 갑질을 이용해 남에게 피해를 준 것이다. 그녀도 자신을 무릎 꿇린 여자랑 같은 선택을 한 것이다.

****

“완벽해.”

아이들을 보낸 후 저번에 임시로 짜둔 스케줄 표를 다시 꺼내든 나는 앞으로 매장을 운영할 생각에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아이들 도움이 진짜 컸다.’

6월 중순부터 아이들이 사연을 보내 준 덕분에 매출이 떡상했는데 7월 1일에 맞춰 본 매장 순이익이 500만 원이 넘었다.

그리고 오늘부터는 배달도 시작했으니 어쩌면 이번 달에는 더 많이 벌 수도 있었다.

나는 계산기를 꺼내서 예상 영업이익을 대충 계산하기 시작했다.

‘하루 평균 매출 100만 원으로 잡고 한 달 3천만 원에서 재료비 20% 정도 빼고...애들 인건비랑 임대료랑 다 빼고 나면 25% 정도 남는 건가...’

세부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이 더 있겠지만 750만 원 정도의 이익이 남을 것으로 보였는데 5월에 350만 원 정도 가져갔으니 엄청난 성장을 이룬 것이다.

‘이제 좀 쉬엄쉬엄해도 되겠어.’

로또에 당첨되고 한 달. 생각해보니 해야 할 일이 계속해서 생겨서 정신없이 보내왔다. 그리고 이제 가장 큰 이슈인 이사도 앞두고 있으니 조금은 쉬어갈 생각이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연락도 못 했네.’

나는 얼마 전에 소개팅한 단비 씨가 생각났다.

그동안 일이 바빠서 그 후로 만나지 못했다. 그래도 꾸준히 연락을 보내기는 했는데 내가 느끼기에 그녀는 별로 나에게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대답을 잘 해주기는 했지만 그녀가 먼저 연락하거나 그런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친구 때문에 연락 받아주고 그런 거 아니야?’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맘에 들지 않았는데 친구 남편의 친구라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하지 못 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해도 뭐 아쉽거나 이런 생각도 없었다. 그냥 인연이 아니라고 생각할 뿐이지.

그렇게 그녀에 대한 생각을 어느 정도 정리하고 있었는데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고 갑자기 가게 문이 열리면서 익숙한 얼굴이 들어왔다.

“어, 단비씨.”

****

“이 시간에 여기는 어떻게 오셨어요.”

“아, 오늘 휴무일이에요.”

백화점 MD로 일하고 있는 그녀는 나와 마찬가지로 휴무일이 일정하지 않았다. 저번에 서로 이야기 하면서 공통점으로 많이 공감했었던 부분이었다.

“그러셨군요.”

“제가 너무 불쑥 찾아왔나요?”

“아니요, 괜찮습니다.”

“일부러 바쁜 시간 피해서 왔는데 브레이크 타임은 아니죠?”

현재 시각 오후 2시 30분, 아직 브레이크 타임을 할 시간은 아니었다.

“네, 아직 아닙니다. 이렇게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제가 온다고 말씀드렸잖아요. 놀라지 마세요. 이 친구가 광주 블로거들 중에서 나름 영향력이 있어서 가게 매출 올리시는 데 도움이 좀 되실 거에요.”

그녀는 친구와 같이 왔는데 커다란 DSLR 카메라를 테이블 위에 올려둔 것으로 보아 누가 봐도 사진 찍는 것에 관심이 많은 사람처럼 보이기는 했다.

“아, 정말요? 감사합니다.”

“사실 아까 점심시간에 왔었는데 사람이 엄청 많아서 이 옆에 카페에 잠깐 있었어요.”

“그러셨어요? 들어오셨어도 괜찮은데...”

“아니에요. 차분히 먹는 거 좋아해서...지금이 괜찮은 것 같아요. 그런데 원래 그렇게 항상 사람이 많아요?”

“아, 요즘에는 많은 편이에요. 단비씨 덕분이에요.”

“네? 저 때문이라고요?”

“네, 그때 소개팅할 때 저희 가게 임팩트가 없어 보인다고 하셨잖아요. 그래도 방법을 바꿨더니 손님들이 반응이 좋더라고요.”

“저 때문에 도움이 되셨다면 한 턱 쏘셔야겠네요.”

“드시고 싶은 거 말씀하세요. 제가 맛있게 해드리겠습니다.”

“잠시만요. 미희야, 뭐 먹을래?”

두 사람은 메뉴판을 쳐다보더니 곧 메뉴를 고르고 나에게 말했다. 나는 주방으로 들어가 직접 조리를 했는데 아무래도 블로거라고 한 것이 신경이 쓰였다.

“여기 주문하신 모듬세트랑 치즈카츠정식 나왔습니다.”

나는 최대한 세팅에 신경을 써서 가지고 나왔는데 엄청나게 높은 양배추 산을 보고 단비 씨가 놀랐다.

“와, 저 양배추 이렇게 많은 거 처음 봐요.”

“네, 단비 씨 말 듣고 바꾼 게 바로 이거입니다.”

그녀는 자신의 핸드폰으로 음식을 막 찍기 시작했는데 그녀의 맞은 편에 앉은 미희라는 여자도 같이 사진을 찍었다.

확실히 블로거라서 그런지 밥도 먹지 않고 각도를 바꿔가면서 계속해서 찍었는데 우리 음식을 너무 열정적으로 촬영해 주어서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한참을 사진을 찍은 후에 단비 씨는 돈카츠를 소스에 찍어서 한 입 베어 물었다.

“음으으음, 정훈 씨 이거 돈카츠 너무 맛있어요.”

“제가 맛있다고 했잖아요.”

“네네, 진짜 맛있어요. 미희야. 너도 맛있지?”

단비씨가 친구인 미희에게 물었는데 그녀도 고개를 끄덕이면 대답하였다.

“그러네. 고기가 엄청 부드럽다. 사장님이 돈카츠 연구를 많이 하셨네요. 다른 블로거 들에게도 추천해야겠어요.”

블로거와 블로거들끼리는 이웃이라고 해서 서로 포스팅도 공유하고 생각보다 접점이 크다고 알고 있었다.

서로 게시물에 댓글을 남겨주거나 하는 품앗이도 많이 하고 말이다. 주방에 있으면서 그녀에 대해서 잠깐 찾아봤는데 생각보다 조회 수가 잘 나오는 블로거였다.

“그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정훈 씨, 오늘 정말 맛있게 잘 먹었어요.”

“맛있었다니 다행이네요.”

“저번에 말씀하신 거 맞는 거 같아요. 광주에서 제일 맛있는 돈카츠 집 말이에요. 앞으로 여기 추천하고 다닐게요.”

“마음에 드셨다니 다행이네요.”

“저희 얼마 나왔어요?”

“아, 괜찮습니다. 블로그에도 올려주신다고 하셨는데 제가 그냥 대접하겠습니다.”

“네? 아이고 아니예요.”

그녀는 당황하면서 카드를 내밀었는데 나는 다시 그녀에게 건내 주었다.

“괜찮습니다. 아까 말씀하신 추천 많이 해주십시오.”

“아, 이러면 제가 마음이 너무 불편해요.”

“괜찮습니다. 제가 사드리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그러면, 다음에 또 올 때는 제가 더 많이 팔아드릴게요.”

다음에 또 온다고 말하는 것을 보니 진짜 돈카츠가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네, 그때는 돈 받겠습니다.”

그렇게 단비 씨가 떠나가고 나는 그녀와 친구가 식사한 테이블을 치웠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갑자기 문이 열리면서 그녀가 다시 왔다. 그녀의 손에는 커피와 쿠키가 있었는데 그것을 주기 위해 온 것 같았다.

“이거 드시면서 일하세요.”

“감사합니다. 잘 마시겠습니다.”

나는 커피를 받아들고 감사의 인사를 했는데 아까는 별 느낌 없었는데 왠지 그녀를 이대로 보기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내일도 일하세요?”

내일은 토요일, 보통 평일에는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에 많이 와서 조금 더 바빴기 때문에 평일에는 내가 있고 주말은 하연에게 매장을 맡길 생각이었다.

“아니요, 내일까지 휴무에요.”

“아, 그러세요. 잘됐네요. 저도 내일 쉬려고 했거든요. 혹시 영화 같이 보실래요?”

“영화요?”

“네, 오랜만에 재미있는 영화가 개봉한다고 해서 그러는데 같이 보실래요?”

그녀에게 도움받은 것도 있었고 오랜만에 영화도 보고 싶어서 물어보았는데 다행히 그녀가 허락했다.

“네, 영화 같이 봐요.”

****

토요일 나갈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선 나는 그녀를 데리러 갔다.

그녀는 첨단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차를 타고 이동했는데 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예전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여자와 영화관을 간 것이 진짜 오랜만이었기 때문이다.

‘조금은 묘한 기분이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도로를 달리고 있었는데 마침 쌍암동을 지나고 있었다. 그리고 내 눈에 며칠 후면 이사 갈 내 집이 보이기 시작했다.

엄청 높은 아파트여서 그런지 제법 거리가 있어도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7월 10일, 그러고 보니 다음 주가 잔금일이네...”

계약할 때는 시간이 좀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잔금 지급 일자가 다가왔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저기서 살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빨리 이사 가는 날이 기다려졌다.

거기서 조금 더 가니 첨단에 있는 그녀의 집에 도착할 수 있었는데 주차장에 차를 주차한 후 그녀에게 연락을 하였다.

“단비 씨, 저 여기 주자장 도착했습니다.”

[ 아,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지금 바로 내려갈게요.]

벌써 두 번째 만남.

아마 그녀가 어제 찾아오지 않았다면 이렇게 만날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조금 기다리고 있자 그녀가 내려와 차에 탔는데 머리를 묶어서 그런지 어제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많이 기다리셨어요?”

“아니에요. 얼마 안 기다렸습니다..”

“죄송해요. 머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느라 좀 늦었어요. 지금 좀 이상한가요?”

그녀는 묶은 머리를 이리저리 흔들면서 나에게 보여주었는데 내가 보기에는 괜찮아 보였다.

“아니에요. 잘 어울리세요.”

“그래요? 그럼 푼 게 나은 것 같으세요. 묶은 게 나은 것 같으세요?”

그녀의 말에 나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잠시 고민이 되었다.

“음...어제 풀은 머리는 청순해 보이셨는데 오늘은 묶어서 그런지 얼굴도 작으시고 귀여우세요. 단비 씨는 다 잘 어울리시는 것 같아요.”

“진짜요? 다행이네요. 그럼 날씨가 덥기도 하니까 오늘은 묶고 다녀야겠네요.”

“네, 그럼 이제 출발할까요?”

사이드브레이크를 내리고 영화관으로 출반한 나는 그녀에게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았다.

“백화점 일은 힘들지 않으세요? 예전에 아울렛 MD들 보니까 브랜드 관리 때문에 힘들어 하시던데...”

“네, 장난 아니예요. 위생도 그렇고 소방법도 그렇고 다른 브랜드보다 식품이 챙겨야할 게 많은 것 같아요.”

그녀는 광천동에 위치한 뉴월드 백화점 지하 1층 식품관 담당이였는데 그래서인지 음식에 대해 아는 게 많았다.

그렇게 그녀와 이야기를 하면서 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녀가 말했다.

“정훈씨, 그런데 차가 좀 이상한 것 같아요.”

“차요?”

“네, 창문이 이쪽으로 좀 내려 앉은 것 같은데...”

그녀의 말을 듣고 보니 그녀가 앉아 있는 쪽으로 차가 약간 기운 것 같았다.

놀란 나는 차를 도로 한 쪽에 주차하고 내려서 살펴보았는데 타이어의 바람이 많이 빠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발로 타이어를 몇 번 차 보았는데 어디에 구멍이라도 난 것인지 이미 많이 가라앉아 있어서 더는 움직이는 것이 무리처럼 보였다.

“단비 씨, 이거 어떻게 하죠? 보험사 불러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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